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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포럼 인문학 답사…순창의 자연과 이야기하다

시와 풍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강철규 전 우석대 총장(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자유포럼은 순창 인문학 답사를 마친 뒤, 시와 풍수의 공통점은 자연과의 대화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유포럼은 강철규 전 총장을 좌장으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정영록 서울대 교수, 황주리 서양화가,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2014년부터 격월로 주제를 정해 발제토론하는 모임. 이들은 순창을 지방에서 개최하는 첫 포럼 장소로 잡았다. 지난 1일 오전 8시 30분께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 전날 풍수의 대가 김두규 우석대 교수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자유포럼 회원들은 본격적인 순창 인문학 답사에 앞서 김용택 시인의 집을 찾았다. 그의 한옥 서재에는 여태명 서예가가 민체로 회문재(回文齋)라 쓴 편액이 걸려있었다. 자연스레 그 앞으로 모여든 회원들과 김 시인은 시와 자연을 주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강 전 총장은 김 시인이 출연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봤었다며 사과를 예로 들면서 시는 (사물을) 잘 보는 것으로 출발해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시는 자연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 시인은 자연이 말하면, 듣고 있다가 받아쓴다며 심심해야 새가 날아가는 것,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심심하지 않으면 자기 것만 보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임실군 덕치면 강변사리 마을을 지나 10시 10분께 순창군 동계면 구미마을에 도착한 회원들. 이들은 박재순 문화해설사의 설명 아래 6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남원 양씨 종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종택 내 귀문각에는 남원 양씨의 종중 문서로 대한민국 보물 제725호인 고려조선시대 홍패(진본은 전주국립박물관 소장) 총 7점이 보관돼 있었다. 김 교수는 종택 뒤편에 있는 바위 갈록암(渴鹿巖)과 우물 대모정(大母井)을 예로 들며 터 잡기의 인문학에 관해 설명했다. 남원 양씨의 종택은 갈록음수형(목마른 사슴이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고 일컫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바위는 터잡기의 중요한 요소인데 바위가 많은 무량산의 기운이 갈록암으로 내려오는 형국이다. 갈록암 앞의 대나무는 사슴을 숨겨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목마른 사슴이 물을 마시는 대모정은 마을 형성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명당은 산이 둘러싸는 장풍국과 물이 둘러싸는 득수국으로 나뉘는 데 구미마을은 장풍국에 해당한다. 회원들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조선 8대 명당으로 꼽히는 순창군 인계면 말명당이었다. 11시 10분께 전날 비로 약간 젖은 수풀길을 헤치고 5분가량 언덕을 오르자 박예 부부의 무덤, 박예의 딸과 사위 김늑뉴, 김늑뉴의 딸과 그 사위 정광좌의 무덤이 차례대로 보였다. 딸을 매개로 구성된 묘역이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남녀 상관없이 균등하게 상속받는 균분상속과 이를 바탕으로 모든 자녀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는 윤회봉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말을 듣고 있던 회원들은 (풍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다고 거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회원들은 내년 10월께 순창과 담양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답사를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9.02 19:29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5. 서울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수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그런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유래는 많은 설이 있다. 첫째는 서울은 본래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서라벌(徐羅伐), 서벌(徐伐), 서나벌(徐那伐) 등으로 부른 데에서 비롯한 말이다. 서울의 서는 수리, 솔, 솟의 음과 통하는 말로 높다 또는 신령스럽다는 뜻이다. 울은 벌, 부리가 변음된 것으로 벌판, 큰 마을, 큰 도시라는 뜻을 가졌다. 이 말이 정설이다. 둘째는 서울은 설(雪)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다음 새로운 궁궐(경복궁)을 짓고 도성을 쌓으려 할 때 어디서 어디까지 쌓아야 할지 난감했다. 어느 날 큰 눈이 내려 살펴보니 선 밖에는 눈이 쌓여 있고, 선 안에는 눈이 없었다. 이 태조는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니고 필시 하늘에서 내린 뜻이라 생각하고 그 선을 따라 도성을 쌓도록 했다. 도성은 산의 능선을 따라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연결하는 것으로 둘레가 40리(약 17㎞)에 이른다. 사람들은 눈이 한양의 울타리를 만들었다고 해 도성을 눈설(雪) 자를 써서 설(雪)울이라고 불렀고, 설울이 서울로 발음되면서 오늘날 서울이 됐다는 것이다. 셋째는 1884년 갑신정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나타난 설이다. 서러워 울고 있는 도시니까 서울로 부른다. 이 설은 백성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한때 회자했던 말이다. 또 넷째는 1899년 경인선 개통과 더불어 문을 연 서울역의 명칭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30 18:48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 서울서 인문학 강연

