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지역 식재료 중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하는 양념 중 하나가 생강이다. 고려시대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생강은 완주군 봉동읍이 유명한 주산지다. 1300년 전 중국의 사신으로 갔다가 생강을 얻어와 봉동에 심은 게 기원이 됐다는 설(說)도 있다. 재래종 품종에 '봉동 재래'라는 명칭이 붙었다. 특히 봉동 생강은 유난히 뿌리가 크고 포도당 함량이 높은 데다 매운 맛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강은 강한 향을 지녔으면서도 다른 음식을 만나면 자신의 색을 없애는 대신 전혀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추어탕보신탕 등과 같이 생선과 육류의 비린내를 잡아주며, 수정과식혜한과 등에 쓰인다. 완주군은 봉동농협을 통해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에 졸여 말린 편강, 복분바 추출물을 곁들인 복분자 맛 편강, 감귤 추출물을 가미한 감귤 맛 편강 등으로 간식용 등으로 내놓고 있다. 생강과 비슷한 향을 지녔으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읍 양하('양엣간','양회' 등)는 열대식물인 탓에 제주도와 정읍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읍 산외면 일대 산기슭이나 밭두렁 등에 자라고 있는 양하는 독특한 향으로 호불호가 분명한 탓에 거의 홀대받고 있는 형국. 생으로 먹으면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지만, 고기와는 찰떡궁합을 자랑해 산적 사이에 끼워 먹으면 쌉싸래한 뒷맛이 일품이다. 봄 혹은 가을에 검지 손가락만한 꽃잎을 잘라 나물로 부쳐 먹고 줄기는 된장국이나 맑은 생선국에 넣으면 풍미를 살려준다.
△ 손이 많이 가는 정읍 녹두, 건강식 재료로 엄지손가락 순천 방향으로 빠지는 호남고속도로를 타다 보면 이색 휴게소가 나온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이름을 딴 '녹두장군'에 착안한 정읍녹두장군휴게소다. 여기서는 지역 특산물인 녹두를 활용한 전떡죽식혜 등이 나온다. 체구가 작았으나 결기가 강한 전봉준과 녹두는 사뭇 닮았다. 녹두가 국내 작물이고, 녹두장군의 고장인 정읍에서 녹두 재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러나 오산이다. 녹두의 본래 원산지는 인도. 농업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부여 부소산의 백제 군창지에서 녹두와 팥이 출토된 것으로 미뤄 볼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읍농기센터에 문의해본 결과 최근 녹두를 규모 있게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손이 많이 가서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녹두는 키만 크고 열매는 부실한 편. 밑에서부터 차례로 꽃이 피고 꼬투리가 달리는데, 완전히 익은 것을 그냥 두면 꼬투리가 터져 자그만 콩알이 쉽게 흩어진다. 익었다 싶을 때 손으로 직접 따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든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녹두는 여름 작물 중 파종기간이 가장 길다. 팥보다 늦게 심기에도 적당해 봄에 심었던 작물이 가뭄 등으로 실패했을 때 대체 작물로 심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농업진흥청이 기계로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도록 개량한 신품종 '다현녹두'를 내놓기도 했으나, 대중화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지난해 처음으로 밭 2만6446㎡(8000 평)에 다현녹두를 보리와 이모작하고 있는 은병규(55정읍 고부군 고부리)씨는 "기계로 재배할 수 있어 일손이 많이 들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올해 태풍 피해가 심해 손익분기점을 낼 수 없으나, 전남의 경우 지난해 1㎏당 1만7000~8000원 정도 팔렸던 만큼 가격 경쟁력은 있는 품목"이라고 자신했다. 이렇게 생산되는 녹두는 싹을 틔워 숙주나물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대량 소비되며, 일부는 고급 음식점이나 병원 등에서 사간다.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기를 보완하고 열독을 없애는 데 특효가 있다. 녹두를 불려서 갈아 노릇노릇하게 부쳐낸 녹두전, 녹두와 쌀과 갈아서 자작자작하게 끓인 녹두죽, 녹두를 갈아 앙금을 내려 얻은 녹말로 쑤어낸 청포묵 등이 녹두를 활용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이 땅의 척박한 춘궁기를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보리가 한때 혼식 장려 덕에 눈칫밥을 먹었지만 요즘은 애써 찾는 웰빙식품이 됐다. 그러나 좋은 녹두를 구하기는 힘드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 알곡이 굵고 맛있는 고창 밭보리갈수록 생산량 줄고, 상품 개발 한계보리 살리기 운동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올해는 전국 보리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2.6%가 줄었다. 