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미 명창(45)이 4시간이 넘는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에 초청됐다는 소식에 오랜 지기인 서양화가 유휴열씨는 늘 그렇듯 어깃장을 놨다. 할아버지 추담 홍정택 선생(1921~2011)에게 북을 배운 유씨는 술자리에서 '세사모'(세미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김 명창에게 애정어린 '돌직구'를 종종 날리는 장본인. "무대가 걱정돼서 밤마다 잠이 안 온다니까요. 목도 안 나오고." 공연을 코앞에 둔 김 명창이 걱정스레 이야기 했더니 "긍게 안 되는 거여. 더 열심히 해야지."하고 명색이 대통령상을 탄 판소리 명창에게 또 퉁을 놓았다. 악역은 도맡다시피 해 성격이 까칠할 것이란 오해를 받곤 한 김 명창은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야물고 또 성격이 좋아." 그제서야 유씨가 속 이야기를 꺼냈다.
국립극장이 29년 째 올리는 완창 판소리에 김세미 명창이 초청됐다. 22일 오후 3시 국립극장 KB국민은행 청소년하늘극장. 동초제 흥보가를 선택한 그는 "대개 여성 명창들이 선호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소리 보다는 장단 변화도 있고 박진감 넘치는 그런 무대가 좋다"고 했다. 흥보가만 벌써 세 번째. 11년 만에 흥보가 완창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기운이 펄펄 넘치던 젊은 시절 보다는 좀 더 곰삭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스승인 오정숙 명창(1935~2008)은 생전에 그에게 '방울꽃'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작고 야무지면서 즐거움을 준다"는 것. 그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기운을 잔뜩 담아 선물할 예정"이라며 "오셔서 추임새 하나씩 선물해달라"고 당부했다. 북은 김청만 이태백씨가 친다. 전석 2만원. 문의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