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쉼 없이 춤으로 살아온 문 단장은 40여년 춤 인생을 돌아보며 "열심히 했고,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도립국악원이 올 연말로 정년퇴직하는 그를 위해 헌정무대를 마련했다. '무용결에 실려 온 문정근의 옛춤, 끝이 없는 길'(31일 저녁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그는 춤 인생 40여년 중 절반 가까운 16년을 도립국악원 무용단과 함께 하며 전라도 춤의 깊이와 향을 짙게 했다. 전통춤의 복원과 재연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온 그의 열정은 무용단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소품을 포함해 무대에 올린 창작무용만 50개 작품에 이른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창작무용의 그릇에 전통의 맥을 담은' 무용인이라는 평을 받는 배경이다.
문 단장이 그동안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전라삼현승무의 복원. 국가 혹은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승무가 다양하게 공연되는 상황에서 전북지역 승무를 근간으로 한 박금슬류 승무 복원을 통해 전북 전통춤을 되살리는 데 몸과 마음을 불살랐다. 자칫 사라질 수 있었던 전라도 춤사위의 복원을 바탕으로 그는 2010년 전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학농민혁명 민초들의 삶을 그린 '파랑새'와 모악산의 민속과 역사를 춤으로 담은 '모악', 전주 8경을 배경으로 삼은 '길, 춤사위로 묻다' 등 전북의 뿌리를 춤사위로 찾으려는 작업들도 전북 무용사에 큰 족적이 되고 있다.
그 스스로는 무용단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2006년 대통령 문화사절단으로 중남미 3개국과 스페인·이탈리아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이번 정년퇴임 헌정 무대는 그의 애정이 담긴 8개의 소품이 오른다. 특히 박금술 선생에게 사사한 '번뇌'작품이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고성오광대의 문둥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나병환자의 애환을 표현한 춤으로, 너무 고통스러운 표현 때문에 주변에서 만류해 한동안 무대에 올리지 않은 작품이란다. 박금술류 승무 또한 문 원장만의 독특한 춤사위를 접할 수 있는 무대다.
공연에는 동고동락해온 도립무용단 단원들이 출연해 문 단장의 발자취를 함께 기념한다.
문 단장은 12월 4일 개인 발표회와 국악원 송년의 밤을 끝으로 국악원을 떠나지만, 무용 꿈나무 육성으로 제2의 무용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국악원에서 올린 어린이 무용극'미스콩'공연에 보여준 호응도 무용 꿈나무 양성을 생각해온 그에게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