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습 또랑광대경연 뜨거운 '판'

6개팀 출전… 1등엔 오점순씨

▲ 9일 전주 한옥마을 내 여명카메라박물관에서 열린 '또랑광대경연'에서 동네 소리꾼 참가자들이 이 시대의 정신을 구현한 '판'을 선보이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경상도 어른들이 "전라도 '쇄끼'들은 뒤통수 친다. 절대로 놀지 말라"고 당부하면, 전라도·경상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동네 소리꾼들의 '판'을 가늠하는 '또랑광대경연'에서 선보인 전라도 아이와 경상도 아이 반찬 품평회. 전라도 아이가 "경상도 음식은 비쥬얼부터가 맛이 없어 부러"라고 타박하자, 경상도 아이 왈 "니는? 누가 무식한 거 모를까봐 밥도 겁나 싸왔네" 라고 응수했다. 뒤이어 "니 쳐묵을 것만 싸온 니가 정이 없는 거여. 밥을 먹는다는 것은 정을 나누는 것이제."라며 전라도 아이의 돌직구가 이어졌다. 요절복통 웃음이 번지던 객석에서 "얼씨구","지화자" 대신 "살아있네"라는 추임새가 날아들었다.

 

지난 9일 오후 1시30분 전주여명카메라박물관에서 열린 '또랑광대경연'은 이 시대의 현주소를 담은 '판'이었다. '2013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또랑광대경연은 사라져가는 동네 소리꾼들을 발굴하기 위한 자리. 이번 경연은 일반팀 3팀, 판소리 전공팀 3팀으로 총 여섯 팀 출전에 그쳤으나 남동생이 누나를 좋아하게 된 질마재 신화 등 전통 이야기를 판소리 가락에 담았거나 판소리 동호회를 통해 '심청가' (타루비), '적벽가'(새타령) 등을 익힌 고령자들의 참여로 전주대사습이 지향해야 할 판소리 대중화의 일면을 돕는 측면이 컸다. 100만원 상금의 주인공은 전주MBC의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했던 오점순씨. 살아온 인생역정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낸 오씨의 무대는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뜨거운 박수로 이끌었다.

 

심사위원 최기우(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지기학(극단 미친광대 대표) 김채원(국립국악원 정악과 학예연구관)씨는 "기대 이상으로 참여한 어르신들의 기량이 훌륭했으나 창작판소리가 아닌 또랑광대를 발굴하고자 하는 대회 취지에 부합한 팀을 선별하게 됐다. 숨은 동네 소리꾼들을 더 많이 발굴하는 자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