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인간 이성계 통해 시대정신 '음미'

15~16일 전북도립국악원 30주년기념 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 / 국악·서양악기 혼용 음악 편성 / 김홍승·조통달 등 전문가 참여

▲ 오는 15~16일 공연할 전북도립국악원 개원 30주년 대표공연 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연습 장면.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은 전북도립국악원(원장 곽승기)의 기념공연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특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 작품공모부터 대본창작과 연습 등 준비기간만 10여개월. 도립국악원이 야심차게 내놓는 창작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가 오는 15~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첫 선을 보인다.

 

‘시골무사가 해를 쏜다. 온 세상아 칭송하라. 새 나라를 세웠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부패한 권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영웅 이성계, 그는 행복했을까. 작품은 익히 알려진 영웅 이성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적 고뇌와 회한에 초점을 둔다. 대본을 쓴 곽병창씨는 “야망과 난세의 소용돌이보다는 권력의 뒤안길에서 고뇌하고 아파하는 인간 이성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이성계 뿐 아니라 아들과 부인들의 인물대비를 통해 상반되는 캐릭터 속에서 나약한 인간 이성계의 모습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창극은 함경도 변방의 장수 이성계가 이름을 떨친후 혁명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권좌에서 내려오기까지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극본은 판소리가 지닌 고졸하고 절절한 아름다움에 바탕을 뒀지만 음악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감싼다.

 

음악은 창극의 전통적 반주형식인 수성반주에서 벗어나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혼용된 관현악편성에 맞춰 작·편곡했다. 음악을 맡은 이용탁 작곡가는 “전쟁과 연희 등 다양한 서사에 맞춰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다”면서 “특히 왕의 위엄을 느낄 수 있도록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전폐희문’을 바탕으로 편곡했다”고 밝혔다. 작품 내내 연주되는 음악은 독립적인 음악곡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도 기존 창극과는 차별을 둔다. 전주한지를 상징하는 흰 바탕의 세트위에 태조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장면에 따라 사실적 또는 상징적인 영상을 다채롭게 활용한다.

 

창극 제작에는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창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작품을 만들어온 김홍승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이용탁 작곡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로 활동중이며, 창극과 오페라 뮤지컬 음악 등을 해왔다. 작창과 총감독은 조통달 국악원 창극단장이, 무용은 김수현 국악원 무용단장이 맡았다.

 

김홍승 연출가는 “왜 전주에서 이성계를 이야기하는지를 정서적으로 접근했다. 오목대잔치에서 부른 대풍가를 통해 황폐해진 나라를 세우려는 이성계의 의미가 부각된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의지가 곧 호남의 비상이란 것이다. 전주의 혼을 가지고 대망을 꾼 이성계를 통해 우리가 지키고 계승해야 할 정신을 작품속에 녹였다”고 밝혔다.

 

이충헌 창극단원이 이성계 역을, 이방원 역은 김도현 단원, 정도전 역은 박건 단원이 맡았다. 고양곤(정몽주 역), 김광오(최영 역), 장문희·박영순(한씨부인 역), 차복순·최현주(강씨부인 역) 단원 등 창극단과 무용단, 관현악단, 객원 등 모두 140여명이 참여한다.

 

15일 오후 7시와 16일 오후 3시 두차례 공연하며, 무료다. 국악원 홈페이지(www.kukakwon.or.kr, 063-290-5531)로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