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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공예 중 가장 힘든 작업이 지호(紙糊)공예라고 한다. 한지를 여러 겹 붙이거나 물에 찌고 풀을 섞은 한지로 골격을 만드는 지호 공예는 한 작품을 만들려면 수 천 번 넘게 한지를 결대로 찢고 또 찢어야 한다.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지면 물에 풀고 시루에 쪄서 풀을 섞어 치대야 하는 것까지가 고작 재료 준비과정이다. 이로 차분히 골격을 만들고 나면 위에 한지를 얇게 한 꺼풀 바르고 마르길 기다렸다가 또 한 꺼풀 바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완성하기까지 최소 한 달 반이 걸리는, 인내의 작업이 지호 공예다. 기법과 형태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공이 깃든 지호 공예를 감상하는 전시가 열린다. 박갑순 한지 공예가의 두 번째 개인전 한지, 꿈을 만들다Ⅱ가 18일부터 2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는 색지공예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천연염색 특강에서 붉은 색으로 물들인 닥죽으로 단지를 만들었다. 그때 고운 붉은 빛과 소담한 형태가 맘에 들어 처음으로 지호작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지호 공예로 만든 생활용품이 널리 쓰였다고 한다. 그릇이 귀했기 때문이다. 가벼워서 새참 등을 나를 때 쓰거나 부드러워 아기 베개로 쓰기도 했고, 소리가 작아 새색시의 종이요강으로도 쓰였다. 공동 우물가에 놓인 각기 다른 모양의 조롱박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지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롱박, 단지, 다기세트, 소래기(넓은 그릇), 요강, 씨앗통, 장독대, 호랑이베개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스승인 김혜미자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은 작품마다 손이 갈라지며 정성을 들였다며 단순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호의 길을 걷는 공예인에게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투박하고 겉 멋 없는 지호공예지만 단아함은 또 한지를 손에 잡게 한다며 여전히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격려 바란다고 말했다. 박갑순 공예가는 현재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 지우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 회원, 전주한지문화축제 연구실행위원 등을 맡고 있다.
9년 째 열리고 있는 임실필봉농악보존회의 상설 공연 필봉 GOOD 보러가세가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첫 공연은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18일 오후 1시.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국가무형문화재 필봉 GOOD 보러가세는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 임실군이 주최하고 임실필봉농악보존회가 주관하는 공연이다. 무형유산 퓨전음악극 농자(農者) 두레놀이와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 군영놀이 등 2가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총 34회 무대를 연다. 1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2~3차례(수목금요일) 열린다. 임실 필봉마을은 400여 년의 마을공동체 문화를 간직한곳으로 필봉 농악의 발상지다. 임실필봉농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악 중 하나로, 지난 1988년 8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에 등재됐다. 무형유산 퓨전음악극 농자(農者) 두레놀이는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발달한 공동체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한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한다. 또 논 갈고 모심고 김매며 노동의 고단함을 농악으로 달래며 놀던 공동체 삶의 모습을 현시대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 군영놀이는 채상놀이, 대포수놀이, 설장구놀이, 버나놀이, 열두발놀이 등으로 구성됐다. 농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개인놀이 부분을 공연작품으로 재구성해 화려한 전통 연희를 선보인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 관계자는 농악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라 할 수 있는 단결과 화합,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공유를 위한 민족 공통의 대표적인 마을 연희 문화라며 필봉농악전수관은 농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공연은 물론 한옥 숙박 체험단지를 구축하고 있어 가족과 함께 공연을 즐기며 전통문화를 접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얀 종이를 마주하면 마음이 설렌다.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릴 땐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글을 쓸 땐 무엇을 어떻게 쓸까하고 약간의 긴장감마저 들면서 가슴이 떨린다. 종이를 사용한 예술작품 전시회에 갔다. 서울 경복궁 옆 대림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팀의 아티스트들이 종이라는 특수한 속성에 집중, 종이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종이에 감성을 입혀 바람, 별 빛, 햇살 등과 같은 자연적 현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전시회다. 