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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96) 조선의 반 고흐, 최칠칠 최북

조선의 반 고흐 최북,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애꾸눈이 된 기인 화가라 전해지니 한쪽 귀를 자른 반 고흐에 빗대어진 별칭이다. 반 고흐보다 100여 년 먼저 화가로 활동한 최북은 시(詩)와 서(書)에 능했던 조선 후기 대가로 그를 기리는 최북미술관이 무주에 있다. 최북(崔北, 1712-1786년경)은 본인을 못난이라 부르며 자신의 이름 북(北) 자를 두 글자로 나누어 칠칠(七七)이라 했고,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이란 호를 주로 사용했다. 그 외 세 가지 재주가 있다는 삼기재, 기암, 성기 등의 이름이 있으며 특히 산수화의 대가라 최산수(山水)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메추라기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어릴 적 본명은 식(植)으로 최상여의 아들로 태어났다. 수려한 그림과 글 그리고 독특한 기행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그의 자세한 생애는 불분명하다. 다만 중인 신분의 가난한 전업 화가이었지만 그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여 교류한 화가와 문인들의 기록 그리고 그의 괴팍한 기행이 남긴 일화들이 150여 점의 작품과 함께 남아 있다. 최북의 모습은 본인의 그림 속에서 그를 추측할 수 있는 형상과 조선의 최고 화가들인 표암 강세황, 김홍도, 심사정과의 모임을 그린 그림 <균와아집도>에서 최북을 엿볼 수 있는데 머리에는 치건을 쓰고 바둑을 두고 있다. <균와아집도>는 당대 최고 화가들의 합작으로 김홍도가 인물을 그리고, 심사정이 소나무와 돌을 그렸으며, 강세황은 그림의 위치를 배열하고, 최북은 색을 입혔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둑 두기를 좋아하며 『수호전』을 즐겨 읽은 것으로 알려진 최북은 애주가로 유명하다. 매일 5~6되씩 술을 마셨다 하는데 호방한 성격과 더불어 술에 취해 기이한 행동을 한 일화가 전해진다. 금강산을 유람하던 중에는 구룡연의 풍경과 술에 만취하여 천하의 명인 최북은 마땅히 천하의 명산에서 죽겠다며 물에 뛰어들어 동행한 사람들이 놀라 끌어내었다고 한다. 최북은 취벽에 유별난 성품 그리고 작달막한 체구에 애꾸눈이란 외모에 관한 평이 남아 있는데, 최북이 자신의 손으로 눈을 찔러 한쪽 눈을 멀게 한 것은 고흐의 광기와 달리 권력에 저항했던 결과였다. 한 벼슬아치가 그림을 그려 달라 요구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오만하다며 자신의 지위로 협박을 하자 세상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하느니 차라리 내 눈이 나를 저버리게 하겠다하고는 필함에 있는 송곳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한쪽 눈을 잃은 것이다. 그 이후로는 늘 한쪽 눈에 말발굽으로 만든 안경을 끼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최북은 비록 그림을 팔아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지만, 그림을 그려주기 싫은 자에게는 그림을 그려주지 않았고 그림값을 너무 과하게 쳐주면 그림값도 모른다며 비웃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또한, 조선통신사의 일행으로 일본을 다녀와서 조선 밖에까지 화가로 명성을 떨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 이익(1681-1763)은 최북이 일본으로 갈 때 게으른 나는 평생 장관을 못 보았건만, 그대는 바다 건너 하늘 밖을 보게 되었구료. 해 뜨는 동쪽에는 진짜 해가 있을지니 그것을 그려서 내게 보여주게나라는 송별의 시구를 전해 주었다. 붉은 해와 함께 일렁이는 파도와 어우러지는 그의 작품 <일출>은 이익의 청에 화답하는 것 같다. 비록 중인 신분이지만, 지식인 화가로 그림과 시에 능했던 최북은 이익뿐만 아니라 당대 많은 문인과 교류했는데, 특히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훗날 영의정까지 오른 남공철(1760-1840)은 『금릉집』에 최북의 일화와 그와 술을 마시며 밤새도록 이야기한 내용을 담아 <최칠칠전>을 남겼다. 그 외에 조희룡, 정약용, 신광하 등이 문헌에 최북에 대하여 기록해 놓았다. 취벽과 괴팍하다 알려진 일화와 달리 최북의 그림은 온화하고 대담하며 조화롭다. 대표작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에는 평온한 그림 위에 빈산에 아무도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는 소동파의 시구가 의미 깊다. 또한, <계류도>에는 흐르는 물을 시켜 속세의 시끄러움을 막는다라는 최치원의 시구를 남겨 놓았는데 서체와 그림이 더없이 조화롭다. 겨울밤 귀가하는 사람을 그린 <풍설야귀인도(風雪夜歸人圖)>에는 사립문에 개 짖는 소리 들리더니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이라는 시구가 담겨있다. 거친 눈보라가 느껴지는 그림에 담긴 시에서는 술에 취해 동사한 것으로 알려진 최북인지라 돌아갈 집을 그렸을 그의 마음이 담겨와 애달프다. 기행 탓에 그의 본질이 가려졌고 칠칠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낮추었지만, 칠칠은 꽃피는 계절이 아니라도 꽃을 피워내는 능력을 지닌 당나라 신선 은천상의 호이다. 날마다 술에 취해 가을에도 진달래꽃을 피워낸 신선을 닮고 싶었던 최북은 칠칠이로 자신을 칭하며 신분의 경계를 허물며 마음에 꽃을 피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계절 그가 신선이 되어 술을 빚고 꽃을 피우며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무주의 산빛 속으로 마음을 보낸다.