한반도 음식 역사에서 밀과 보리의 중요도를 비교하면, 언제나 보리가 앞섰다. 고려시대부터 보리는 대맥(大麥), 밀을 소맥(小麥)이라 분류됐을 정도로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치자면 보리가 갑에 해당됐다. 1970년대 이후 쌀이 자급자족으로 생산되자, 대체 알곡이었던 보리 재배 면적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밥맛의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보리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나 보리는 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병충해가 붙지 않아 농약에 안전하고, 쌀에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보리는 찰기가 많은 찰보리 계통이 재배 면적의 70~80%를 차지한다. 찰기가 적은 메보리는 보리차 같은 가공용이나 맥주 가공용으로 재배되나, 찰보리는 밥을 섞는 것 외에 보리빵이나 보리국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남 영광과 해남 등에서도 재배되는 보리 중 고창 보리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은 대개 밭보리여서 알곡이 굵고 맛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단백질무기질 등이 고루 포함된 보리엔 특히 섬유소가 쌀 보다 10배 이상 많아 장의 원활한 운동도 돕는다. 게다가 보리는 쌀과 함께 밥을 하면 다소 밋밋한 맛이 줄고, 어린 보리 싹을 쓰는 보리개떡이나 제분을 한 보리빵 맛은 밀빵에 비해 고소하다. 보리 싹을 틔워 바짝 말린 뒤 빻아 쓰는 엿기름이나 여름철 보리미숫가루는 시원한 음료로 권할 만하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보리밥빵 등은 여전히 별식에 가깝다. 보리 생산량이 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고창군은 매년 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일부 영세기업마저도 보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예로 고창의 농업회사법인'청맥'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흑보리로 커피를 만든다. 본격 시판을 앞둔 보리 커피는 지난해 3000억을 돌파한 커피 시장과 연계시켜 카페인 없는 커피로 적극 홍보 중. 하지만 보리 커피만으론 커피 고유의 향이나 맛을 즐길 순 없고, 원두커피와 섞어 마셔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한국음식관광축제 국내기업관에서 보리 커피를 시음해본 소비자들은 "아메리카노와 맛이 비슷한데, 고소하면서도 쓰다"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상품으로 접목된 보리가 시민들의 식탁과 생활에 안착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북도립미술관은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3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展 관련 특별 강연회를 연다. 지난달 19일부터 내년 2월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를 계기로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거장들의 작품 특성과 경향 등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다.23일에는 이종협 대전시립미술관 관장이'세계미술거장의 작품을 통한 판화예술의 이해'라는 주제로, 판화의 발생에서 현대판화에 이르는 판화예술의 변천과정과 함께, 볼록판화, 오목판화, 평판화, 공판화 등 판화의 다양한 기법과 종류에 대해서 살펴본다. 30일과 12월 7일에는 김향숙 홍익대 김향숙 겸임교수가'근·현대미술 파리의 거장들 : 아방가르드의 변주(전북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중심으로)'과'오늘의 현대미술'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다.
제16회 전북위상작가상 수상자로 익산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화가 문재성씨(46)가 선정됐다. 전북작가위상전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신동)는 "전북에 거주하면서 참신하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작가 선정을 원칙으로 삼아 문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전북위상작가상은 전주화방 이승목 대표가 매년 500만원의 후원금을 내 진행하고 있다.수상자 문씨는 원광대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9회를 가졌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5시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며, 12월 2일까지 수상 기념전이 마련된다.
