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때 우연히 본 글씨에 매료돼 판화를 시작했어요. 각자장 집안이거나 어릴 때부터 스승을 모셨던 것은 아니지만 35년 간 숙명처럼 각수(刻手) 일을 해왔습니다. ‘무형문화재’가 아닌 장인들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터득한 ‘손의 힘’이 있거든요. 대중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오는 9일까지 전주 교동아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최완수 각수는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팔만대장경 완성 이후 전통목판의 맥은 끊겼다고 봐요. 또 기계가 목판에 글씨·그림을 새기는 시대가 오니 각수들은 정말 설 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하던 것들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야 제대로 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입니다.”
이번 전시는 자신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사명감을 갖고 전통을 계승하는 장인들에게 건네는 응원이자 위로다. 안중근, 김구 등 역사적인 인물을 명언과 함께 새긴 판화부터 세계 각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세필(細筆)로 그린 그림 등 20여 점을 전시한다.
그는 주로 개인 작업을 하거나 박물관, 전시관 등에서 의뢰를 받아 불경 경판을 만든다. 수입이 마땅치 않은 것도 힘들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길이기에 더욱 힘들었다.
“장인은 손으로 깨달은 사람들이에요. 눈이 침침하고 기력이 쇠해도 농익은 손이 기억하거든요. 그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평생을 하나에 몰두해온 분들은 무형문화재든 아니든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쇠퇴해가는 기능 분야를 예전처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격려 한 번이면 그걸 동력 삼아 작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