이윤영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 관장이 서울에서 30일과 9월 12일 인문학 초청강연을 펼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해 서울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열리는 강연은 2018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이다. 동학에서 해방까지, 독립의 길을 주제로 한 사업에서 이 관장은 동학농민혁명과 민초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윤영 관장은 동학농민혁명을 좌절의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는 희망의 역사로 그려낸 소설<혁명>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펴낸 저서<혁명>의 서사를 중심으로 당시 민초들을 결집한 혁명군들의 결의와 집회, 해방 운동, 외세에 맞선 항쟁 등을 설명한다. 동학 혁명군들의 불멸 정신이 현재의 촛불 민주주의까지 어떻게 계승됐는지 함께 이야기해본다. 10월 13일 광주 심가네박씨 책방에서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주관한 인문지행_저항의 인문학 강연을 한다. 전봉준김개남손화중을 중심으로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반기를 든 1차 반봉건 동학농민혁명의 발생 과정과 청과 일본에 대항하는 반외세 성격의 2차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을 살핀다. 그리고 이들의 혁명 정신을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결 짓는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29 19:56

‘문화가 있는 날’ 맞아 전북지역 시민공연 잇따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전북에서 시민들이 꾸린 공연이 열린다. 28일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는 기타플룻 동호회의 공연과 손수건 제작그림 그리기 체험, 특별한 의상을 입고 찍는 사진촬영이 진행된다. 29일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시민 동호회의 난타기타 연주, 밴드 크림의 공연이 열린다. 물고기봉제인형 및 팔찌 만들기, 의상 체험 및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터미널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문화터미널 문화 봄 사업의 일환이다. 전주 효자문화의집 생활문화센터는 문화가 있는 날 생활문화동호회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동호회 간 교류의 장을 만든다. 29일 오후 7시 전주 문화공간 이룸. 전주만돌린오케스트라(전주 효자3동 주민센터), 전주새꿈소리합창단(전주효자시니어클럽), 한울림 오카리나(효자문화의집 생활문화센터), 금관 앙상블인 센세이션 브라스등의 연주가 이뤄진다. 31일 오후 7시에는 전시와 색소폰 공연 등이 어우러진 음악속의 전람회가 이어진다. 선홍진 효자문화의집 관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창작하고 즐기는 문화예술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생활문화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부터 그 주말까지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27 20:08

장인숙 널마루무용단장 “이 시대의 이추월 되고파”

