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양순실(44)은 지역 미술계에서 은둔형 작가로 불렸다. 조용한 성격 탓에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작업실을 동서학동으로 옮기면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한옥마을 미루갤러리 단체전을 시작으로 연달아 전시를 열며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그가 그토록 열망하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을 시작했다. 24~29일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서울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더 이상 위장하지 않고 자신의 정신세계를 자유롭게 드러낸다. 어릴 때부터 줄곧 느껴온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파장을 담아 표현했다.
작가의 초기 작업의 사물들은 행복하게 보여야하는 집이 출구도 없이 허공에 매달려 있거나 테이블에 놓여 있어 탈출할 수 없는 감옥 같은 상황으로 보여 진다. 초기 작품부터 등장하는 모든 오브제들은 이번 전시에 집약됐다. 그리고 그림의 크기도 더욱 커졌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마네킹, 웨딩드레스 등과 익명의 여성은 작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화면 속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붉은 액체는 아름다운 시절임에도 꽃잎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자아,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가사 노동과 고통으로 흘러내린다.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SH Contemporary 2012 상해 전시'를 비롯해 독일, 싱가폴, 대만 등에서 아트페어와 7번의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