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래 바이올린 연주자로 출발했다. 전주대 음악과를 졸업한 뒤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국립음악원에서 한 손에는 바이올린 활을, 다른 한 손에는 지휘봉을 잡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더 즐기는 삶"을 위해 체코 프라하 국립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어찌보면 반듯한 모범생 코스를 이어간 것 같지만 어린이교향악단·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았다.
"아이들은 빨리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겁 없이 합니다. 열정에 불이 붙으면 숨기지 않고 나누죠. 그래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첫 번째 리허설과 실제 무대 공연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기교는 모자라도 관객과 교감하면서 편안하게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의 목표. "축구공을 보면 친구로 여겨야지 코치의 성난 얼굴부터 떠올려서는 되겠느냐"고 반문한 그는 "한국 연주자들은 입장할 때부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들의 연주는 잘하는 것은 차후 문제이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이들겐 스트레스를 없애도록 타악기를, 성격이 급한 학생들에겐 묵직한 저음의 첼로를 권하는 방식으로 '성격 개조'가 이뤄진 아이들도 여럿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엘 시스테마'를 본 뜬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클래식 교육'꿈의 오케스트라'로 인해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포화 상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더 많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될 때 클래식의 저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
클나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6일 2차 오디션을 통해 12명을 더 선발한 뒤 7일부터 매주 일요일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연습이 진행된다.
바로크와 고전·낭만주의와 때로는 현대음악까지 거침없이 연주 반경을 넓히면서도 단원들이 좋아하지 않는 곡은 과감히 접을 만큼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해온 그는 "바이올린이 '악보와 하는 대화'라면, 지휘는 '단원들과 하는 대화'"라고 전했다. 이들의 창단 연주회는 11~12월 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