춤이란 것은 본시 드러내는 것이지만 드러남이 지나쳐 넘치지 말아야 하고, 부족해서 모자라서도 아니 된다. 저 달처럼 전주 권번의 마지막 예기 이추월은 자신의 제자인 최선(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에게 말했다. 채운 것도 비운 것도 아닌, 기운 것도 스러진 것도 아닌 달처럼 춤추라고. 이 가르침은 최선의 애제자인 장인숙(널마루무용단 단장)에게 전해졌다. 장인숙 단장이 춤의 뿌리를 찾고, 잇는 특별한 공연을 마련했다. 널마루무용단의 전통무용 춤추는 달그림자. 총 네 마당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장 단장은 스승의 스승인 이추월이 돼 동초수건춤과 호남교방춤, 호남살풀이춤 등 그녀의 춤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추월의 권번 입문과 성장, 사랑, 제자 양성 등의 이야기가 각 춤과 맞물려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마당에서 장 단장은 현대 무용가로 되돌아와 전주 합죽선을 양손에 들고 추는 전주 부채춤을 선보인다. 스승들의 춤을 녹여낸 전주 부채춤으로 미래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이를 드러내듯 널마루어린이무용단 등이 대규모로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또 작품 안에 전주 망월 명소였던 기린토월, 곤지망월의 이야기도 녹여냈다. 월아요배(月娥遙拜), 달빛을 삼키다, 농월(弄月), 취월(翠月), 달 없는 밤, 만공산월(滿空山月) 등 달을 주제로 한 창작곡들은 분위기를 한껏 무르익게 한다. 연출은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 작곡은 김백찬 음악감독이 맡았다. 연출상 무대 전면에 깔린 노란 꽃가루가 조명을 받아 달빛처럼 비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장 단장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승의 스승이지만, 남자(최선)가 아닌 여자(이추월)가 춘 춤은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는 등 늘 이추월 선생을 그리면서 춤을 춰왔다며 이 시대의 이추월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무대를 기획하게 됐다. 이추월의 춤이 나에게로 와 향기를 널리 퍼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춤추는 달그림자는 3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연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27 20:08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4) 약 - 식물이 지니고 있는 맵거나 쓴맛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의 역사는 약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은 주위에 있는 초근목피를 통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경험을 하면서 구전돼 내려왔다. 그 후 유기화학이 발달하면서 그 식물에 함유된 화학물질을 분리해 내기 시작했고, 이러한 화학구조를 밝혀내면서 실험실에서의 합성법도 발견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한 종류의 화학물질은 그것이 비록 천연식물에서 얻었다 할지라도 인체에 반복 투여되면 원하는 작용 이외에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약의 역사가 이렇게 5000여 년이 되었지만, 부작용의 역사는 겨우 50여 년 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50여 년 전까지는 주로 약의 작용을 정적(正的) 방향만 믿고 무조건 사용하고, 부적(負的) 반응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약물은 생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 기능의 보조물일 뿐 이러한 단일 구조를 가진 성분이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료해 주고 병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약이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되었나? <설문(說文)>에 약치병초야 종초낙성(藥治病艸也艸樂聲)이라고 해 병을 고치는 풀을 약이라고 한다는 것으로 보아 약의 시초가 식물성인 초목으로 시작돼 풀 초(艸) 자 밑에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뜻의 즐길 락(樂) 자를 붙여서 약 약(藥) 자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글의 약은 약(藥)에서 보듯이 한자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약의 뜻은 식물이 지니고 있는 자극성(맵거나 쓴맛)을 말한다. 약이 오른 고추, 담뱃잎에 약이 올랐다 등의 용례로 보아 약이 오른 풀이 인체에 대한 약리작용이 있는 것을 알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물질을 약이라고 하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은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23 20:02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전북 청년축제’…다음 달 7~8일 개최

전북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제작운영하는 전북 청년축제가 다음 달 7일부터 8일까지 전주 옥토주차장에서 열린다. 올해 3회차를 맞은 전북 청년축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해 추진한다. 두근두근 청년 실험실이란 주재 아래 주거농업혁신문화 분야 청년활동가와 청년단체를 발굴해 청년기획단을 구성했다. 청년기획단은 4개 분야와 관련한 8개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주거 분야는 주택 분양을 놀이 형태로 제공하는 청년 부동산, 방 탈출 게임을 접목해 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탈방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농촌 분야는 청년 농부의 멘티멘토 프로그램 청년농촌기술센터, 청년 농부의 이야기를 상품화하는 농부 스토리 펀딩 등으로 구성했다. 또 혁신 분야는 재판으로 자신의 꿈을 찾도록 유도하는 원트맨과 지역 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전지적 청년 시점을 운영한다. 문화 분야는 구도심의 매력을 찾아보는 구도심 청년창업 상상연구실과 개개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진관 마음 스튜디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부대 프로그램으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작한 도내 청년 활동지도를 전시하고, 아트&버스킹 공연을 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22 21:10