  • 기획
  • 기고
  • 2021.04.28 17:45

'네 개 키워드'로 분석한 완주군정의 저력

완주군(군수 박성일)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퍼스트 펭귄이다. 바다에 첫 번째로 뛰어들려면 거친 파도에 휩쓸릴 우려도, 바다표범 등 천적의 먹잇감이 될 걱정도 극복해야 한다. 완주군이 퍼스트 펭귄인 이유는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안정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때문이다. 수소경제가 그렇고, 공동체 문화도시도 그렇다. 덕분에 완주군 행정엔 유난히 최초와 최고가 많다. 교통복지 1번지부터 사회적경제, 일자리 창출, 신성장 동력 창출 등 행정 곳곳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외부 환경변화에 주저하지 않으며, 도전하고 응전해온 노력의 결과다. 최근 기업과 기관 유치 등 잇따라 대어급 성과를 일궈내며 도내 지자체 행정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완주군의 저력을 네 개의 키워드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펭귄은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하려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공포를 이기고 거친 파도와 천적이 우글대는 바다에 처음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부른다. 완주군은 전북에서 탄소산업에 주력하던 때, 눈을 돌려 국내 수소경제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목에 반드시 항해해야 할 곳이 수소경제라고 생각한 완주군은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선택하고 행동에 옮겼다. 물론, 박성일 군수의 과감한 결단이 속도감을 더해줬다. 수소경제 1번지를 향한 논리를 마련하고, 여러 기반을 구축하고, 중앙부처를 설득하는 등 백방으로 나섰다. 지금은 기존의 수소 인프라에 하나씩 더하며 국내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갈 기반을 착착 구축해 나가고 있다. 때마침 예비해 놓은 테크노밸리 제2산단이 있어 기업과 기관 유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역시 거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퍼스트 펭귄을 자임한 덕분이다.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선 기업을 불러올 인증기관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이 필수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공모에 나선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는 완주군뿐만 아니라 수소산업에 뛰어든 국내 11개 지자체가 욕심을 낼만한 핵심 인프라였다. 그래서 경쟁 초기엔 예산이 뚱뚱한 시(市) 단위 지자체가 절대 유리할 것이고, 군(郡) 지역은 자칫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완주군은 꼭 필요하니 반드시 유치하자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소중한 지혜를 빌렸고, 주민들의 서명 동참도 확보했다. 전북도에 미래 전북을 위해 필요한 기관이다며 간곡히 호소한 결과 도(道)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완주군은 최종심사에서 박성일 군수가 직접 설명에 나서는 등 막판까지 공을 들여 10개 지자체를 젖히고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이 사례는 도전의 완주군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굵직한 기업을 잇따라 유치한 뒷심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긍정행정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완주군엔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DNA가 살아 숨 쉰다. 글로벌 쿠팡(주) 등 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기업을 끌어오는 열정은 차라리 화산의 분화구에서 분출하는 마그마에 비유된다. 뛰어난 접근성 등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지만,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지역경제에 훈짐을 돌게 하려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경제산업국 직원들의 열정은 올 들어 전북 투자유치 금액의 절반을 완주군이 쓸어 담는 쾌거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전북의 투자 유치액 5800억 원을 분석한 결과, 완주군 유치가 절반인 290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중앙부처 수상을 108번이나 받은 것은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상 4번을 비롯한 국무총리상 9번이 포함돼 있다. 전국 220여 기초단체 중에서 이렇게 중앙부처 수상을 기록한 곳도 흔하지 않다는 게 전직 관료들의 말이다. 그만큼 중앙무대에서 행정 경쟁력과 열정 에너지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완주군이 국내 선진행정의 우수 사례라 할 K-행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식지 않는 열정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집중은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여준다. 완주군은 이제 수소경제 1번지 실현과 전국 최고의 문화도시 육성, 선제적 방역과 신속한 접종을 통한 일상의 회복을 위해 군정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퍼스트 펭귄이 거친 파도와 천적의 위험을 잘 살펴보고 바다에 뛰어들 듯, 완주군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집중하며 신(新)완주 실현의 기회를 낚아채겠다는 각오다. 수소경제 육성은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를 계기로 굳건한 디딤돌을 마련했고, 문화도시 활성화에는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국비만 100억 원이 투입된다. 문화와 수소 양날개를 활짝 편 완주군은 한 차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박성일 군수는 그동안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과다할 정도의 선제적 방역이 중요하다며 촘촘한 방역망을 강조해 왔다. 대형 사업장 내 직원 감염 등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됐던 작년 말에는 세 차례에 걸쳐 총 6000여 명을 진단검사하는 등 그야말로 광범위하고 세심한 초집중 방역망을 쳐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완주군은 이제 현장방역과 진단검사 확대, 신속한 백신접종을 통해 10만 군민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코로나19와의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정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기본적으로 순하다는 평을 받는다. 덕장(德將)에 속한다는 세평도 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모두 다 맞는 이야기이다. 직원들에게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조직을 덕(德)으로 이끄는 스타일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포근하지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하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문구도 좋아한다. 