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정서가 담긴 노래 ‘아리랑’, 그리고 일제강점기 민족의 삶을 영상에 담은 춘사 나운규(1902∼1937)와 그의 영화 ‘아리랑’. 국립민속국악원(원장 박호성)이 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민족의 애환을 조명하는 창작 창극 ‘나운규, 아리랑’을 다음달 2~4일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첫 선을 보인다.
‘나운규, 아리랑’은 국악원이 지난해 4월 창극 소재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작품으로, 영화 ‘아리랑’이 창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박호성 원장은 “ ‘아리랑’은 역사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또한 민족성과 세계성을 두루 갖춘 소재여서 공감대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국립민속국악원이 동 시대의 이야기를 담는 첫 현대창극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극본은 최현묵 극작가가 썼고, 오페라와 창극을 두루 연출한 정갑균씨가 연출을 맡았다. 작창은 안숙선 명창이, 작·편곡은 양승환 작곡가, 안무는 복미경 안무자가 참여했다.
작품은 춘사 나운규의 삶과 작품을 현대에 투영한다. 춘사와 이름이 같은 현대의 나운규는 창극배우다. 그는 영화 ‘아리랑’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의 변사를 맡는다. 영화 ‘아리랑’은 1926년 상영된 흑백 무성영화로, 불우한 현실때문에 정신이상자가 된 주인공이 가족을 괴롭히는 지주를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혀 가는 내용이다. 민족의 삶을 투사한 내용과 주제곡 ‘아리랑’이 당시 민족혼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현묵 작가는 “춘사 나운규의 생애와 그의 대표작 ‘아리랑’의 줄거리를 보여주는 것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고뇌와 슬픔, 희망과 좌절, 진정한 예술에 대한 고민 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작품에는 다양한 ‘아리랑’이 등장한다. 본조아리랑을 중심으로 구아리랑, 1896년 미국인 헐버트박사가 채보한 헐버트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상주아리랑 등이다. 또한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와 진도 씻김굿의 ‘길닦음’노래, 제주민요 ‘용천검’, 그리고 ‘풍물놀이’등이 등장한다.
정갑균 연출가는 “1926년 춘사는 왜 아리랑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을까를 내내 화두로 삼았다”면서 “창극은 음악극으로서의 창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아리랑의 현대적 승화,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자화상을 작품에 녹여내는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나운규 역은 국악원 창극단 김대일·정민영 단원이 맡았고, 창극단·기악단·무용단이 출연한다.
9월 2일 오후 7시30분과 3·4일 오후 3시 남원에서 공연하며, 이후 부산(9월 23~25일 국립부산국악원) 대구(10월 1~2일 대구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 대전(10월 14~16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도 순회공연을 갖는다. 내년 초에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은 무료.
한편 국립민속국악원은 9월 2일 오후 1시부터 국악원 예음헌에서 ‘창극 ‘나운규, 아리랑’기념 제2회 대한민국 민속악포럼’을 연다. 영화 ‘아리랑’에 대한 조명과 국악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진다. 문의 063-620-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