지난 19일 조용히 눈을 감은 이동엽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이사장. 고인은 지역 문화계 현안마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총대를 멘 '돈키호테'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잔 걸치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주당(酒黨)이었으며, 어떤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한량(閑良)이었다. 호걸의 풍채는 세월로 사위었으나, 그 허세와 패기, 웃음기 어린 목소리는 오랫동안 그리울 것이다. 김병수 (사)이음의 대표가 그를 보내는 마음을 전해왔다.응급실에 온 지난 7일 밤. 이동엽 선배는 오가는 정신 결에도 "내가 누구여"를 묻는 부인에게 입술만 달싹 "공주마마"라며 농담을 놓지 않았다. 입원이 결정되고 다시 일어날 희망이 희미한데도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링거를 술로 대신하고 싶다거나 담배 한대 태우자고 한다. 기력도 돈도 없는 처지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한다거나 도움받은 사람을 적어두라거나 한다. 속없는 이분을 만난 건 내 나이 서른셋. 여행 후 속절없을 방황기에 낡은 한옥집 다문. 지금의 한옥마을 교동의 한 찻집, 마당에서다. 멍석에 조촐한 술상 보고, 술 들다 차 들다 거나하고 한가롭던 나날이었다. 어느 날은 취중에 절을 올리셔서 황망한 내가 반절을 했더니 "'뒤'를 보라"고 했다. "끄덕이는 분꽃이 고와서, 끄덕끄덕 나에게 해주는 인사가 고마워" 그랬다나. 그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존재감을 일깨워주곤 했다. 어느 날엔 진지하게 한옥마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길 나누다가, 세속적이고 속물스런 그의 답변에 울컥하는 나를 가만 바라보았다. '내가 쫌 나갔구나'싶어 철렁했는데, "병수야, 너 같은 놈을 영어로 뭐라는지 아냐. (한참 침묵) 보일러라고 한다." 고 했다. 그 때 폭폭 터지던 웃음을 애써 참았던 날도 있다. 나는 지금도 열 받으면 끓어오르는 염천의 나날이고 또 그럴라치면 그를 생각하며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더 많은 날들은 동북공정이나 미국의 중동침략을 비난하다 못해 치우천황에 대해 장한 분개를 떨치지 못하는 애달픈 국수주의자로 살았다. 언젠가는 볕을 잘 받아들일 광합성 촉진제 제품과 개발자를 모셔서 환경과 농촌을 살릴 큰 사업을 벌이자며 장담한 터에 서로 어려워했던 날도 있었다. 토종 콩 종자를 보급하는 모임에 불러서 비기를 알리듯 예언서에 다 된다고 하기도 하고, 한지를 곧 닥칠 피부 바이러스에 대응할 유일한 약이라고도 했다. 한지나, 토종 종자나 차밭에 대한 애정이나, 전통주판각 등의 이러저러한 사업과 행사들이 그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소리꾼들과 춤을 추다 소리북틀에 돈 꽂는 걸 좋아하셨고, 풍물을 치면 노상 춤을 췄다. 막걸리 만큼 남부시장 '정집'의 반찬들을, 또 소리꾼들과 어울리기 좋은 전주 평화동 골목의 막걸리 집'예가'를 좋아하셨다.그는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40~50대들의 20대 시절부터 '형'이었다. 젊은 날 검도 수련을 했고, 주먹패들과 교분으로 협객소리를 듣기도 했다. 나중엔 (사)이음 회장으로, 굿 치던 '갠지갱' 만든 이로, 다문산조 페스티발한옥생활체험관의 당주가 됐다. 그 시간 동안 그를 잘 닮은 아들과 딸을 두었다. 병실에 오시고 난 뒤 한 달, 머무름 없고 든 정 놓지 않을 만큼 있다 가셨다. 여러 상주들은 형이 가시는 22일 오후 1시30분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노제를 열고 그를 보낸다. 전주의 달빛은 이동엽과 함께여서 더욱 미만하였고, 높은 이상은 현실만큼 황망하여도 정신은 형형하여 잘 놀다 잘 가는 게 고인의 유지리라. 꿈에서라도 긴 술자리 끝에 그가 젓가락 귀에 상추 꽂고 춤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김병수 (사)이음 대표
