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있었던 소현정 피아노 독주회를 듣고 와서 피아니스트들은 언제까지 암보로 연주를 해야 당당하게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 있는 피아노와 대결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존경심을 연주 내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쇼팽(Chopin)의 ‘판타지(Fantasy)’를 시작으로 그의 ‘소나타 2번’으로 전반부를 장식하였다. 근래 학생들의 졸업 연주곡으로도 쉼표 하나까지도 학생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터라 다소 비판적으로 들릴법한데, 소현정의 쇼팽은 뭔가 달랐다. 그 유행가 같은 쇼팽 선율들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판타지는 더 몽환적이고, 장송 행진곡(Funeral March)이 있는 소나타는 드라마틱 보다는 멜랑꼴리(melancholy)했다.
후반부에서는 드뷔시(Debussy)로 앙코르까지 장식하였다. ‘달빛’을 들으면서 다소 차가운 깊은 가을밤의 달빛이 연상되었고, 이국적인 ‘판화(Estampes)’는 19세기 말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오리엔탈 문화를 접한 서양인들의 성공적인 ‘콜라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연주 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연주자의 사고 얘기를 듣고, 몽상(Reverie)을 끝으로 소현정의 피아노 음악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