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전북도립미술관 '인물 파노라마전'

35명 작가 작품 82점 통해 사람의 상징적 의미 고찰

마루에 앉아 있는 여인의 단아한 모습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 떠오른다. 푸근한 인상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순박한 농부의 시선에서는 고되지만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민중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써니킴의 작품에는 7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수학여행 풍경이 담겨 있어 아련함을 더한다. 수학여행 풍경 속 인물들은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림 속 각자의 인물에 자신들의 얼굴을 대입해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인물 파노라마전'에서는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작가들이 초대됐다(다음달 14일까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윤석남씨를 비롯해 서용선, 김선두, 김덕용, 오형근, 뮌(mioon), 신하순, 허윤희와 '제6회 다음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표주가로 불리는 김옥선까지 모두 35명의 작가가 내놓은 시대·지역별 작품 82점을 통해 인물의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추억의 얼굴', '사회적 풍경', '실존과 자아', '전북인-우리의 얼굴' 등 4개의 주제로 다양한 인물 군이 선보였다.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인물은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속 인물들에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역사적 배경이 묻어났다.

 

'추억의 얼굴'에서는 유년기에 대한 향수나 어머니, 가족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윤석남 김덕용 신하순 김정선 이환권 등의 어머니와 가족이라는 주제로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오형근 김옥선 써니킴 이창원 등이 출품한 '사회적 풍경'에서는 10대 소녀의 초상, 국제결혼 커플의 일상 등을 통해 한 인물의 개인사에 불과한 일들이 모이고 모여 한 시대를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실존과 자아'에 출품된 작업들은 억지로 주제에 끼워 맞춘 듯 한 작품이 몇몇 보이기도 했지만 전시 구성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지역작가와 타 지역 작가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전북인-우리의 얼굴'에서는 부부 영상작가로 활동 중인 '뮌(mioon)'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익산 남성중, 전주 반월초 등 도내 학생 40여명을 직접 인터뷰 한 신작 '관객의 방백 2013 - Being Character'. 학생들이 마치 자신이 실제 존경하는 인물이 된 것처럼 가상으로 역할극을 진행한 작품으로, 이 시대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멘토의 영향과 직업의 가치 기준, 경제적 개념 등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