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살풀이춤과 팔도 살풀이춤이 만났다. 오직 살풀이춤만이 두시간을 채웠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부지불식간에 사라졌다. 개인적인, 지역적인, 계통적인 살풀이춤의 특성을 한 자리에서 만끽하는 성찬이었다.
호남살풀이춤보존회가 지난 7일 오후 7시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호남살풀이춤과 팔도살풀이춤의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살풀이춤을 풀어냈다. 산수(傘壽·80세)를 넘긴 명무들의 무대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했고, 그 무게감만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옛날 이야기를 하듯 살풀이춤의 역사와 특징, 명인을 소개하는 용인대 이병옥 명예교수의 작품 해설은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살풀이춤이 근원성과 지역성, 계통성에 따라 형태, 무대 기법, 의상 등을 어떻게 달리하는지 감상하는 ‘살풀이춤의 축제’였다.
김란(대전시 무형문화재 제20호 살풀이춤 보유자)은 춤의 불모지였던 대전에서 15년째 대전시립무용단을 이끄는 대전 춤 지킴이답게 점잖고 품격있는 춤을 선보였다. 양길순(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전수교육조교)은 살풀이춤 가운데 가장 긴 수건을 사용하는 도살풀이춤을 풀어냈다. 두 손과 양팔을 사용해 선이 크고 무거운 특징이 돋보였다.
이어 고선아(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보유자)는 한성준의 제자인 강선영류 살풀이를 통해 남성적인 재인의 특성, 채상묵(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은 이매방류 살풀이로 기방 예술의 성격을 드러냈다. 엄옥자(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1호 승전무 보유자)의 원향살풀이춤은 뛰어난 무대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김진홍(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 보유자)의 살풀이춤, 권명화(대구시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보유자)의 대구살풀이춤, 최선(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의 호남살풀이춤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영남과 호남의 살풀이춤을 표현했다. 이들은 모두 80세를 넘긴 이 시대의 명무. 관객들은 구음이 아닌 박수로 장단을 맞췄다. 그것은 분명 존경의 박수였다.
한편 팔도살풀이춤의 만남은 해마다 지역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부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