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판소리의 향연’ 최고의 명창 5인이 여는 소리판

전주 우진문화공간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23~27일
장문희·김현주·임현빈·김금희·김경호 명창 무대

(왼쪽부터) 장문희·김현주·임현빈·김금희·김경호 명창

해마다 4월이면 최고의 명창 다섯이 모여 5일간 소리의 본향 전주에서 소리판을 연다. 올해로 스물아홉 번째를 맞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이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4시) 닷새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장문희, 김현주, 임현빈, 김금희, 김경호 명창이 무대에 오른다. 현재 소리판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유파와 개성을 소리에 담아 전주의 소문난 귀명창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장문희 명창, 동초제 ‘심청가’(심청이 인당수 가는 대목부터 심봉사 눈 뜨는 대목까지)

동초제는 여러 명창의 소리 중 좋은 점만 골라 만든 유파로,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해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가 정교하며 장단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동초제 ‘심청가’는 기존의 신재효 창본 등을 인용·발췌하고 선율의 진행, 시김새의 활용을 보다 극적으로 전개시켰다. 동초제에 들어있는 풍부한 삽화와 사설은 창극 무대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김현주 명창, 강도근제 ‘흥보가’(놀부 심술타령부터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

흥보가는 해학성이 두드러지며 다른 판소리에 비해 소리보다 아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편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흥보가 중 가장 활발히 전승되고 있는 동편제 송만갑 바디를 이어받은 강도근 흥보가 사설에서는 형제간 우애로 포장된 놀부의 거짓이 잘 나타난다. 강도근 흥보가는 시김새가 많고 화려한 선율변화를 강점으로 음악적 구성을 강조한 장단 구성이 눈길을 끈다.

 

△임현빈 명창. 김세종제 ‘춘향가’(이별 후반부부터 박석치 대목까지)

주로 고창의 신재효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승집단에 의해 사설과 음악의 내용이 새로 변화된 김세종제 춘향가는 우아하고 섬세한 모습이 큰 특징이다. 전남 해남 출신의 소리꾼 임현빈은 한애순, 성우향, 이난초 명창에게 소리를 배워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결을 자랑한다. 섬진강 동쪽인 남원, 운봉, 구례 등지에서 불렀던 동편제에서는 서편제와 달리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쭉쭉 뻗는 우렁찬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김금희 명창, 박초월제 ‘수궁가’(초앞부터 고고천변까지, 별주부 토끼 만나는 대목부터 끝까지)

박초월제 수궁가는 ‘상성을 치솟아 뚫는 소리’로 통한다. 하성으로 툭 떨어뜨렸다가 순식간에 상성으로 치솟는 특성을 나타낸 말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우화적이며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수궁가에서는 왕과 신하간의 ‘충(忠)’을 소재로 재담과 남성적인 사설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박초월제 수궁가는 간략한 아니리와 박초월 명창의 슬픈 계면조 성음이 매력이다.

 

△김경호 명창, 박봉술제 ‘적벽가’(군사설움 대목부터 끝까지)

송흥록 명창에서 시작해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 박봉술로 이어지는 박봉술제 적벽가는 이른바 동편제 송판 적벽가로 현재 가장 폭넓게 전창되는 바디이다. 영웅호걸들의 전쟁을 담은 적벽가에 걸맞게 호기롭고 위엄있게 부르는 동편제 소리와 잘 맞는다. 적벽가의 눈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설움’ 대목은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적벽가의 진수를 담고 있다. 맑고 깨끗한 성음을 가진 김경호 명창이 상청에 숙달된 기량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