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독서열풍 이끈 '태인 방각본'

정읍시립박물관, 기획 특별전 / 서적·그림·목판 등 176점 전시 / 27일 토크쇼·29일 제작과정 특강

▲ 문학·역사 관련 책들.

‘방각본’은 민간 출판업자가 판매를 위해 만든 책으로, 전북 태인(오늘날 정읍의 옛 지명)에서 만든 것이 ‘태인 방각본’이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많이 거주하고 상업이 활발했던 태인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일찍 방각본을 만들기 시작했고, 18-19세기에는 방각본 출판을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태인 방각본이 발간되면서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서적을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올해는 태인 사람 전이채가 1796년 <상설고문진보대전> 을 개판해 태인 방각본이 탄생한 지 220주년 되는 해. 이를 기념해 정읍시립박물관(관장 고정희)이 오는 11월 6일까지 태인 방각본의 출현 과정과 특징을 조명하는 기획특별전 ‘조선 출판인쇄문화의 판도라-태인방각본’을 연다.

 

이민석 학예연구사는 “조선후기 민간 출판문화의 지평을 연 태인 방각본은 서울 경판본, 전주 완판본과 함께 조선 후기 출판인쇄술을 주도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면서 “태인 방각본을 비롯해 정읍의 유서 깊은 출판·인쇄문화를 집중 탐구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서적 그림 목판 등 176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제1부 ‘조선시대 베스트셀러, 태인 방각본’에서는 태인 방각본으로 제작된 서적을 전시한다. <상설고문진보대전> <증산염락풍아> <사문유취초> <대명율시> <공자가어> <농가집성> 등 15종이다.

 

이와 함께 제작 배경과 특징을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태인 방각본은 <동자습> <명심보감> 등 어린이 교육용 도서와 <농가집성> <구황촬요> 등 농사기술과 관련된 실용성 있는 책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공자가어> <공자통기> 등 공자와 관련된 서적도 많다.

 

제2부 ‘태산선비문화의꽃, 태인 옛 책’에서는 태인지역에서 태인 방각본 출판 전후에 간행된 여러 가지 옛 책들을 볼 수 있다. 타지역과 태인의 인쇄술을 비교해볼 수 있는 제3부 ‘다른 지역의 방각본’에서는 서울, 전주, 대구에서 간행한 책을 소개한다. 1900년대 초 국문 소설류를 신식 활판 인쇄기로 찍어 발간한 책 ‘딱지본’도 전시한다.

 

태인 지역은 방각본이 성행하기 이전에도 기록문화 활동이 활발했다. 특히 금속활자 인쇄본 중 가장 오래된 <직지> 를 편저한 백운화상이 정읍 고부 출신이다. 전시에서는 백운화상에 대한 자료, 그의 제자들이 간행한 불경 등을 통해 그의 자취를 더듬는다.

 

한편, 전시 이해를 도울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27일 오후 3시 정읍시립박물관 문화체험실에서는 ‘태인 방각본 토크쇼’가 열린다. 방각본 전문가인 이태영 전북대교수와 태인 선비문화에 대해 연구한 유종국 전북과학대 교수,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왕기석 명창이 참여해 전시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설한다. 또한 조선시대 유교사회와 선비문화, 정읍이 가야할 문화의 방향 등에 대해서도 토론한다. 왕 명창은 선비문화와 관련한 판소리 대목을 들려준다.

 

28일 오후 3시에는 조승빈 판각가가 방각본 목판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