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미 작가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작업은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다. 소용이 다했거나 잊혀져가는 대상을 다시 불러 삶의 흔적을 되짚고 공감하는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가 공간과 시간의 이야기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5년여 전부터. 부모님의 옛 사진을 보다가 그 시절 그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부터 가족사진을 오브제로 택했고, 재봉틀과 대야 시루 등 옛 시간의 물건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나눌 수 있는 호흡(Sharing a Breathe)’이다.
4년여 만에 마련한 열한번째 개인전도 연장선에 있다. ‘나눌 수 있는 호흡 Ⅱ’를 주제로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는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주발의 등장이 잦아졌다. 그가 바라보는 주발(밥그릇)은 곧 생명과 탄생이다. 2013년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시에서 접한 고재(故材)와 못, 텍스트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들은 사람과 인연, 말이라는 작가의 언어로 재탄생했다. 그의 오브제는 새로운 만남과 생명,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보편적인 정서를 상기시킬 수 있는 오브제와 이들과 함께 생활한 인물군상이 한 화면에서 호흡하는 것은 주체와 대상이라는 관계형성 외에 서로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형태가 변하게 된 소도구를 통해 사물과 인물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회화, 공예를 두루 섭렵한 작가는 실크스크린에 회화적 요소를 더하고 오브제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으로 작업에 변주를 줬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평면작품과 함께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30일부터 9월 4일까지 전주 교동아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