[불멸의 백제] (164) 8장 안시성 20

당군이 돌아간다! 함성이 울렸다. 그러더니 사방에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계백은 성주 양만춘과 함께 남문의 성벽에 서 있었기 때문에 당군의 부대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퇴각이다. 오전 사시(10시)무렵, 새벽인 인시(4시) 무렵부터 꿈틀거리던 당군이 이쪽에 등을 보인 채 멀어지고 있다. 새벽부터 당군을 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거대한 짐승이 꿈틀거린 이유가 퇴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만세! 이겼다! 이제는 고구려, 백제군이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북소리도 요란해졌다. 여자 목소리도 들리는 것이 주민들도 함께 소리치는 것 같다. 바람이 불어와 성벽에 꽂힌 깃발들이 펄럭였다. 아래쪽에 개미 떼처럼 덮여 있는 당군의 깃발은 평소의 1할도 안된다. 부대별로 구분한 깃발뿐이기 때문이다. 만세! 만세! 군사들의 만세 소리를 들으면서 양만춘이 머리를 돌려 계백을 보았다. 장군, 이세민이 살에 맞아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몇달쯤이 지나야 알 것 같소. 양만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어쨌든 당군이 화살 한발로 물러나게 되었구려. 철군하지 않는다면 아마 저곳에서 얼어 죽게 될 것입니다. 계백이 아래쪽 벌판을 가리켰다. 벌판에는 먼지가 가득 덮여 있다. 양만춘은 퇴군하는 당군을 쫓을 생각이 없다. 당군이 퇴군하는 마당에 고구려 군사 한명이라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수 몇명이 기마군으로 당군을 치자고 건의했지만 양만춘은 거절했다. 계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때 양만춘이 웃음 띤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장군, 먼 훗날 역사에 이 전쟁이 어떻게 기록될 것 같소? 당과 고구려가 그때도 존속하고 있다면 각각 다르게 기록되겠지요. 그렇지. 머리를 끄덕인 양만춘이 말을 이었다. 당의 역사에는 승리한 전쟁이지만 겨울이 되어서 물러갔다고 적겠지요. 이세민이 죽지 않았다면 병사(病死)로 기록될 것이요. 먼지에 덮인 당군의 뒷모습을 내려다보면서 계백이 말을 이었다. 아마 황제가 물러가면서 성주께 잘 싸웠다면서 비단이나 금붙이 등 선물을 주고 갔다고 기록해 놓을지도 모릅니다. 고구려나 백제의 역사에는 사실대로 기록이 되어 있겠지요. 눈을 가늘게 뜨고 당군을 보던 양만춘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오늘밤 소를 잡고 남아있는 술동이를 모두 내놓아서 군민(軍民)을 위로하겠소. 오늘이 승리의 날이오. 양만춘의 목소리가 떨렸다. 장군이 일등공을 세웠지만 내가 보답해드릴 방법이 없구려. 그날밤 안시성 위쪽 하늘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소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수양제의 대군에 이어서 당(唐)의 대군까지 물리친 고구려는 진정한 대륙의 패자(覇者)였다. 계백은 백제국 지원군으로 안시성주 양만춘을 도와 철궁을 쏘았지만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양만춘도 계백이 이세민을 쏘았다는 사실을 직접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믿었다. 계백 같은 명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군이 철군한 이틀 후에 계백은 백제군을 이끌고 안시성을 나왔다. 이제는 귀국이다. 이세민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백제군의 깃발은 당군보다 많았다. 초겨울이었다.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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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2 21:10

