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상반된 개념들, 동그라미와 네모, 막힌 것과 뚫린 것, 안과 밖, 볼록한 것과 오목한 것, 거친 것과 고운 것. 대비시켜보면 결국 그것들은 서로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작가 노트 중)
묵직하고 진중한 작업을 보여주는 한정무 조각가가 올해 우진문화재단(이사장 김선희) 청년작가 초대전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그의 신작들은 17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 작가는 ‘소통’과 ‘관계’를 오랫동안 작품 주제로 끌어왔다. 이번 신작 역시 맥을 같이하지만 ‘이분법적인 관계항’에 더욱 주목했다.
서로 다른, 어쩌면 대칭점에 서 있는 듯한 조형이 점점 변하여 마침내 결국 같은 모양이었다면 관객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한 작가의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태호 미술평론가는 이에 대해 “ ‘나’에 대한 존재 물음에서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만남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들에 주목하면서 이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한정무의 조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게 하는 매개항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내 작품을 통해서 대비되는 것들이 닮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통로’를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작업을 통해 지금의 나의 의식 너머 새로운 당위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