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매창' 주역 이은하·배승현·오대원씨 "온 신경이 매창과 유희경의 것처럼 되었죠"

지난해 이어 두번째 공연…빼어난 연기 호평 / "섬세한 감정표현 많아 힘들었지만 성장 기회"

▲ 무용서사극 ‘매창_꽃으로 피다’에서 매창과 유희경을 연기한 이은하, 배승현, 오대원씨(왼쪽부터)가 공연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 여류시인 이매창.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김수현)이 지난해 ‘매창_꽃으로 지다’에 이어 올린 무용서사극 ‘매창_꽃으로 피다’가 지난달 전주에서의 정기공연에 이어 서울과 부안, 김제(24일 오후 7시30분 김제예술회관)에서 순회공연을 갖고 있다.

 

올해 작품은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과 이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역 무용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매창으로 분한 배승현 부수석과 이은하 수석은 올해도 매창을 연기했고, 유희경 역은 오대원 단원이 합류했다. 김수현 단장은 인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 표현도 깊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들에게 2년 연속 배역을 맡겼다. 세 무용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이달초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서울시립무용단과의 교류무대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다.

 

매창과 유희경은 1시간10분동안의 공연을 시종 이끈다. 올해 작품은 두 사람의 처연하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군무도 줄였다. 주역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 그러나 세 단원은 각기 다른 매력과 열정으로 중심에 섰다.

 

배승현 부수석은 감성이 풍부한 서정적인 매창을 그렸다. 매창의 삶에서 무용수로 살아가는 본인의 모습을 본 배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냈다. “빼어난 재주를 지닌 매창은 기생으로 화려해보였지만 외로움과 아픔이 많은 여성이었다”면서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하는 무용수의 길도 반드시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3개월여의 연습과 수차례의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매창의 감정을 품으면서 모든 신경이 매창의 것처럼 되었다”는 배씨는 “매창을 내려놓을 때가 되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쉽다”고 했다.

 

이은하 수석은 무대장악력이 장점이다.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감정 연기까지 해야 해 부담은 컸지만 그리던 배역이라 기쁘게 맞이했다. “전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의 춤 비중이 커졌고, 감당해야 할 시간도 늘어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부담과 책임감으로 연습도 공연처럼 했다는 이씨는 연습과정에서의 단원들의 평가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매창에 대한 아쉬움을 새 작품에 쏟겠다”고 털어놓았다.

 

오대원 단원은 지난해 초 무용단에 입단한 새내기다.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적인 춤과 접목한 이번 작품에서 오씨는 무대를 아우르는 탁월한 기량으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매창의 시를 보며 느낀 감정으로 작품을 해석했다”는 그는 “유희경으로 사는 동안 새로운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연 내내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했고, 매우 섬세한 감정이 필요해 힘은 들었지만 큰 관문을 하나 거친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김 단장은 “무용단 단원들의 가능성을 찾고 지원하기 위해 주역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목요상설무대 연출을 하게 하는 등 기획능력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