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와이 낫?)’
최근 한 연예인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언해 유행어가 된 한마디. 어느 상황과 공간에서도 ‘왜 안 되겠어?’를 외치는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안겼다. 이런 마음가짐을 현대미술에도 접목해본다면 좀 더 작품 세계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을까.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오는 7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여는 전시 ‘의외로 심플한 현대미술’전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데 있어 ‘Why not?’의 열린 자세를 추천한다.
현대미술의 동력은 다양성에 있다. 미술가들은 각자의 방식과 조형언어로 세상을,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한다.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현대미술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현시대의 요구를 표현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여긴다”면서 “관객이 편견이나 상식을 내려놓고 다양성을 수용하면 현대미술은 의외로 간단하고 공감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유한 조형 세계를 갖고 있는 미술가 15명을 초대했다. 김재각, 노재림, 문민, 박성란, 박찬국, 배수영, 서완호, 서웅주, 유용상, 윤민섭, 임희성, 정지필, 차건우, 최원석, 최태훈. ‘현대미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가진 작가들이다.
문민은 어느 철공장에서 20년간 일하던 가장의 망치를 활용했다.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다. 노재림의 작품 속 동전은 부패와 경제 권력의 상징이고, 유리병은 투명성을 의미한다. 그는 돈보다 희망과 치유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박찬국의 궤적 드로잉은 서로 충돌하면서 움직이는 원형적 형태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사물의 우연성을 이야기한다.
배수영은 버려진 폐기물로 조형 작품을 만들어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서완호는 비닐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통해 고독과 소외, 서로가 서로에게 폐쇄적인 현시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캔버스가 구겨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 서웅주의 작품은 줄무늬 색과 배경색의 구분을 통해 심리적 판단과정에서의 선입견을 꼬집고 있다.
유용상은 일회용 종이컵에 여성·욕망을 연상시키는 립스틱 자국을 남긴다. 현대인의 일회적인 사랑과 순간적 욕망에 담겨있는 거짓된 영원성을 이율배반적으로 드러낸다.
생활을 위해 부업으로 명품 브랜드 사진 촬영 등을 했던 정지필은 흔히 굴러다니는 500원짜리 동전을 사진기술과 지식을 동원해 아름답게 촬영, 생활전선과 예술 작업 사이의 괴리감을 풍자했다.
개막식은 7일 오후 4시 전북도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