그렇다고 마냥 순하진 않다. 10만 군민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위한 일이라면 엄격히 따지고 치밀한 실행을 강조한다. 코로나19 국면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자, 박 군수는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직원들의 사적 모임 자제 등을 언급하며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추상처럼 다그쳤다. 지역현안이 중대 갈림길에 놓여있던 작년 말에는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공직자의 본분을 강하게 설파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평소엔 순하지만 힘써 일하는 봉공(奉公)과 주민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을 위한 일이라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박 군수가 부드럽지만 강한 유중강(柔中强) 리더십으로 어떻게 현안을 풀어갈지 주목된다.

  • 기획
  • 김재호
  • 2021.04.27 17:34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코로나 시대의 인간관계 - 배우고 훈련하는 새로운 기회의 장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다. 처음의 혼란과 두려움을 넘어서, 이제는 마스크를 쓰는 일상과 건물에 출입할 때마다 체온을 체크하고, 개인 정보를 기재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일보다 인터넷 배송이 안전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유지해왔던 일상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일상을 영위해왔는지 새삼 반추하게 된다. 쉼 없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과 자연에 대한 착취는 결국 생태계를 위기에 빠뜨리고, 인간 스스로도 위험에 빠졌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취약한 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보편적인 인간상은 자연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성향으로 여겨지지만, 재난 앞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 작년 여름을 기억한다. 봄마다 찾아 왔던 황사와 미세먼지는 어느새 사계절 내내 계속되었다. 코로나19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로 확장되었던 시기, 코로나로 공장은 멈추었고 모처럼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초미세먼지는 15% 감소했고, 세계의 공기 질은 개선되었다. 연일 감염인 수가 증가하고, 백신 없는 질병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던 사람들의 죽음은 곧 사람들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했다. 공포와 패닉 속에서 공장은 멈추었고, 동식물들은 거리를 활보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 죽음이 창궐하던 시기, 사람들 틈에 치이던 동식물들이 잃어버린 자리를 다시 되찾고 있었다. 막상 나에게(인간) 위험이 닥쳐오니, 너(자연)가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제한적인 관계를 하게 된다. 전처럼 밀집된 장소에서 대규모 강연과 공연, 집회, 포럼은 진행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사적인 공간에서 폭력이 증가했다. 한 공간에 많은 시간을 지내다 보니, 그 안에서 아내, 어린아이, 노인과 같은 가정 내 취약한 사람이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들을 위한 사회 보장제도 잘 구현된다고 해서, 순식간에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되진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 상대를 대하는 태도이다. 관계의 윤리와 거리를 배워야 나와 동시에 타자와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이는 훈련과 배움의 과정이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떻게 관계하고 어떤 동기로 만나고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이를 살피는 일은 현재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욕구와 에너지가 무엇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길이다. 필자는 작년 겨울 단지 공감(이하 단감)이라는 이름의 심리 서적 낭독 커뮤니티를 시작했다.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 우리들은 각자의 집에서 주 1회 저녁 시간에 만났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후 다 함께 식사를 먹으며 1시간 정도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번갈아가며 한두 페이지의 책을 낭독하고 감상을 공유한다. 심리 서적을 읽는 일은 표면 말하기에 머물러있는 것들 너머로 자신의 상태, 감정, 욕구를 살피는 일로 귀결된다. 그러다 보면 지금 여기에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현재 내 삶의 이슈는 무엇인지, 그때 알아차리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주요한 감정들, 갈등 상황을 촉발했던 숨은 욕구들은 무엇이었는지 새롭게 발견하는 장이 된다. 지면에 이렇게 모임을 소개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관계의 본질적인 요소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편안하게 말할 수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분명 상대와 함께 시간을 나누면서 대화를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한 상태라야 가능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타인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단감에 참여하는 튬은 공감에 대해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습하는 경험이었다. 제가 얼마나 온전한 공감을 잘 못하는지 그리고 잘 못 받아왔는지 깨달았다. 집에 가면 아 오늘 내가 한 그 말은 공감이 아니라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이었구나 하고서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공감은 무조건적 지지나 응원이 아니다. 당신은 옳다 책 저자 정혜신 씨는 공감에 대해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감정은 옳다. 마음과 느낌은 충조평판의 대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의 고갱이다라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어른이 될수록 자신의 기준대로 판단하고 정의한다. 입은 여는데 귀는 닫힌다. 그리고 감정을 숨기게 된다. 