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공간과 관계를 맺어가며 생을 보낸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러 관에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공간은 인간과 함께한다. 이런 공간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그 안에는 한 사람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화가 박지예(40)가 중년의 여성과 공간에 주목했다. 16일부터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3번째 개인전을 통해서다. 그간 다양한 사람의 표정을 담아 온 그는 불혹에 이르러 주변 공간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화폭에 담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오는 무료함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만남과 헤어짐은 자신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릇, 책, 옷, 침실 등 작은 소품들 속에 추상적으로 표현된 여성은 이웃집 언니이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직장인이다. 이는 고독과 갈등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대 여성들의 자화상이다.
그는 "삶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얻어지는 사색들 즉 알 수 없는 어떤 불안과 초조 그리고 기대와 사랑 등을 되돌아보고 중년의 자신을 새롭게 엮어보려는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원광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재 전북대 예술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전통문화고등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