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은 무심한 듯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첩된 시간과 그 안에 쓰여진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촘촘하게 엮여있다. 묵직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화면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 서학동 사진관(관장 김지연)이 풍경속에서 세상을 읽는 기획전 ‘어떤 풍경에 대한 반성’을 연다. 대상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오랜 탐구로 자신만의 풍경을 담아내는 김영경 김진호 손이숙 작가의 ‘풍경’을 모두어낸다.
최근 군산과 익산 등 전북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경 작가는 도시의 골목길과 집에 천착하고 있다. 집과 골목은 도시를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만들어주는 콘텐츠이자 역사이다. 퇴적된 시간과 왜곡이 빚어낸 휘어진 골목길은 도시의 부조리와 상처를 보여주는 단편이다. 개발로 사라지는 도시의 옛 모습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라는 주제로 도시의 모퉁이를 담아냈다.
김진호 작가도 소외되고 보잘것 없는 풍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해안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에 의해 변화하는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자연의 본성(Wild)’과 ‘그보다 더 훨씬 야만적인 인간의 욕망(Wilder)’이 갈등하는 현실을 보여주려 한다. 이번 전시에도 그동안의 작업을 잇는 ‘와일드 와일더 웨스트((Wild Wilder West)’를 선보인다. 해변 공터의 우뚝 솟은 전봇대와 어지러운 전선,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제방 등 본성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과 함께 고즈넉하고 서정적인 서해안 풍경도 보여준다.
손이숙 작가는 둥근 지구에서 ‘평평한 땅’을 바라본다. 작가는 서울 변두리에서 마주한 풍경에서 지평선 아래 낭떠러지가 있을 것 같은 스산함을 느꼈다. 흔하지만 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불편한 풍경을 들여다본다. 사람이 떠난 듯한 한적한 동네에서 버티고 견디고 있는 피사체를 통해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는 녹슨 양철담과 텅빈 동네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는 6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