그러나 감정은 수많은 판단, 사고, 정동의 최종 심급이며, 이를 잘 표현할수록 깊은 대화의 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제도와 가족 안에서 역할과 의무에 충실하거나, 이해관계로 얽혀있을 때 우리는 자주 외롭고 공허해진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시선들은 자기를 개방하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와 같이 밖에 아닌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해서, 내 곁에 있는 이들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관계를 훈련하며 상호 성장할 수 있는 관계들을 살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단감모임 동료 별은 특히나 부정적인 정서에 대해서는 피하거나 빨리 전환하려고 했는데, 모임에서 내 감정에 대해 잘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대화에서 정말 전달하고자 하는 말은 감정이었다. 감정을 솔직하게 상처주지 않게 전달하는 게 타인과 성숙한 관계를 맺는 방법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 이 기사는 지역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1.04.26 18:53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언택트 시대에서의 콘택트, 예술은 어떤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할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지속되며 우리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역의 다양한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고, 박물관, 미술관, 공공 문화시설의 휴관 등 모든 행위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가상과 실재가 혼재된 삶을 살고 있다. 예술 또한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프리랜서 예술인들의 사회적 역할 및 생계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한국예술총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총 1614건의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었고, 예술가의 88.7%가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예술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새로운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며 국내 예술계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어 전북지역의 예술 각 분야에서도 준비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신속하게 제작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예술가들에게는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가장 큰 과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제 예술의 온라인화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 속에서 소통을 위한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작품이 예술적으로 어떤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인가와 현장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관객에게 어떤 심미적 경험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 상황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는 지금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변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변화, 실재와 가상으로의 변화 등 많은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는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언택트시대의 지역예술의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과 변화에 따른 질문과 고민을 토대로 앞으로 지역예술계의 과제와 방향성에 대해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통과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현격히 높아짐에 따라 예술의 노출효과도 자연스럽게 커져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아진 효과도 분명 있다. 이 중 미술이라는 장르는 평면 회화 작업 뿐 아니라, 관객과의 사이를 다른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 작업과의 협업을 시작해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더하고 다양한 작품 감상법을 적용하는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미처 깨닫지 못할 만큼 우리의 삶에 깊이 다가왔고, 엄청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된다. 교동미술관도 변화에 발맞추어 2021년도부터는 지역의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자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사업을 기획하여 실행을 앞두고 있다. 전업 작가들의 삶과 작업을 조망하고, 지역 작가들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작가들의 노력이 현장감있게 전달되도록, 더불어 이러한 기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1.04.21 19:45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2) 노후소득보장

노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건강과 돈을 꼽는다. 이들 외에 일, 관계(배우자, 친구), 취미, 종교 등 여러 가지를 들지만 건강과 돈은 노후생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들 중 돈 문제, 즉 노후소득보장에 대해 살펴보자. 나이 들어 정년을 하거나 은퇴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직면하는 게 소득상실이다. 별도의 준비 없이 임금소득에 의존해 살아온 대부분의 퇴직자들에게 소득상실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 비해 연금제도나 공적부조 등 소득보장이 미성숙한 우리로서는 젊은 시절부터 힘들더라도 이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노후소득보장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소득보장은 크게 공적이전소득과 사적이전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공적이전소득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및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직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있고 사적이전소득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자녀 및 친인척들의 용돈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준공적연금으로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을 덧붙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후소득보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다층연금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한다. 1층의 국민연금, 2층의 퇴직연금, 3층의 개인연금 등 다양한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소득 가운데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노후생활을 위해 보장된 평생소득이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은 가입대상이 18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특수직역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이다. 