2012년 전북도립국악원 목요국악예술무대의 대미는'가을밤 愛, 국악여행'이 장식한다(22일 저녁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지난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국악의 향을 피우며 예향의 자존심을 지켜온 도립국악원의 목요상설무대는 전통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전통의 멋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여 국악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 17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동호인들은 물론, 각급 기관이나 모임의 단체 관람·중고교 학생들의 현장학습, 대학생들의 문화 순례 프로그램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올해에는 한옥마을과 연계한 홍보 시스템으로 외국인의 공연 관람이 늘어 전통예술의 위상을 높였다는 게 국악원측의 설명이다.올 마무리 무대는 전통과 보존, 실험과 대안의 무대로 이어져 온 1년간의 여정을 마무리 하고, 과거를 이어 미래로 나아가는 호응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무용과 소리와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다. 가야금 3중주 '경복궁 타령 변주곡'(생황/손순화, 양금/유현정, 대아쟁/권경희)을 시작으로, 판소리 심청가 중'주과포혜''도드리병주', 가야금병창'사철가'(최삼순, 김양춘, 김춘숙, 박영순, 김공주, 장단/장인선), 무용'한벽루'(배승현 외 6명), 민요'동백타령'(배옥진, 이연정, 문명숙, 장문희, 차복순, 최현주, 최경희, 천희심, 장단/김인두),'소고춤과 판굿'공연(박현희 외 10명) 등 가·무·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류 가수 '보아'의 어머니 성영자씨가 전주에서 특별한 자녀 교육법을 들려준다.최근 개관한 여명카메라박물관(관장 한재섭·전주 한옥마을 내 온고을소리청)이 23일 오전 11시에 자녀 교육에 관심 높은 주부들을 위해 세 남매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성씨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씨는 '보아' 외에도 서울대 출신으로 피아니스트 겸 교수로 재직 중인 큰 아들 권순훤 씨와 홍대 미대를 졸업한 뒤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는 둘째 아들 권순욱 씨까지 성공적으로 키워낸 자신의 교육관을 들려줄 예정. 문의 063) 232-5250.
해방 이전에 제작된 한국 근현대문학을 둘러싼 '친일문학'에 갇힌 담론을 넘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책으로 나왔다. '한국 현대문학과 탈식민성'(도서출판 역락)은 가치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새만금 사업을 다룬 소설과 천운영 단편 소설에서 나타난 여성성, 21세기 다문화 소설에 나타난 탈식민성까지 '탈식민성'을 키워드로 한 담론으로 확장시켰다. 지난주 회갑을 맞은 임명진 전북대 교수를 중심으로 장미영 전주대 교수, 전흥남 한려대 교수, 이영배 안동대 교수, 이수라 전주대 객원교수, 윤영옥고은미김은혜노용무유인실 전북대 강사, 유 승 원광대 강사, 김혜원 전북대 대학원 박사과정, 김선하 전주서중 교사는 한국 현대문학의 식민성에 관한 담론을 확장해 '동고(東皐)와 시선들'이란 부제로 달았다. 영향과 전유, '서발턴'(지배계층의 헤게모니에 종속되거나 접근을 부인당한 그룹)과 젠더, 신식민성과 지역, 다문화와 혼종성 등을 주제로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한국 근대문학에서 주목했던 서구 근대문학과 한국 문학, 제3세계가 갖는 영향 및 수용, 한국 내부의 억압받은 하위계층으로서의 다문화집단과 기생집단, 해방 후 한국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인)에 대한 인식과 서양인의 한국(인)에 대한 시선, 억압받는 집단으로서의 여성, 문학 이론과 사회적 삶에 투영된 식민성과 탈식민성 등을 다룬 논문 중에서 탈식민주의와 관련된 몇 편을 더 엮어서 출판한 것. 임명진 전북대 교수는 "책을 출판하는 것은 연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동시에 더 진지하고 열정적인 연구를 위한 중간 점검"이라고 했다.
