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25일까지 열리는 전시 ‘즐거운 일기’에서는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작업해온 여성 작가 박영숙, 김옥선, 이민지, 하시시박, 황예지 등 5명의 작업을 선보인다.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이자 70대인 박영숙부터 20대 초반의 황예지까지 시대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한국’, ‘여성’, ‘사진’, ‘작가’라는 키워드를 나열하지만 한국 여성 사진작가의 계보를 써보려는 시도는 아니다.
7일 서학동사진관에서 전시 ‘즐거운 일기’와 관련해 열린 아트포럼에서 이정민 전시기획자는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면서 “1세대부터 이어져 온 페미니즘의 갈래 사이에서 변화된 모습이나 지점이 있었을 것이고, 그 몇몇의 지점을 짚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트포럼은 오늘날의 페미니즘 미술과 전시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옥선 사진가, 이민지 사진가, 이정민 기획자 등 전시 참여자를 비롯해 양효실 미술비평가, 송수정 전시기획자, 김현주 전시기획자 등이 참여했다.
양효실 미술비평가는 “작업의 공통성을 말하긴 힘들지만 개인 이야기를 담아낸 각자의 작품은 느슨하면서도 과감하다”고 말했다.
또 “남성은 과거 주로 국가와 민족 등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밖에 할 줄 모른다’, 시시한 이야기, 자기 연민에 빠진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남성들이 언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말해본 적이 있었는가. 여성들의 1인칭 이야기, 사적인 발언이 (페미니즘적 맥락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사진이 아닐까”라고 말을 이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박영숙은 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줄 21세기 여신 ‘우마드(WOMAD·여성과 유목민의 합성어)를 창조했다.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 여성의 수동적 이미지에 저항하고 광활한 힘과 자유, 공생의 에너지로 재탄생한다.
외국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촬영한 김옥선은 성별, 국적, 인종 등 관습적 경계를 넘어 ‘관계’ 자체에 주목했다. 이민지는 외할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좇는다. 하시시박은 남편, 아이와 함께한 내밀한 일상을 촬영했다. 황예지는 자신과 연관된 다양한 것들을 촬영해 모아냈다.
송수정 기획자는 “요즘 하시시박의 작품이 SNS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가족과 일상을 포착한 사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특히 최근 주목 받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방에서 밀도 있는 사진 기획을 이어온 서학동 사진관의 행보를 응원하기 위한 전시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의 3탄이기도 하다. 김지연 전주 서학동사진관장은 “매년 열정 있는 기획자가 서학동사진관을 찾아 생기를 불어 넣어줘 감사하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