첫 번째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페이퍼아트계의 가우디라 불리는 리차드 스위니(Richard Sweeney)의 작품 ‘고요한 새벽의 별 빛’이 시선을 압도한다. 새까만 배경에 종이를 입체적으로 접어 만든 대형 설치 작품으로 내 자신이 우주 공간에 부유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제목처럼 새벽의 별빛들이 물결치듯 우아하게 일렁이는 우주 조각품 같다. 짐앤주(Zim&Zou)는 강렬한 비주얼의 페이퍼 아트를 구사하는 프랑스 듀오 디자이너다. 그들의 작품 ‘거리에서 만난 동화’는 제목처럼 화려한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사용, 거리의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동화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lona) 디자인 스튜디오 작품 ‘꽃잎에 스며든 설렘’은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투명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이용한 초현실적인 공간이다. 흐드러지게 핀 하얀 등꽃송이들이 천장으로부터 길게 늘어져 내려진 공간은 마치 등나무 숲속에 들어선 것 같다. 숲속 길을 돌아서면 하얀 등꽃송이 사이에 그라데이션을 한 천연색 꽃송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디자인 그룹 ‘마음 스튜디오’는 ‘그곳에 물든 기억’이란 제목으로 연분홍빛의 종이 갈대로 산책로를 이룬다. 갈대들은 사방을 둘러싼 거울에 반사되며 끝없이 펼쳐져 천장의 은은한 빛과 함께 어릴 적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몽환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잠시 모든 것을 잊게 한다. 이번 전시는 필명이 ‘오밤’인 이정현 작가가 각 섹션마다 종이작가와 콜라보를 한 연출이 신선했다. 오밤 작가의 시구를 섹션마다 전시 공간 바닥에 조명을 쏘아서 읽을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인상 깊었다. ‘너의 하늘로 내려가/ 깜깜한 너의 밤에/옅은 빛이라도/ 보태어 주고 싶어서’ ‘그 많은 것들 중/ 너는 왜 하필 꽃이어서/ 걷던 나를 멈추게 해/ 너만 바라보게 만들어’ 이번 전시회는 종이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만나는 시공간의 선물이었다. 하얀 종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접고,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 붙이고,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접어 붙이고, 늘어뜨리거나 세워서 환상적인 작품을 만든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전주 우진문화재단 2018 창작소리극 작품에 국립민속국악원 방수미 단원의 심청, 그 이면을 그리다가 선정됐다. 우진문화재단 창작소리극은 전북문화관광재단 소극장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제작 지원금 1000만 원을 비롯해 공연장과 연습실, 조명과 음향 등 기술, 공연 홍보물 제작 등을 지원한다. 심청, 그 이면을 그리다는 심청가의 효 사상을 삶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이를 현재에 맞게 재창조한 창작 판소리다. 작은 디자인 학원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미스 곽(곽 씨 부인)은 자신으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앞을 볼 수 없게 된 심 군(심봉사)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곽 씨의 죽음과 재산을 탕진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딸(심청)은 가족을 위한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일탈을 꿈꾸게 된다. 심사위원들은 그간 창작소리극은 젊은 작가와 기획자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며 방수미 씨의 작업은 평생 소리를 업으로 살아가는 소리꾼이 자신의 예술 인생을 반추하고, 판소리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교범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수미 씨는 현재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으로 추계예술대와 단국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3회 KBS 서울국악대경연대회 판소리 부문 차상, 2016년 박동진 판소리명창명고대회 대통령상을 받았다.
차(茶)와 함께 즐기는 화전놀이 행사가 열린다. 15일 오후 1시부터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행사는 (사)호남사회연구회(사)천년전주사랑모임이 주최하고, (사)한국차문화협회전북지부(사)천년전주사랑모임이 주관했다.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쌀가루에 반죽하고, 기름을 발라 지져 먹는 화전놀이. 예로부터 산에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벌, 나비들이 봄을 알리는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에는 화전놀이를 했다. 이종민 호남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화전놀이는 규방 여인들과 선비들이 친지 또는 친구와 함께 경치가 좋은 산이나 물가에서 봄의 흥취를 즐기며 춤과 노래로 하루를 즐기는 활동이었다며 화전놀이를 재현해 전통문화를 보존 발전시켜 전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천 년전주의 전통 문화의 멋과 맛을 오감으로 체험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기념식과 화전대회, 들차회, 4행시 백일장, 화전체험장, 다례체험장, 시상식으로 구성된다. 화전을 만드는 화전대회와 백일장대회 모두 현장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 문의는 063-288-4566.
