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박파안영희의 작곡세계 만나요

전주국제현대음악제 20일부터 소리전당 / 헌정곡 '초희와 상상의 춤' 연주무대 눈길

▲ 작곡가 박파안영희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엔 창대하리라'는 것은 제3회 전주국제현대음악제(음악감독 이은영)를 두고 하는 말이 될 것 같다. 로뎀나무·21세기현대음악앙상블이 주최·주관해 20~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전주국제현대음악제는 '제2의 윤이상'으로 불리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 박파안영희 곡 '초희와 상상의 춤'을 연주하게 됐다.

 

국악이 늘 우위를 차지하는 지역의 풍토와 관객 수가 적어 '소수(클래식) 중의 소수'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음악의 간극을 메우고자 시도된 전주국제현대음악제의 꾸준한 행보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2회 동안 음악제가 '동(東)·서(西)'를 주제로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시도해왔다면, 올해는 주제를 없애는 대신 다양한 색채의 곡들로 음표를 그려나가는 방식을 취한 것이 특징.

 

"골치 아프고 지루한 현대음악을 왜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은영 감독은 "베토벤으로 음악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 현재도 음악은 창조된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신작이 내일 고전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흥분된다"고 답변했다.

 

20일 무대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꼬냐힌 알렉산더(Konyakhin Oleksandr)와 피아니스트 이은영이 작곡가 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 마누엘 데 화야(Manuel de Falla), 벨라 바르토크(Bela Bartok)의 음악을 들려준다. 작품 공모를 통해 발굴해온 작곡가 유웅재 유영지의 피아노,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 곡도 소개된다.

 

21일엔 김광순 전주대 교수의 곡에 푹 빠져든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온 그는 성경의 시편 3·4편, 47편, 57편을 서보란(소프라노) 손영호(테너) 최수정(피아노) 이후성(첼로)과 함께 한다.

 

22일은 시대의 굴레 딛고 아름다운 시를 남긴 허난설헌에 헌정하는 박파안영희의 '초희와 상상의 꿈'와 외국 현대창작곡인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가 초연된다. 박파안영희는 1980년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에서 오케스트라곡 '소리(Sori)'를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한국적 정서와 독일에서 접한 아방가르드풍 테크닉을 접목한 곡들을 작곡해오며 1978년 스위스 보스윌의 세계작곡제에서 '만남'으로 1등상을 받았고,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했다.

 

난해하나 새로운 미학을 보여온 이준복 교수의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카프라치오'와 작곡가가 또 다른 작품 공모를 통해 발굴한 조진옥의 '6개 악기를 위한 시나위 2013'도 기대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