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판소리극 '모돌전'] 배우가 보이고 소리가 들리는 창극

'노트르담 드 파리' 재창작 / 금산사 소재로 쉽게 풀어내 / 무대 영상·국악 연주 조화

▲ 2일 소리전당에서 공연한 판소리극 ‘모돌전’. 사진 제공=제이유창극발전소

모처럼 창극다운 창극이었다. 창극(唱劇)은 창(唱)이 중심이지만, 근래 작품들은 극(劇) 전개를 위해 창을 소비한다. 반면 제이유창극발전소 판소리극 ‘모돌전’은 창과 음악을 중심으로 연극적 요소를 풀어냈다. 국립창극단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소리꾼들은 안정적인 소리와 연기로 각 캐릭터를 소화하고, 국악관현악단은 소리꾼들과 어우러지는 연주로 심간을 울렸다.

 

제이유창극발전소는 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판소리극 ‘모돌전’을 올렸다.

 

‘모돌전’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1831년 작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를 바탕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원작 배경이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라면, 이 작품의 배경은 고려시대 전주 모악산 금산사다. 광대패 모골떼의 사당각시 ‘호란’을 둘러싼 세 가지 사랑을 엮었다. 꼽추 모돌(모악산에서 구르는 돌)의 사랑은 ‘희생’, 금산사 주지 벽파의 사랑은 ‘집착’, 권문세족 최자의 사랑은 ‘쾌락’을 상징한다.

 

미(美)와 추(醜), 빛과 어둠, 성스러움과 속됨이 공존하면서 갈등·대립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적인 가치론을 부각한다. 성스러운 존재는 속된 존재로, 천한 존재는 숭고한 존재로 치환된다. 이를 고려 무신정권,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그려낸다.

 

또 금산사, 풍패향 누각, 폐허가 된 암자 등을 영상으로 대체해 부족한 무대 배경과 장치를 보완했다. 특히 중앙 스크린 앞뒤에서 호란과 최자가 소리 할 때는 극적 효과가 도드라졌다. 무대 양 스크린에 노랫가사 전체를 띄워 대사 전달력도 높였다.

 

판소리계 관계자는 “퓨전 창극 등 창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요즘, 배우가 보이고 소리가 들리는 ‘창극의 미래’를 본 듯하다”며 “자칫 어렵고 난해한 줄거리를 전주 소재로 쉽게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무대 영상과 국악관현악단 연주도 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