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담긴 역사, 문화를 알지 못해도 종이가 가진 성질은 느낄 수 있어요. 오히려 한지의 다양한 활용성을 알아보는 자유로운 기회이기도 하죠.”
전주한지문화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된 ‘해외 작가 미국 밀워키 한지 특별 초청전’이 25일까지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한지로 작업하는 해외 작가들과 전북지역 김혜미자 명인과의 인연으로 마련됐다. 김 명인은 “지난해 미국에서 이들의 작품을 봤는데 한지와 기법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해 깜짝 놀랐다”면서 “국내 작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청전에는 리나 윤, 쥴리 반더밸른, 너말 라쟈, 크리스티아나 그라우어트, 첼시 홀튼, 제시카 뮤닝 개어, 마나 브라우너 등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 지역의 밀워키 예술대 교수 겸 작가 7명이 참여했다.
5년간 한지 작업을 이어온 마나 브라우너는 “한지가 찢어지기 쉽고 연약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벽지, 창호지 등으로도 쓰이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정관념이 깨졌다”면서 “조형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소재”라고 호평했다.
쥴리 반더밸른은 작품이 동양적이라는 질문에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때 수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면서 “한지를 대하는 정신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재료에 담긴 의미를 알지 못하고 단순히 빌려 쓰는 것은 의미 없다는 말도 듣는데, 문화를 알고 한지를 쓰는 것도 좋지만 한지를 쓰면서 문화를 아는 것도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전통 문양을 새기는 것은 거짓 작업인 것 같고, 한지에 각자의 문화·가치관 등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해요. 해외에서 동양 종이라고 하면 일본·태국의 것이 유명한데, 앞으로 우리들의 작업을 통해 한지가 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