원불교 대각개교절을 기념한 법등축제가 어둠을 밝히고, 일상을 깨운다. 대각개교절봉축위원회가 주최하고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가 주관하는 제11회 법등축제가 21일부터 28일까지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대각의 빛, 일상을 깨우다. 대각(大覺)의 의미를 일상에서 공유하는 방법을 화두로 삼았다. 법등축제는 원불교의 개교 이념과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익산 성지에 깨달음의 길, 빛의 길, 일상의 길을 법등으로 조성한다. 모든 길의 시작과 끝에는 겸전과 병진의 안내, 체험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두 번째 개최하는 소태산영화제(21~24일 원불교역사박물관)를 법등축제 내 주요 프로그램으로 포함했다. 개막작 Youth Collection은 박은선의 <엄마의 공방>, 송종원의 <마음공부 시리즈>, 박유성한가선의 <매콩강에 악어가 산다> 등 젊은 예술가를 집중 조명한다. 영화제 기간 띠 편성한 2017 KBS 대기획 <순례>, 전주MBC 박규현의 <마음챙김><마음혁명>도 주목할 만하다. 원불교뿐만 아니라 불교, 가톨릭 등 보편적 종교 영화제를 표방하는 만큼 대해스님의 <소크라스의 유언><산상수훈>, 가톨릭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정은의 <야간 근무> 등도 상영한다. 눈에 띄는 점은 소태산영화제 유동종 집행위원장은 가톨릭 신자다. 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부여 신동엽문학관 김형수 관장이 기획하고, 원불교출판사 천지은 편집장이 촬영한 사진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21~28일 원불교 역사박물관)는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부터 시작해 원불교 익산 성지까지 한국 토착사상의 현장을 기록한 전시다. 원불교 사진협회 회원들은 카메라로 봄을 담아냈다. 사진전 봄(21~28일 일원갤러리). 또 소태산 대종사의 구도와 대각 과정을 VR 기기로 체험하는 대각 체험 VR, 익산 성지 성탑 주변에서 겸전과 병진의 도를 홀로렌즈를 통해 경험하는 삼학병진 MR도 마련했다. 웨어러블 명상 체험도 있다. VR, MR, 웨어러블 체험 모두 22~27일 반백년기념관 뒤에서 진행한다. 신용동 예술난장 (22~27일 적공관 앞)과 명상차회(22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영모전 광장)는 일반 시민들과 일상을 나누는 행사다. 신용동 예술난장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손수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원불교타인협회가 주관하는 명상차회는 차를 우리고 나누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각성하는 기회다.
▲ 전주 영화의 거리 내 불법 옥외광고물. 전주 영화의 거리 곳곳에 걸린 퇴폐성 내용의 불법 옥외광고물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다음달 3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거리 환경 정비까지 한 상황에서 불법 광고물로 인한 도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시민 A씨는 지난 6일 전주 영화의 거리 내 영화호텔에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아가씨 급구라는 퇴폐성 내용의 현수막을 발견했다. A 씨는 영화 보러 가는 길에 전봇대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곧 영화제도 열리는데 외지인들이 보면 얼마나 망신스럽겠나라고 말했다. 11일 전주 영화의거리에서는 허가 없이 전봇대 등에 걸린 불법 옥외광고물이 쉽게 발견됐다. CGV 영화관과 옥토주차장 인근에서도 유흥주점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이외에 식당, 피트니스, 건축 등 일반 상업 옥외광고물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는 전주시가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두고 행사장인 영화의거리와 오거리 문화광장 일대의 시설물을 영화제 상징색으로 도색하는 등 외관을 새롭게 꾸민 것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 행사를 앞두고 국내외 많은 관객의 방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해 광고 현수막은 방문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주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인근 상인 B 씨는 매번 새로운 사람이 기존 현수막을 떼고 자신의 광고물을 거는 식으로, 내용만 바뀔 뿐 계속 걸려 있다며 영화제도 열리고 활기차야 할 거리에 어쩔 땐 민망한 광고가 버젓이 붙어 있으니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주 완산구청 관계자는 신고받으면 바로 철거에 들어가지만 최근 영화의거리 내에서 불법 옥외광고물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며 영화의 거리 대로변 위주로는 비교적 자주 단속을 다니는 편이지만 영화제를 앞두고 거리 내부까지 철저히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랑과 갈색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나이프로 덧씌운 두터운 마티에르가 삶의 무게를 더 하고 있다. 화가에게 있어서 그리는 행위는 현대인의 실존적 자의식을 모색하는 것이며, 세계를 향한 미술가의 고백이다. △이경섭은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북 남원에서 터를 잡은 미술가이다. 