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출신의 양규준 작가가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 ‘바람(wind)’을 연다.
‘해마다 봄이 오면 새잎이 돋아나고, 가을이면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어린 나무는 자라서 고목이 되고, 고목은 다시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나무이고 나무가 흙인 셈이다. 그러면 과연 나무의 진실은 무엇인가. 존재는 어디로부터 오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작가 노트 중)
양 작가는 변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닌 불변의 본질을 찾는 것에 집중해왔다. 그의 그림은 주변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헤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낮에는 나무가 보이지만 까만 어둠이 덮이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는 여전히 거기에 있는 것처럼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되짚는다. 색을 잃은 것 같은 검정색은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의 혼합물로, 모든 색을 흡수하는 포용력을 갖는다. 그의 검은 단색화는 ‘무(無)’가 아닌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유(有)’다. 양 작가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이따금씩 반짝이는 색들은 내 삶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들, 희망 그리고 꿈에 관한 기록이다”면서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 나무가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주고를 거쳐 중앙대·뉴질랜드 화이트클리프 미술대학원·오클랜드 미대 대학원 실기과정 등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