급여의 종류는 노령연금과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이 있으며 노령연금이 82.8%를 차지한다.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수급연령은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연장해 2033년에 65세부터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규모는 2020년 12월말 현재 833조원이며 가입자 수는 2210만명으로 사업장가입자 64.8%, 지역가입자 31.2%, 임의가입자 1.6% 등으로 구성된다. 연금수급자는 530만명이며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329만명이고 평균연금액은 54만1천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출발 시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설계돼 기금 고갈문제가 제기되는 등 우려가 적지 않다.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 적립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될 경우 현재의 적립방식이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부과방식은 매년 연금 지급에 필요한 소요액을 후세대가 부담하므로 세대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미가입자와 납부예외자 등 잠재적 사각지대가 50% 안팎이나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급여를 낮추거나 아니면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연금개혁이 단행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다음으로 2014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월소득 평가액과 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을 합산한 금액) 기준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기초연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지급기준액은 2021년의 경우 노인 단독가구는 169만원, 부부가구는 270만4000원이다. 지난해까지는 소득하위 040%에 속한 수급자에게만 월 최대 3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부터는 65세 이상인 소득하위 70% 모두에게 월 최대 30만원이 지급된다. 기초연금은 자동으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본인이나 가족 등 대리인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가까운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해야 하며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사적이전소득인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부터 도입되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금융회사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다 근로자가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이 연금은 노사가 일시금,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근로자 명의로 가입하기 때문에 기업이 도산해도 퇴직금은 안전하고 직장을 옮겨도 계속 연금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퇴직연금은 가입률이 2019년 말 현재 51.5%에 그치며 연간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실제로 퇴직 시 97.9%가 일시금으로 받고 있어 사회안전망 역할도 크지 않다. 이와 함께 1994년 도입된 개인연금은 개인이 스스로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상품이다. 금융기관별로 상품의 명칭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신연금저축신탁, 보험회사의 상품은 신연금저축보험, 금융투자회사의 상품은 신연금저축펀드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연금을 세제 혜택을 목적으로 가입하고 있지만 가입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자녀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사적부양 소득은 효를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가 약화되면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부양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9.7%였으며 5% 이하인 경우도 48.7%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제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은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은 2019년 현재 13%이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노후소득대체율이 4348%에 불과하다. 결국 1층인 국민연금과 2층인 퇴직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인연금이나 재취업 등 다른 소득 창출로 채워야 할 형편이다. 70대 노인 A씨는 2018년 2월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며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A씨는 이틀에 걸쳐 3개 금융기관 5개 지점을 방문해 정기예금과 보험을 해지했다. 그런 다음 사기범이 알려준 대포통장 3개 계좌로 총 9억원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창구직원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미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하도록 유도한 뒤라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다. 노년에 접어들면 판단력이 흐려져 각종 사기를 당하기 쉽다. 일부 노인들은 세상사 흐름에 둔감하고 사회적 교류가 적어 그럴듯한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금융사기 사건의 대표적인 게 보이스피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해 금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건은 2020년 110월 사이 2만2777건에 2109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지만 60대 이상도 6872건, 621억원으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이밖에도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파밍,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소액결제 피해를 일으키는 스미싱 등 온라인 금융사기에 주의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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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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