서울, 전주, 남원, 여수에서 개인전 16회, 투사와 포착 등 350여 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품 안내 = 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제17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 참가자를 공개 모집한다. 1984년에서 1999년 사이에 출생한 남녀 소리꾼으로 60분 이상 소리판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서류와 음원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소리꾼들은 제17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기간(10월 3~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근 편백숲(오송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참가를 원할 경우 전주세계소리축제 누리집에서 참가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음원 파일 또는 CD와 함께 30일까지 이메일(soriprogram3@sorifestival. com)이나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관계자는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은 청량한 숲속에서 펼쳐지는 소리판으로 매해 관객들과 소리꾼들에게 큰 성원을 받고 있다며 숨은 실력을 갖춘 젊은 소리꾼들의 패기 있는 도전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장영애 화가가 오는 18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5번째 개인전 clue for something_mirror를 연다. 장 화가는 우리는 교육과 훈련, 사회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무리안에서 다수와 같은 색으로 움직이게 된다. 나의 거울보다는 타인의 거울을 통해 나를 보게 되고 나의 시선은 나를 향하는 시간보다 이름있고, 권위있는 누군가의 반사판이 되어주기 바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드라마 여주인공 머리를 따라하고, 트랜드에 맞는 유행을 쫓고, 같은 이슈에 관심을 두며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뉴스에 댓글을 달고 있다. 누군가의 무엇이 돼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지는 않을까. 장 화가의 이번 작업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연못에 비친 자신을 보고 애정을 느낀 나르키소스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번 전시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자아의 한 귀퉁이를 투영할 수 있는 작은 거울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지난해부터 주변의 인물사물동물, 여행에서 만난 사건들을 기록한 스케치나 일상에서 나의 생각을 스케치 했던 작품들을 선보인다. 장 작가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평범하지 못한 나의 내면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게 무엇이든, 어떤 형태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동학농민혁명 장편소설 <혁명>(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을 펴낸 이윤영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혁명>은 30여 년간 천도교와 동학혁명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해온 그가 2년간 답사와 자료 수집을 거쳐 완성한 장편소설이다. 그는 동학 관련 논문, 연구서, 소설 등이 이미 많은데 나까지 집필해야 하는지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 역사의식이 줄어들었고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1890년대를 전후한 시기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학 지도자들의 움직임과 민중들의 동학에 대한 기대 등을 담았다. 1892년부터 1893년까지 발생한 동학교조 신원운동과 척왜양창의운동, 갑오년의 동학농민혁명사를 속도감 있는 필치로 썼다. 하늘님이시여,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양척왜, 대동세상, 사람이 하늘님처럼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저희의 붉은 그 마음 변치 않기로 굳게 맹세합니다.(소설 <혁명> 중) 소설은 조선왕조말기, 암울했던 시대처럼 어두운 밤길을 달려와 도원결의처럼 결의형제 의식을 치르는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관장은 혁명 주도자들의 결의 부분 등은 기록에 없는 부분이라며 동학 전문가로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했을 발언, 또는 후손으로서 당시 혁명의 주인공들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역사의 공백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책은 토막토막 끊어진 역사적 사실, 기록으로 채 남겨지지 않은 동학혁명 당시의 상황들을 상상력을 더해 큰 흐름으로 흥미롭게 이어냈다. 또 역사적 사실의 맥락을 따라가면서도 민중 구전 등에 나타나는 당시 인물들의 사상과 원대한 꿈을 대사와 일화로 과감하게 표현했다. 좌절된 혁명이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는 희망의 역사로 그려낸 것도 특징이다. 이 관장은 내가 쓴 책이어서 홍보하기도 쑥스럽지만 많은 사람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화 시대를 태동시킨 동학혁명은 31운동과 419혁명, 518 광주민주항쟁부터 오늘날 촛불 민주주의와 미투 운동까지 이어지는 민주독립의 정신적인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여성학생농민신문화출판생명비폭력평화 등 동학사상 중 현 사회에서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실천운동이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책을 읽고 각성해 동학 정신을 계승, 사회를 바꿔 나가길 바랍니다.
