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에서 소라잡이에 나선 잠수부들이 고려청자 243점을 발견했다. 지역에 바다 물길을 막는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물길의 변화가 생기고 갯벌 속에 묻혀 있던 유물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후 군산 십이동파도 해역(2003~2004년), 군산 야미도(2008~2009년)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고려시대 청자를 운반하던 배인 십이동파도선을 비롯한 도자기, 닻돌, 철제 솥, 시루, 밧줄 등 1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이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과 특별전 ‘침몰선에 실렸던 고려 사람들의 꿈’을 23일부터 9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수중 고고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전북 서해안 일대 수중문화재 조사 성과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닷길을 통해 유물을 운반했던 고려인들의 삶과 서해안 바닷길의 가치를 살피는 취지도 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고, 출토 유물 중 3000여 점을 전시한다. 1부는 대동여지도, 동여도 등 우리나라 고지도와 영국인인 바실 홀(Basil Hall)이 쓴 <조선·유구항해기> 를 통해 전북의 인문지리적 환경을 소개하고, 수중 고고학 및 수중문화재 조사 방법을 설명한다. 2~4부에서는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들인 비안도, 십이동파도, 야미도에서 건져 낸 다양한 고려시대 유물을 전시한다. 인양한 유물은 대부분 고려시대의 것으로, 전남 해남·전북 부안 등지에서 생산된 다양한 품질의 청자가 많다. 조선·유구항해기>
특히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십이동파도선’의 선체 일부가 10년 이상의 보존처리를 마친 후 닻돌, 시루, 밧줄 등 선상 생활용품과 함께 전시된다. 5부에서는 고군산군도에서 발견된 유물도 보여준다. 29일까지 오전 11시·오후 3시에 수중탐사로봇 ‘크랩스터’의 문화재 발굴 시연도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특별강연도 열린다. △25일, 고려시대 항해 거점지역으로 자리했던 군산을 알아보는 ‘서긍항로와 군산도 영접’(곽장근 국립군산대 교수) △6월 1일, 세계 해양문화 속 미술을 알아보는 ‘바닷속에서 피어난 미술’(정진국 미술평론가) △6월 8일, 15년간 이뤄낸 전라북도 수중문화재 발굴조사의 성과를 들려주는 ‘수중발굴 이야기’(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관).
같은 기간 박물관 내 시민갤러리에서는 ‘강을 품은 바다’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박물관과 전북도립미술관이 공동 추진한 전시로, 바다와 관련된 회화·설치·영상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박경식, 윤우승, 탁영환 등 9명의 작품이다.
김승희 국립전주박물관장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것처럼 한 시대의 유물만 분절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고려시대의 유물과 오늘날의 현대 미술작품을 한자리에서 보며 바다와 함께 한 우리들의 삶을 아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