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미술의 가능성 연다

익산예술전당, 작가 6명 선정 / 8일~9월 18일까지 기획전시 /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세미나도

▲ 김수자 作 ‘日記' 85-10’

전북지역 미술계가 예술인의 작품 활동에 비해 이에 대한 평론과 담론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다양한 교류를 통한 질적 확장보다는 전시 나열에 그친다는 것. 글로컬리즘(glocalism·세계화와 지역화를 결합한 새로운 용어)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과 지역이 분리된 화단에서는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 거대한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과연 지역미술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익산예술의전당(소장 이영성), (재)익산문화재단(이사장 정헌율)과 (사)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김이순)가 전시와 평론, 세미나 등을 연계해 전북과 지역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핀다.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은 오는 8일부터 9월 18일까지 전당 내 미술관에서 기획전 ‘전북지역 작가 재조명:미술가의 언어’를 연다.

▲ 조헌 作 ‘강아지를 안고 있는 아이’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작가를 선정했다. 지역 미술의 현주소와 발전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김수자, 김상태, 선기현, 엄혁용, 이강원, 조헌 등 6명이다. 협회는 익산문화재단과 익산예술의전당이 1차로 선정한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작업세계를 꼼꼼히 살폈다. 선정된 이들은 1980년대 후반 등단 이후 작품 형식과 내용, 의미와 주제, 설치방법 등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자신만의 주관과 개성을 잘 표출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수자는 여성 고유의 감수성과 자의식을 얼기설기 바느질한 옷에 투영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엄혁용은 다양한 재료와 실험적 형식에 현실적 화두를 담아낸다. 선기현은 고급예술에 반항하는 키치(kisch)적인 작품부터 구상화, 반추상화 등 장르의 경계를 없앤다.

 

김상태는 존재의 흔적과 일상의 풍경을 즉흥적으로 형상화한다. 덧칠을 반복한 원색은 작가만의 정체성이 묻어난다. 조헌은 일그러진 이목구비, 무기력한 표정, 광기 어린 공격적인 시선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모순된 사회를 담아낸다. 이강원은 먹과 농담의 향기를 먹빛 호수 형식으로 만든 설치작품 ‘심연(深淵)’을 선보인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비현실을 현실화시킨다.

 

전시와 함께 ‘(사)한국미술평론가협회와 함께하는 지역작가 재조명 세미나’가 8일 오후 3시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이 세미나는 지역미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고 역량 있는 지역작가 발굴 등을 위해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자리다.

 

윤우학 협회 고문이 ‘현대미술의 새삼스러운, 새로운 방향-한국현대미술의 전개를 위해’를 주제로 기조발제 하고, 최형순 협회 주간이 ‘전북현대미술과 오늘의 작가들’, 김병수 미술평론가가 ‘지구/지역 시대의 지역과 미술’을 주제로 발제한다. 토론자로는 김진엽 협회 총무, 김수진 미술평론가, 임재광 협회 감사, 김이순 협회장이 참여한다.

 

9일에는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이태호 익산문화재단 사무국장,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가 작가들과 ‘현대미술과 익산, 그리고 전북 참여작가와의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