전주의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전주 음식모형 전시실이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마련됐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하는 전주 음식모형 전시실을 3층에 개관했다. 전시실은 △월별로 만들어 먹던 전주 음식 이야기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전주 일상음식 이야기 △상차림으로 알아보는 전주 음식 이야기 △전주 대표 향토음식 이야기 등으로 구성했다. 시절음식 105점, 일상음식 275점, 전주 10미 10점, 향토음식 77점 등 총 467점을 전시한다. 특히 전주 대표 향토음식으로 전주백반, 전주한정식, 전주폐백은 전주시 지정 음식 명인들이 실물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모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전주 음식모형은 2014년 4월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민속실에 전시되었으나 민속실이 전북역사실로 전환되면서 전시가 중단됐다. 2016년 5월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으로 기증됐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음식 분야 전문가들이 전주 음식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알릴 콘텐츠를 보존홍보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강병구 전당 기획국장은 전시실 개관을 통해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전주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즐기길 바란다며 많은 분이 찾을 수 있도록 알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실은 상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사전 신청할 경우 음식 문화 해설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리울스토리 아리가 다시 여전사로 돌아왔다. 여주인공인 아리가 자신의 부족과 연인인 미르를 위해 해적 염왕과 맞서는 여전사로 변화한다는 설정으로 캐릭터의 이미지와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그러나 무용극임을 고려하더라도 음악이나 조명 사용이 과다하고, 광대의 등장이 빈번해 극의 흐름을 끊는 등 아리울스토리3 해적1에서 제기된 내용이 또다시 반복됐다. 아리만 여전사로 돌아왔을 뿐 발전 없는 아리울스토리라는 지적이다. 10일 오후 2시 새만금 아리울창고에서 개막한 새만금상설공연 아리울스토리3 해적2(월영의 검)는 스토리를 다듬어 아리울 여왕인 아리의 여전사 이미지를 부각했다. 아리울스토리3 해적1에서 연인 미르의 여인으로 전락한 아리가 해적 염왕과 대립하는 아리울 여왕이자 여전사로 돌아왔다. 아리가 극 전면에 나서면서 의식을 통해 아리를 되살리는 데 대한 개연성을 확보했다. 퍼포먼스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보완한 셈이다. 출연자들의 역동적인 안무와 안정적인 연기는 기대를 충족시켰다. 특히 올해는 고증을 통해 복원한 백제 문양과 악기 등으로 시대적 배경을 명확히 했다. 백제 치미와 봉황문 등을 모티브로 북을 제작하고, 백제 5악기 중 하나인 완함과 백제 미마지탈 등을 사용해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러나 아리울스토리에서 줄곧 지적된 음악과 조명의 사용 과잉, 광대의 과다한 출연 등은 그대로였다. 특히 극의 흐름을 끊는 광대의 등장도 여전했다. 개연성 없는 광대가 자주 개입해 공연의 집중도를 흐리고,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관광공연은 관광객을 공연에 참여시키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낳은 결과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막과 막 사이에 관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등장하는 광대는 사족이라며 그 시간을 줄여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주최하고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새만금상설공연 아리울스토리3 해적2는 11월 17일까지 매주 화~토요일 오후 2시 새만금 아리울예술창고에서 공연한다.
익산역 앞에서 약 100미터 가량 이어지는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에서 매주 토요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익산문화재단(이사장 정헌율)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에서 놀거리가 있는 토요일, 놀토!를 주제로 상설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열린 토요 상설문화행사는 공연, 아트마켓, 체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통기타 공연, 원광대 연합동아리 버스킹 등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단체의 공연과 소품 전시, 아트마켓, 교복체험, 달고나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는 지난해 9월 개관한 익산 아트센터를 거점으로 주민과 함께 하는 라디오 방송, 거리 내 입점 공방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솜리예촌 아카데미 등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구역이다.
제14회 전라북도 서도대전 대상에 금정 서혜순(58전주) 씨가 선정됐다. (사)한국서도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서홍식)이 마련한 전북 서도대전은 전국 서예가를 대상으로 한문부, 한글부, 문인화부, 서각부, 전각부, 원로부 등 6개 부문에 걸쳐 우수작을 가려내는 서예 공모전이다. 올해는 총 350점이 출품됐다. 심사결과, 대상은 문인화부문의 서혜순 씨, 우수상은 원로 부문의 구연식(70전주)문인화 부문 박정영(41부산)한문 부문 성기순(61대전) 씨다. 특선상 및 삼체상 21명, 특선 91명, 입선 156명 등 총 29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혜순 씨가 출품한 대상작 대나무는 풍죽에 괴석을 곁들인 작품으로 구도가 뛰어나고 묵색이 세련된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서 씨는 문인화의 묵향에 파묻혀 지낸지 어언 10년이 됐다. 지도 선생님과 남편의 격려에 힘입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심취했었다며 더욱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묵향과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5월 4일 오후 4시. 입상작 전시는 5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린다.
