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남오페라단 '루갈다'

종교인들 "감동"…잦은 기도 장면에 일반 관람객들 "너무 무거워"

▲ 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호남오페라단 '루갈다' 공연 모습. 루갈다와 요한이 동정 부부로 살 것을 서약하고 있다. 사진제공=호남오페라단

호남제일문과 미륵사지 석탑을 배경으로 한 막이 오르고 주인공의 험난함을 암시하는 장중한 서곡이 오페라'루갈다'의 시작을 알렸다. 1막에서 열 여섯 살 이순이(루갈다)와 스무 살 유중철(요한)은 종교적 신념을 받들어 동정부부로 살아갈 것을 엄숙히 다짐하며 기도로 맹세한다. 전주 초남이 유중철의 생가에 신방을 차린 두 사람. 무대 위 병풍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인간적인 열망은 서로에게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무대 위 병풍이 두 사람을 공간적으로 갈랐지만 마음은 하나인 그들은 절규하며, 결국 종교적 신념을 택하고 번민을 이겨낸다.

 

그들의 내적갈등과는 별개로 문지방 밖에는 검은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3막 신유박해로 루갈다의 시아버지와 남편은 어두운 옥사에 갇히지만 초연한 표정으로 신앙을 지켜나가고 순교한다. 주기도문이 전주시립합창단의 목소리로 새롭게 노래되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4막에서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는 형관에게 루갈다는 순교를 애절하게 간청하고 망나니가 추는 죽음의 춤 앞에 쓰러졌다. '루갈다'의 대미는 남녀 주인공이 천상에서 만나는 장면이 장식했다. 무대 계단 위 꽃가루가 흩날리는 가운데 요한과의 재회로 루갈다가 꿈꾸던 낙원이 그려지며 웅장한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의 창작오페라로 기대를 모았던 '루갈다'는 종교인에게는 감동을, 비종교인에게는 다소 지루함을 주며 전주 공연을 마쳤다.

 

(사)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루갈다'가 천주교 전주교구·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방송 주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지난 18일에서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모두 4차례 공연을 했다. 지성호 작곡, 김정수 대본, 이일구 지휘, 김홍승 연출로 남녀 주인공의 만남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극적인 사건을 4막으로 구성했다.

 

무대 배경, 음악, 연기 등 2시간30분 남짓한 시간동안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줬다는 게 관객들의 평이다. 판소리 명창인 방수미(국립민속국악원 수석단원)·김금희(원광대 외래교수)의 도창(導唱)의 경우 막과 막 사이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했다. 인물의 동선을 대부분 무대 앞쪽으로 배치해 소리의 전달도 용이했다.

 

관객 대부분이 천주교인이었던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잦은 기도 장면과 성가적인 합창곡은 비종교인이 듣기에는 엄숙함의 연속이었다. 대중 오페라로 올려진 작품인 만큼 좀더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모 씨(62·전주시 삼천동)는 "지역에서 이런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초남이 성지를 걷던 기억이 떠오르며 내용에 자체에 빠졌다"며 "항상 듣던 이야기인데 시각적으로 보니 감동적이었고 200년 전 신앙을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신앙을 잘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김모 씨(20·전주시 동산동)는 "평소 서양오페라를 접해봐서인지 이번 작품은 종교극으로 너무 엄숙하고 무거웠다"고 평했다.

 

극본을 쓴 전주대 김정수 교수(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는 "신앙과 순교가 주제인 만큼 기도 부분이 주요 장면이 됐다"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고, 짜임새 있다는 평이지만 부족한 부분은 계속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