전북에 몇 안되는 다큐 사진작가 김유찬씨가 미얀마의 속살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아왔다. 2005년 이후 7년 여에 걸쳐 해마다 2~3차례씩 53주에 걸쳐 미얀마(옛 버어마) 곳곳을 누비며 취재해온 미얀마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책으로 펴냈다. 'I Love Myanmar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도서출판 계간문예). "미얀마는 가난한 나라, 군산 독재 정부, 아웅산 수치, 전두환 전 대통령의 폭탄 테러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은 미지의 나라였는 데, 2005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고 난 후 이 나라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김씨는 "외부와 단절된 채 독특한 문화로 살아가는 모습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며, "여행 제한과 교통 등의 문제로 불편함이 많았지만, 묘한 매력과 의구심이 들어 포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미얀마는 남자는 일생에 한 번은 불가에 들어가 수행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으며, 평생 세 번의 단기 승려를 거쳐야 비로소 존엄한 인간이 된다고 믿는 불교 국가. 승려가 되는 과정과 수도원의 생활들이 책 앞 면에 비중있게 배치됐다. 수상가옥에서 태어나고 호수에 기대어 생활하며 죽어서도 물속에 묻히는 인레 호수 사람들, 뒤떨어진 교통수단과 가난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들이 사진집에 담겼다.지난해 전북예술회관에서 미얀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던 김씨는 해마다 국제전에 미얀마 사진을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
한 스승에게서 배운 화실 출신 화가들이 다시 뭉쳤다. 젊은 열정으로 제자들을 지도했던 스승은 원로가 됐고, 제자들은 각지에서 중견 작가 혹은 교직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70년대말 부터 80년대 초까지 '원화실'을 운영했던 서양화가 박종수 선생(66)과 그 화실 출신 제자들의 이야기다. 제자들이 스승을 모시고 '북쪽창이 있는 화실전'을 열었다(27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예술평론가 겸 서양화가로 활동중인 예원예술대 김선태 교수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박진영씨조각가 엄혁용 전북대 겸임교수판화가 윤리나 밀워키 예술대 부교수서양화가 김용석엄경희이숙희이정란씨(한국전통문화고 교사) 등이 주요 멤버다. '북쪽창이 있는 화실전'은 당시 전주 고사동 소재 원화실 건물이 북향이었고, 창문들이 북쪽으로 난 데서 붙인 이름이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이 붙여준 이름이란다. 그 이름으로 10년 전쯤 전시회를 가진 후 흐지부지 됐다가 이번에 재개했다."70년대 말에는 전주에 별도의 미술입시학원이란 게 없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 작업실로 쓰던 화실을 이용했습니다."원화실의 초창기 멤버였던 조각가 엄혁용씨(51)는 홍익대 미대 진학과, 제1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던 밑거름이 그 화실이었다고 말한다."최백호와 송창식의 노래를 들으며 수채와와 소묘를 열심 그려대던 시절이었습니다. 입시미술학원생이었지만, 당시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소속과 연대감이 투철했습니다"전주상고를 졸업한 후 미술이 하고 싶어 재수시절 화실을 찾았던 김선태 교수(53)는 "지금과 같은 입식학원 같은 삭막함이 아니라, 사제의 정과 선후배간 우정이 쌓였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원화실'은 박종수 원장이 당시 전북사대부고 교사로 재직하며 78년부터 5~6년간 운영했고, 여기를 거쳐간 원생은 30명 안팎이다. 전시회는 특별한 주제나 이념 없이 학창시절 추억을 꺼내보는'정'으로 만들어졌다.화실전의 중심에 있는 서양화가 박종수 선생은 서울과 전북을 오가며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12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상형전 운영위원광주미술상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를 본 관객이 1억 명에 이르렀다.영화진흥위원회는 20일 한국영화 관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고 이날 밝혔다.전날까지 한국영화 관객 수는 9980만6634명으로, 최근 한국영화의 평일 평균 관객 수가 20만 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20일 1억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한 해 1억 관객을 동원한 기록은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 나온 기록이다.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따지면 한 사람당 평균 두 편씩 한국영화를 봤다는 얘기다.올해는 특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두 편('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이나 나왔으며 400만 관객 이상 동원한 영화도 9편이나 나오는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정도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2013년4월25일~5월3일)가 한국영화 출품작을 공모한다.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로컬시네마 전주'에 출품 가능한 한국영화는 올해 11월1일 이전에 개최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않은 작품들로 조직위는 내년 1월31일까지 접수를 받는다.'