제34회 전북연극제가 11일부터 1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군산 사람세상소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전주의 극단 까치동, 익산의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남원의 극단 둥지, 군산의 극단 사람세상이 참가한다. 전북도지사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단체는 6월 15일부터 7월 2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출전한다. 전북연극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극단 까치동 흐르는 물과 같이(정경선 작연출)=1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흐르는 물과 같이는 조선 후기 3대 명필인 창암 이삼만 선생에 관한 이야기다. 전업 예술가로 치열하게 살았던 이삼만 선생과 그 옆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아내 여옥, 예도의 동반자로 예술적 교류를 나눈 판소리 명창 심녀 등을 통해 예인의 삶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본다. 정경선 씨는 한평생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그 옆 누군가의 희생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는 연극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할머니의 레시피(이미애 원작, 한유경 각색연출)=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텔레비전은 잘 나오지 않아 심심하고, 재래식 변소에는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말린 산나물과 메주 냄새가 가득한 시골집. 외할머니는 손녀 서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싫어하고, 서현이가 화를 내면 더 화를 내지만 음식 솜씨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외할머니와 서현이의 티격태격 시골 생활이 펼쳐진다. 한유경 씨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통해 할머니를 생각해보는 따뜻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할머니의 따뜻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단 둥지 기억을 담그다(문광수 작연출)=15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이 작품은 350년 된 씨간장을 지키려는 노모와 이를 팔려는 자식들을 통해 가족애를 그려낸다. 350년 된 씨간장을 사기 위해 간장 공장 사장이 거액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제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씨간장을 팔자고 권유하고, 노모는 이를 거절한다. 씨간장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문광수 씨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잠시 내려놓고 살았던 우리네 엄마들의 순박, 순수, 사랑 속에 향기를 불어넣고 주고 싶었다며 이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밝혔다. △극단 사람세상 이웃집 쌀통(김란이 작, 최균 연출)=13일 오후 7시 30분, 14일 오후 4시7시 30분 군산 사람세상 소극장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쌀통 하나, 이웃인 네 명의 아줌마들은 말다툼하다 쌀통을 쏟고 그 안에서는 아이의 손가락과 발이 나온다. 이들은 범인을 잡겠다며 추리를 해나가다 쌀통 밑에서 돈 봉투를 발견하고 돈을 나눠 갖는다. 근본적 원인을 잊은 채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는 이웃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최균 씨는 개성 있는 아줌마들의 코믹한 대사와 쌀통 속의 공포가 조화를 이뤄 골목길 코믹 공포라는 장르로 불리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주세요 스마트기기와 와이파이, 테더링, 핫스팟 사용 불가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세미나장 벽면에는 A4 용지 두 장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끝 번호 안드로이드 꺼주세요. 사회자는 와이파이, 핫스팟 등을 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곧이어 드론 기반 융합 미디어아트쇼 꽃심, 나르샤 제작발표회가 시작됐고, 드론 5대와 출연자 2명은 5분가량의 짧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꽃심, 나르샤는 드론 실내군집비행 기술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공연.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지역특화콘텐츠개발 지원사업으로 전주시와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써티데이즈, 네온테크 등이 총 4억2000만 원을 투자해 제작하고 있다. 꽃심, 나르샤는 전주 꽃심의 정신(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을 4개의 옴니버스로 구성했다. 전통무용, 패션쇼, DJ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드론,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기술 등을 융합해 꽃심의 정신을 표현할 예정이다. 출연진은 30여 명, 드론은 20대 투입한다. 무대는 홀로그램과 프로젝션 맵핑 등 현대적인 기술을 입힌다. 이번 공연을 위해 미디어아트 기업 써티데이즈, 드론전문개발 기업 네온테크는 지난해 8월부터 드론 실내군집비행을 위한 기술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연출진들의 고민은 캐릭터화된 드론이었다. 그래서 인터랙션 사운드와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드론 자체에 캐릭터를 부여했다. 인터랙션 사운드로 곡과 연주의 데시벨이나 사운드에 따라 드론 빛의 강도와 색깔, 무늬 등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도록 했다. 특히 드론 실내군집비행은 GPS가 아닌 적외선(IR) 센서를 이용해 드론 위치를 추적한다. 별도의 개별 조작 없이,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대로 드론의 위치를 제어하는 것. 드론 위치를 추적할 때 와이파이나 핫스팟 등 통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한다. 송대규 써티데이즈 대표는 높이 7m, 폭 13m의 대공연장에서 드론 실내군집비행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국내 최초라며 이번 공연은 드론이 새로운 공연예술 소재로 기능할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꽃심, 나르샤는 7월 7일부터 14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총 10차례 공연한다.
