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전주 한옥마을도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이면 찻집, 상점, 음식점 너 나 할 것 없이 문을 내려 고요한 한옥 풍광만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하지만 지난 26일,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고즈넉한 한옥 안뜰에 관객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와지붕과 한옥문살을 배경으로 한 소리와 몸짓은 정취에 볼거리가 더해져 방문객을 신명으로 이끌었다.
매주 목·금요일 전주 한옥마을 내 전주소리문화관에서 펼쳐지는 한옥마을 평일상설공연 ‘유유자적’이 지난 26일 오후 8시 첫 무대를 가졌다.
170여 석의 객석은 가득 찼고 주변 대청마루나 돌계단에 걸터앉는 사람들도 보였다. 개막 공연답게 전통 타악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타악단체 ‘동남풍’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비보이(b-boy) 단체 ‘라스트포원’, DJ원우가 참여해 화려한 기량을 선보였다.
관객들의 복을 축원하는 동남풍의 ‘문(門)굿’과 ‘비나리’ 공연으로 무대를 열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세 가지 가락을 집대성한 ‘삼도농악가락’을 통해 우리 소리를 들려줬다. 한 외국인 관객은 공연에 들떠 무대 위 타악 연주자들을 따라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소리는 담을 타고 넘어가 인근 숙박객들의 흥도 일깨웠다. 사물놀이를 15년 간 해왔다는 한 관람객은 “전주에 여행와서 관광 후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풍부한 국악 소리에 놀라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중간 얄궂은 가랑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관객들은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전통 판굿을 중심으로 태평소, DJ원우의 디제잉, 라스트포원의 역동적인 춤사위가 어우러진 무대는 공연의 절정을 이끌었다.
포항에서 왔다는 관광객 부부는 “전주 한옥마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며 “공연도 흥겨웠고 한옥마을의 낮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동남풍과 라스트포원, 디제잉의 협업 무대는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진다. 뒤이어 ‘널마루무용단’ ‘전주시립극단’등 6개의 문화예술단체가 매주 목·금요일 오후 8시에 순차적으로 출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