한국경쟁'의 경우 상영시간 40분 이상 장편 혹은 중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한국단편경쟁'의 경우 상영시간 40분 미만의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실험영화·애니메이션, 비경쟁 부문인 '로컬시네마 전주'의 경우 전주에서 제작된 상영시간 40분 미만의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작품이면 출품 가능하다. 지난해 전주영화제 한국영화 섹션에 소개된 작품들은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JJStar상(대상)과 JIFF관객상을 수상한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은 전주영화제 상영 이후 제31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 제66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는 학생비평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단편경쟁'에 상영돼 ZIP&상(대상)을 차지한 김진만 감독의 '오목어'는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미쟝센상,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 제28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또한 '한국경쟁'을 통해 소개됐던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는 '남쪽으로 간다','지난 여름, 갑자기'와 함께 퀴어 연작으로 지난 15일 개봉해 일반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문의 02)2285-0562, www.jif f.or.kr
평생남의 땅을 부쳐 먹고 산 소작인의 무덤에서는 풀이 나지만남에게 땅을 내주고 호령하고 도조만 받아먹고 산지주의 무덤에서는 풀이 나지 않습니다. 남의 땅을 부쳐 먹고 산 소작인은 풀만 먹고 살았으므로 그 몸 모두가 풀이지만도조만 받아먹고 산 지주는 고기만 먹고 살았으므로 그 몸 모두가 고기 덩어리입니다. -「口傳」전문'소작인'이 곧 '들녘'이고, '노동'이며, '진실'인 반면, '지주'는 '고기덩어리', '착취'와 '위선'의 상징으로 비유되고 있다. '풀'은 '진실'이며, '땅'은 그것을 길러내는 '바탕'이요 자연회귀를 지향하는 그의 정신적 거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풀(진실)들은 지주와 권력으로부터 짓밟히고 수탈당한 민초들의 모습이요, 그런 속에서도 모진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끈질긴 저항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드러나 있다.'풀' 그리고 '푸르름' 그것은 생명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에 생명이 있는 곳엔 으레 땅이 공평하게 뒤따라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치 하늘이 지상에 햇빛과 이슬을 공평하게 내리듯 무릇 생명이 점지된 것들에겐 그 생명체가 딛고 살아가야할 땅 또한 고르게 나누어져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곧 천부토지설(天賦土地說)인 셈이다. 하늘이 곧 땅이고, 물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의 시에는 종종 '물이 내려와서 농사를 짓'는가 하면, '땅이 하늘에 닿아 있'기도 하면서 하늘과 땅이 하나로 융합소통되어 있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고, 그것이 하늘의 섭리라는 생각이다. 이병훈 시인(1925-2009)은 군산시 옥구면 당북리에서 태어나 서당과 소학교를 다녔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일본인의 농장에서 수확량의 70%를 지주에게 바치며 살아간 소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6.25 직후 서울신문군산지국과 기자 생활을 겸하면서 1959년 신석정 선생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지로 등단, 1970년 제 1시집 『단층』을 비롯 18권에 달하는 시집을 간행하고, 군산(문협, 예총) 지부장과 군산 문화원장, 1984년에는 『석정 문학회』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이후 한국현대시인상과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다. '들녘'에서 시작하여 '들녘'에서 끝날 정도로 '들녘'이 이병훈 시의 주요 배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일제침략기 군산 옥구라고 하는 들녘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일제로부터 부당하게 농토를 수탈당하고, 소작인의 아들로 억울하게 살아가야만 했던, 어린 날의 뼈아픈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길이 아니었을까 한다. 농부는농약을 물고 논두렁에 쓰러진황새를 묻고 있었다. /.../ 다음 날황새는 그림자가 되어그 들녘을 건너가고 있었다. -「下浦길 5」에서그로부터 한 사십년쯤 지난 지금 어머니들은 탈탈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콩밭 열무를 팔러 다닌다. - 비단 어머니들 뿐 아니라 신작로도 들도 들 건너 산들도 쇠붙이 냄새가 지독한 멀미에 지쳐 풀이 죽어 있었다. -「멀미」-쇠붙이 냄새, 에서'황새'와 '소나무', '어머니', '들', '산' 이들 모두 생명적 존재자이다. 이러한 생명적인 것들이 인간의 지나친 욕망과 문명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그것들 앞에 짓밟힌 자연과 생명을 안타까와 한다.