지난 6일 완주 연석산 미술관을 가는 길은 마치 청정자연을 답사하는 자동차 트레킹(trekking)과 같았다. 미술관이 위치한 완주군 동상면은 예로부터 전국 8대 오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도로가 개설되면서 한결 접근이 쉬워졌지만 연석산에서 진안 운장산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은 여전히 깨끗함과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산속으로 들어가 벚꽃이 만개한 비포장 길을 15분 정도 달리니 큰 바위에 새긴 연석산 미술관 문패가 나온다. 아직도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경사가 약 60도에 달하는 산비탈을 오른 뒤에야 제12미술관과 미술가 입주 레지던스 등 3채로 이뤄진 단지가 나온다. 미술관은커녕 문화 공간 한 곳 없던 동상면에 연석산 미술관이 자리를 튼 지도 1년 반째다. 박인현 전북대 교수가 자신의 예술 활동 작업과 함께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균형적인 지역 미술 향유 거점을 만들기 위해 만든 곳으로, 초대전을 꾸준히 열어 왔다. 올해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레지던스 사업에 선정돼 운영에 탄력을 받았다. 3월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 1기 입주작가로 이보영장우석강은지신선우마티 밀러(Marty Miller)조야 샤린 후크(Joya Shahrin Huq) 등 미술가 6명을 뽑았다. 우려와 달리 온라인 공고를 보고 신청한 국내외 작가가 13명이었다. 지난 6일에는 레지던스 입주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발표하는 창작발표전 개막식이 있었다. 이날 이보영장우석강은지마티 밀러 작가가 참석해 작업과 공간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이들은 접근성이 좋지 않는 8대 오지라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며 공간을 병풍처럼 둘러싼 폐석산과 그 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 소리, 울창한 자연은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27일까지 작가들의 작품 전시도 이어진다. 이보영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단절된 이웃과의 소통을 동물과 자연 이미지의 병합으로 표현한다. 강은지 작가는 사랑을 주제로 글과 회화를 결합한 작품을, 장우석 작가는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듯,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상징하는 붉은 실로 이어진 사람을 전통 초상기법의 한국화로 선보인다. 신선우 작가는 이집트의 스핑크스, 아프리카 부두교의 여성 등 다양한 장소와 역사적인 산물을 융합해 그린다. 마티 밀러는 폐기된 사진을 통해 인간과 사회, 생태 환경이 어떻게 교류하는지 고민한다. 조야 샤린 후크 역시 문화, 전통, 음식, 옷 등에 담긴 관계성에 주목했다. 미술관은 6월~7월 장우석 작가가 주민을 대상으로 민화 수업을 하는 등 주민 교류에도 힘쓴다. 박인현 관장은 그간 받은 사랑을 문화 혜택을 받기 힘든 지역민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비켜라!” 연개소문이 소리치자 무장들이 물러섰다. 뒤쪽의 비명과 외침은 어느덧 줄어들고 있다. 군사들의 살육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연개소문이 다가서자 영류왕이 소리쳤다. “네, 이놈! 이 역적!” “너는 왕의 그릇이 아니다. 건무야!” 연개소문이 따라서 소리치고는 오른손에 쥔 칼을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왼손의 칼을 영류왕 앞으로 던졌다. 칼이 쇳소리를 내면서 청 바닥에 떨어졌다. “건무, 칼을 집어라!” 연개소문이 소리치자 영류왕이 칼을 집어 들었다. “네 이놈, 연개소문.” “건무야, 날 죽이면 군사들을 물러가라고 하마.” 칼을 중단으로 겨눈 연개소문이 정색하고 소리쳤다. “자, 오너라!” 영류왕이 칼을 치켜들고 뛰었다. 거리는 세 발짝. 한 발짝을 뛰고 나서 두 발짝째는 추켜올렸던 칼로 연개소문의 머리통을 내리치면서 발을 디뎠다. 그 순간이다. “앗!” 영류왕의 입에서 외침이 터졌다. 30년 전, 수의 대군을 맞아 을지문덕과 함께 싸워서 물리친 건무(建武) 영류왕이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의 건무가 아니다. 연개소문이 몸을 비틀면서 옆으로 후려친 칼이 영류왕의 배를 갈랐던 것이다. 