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멋스러운…생동감 넘치는 오방색 그릇

이광진 교수 열번째 개인전 서울서

▲ 이광진 作 ‘기’

이광진 원광대 교수가 천착하고 있는 ‘기(器)’는 쓰임새를 중시하는 공예의 본질을 우선하면서도 형태와 표면장식의 변화로 조형미를 추구한다. 40여년동안 일관되면서도 지속적인 변주로 ‘器’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거듭해왔다.

 

이 교수가 열번째 개인전을 연다. 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30여년간 봉직했던 대학 강단을 갈무리하는 자리다.

 

백자토나 청자토를 빚어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여기에 겹겹이 쌓여지는 분장토로 무형의 의미를 표출하는 작업방식은 그의 작품세계의 상징이다.

 

특히 도자기 위에 붙인 종이를 찢으면서 생기는 문양에 색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구획된 장식들이 서로 겹치고 반복되며 만들어낸 조형미는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질서로 표현된다. 또한 층을 이루는 분장토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입체감도 멋스럽다. 잠재된 내면이 문양에서 나타나는 선의 흐름과 중첩된 색으로 표현된 것. 그의 작품은 형태와 문양, 색이 이뤄내는 조화와 균형의 원리가 돋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이전의 것보다 화려해지고, 형태도 다양해졌다. 흙이 내는 자연의 색에 전통의 오방색을 더했다. 색이 늘어나면서 종이를 덧붙이는 과정이 늘어났지만 전통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삶의 표현이 두드러졌다. ‘器’의 형태도 물레작업은 정형보다는 비정형의 입체감을 강조해 태동하는 생명력을 표현했다. 사각판상기법과 평면 도판작업도 새롭게 선보이는데, 이들 작품은 회화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다. 가마 온도에 따른 색상의 변화도 다채로워졌다.

 

이 교수는 “백색토에 오방색을 입힌 작업이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儉而不陋 華而不侈) 느낌을 준다”면서 “오랫만의 작품을 내보이며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근작을 중심으로 50여점을 선보이는데, 작품세계를 되짚어보는 초창기 작품도 일부 전시한다.

 

익산 한국공예대전을 이끌고 있으며, 사)한국공예문화협회와 한국공예가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광대 미술대학장과 미술관장·박물관장 등을 지냈으며, 이달말로 퇴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