[불멸의 백제] (163) 8장 안시성 19

으악! 이세민이 이를 악물었지만 마침내 참지 못한 비명이 터졌다. 폐하. 옆에서 지켜서있던 대신(大臣), 장수들이 일제히 외치면서 허리를 굽혔다. 이세민의 눈알 하나가 화살과 함께 빠져나온 것이다. 보라, 어의 육전의 손에 쥔 화살 끝에 이세민의 눈알이 박혀있는 상태다. 육전이 서둘러 눈알에 이어진 살점을 베어내더니 텅 빈 왼쪽 눈구멍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폐하. 끔찍한 장면을 바라보면서 다시 대신들이 울부짖었다. 폐하,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친위대장 왕양춘이 소리쳤다. 제대로 보호를 하지 못한 친위대장의 책임이 큰 것이다. 어의 육전이 눈구멍에 약초를 넣고 지혈을 시키는 동안 주위의 백관들은 아우성을 치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잠시도 이세민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때 허리를 편 육전에게 대장군 하돈수가 물었다. 폐하 옥체는 이상이 없겠는가? 하돈수는 중군 15만을 이끌고 있는 대장군 겸 병부상서다. 현무문의 변이 일어났을 때 태자 건성의 측근이었다가 이세민에게 호응한 공으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육전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폐하께서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아니, 그러면 위험하다는 말인가? 그때 신음을 뱉고 있던 이세민이 오른쪽 눈을 떴다. 여봐라! 친위대장 있느냐! 이세민의 외침이 진막 안을 울렸다. 예엣, 폐하! 놀란 왕양춘이 소리쳐 대답했다. 폐하, 소신 왕양춘이 여기 있사옵니다. 방금 말한 놈이 대장군 하돈수 아니냐? 예, 폐하. 지금 즉시 저놈 목을 베어라. 예, 폐하. 벌떡 일어선 왕양춘이 허리에 찬 칼을 빼들고 하돈수에게 다가섰다. 목을 늘여라! 왕양춘이 고함을 치자 놀란 하돈수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폐하, 소신 하돈수가. 하돈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을 때 이세민이 소리쳤다. 이놈! 내가 죽기를 바란 말투였다. 폐하! 무얼 하느냐! 베어라! 예엣! 다음 순간 왕양춘이 내려친 장검이 하돈수의 목에 떨어졌다. 엄청난 기세로 내려쳐진 장검이어서 하돈수의 머리통이 떨어지더니 데굴데굴 굴러 이세민이 누운 침상 다리에 걸려 멈춰섰다. 피비린내가 풍겨오면서 진막 안에 모인 1백여명의 장군, 대신들도 숨을 죽였다. 그때 이세민이 누운 채 다시 소리쳤다. 철군 준비를 해라! 예엣! 모두 입을 모아 소리쳐 대답했다. 요동총독 서위의 지휘 하에 철군을 한다. 서둘러라! 예엣! 그때 이세민이 옆에 서있는 육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짐을 일으켜라. 육전이 서둘러 이세민의 상반신을 일으켰다. 진막 안은 부산해졌다. 친위군이 하돈수의 시체를 치우고 피를 닦았고 장군들은 진막을 빠져나간다. 그때 철군 지후를 맡은 서위가 다가오더니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폐하, 내일부터 철군을 시키겠습니다. 철군이 이렇게 결정되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21 19:32

전주문화재단, 시민·상점과 연계해 ‘상점을 갤러리로’

