올해 환갑을 맞은 김병종 서울대 교수(동양학·화가)가 자신의 모든 소장 작품 등을 고향인 남원시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남원에 가칭 '김병종 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김 교수가 남원에 기증하려는 작품은 회화 및 판화 700여점과 미술관련 희귀 자료 300여점에 달한다.
총 1000여점의 기증이 이뤄질 경우, 남원시는 그 액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귀중한 자산가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생명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타 자치단체의 경우 전남 신안군이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수화 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안좌면 일대 1만2900㎡에 130억원을 들여 미술관 건립을 추진,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충남 금산군은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로 하여금 기념비적인 복합 문화회관을 건립해서 지역 문화예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경남 하동 등 여러지역에서 김 교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김 교수는 고향인 남원에서의 문예부흥을 고집하고 있다. 김 교수가 고향에 작품 기증을 시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고향 남원은 만복사기와 심의당을 배출한 문예도시였고, 심수관의 고향이기도 하며, 춘향전과 흥부가의 탯자리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침체와 쇠퇴를 거듭하면서 남원의 존재감이 날로 미미해지고 있는 반면에 하동 구례 광양 곡성은 성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남원의 문예부흥이 필요한 시점에 왔고, 이런 일은 도로를 넓히고 교량을 놓는 것 보다 시급하다"면서 "고향의 문예부흥, 생태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내) 평생에 걸친 작품들이 남원을 빛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지역내에서도 김 교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마련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한 분위기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가인 김병종 교수가 작품을 기증할 경우, 남원은 막대한 문화유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며 "타지역에서 김 교수의 미술관을 짓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남원시가 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 출생으로 남원초등학교, 용성중학교, 서울대 미대 등을 거친 김 교수는 최연소 미대학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간판급 화가로, 김 교수의 작품은 대영박물관과 로얄온타리와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런 김 교수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그의 명저인 '화첩기행'의 첫회를 남원으로 정하고, 모교(용성중) 후배들의 유럽연수를 후원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남원의 공공기관에 수억원대의 미술품을 기증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제24회 전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