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문화재여행 기대했는데…2% 부족

전주, 조명시설·안내 등 운영 미숙 / 군산, 문화재 연계한 프로그램 부실

▲ 전주천 ‘쪽배살풀이’.

전주시와 군산시가 문화재청의 ‘2016 문화재 야행(夜行) 10대 도시’에 선정돼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야간 문화재 향유 투어를 열었다.

 

문화재 야행은 밤에 문화재를 개방하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 문화재의 새로운 모습 발견과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의 행사다. 전주와 군산은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문화재와 연계한 공연과 전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주는 한옥마을 내 거점 문화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으며, 군산도 근대문화유산의 거리에서 야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주 야행은 문화재를 활용한 프로그램 기획은 돋보였지만 운영 등이 미숙했고, 군산은 시민 참여는 높았지만 문화재와 연계한 기획이 아쉬웠다. 두 지역 행사 모두 야간 투어를 위한 편의시설은 부족했다.

 

△전주야행

▲ 전주 향교서 열린 ‘묵향청음 선비와풍류’.

전주야행추진단은 지난 12일~13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경기전과 전동성당, 향교, 오목대, 국립무형유산원 등 21개소에서 36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전과 오목대, 전동성당 등 거점시설에서 열린 프로그램은 문화재의 공간적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완성도가 떨어졌다.

 

대표 행사격인 경기전 헌다례(전통 다례)는 전통제례의 일부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전동성당의 성음악회와 전주향교의 풍류 공연, 오목대의 문화재 낭송대회는 문화재와 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주천 쪽배살풀이와 주요 문화재 연결을 위해 곳곳에서 열린 버스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 전주 경기전서 열린 ‘헌다례’.

조명 등 무대 시설과 행사장 안내 등 전반적인 운영은 부실했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무형유산원 등 주요 행사장을 제외한 곳에는 안내자가 없었고, 야간 프로그램인데도 공연 등을 위한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한옥마을 전체적으로 조명도 부족했다.

 

특히 주요 문화재를 연계하는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전주천 쪽배살풀이 공연장까지 가는 길은 조명이 없어 접근조차 어려웠다.

 

문화재 거점 연결을 위해 마련한 버스킹은 도내 예술인 80여명이 참여해 한옥마을 곳곳에서 열렸지만 홍보가 부족해 관람객 없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경기전 일대를 제외하고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불편했다”면서 “개별행사장이 고립돼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을 모아낸 것처럼 보인다”면서 “대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주야행추진단은 이번 행사를 보완해 오는 9월 30일 한차례 더 야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군산야행

▲ 금강 야행 콘서트.

군산도 지난 13일~14일 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유산의 거리에서 ‘군산 야행’이 열었다. 전시와 문화재 답사, 공연, 플리마켓, 체험활동 등 40여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사업 취지와 거리가 먼 볼거리 위주의 행사가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문화재와 연계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드물었다. 동국사 등 일부 문화재는 야간에 개방했다는 점 외에 특별한 기획은 없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기존 상설행사를 연장하거나 사진촬영과 만들기, 시식 등 일반적인 체험행사가 추가됐다. 근대역사박물관 특설무대에 군산-서천 화합 한마당을 주제로 대중 가수들이 출연한 한여름밤 금강 야행 콘서트가 열렸지만 이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역 문화기획자는 “대형 공연은 물론 군산상고와 함께하는 포토타임, 테디베어 뮤지엄 입장료 할인 등이 문화재 사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행사를 기획해 오밀조밀하게 엮은 것이 아니라 군산의 유명한 것들을 다 모아 주먹구구식으로 보여준 느낌이다”고 말했다.

▲ 군산 근대문화유산 사진 전시회.

반면 행사 안내와 진행, 홍보 등 전반적인 운영은 안정적이었다. 야행이 열리는 동안 근대문화유산의 거리는 야행을 즐기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행사가 열리는 곳이 거리에 산재해 있어 구간이 넓었지만 탐방로를 따라 등불을 설치해 이동이 편리했다. 길목마다 안내자를 배치해 관람을 도왔다. 거리 곳곳에 체험과 전시, 포토존을 마련해 이동의 지루함도 덜었다.

 

그러나 등불 거리를 제외한 곳은 조명이나 안내판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거리 퍼레이드와 개막식 때는 차량 통제 등 안전관리에도 소홀했다.

은수정, 김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