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화·예술인이 살던 조용한 동네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 관광지가 된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카페, 거리 음식, 오락실, 한복 대여점 등 상업 공간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꿋꿋이 전주의 문화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민간 문화시설이 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발자취를 돌아보는 기획초대전 ‘2017 젊은 미술전- 교동이 청년작가에게 다시 묻다’를 연다.
교동아트미술관은 지난 2011년부터 지역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유망한 전북지역 청년 작가를 선정하고 ‘젊은 미술전! 이 작가를 주목하라’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기획초대전에는 역대 선정 작가인 이보영·이호철(2011), 황유진(2012), 서완호(2013), 김성수(2014), 정소라(2015), 이주원(2016)이 참여해 대표작과 근작들을 선보인다. 제작 과정을 면면히 살펴볼 수 있는 자료도 전시한다. 10년간의 활동을 청년 작가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사회변화 속 현대인과 자신에 대한 관찰이 두드러진다.
이보영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소외돼 가는 인간을 주목한다. 작품은 밝고 경쾌해 보이지만 소외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 변화와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표출 등을 표현한 것이다.
이호철의 작품 ‘진화인간’에는 ‘현대사회는 사회적 약자가 더 많고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역설적으로 말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
서완호 작가는 무의식 속에 있는 불안과 공포, 그것을 투영하는 도시의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수집한다.
김성수 작가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으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현대사회를 담아냈다. 치열함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을 보듬는 조화로운 세계관까지 담고자 한다.
이주원 작가는 이동수단의 발달에 ‘걷는 것’의 필요성을 잃어 무감각하게 변한 다리의 모습을,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투영해 그린다.
황유진의 ‘그림자의 숲’은 상처를 지닌 이에게 위로를 건네려는 작가의 내적 그림자가 표현된 조형언어다. 관람자에게 평안이 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주관적인 위로 시리즈다.
‘블랙드로잉’ 연작의 정소라는 잔혹한 교통사고를 씁쓸한 ‘블랙 코미디’로 표현한다. 원인 모를 빈곤과 난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불편한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묻는다.
김완순 관장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간 선정됐던 청년 작가들을 모아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인정받고 질적으로 평가받는 기회를 마련했다”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미술인들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교동아트미술관 옆)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