전주 웨딩거리 내 상점에서 전주시민이 만든 예술작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은 시민에게는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할 기회고, 상점 주인들은 실내를 예쁘게 꾸미고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바로 전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동문그림가게, 샵인샵(shop in shop) 사업이다. 샵인샵은 상점 안에 다른 상점이 들어간다는 의미로, 일방 상업 공간 내에 전시 형태로 시민들이 그린 그림을 걸고 판매하는 활동이다. 전주시민놀이터 1층에서 하던 동문그림가게사업을 전시유통 공간을 넓히기 위해 인근 상점들과 연계한 것이다. 현재 카페 커피방앗간(샵인샵 1호점), 아이엠티라미수(2호점), 정오의공작소(3호점)와 식당 다가연어(4호점) 등 4곳이 있다. 1호점에서는 이혜영 작가의 수채화, 2호점에서는 오나영 작가의 풍경 서양화, 3호점에서는 강지수 작가의 그날의 온도 일러스트 엽서 등, 4호점에서는 황지역 작가의 한지를 가죽화해 만든 줌치인형이 전시 중이다. 작품 가격은 단돈 2000원부터 최대 20만 원 사이로,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품 소장의 기쁨을 주자는 것이 취지다. 판매 수익의 10%는 가게 주인에게 돌아간다. 강지수(25) 작가는 취미로 그림을 그렸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친구들 만날 때 가져가거나 SNS에 올리곤 했다며, 전시하고 싶어도 전업 작가 위주인 전문 전시장에서는 쉽지 않았는데 샵인샵은 비용도 부담 없고 가게에서 알아서 전시해주고, 판매해주고, 홍보도 해준다고 말했다. 샵인샵 3호점 관계자는 인테리어 효과도 얻었고, 방문객들도 일상 속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는 전문예술가 못지않게 예술 창작을 하는 시민, 생활문화 예술인이 많다. 전주생활문화예술동호회 공예미술서예분야에 가입한 시민과 동문그림가게에서 전시한 시민만 300여 명에 달한다. 전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관계자는 전문 예술가를 위한 지원 사업은 많지만 생활문화 예술인들은 창작을 꾸준히 하는데도 선보일 기회가 없다며, 시민이 만들고, 향유하고, 소비하는 문화 순환 체계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샵인샵 전시판매는 늘어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20 21:53

고창 등 ‘한국의 갯벌’ 4곳, 세계유산 등재 재추진

고창 갯벌 등 한국의 갯벌 4곳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등재가 재추진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지난 17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을 2019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다시 선정했다. 대상지는 전북 고창 갯벌, 충남 서천 갯벌, 전남 신안 갯벌, 전남 보성-순천 갯벌 등 4곳이다. 문화재청은 올해 1월 한국의 갯벌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세계유산센터 신청서 완성도 검토에서 반려 통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재)서남해안갯벌추진단을 중심으로 국내외 세계유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신청 서류를 보완했다. 이번에는 앞서 지적된 각 개별 구성 유산 추가 상세 지도와 4개 지역 갯벌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충실히 담아 등재 신청서를 작성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신청서의 내용이 양호하다고 판단해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단, 재신청인 만큼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세계유산분과 소위원회를 구성, 본 신청서 제출 전인 2019년 1월까지 세부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내년 1월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한국의 갯벌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2020년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등재가 결정되면 한국의 갯벌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세계 자연유산이 된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19 21:41

'소리의 고장' 전주에 국악인재들 모인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전국 국악 인재들이 참여하는 국악 경연대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사단법인 완산국악제전진흥회가 주최주관하는 제23회 완산전국국악대제전은 오는 25~26일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다. 완산전국국악대제전은 우리 선조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음악의 계승 발전과 저변 확대, 인재 발굴을 목표로 지난 1996년 시작됐다. 제1회 판소리 경연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는 제2회부터 판소리와 기악 경연대회로 확대됐다. 대회는 판소리와 기악 부문을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신인부, 일반부 등 모두 10개 부문으로 나눠 경연한다. 판소리 일반부 대상은 국회의장상을, 기악 일반부와 판소리 고등부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는다. 기악 고등부 대상에게는 교육부장관상, 판소리기악 초중등부 대상에게는 각각 전라북도교육감상이 주어진다. 판소리 고등부와 일반부는 경연 순위 관계없이 장래가 촉망되는 참가자를 선정해 동리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특별상을 수여한다. 참가 신청은 오는 24일 오후 5시까지 완산전국국악대제전 누리집을 통해 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 또 한국공연문화예술진흥회 뫼솔이 주최주관하는 제9회 뫼솔 전국국악경연대회는 오는 26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다. 뫼솔 전국국악경연대회는 가야금병창과 기악 부문을 학생부(초중등부와 고등부), 신인부, 일반부로 나눠 실력을 겨룬다. 기악 일반부 대상은 국회의장상, 가야금병창 일반부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는다. 참가를 원할 경우 오는 24일 오후 5시까지 국악신문사 누리집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우편, 전자우편 등으로 보내면 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8.19 21:4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