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야 한다. 모진 바람 몰아쳐도 눕지 않는 들풀처럼, 다시 피는 들꽃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는 것이 백성들의 천명. 살아남아 천명을 이루어라.”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 연주자들이 걸작을 만들어 냈다. 동학농민혁명 현장을 생생히 재현한 무대, 배우들과 연주자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연주, 백성의 소리를 담은 작곡 등이 혼연일체 된 공연. 관객은 123년 전 동학농민혁명 속 백성이 되어 울고 웃었다.
지난 12일 정읍시 황토현전적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제 50주년과 동학농민혁명 123주년을 기념한 국악오페라 ‘천명’이 올려졌다. 지난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지난 2004년 동학농민혁명 11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천명’의 세 번째 버전이다.
출연 인원과 무대,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초대형을 자랑하는 ‘천명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충분했다. 어두운 구름은 세상 하나뿐인 지붕이 되고 배경이 되었다. 25톤 트럭 50대 분량의 흙을 투입해 만든 무대는 수백 그루의 대나무 등 지형, 지물과 어우러져 현장감을 살렸다. 200명이 넘는 출연 인원이 횃불이나 죽창, 깃발 등을 든 자체만으로도 무대 효과를 연출했다.
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창극단과 정읍사국악단의 연주와 방창, 합창은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과 인물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무용 등 기량도 수준급이었다.
관객들은 학정을 비웃고 분노했다. 고부군수 조병갑을 처단하기 위해 백성들이 곡괭이와 호미를 들고 일어설 때 관객들은 “처단하라”를 외쳤다. 백성들이 함성을 외칠 때 관객들도 더 큰 함성으로 호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