그 순간 내려친 칼이 청 바닥을 때리면서 배가 갈라진 영류왕이 몸을 숙였다. 그때 칼을 치켜든 연개소문이 소리쳤다. “죽어라!” 연개소문의 칼이 영류왕의 목을 자 머리통이 떼어져 청 바닥에서 굴렀다. 영류왕 25년 10월이다. 그때는 이미 살육이 거의 그쳤고 청에는 도살된 2백여명의 고구려 고관들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서있는 군사는 모두 연개소문의 부하들이다. 고구려국 고관 대부분이 도살되었다. 살아남은 고관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곳은 대야주 대야성, 의자대왕의 친위군이 도착했을 때는 계백과 선봉대장 협반이 대야성을 장악한 지 나흘 후였으니 빠른 기동이었다. 남방방령 윤충은 이틀 먼저 출발했지만 의자왕의 친위군보다 겨우 하루 먼저 대야성에 들어온 것이다. 대야성에는 백제 기마군 3만5천기가 운집해 있었기 때문에 2만기 정도는 성 밖에 진을 쳐야 했다. “장하다.” 이미 전령을 통해 내막을 상세히 보고받은 의자왕이 계백과 협반에게 말했다. “특히 계백이 대공을 세웠다.” “황공하오.” 계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의자를 보았다. “대왕, 운이 따랐을 뿐입니다.” “그 운을 네가 만들지 않았느나?” 닷새 전만 해도 김품석이 앉았던 옥좌에 앉아 의자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원인이 없는 운(運)은 없는 법이다.” 의자가 옥이 박힌 의자를 손바닥으로 쓸면서 말을 이었다. “김춘추의 딸은 제 손으로 자결을 했다니 지아비를 따라갔구나.” 김품석의 부인이며 김춘추의 딸 소연은 칼로 가슴을 찌르고 자결을 한 것이다. 그때 윤충이 말했다. “주성(主城)을 함락하고 군주(軍主)의 목을 베었지만 대야주에 42개 성이 있습니다. 서둘러야 될 것이오.” “그렇다. 사기가 꺾였겠지만 아직도 대야주에 수만의 군사가 남아 있다.” 머리를 끄덕인 의자가 지시했다. “가야주는 본래 가야국이었던 땅, 신라국에 죽기로 충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항하면 지위를 보장하고 옛 가야국 호족은 능력에 따라 고위직에도 임명한다고 해라!” 신라는 골품제가 박혀 가야 출신 호족들을 박대해온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의자왕이다. 의자의 시선이 다시 계백에게 옮겨졌다. “계백, 이번 싸움에 가야족인 네 장인이 죽었느냐?” 의자가 진궁을 장인이라고 불러 주었다.
전북작가회의가 주최하고 전북교육청이 후원하는 ‘2018 전북 초·중·고등학생 백일장’이 13~14일 전주 최명희문학관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백일장 참가자들은 전주 한옥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 유적과 시설을 보고 경험하면서 원고를 작성하면 된다. 백일장에 참가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두 차례에 걸쳐 문학 토크쇼도 한다. 14일 오후 1시부터는 장은영·유수경·박서진 아동문학가 ‘초등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행복한 동화 읽기’, 오후 3시부터는 김정배·김도수 시인, 김병용 소설가가 ‘전북 중·고등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문학 감성’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참가를 원하는 전북 초·중·고등학생은 12일까지 메일(hyeongmi6348@hanmail.net)과 전화(063-275-2266)로 신청하면 된다. 당일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제10회 전북불교문학상에 신해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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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강에는 은자가 산다’⋯30년 전주 문화의 삶 건져 올리는 ‘은자전’
전북소설문학상 ‘최영두’ 작가 선정
제10회 전북신문학상, 박미혜 시인 선정
[안성덕 시인의 ‘풍경’] 밤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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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의 경계를 넘어 피어난 시심”…촌은·매창 문학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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