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화가가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벌써 55년이다. 좋은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몰두했던 고교생은 ‘기억의 단편’ ‘불타는 기린’ 등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에 충격을 받고 마그리트에 심취했던 학창시절, 1970~80년대 시대를 그림으로 품었던 격동기를 지나 머리가 희끗한 고희(古稀)가 됐다.
소년시절의 꿈이 까마득한 별처럼 보이는 지금의 시점에서 그림과 함께 해온 지난 작품세계를 돌아본다. 그의 삶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오는 22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그가 2006년 퇴직한 이후 작업한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전시한다. 19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에서는 역시 퇴직 이후 작업 중에서도 말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술인이 시대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그는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1970년대부터 약 20년 간 한국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교편을 내려놓은 이후에는 작업 주제와 방향을 바꿔 ‘초현실적 환상’을 그리는데 집중해왔다. 오랫동안 굳어진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에 걱정도 있었지만 어릴적부터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난 삶을 통한 ‘과거의 기억’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접목해 환상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것들을 이질적으로 조합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현실을 초월한 듯한 그림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언제 봐도 권태롭지 않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인 현장과 현대 풍경을 합성해 제작하는 방식은 기록화적인 보편적 내재성을 함축하고 있다”면서 “세속적인 일상을 뛰어넘어 영원의 세계를 향한 간절한 몸짓”이라고 평했다.
고창 출생인 그는 고창고, 전주사대부고, 신림고, 덕수고에서 약 30년 간 재직했다. 전북미술대전, 온고을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