이러한 그의 문명 비판적 시각은 자연과 인간, 주체와 타자간의 평등과 화해를 꿈꾸면서 한국시사에서 새로운 에코-페미니즘의 새 장을 연 선두 주자로 기억되리라고 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한국 미술을 이끌어온 대표적 미술단체가 목우회다. 1957년도 서양화가 1세대 작가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목우회 회원들이 5년 뒤 창립된 한국미술협회의 산파역을 맡았다. 전북 출신의 10여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3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이 목우회를 끌어가는 중심축에 전주 출신의 서양화가 이기전씨(57)가 있다.4년 전부터 목우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가 고향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12월 20일까지). 재즈 어라운드 호텔(전주시 우아동 아중리 소재) 내 Z갤러리 개관 1주년 초대를 받아서다. 지난해 전주 교동아트전 이후 1년만이며, 개인 통산 22번째 전시회다. 그는 평소 전주 외곽, 산 밑자락에 살았던 고향의 추억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야생화들을 즐겨 그렸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는 약간의 변신을 시도했다. 맹감나무와 들꽃 등 야생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같은 맥락이지만, 구도에서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렸다. 문인화나 사군자 등과 같은'한국적인' 서양화를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희망이 담겼다.또 정물이지만, 실내에 갇히지 않고 야외 스타일의 정물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정물을 멀리서 관조하는 것이 아닌, 정물 자체를 확대시킨 것도 특징이다. 시공을 초월해 기원전의 화석과 오늘의 정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도 흥미롭다. '생의 공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27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축구대회때 전북의 미술인들이 단체전을 가졌다. 서양화가 김영민씨를 중심으로 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당시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사단법인 아트워크다. 아프리카 전시를 계기로 이들 회원들이 매년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다.올해는 부안 휘목미술관(관장 이종훈)의 초청을 받아 31명의 회원이 참여했다(12월 2일까지). 김연익 이승백 임섭수씨 등 원로 화가에서부터 정철휘 최지선씨 등 젊은 화가들까지, 그리고 서양화 한국화 문인화 판화 작품까지 참가층과 장르가 다양하다.특히 2~3명의 작품을 제외하고 1백호 이상의 큰 그림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아트워크 김영민 대표는 '전시회를 계기로 대작 하나씩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권홍지 김선강 김옥경 김주연 류일지 박미서 신세자 양기순 양현자 오중석 윤미선 이경욱 이승백 이정웅 전량기 정현미 채석희 최동순 최명덕 최정환 최희경 홍성녀 홍성훈 홍현철 황연 훼드미혜김씨 등도 참여했다.
'2012 전주비빔밥축제'가 지역에 안착했으나 대표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다. 물론 이는 예산의 확대를 전제로 한 결과다. 전주시가 20일 전주 경원동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 연 '전주비빔밥축제 평가와 발전방향 포럼'은 비빔밥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유망' 축제로 진입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을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폭넓게 듣고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서 의미가 컸다. 또한, 우석대 레저컨벤션학과 학생들이 참관해 축제를 지켜본 소감을 공유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대동제로서도 의미를 더했다.이날 포럼에서 공통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예산 증액을 전제로 한 대표 프로그램의 고급화·차별화다. 토론자 이재운 전주대 교수는 "축제가 비빔밥 조리 장원을 선발하는 '나는 쉐프다'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내놓긴 했으나, 행사 규모나 선발된 장원 역시 전국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판소리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듯, '나는 쉐프다'가 비빔밥 조리 장원의 등용문으로 거듭나려면 스타급 쉐프를 모셔 이벤트를 하고, 상금을 높여 유수한 조리장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경연을 고급화·차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최영기 전주대 교수 역시 대표 프로그램 강화의 방안으로 지역의 유기농 혹은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 축제로서 새로운 포지셔닝을 유도했다. 식재료 단지와 연계한 경관농업과 지역의 소비자 직거래 장터를 연계해 체류형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좌장을 맡은 김남규 전주시의원은 "완주 와일프푸드축제와 전주비빔밥축제가 연계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종린 한국관광공사 전북권 협력관은 문광부 축제 평가에서 우선 순위로 보는 외부 관광객 유입 효과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근거해 올해 비빔밥축제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나, 방문객 만족도가 다소 낮았던 점을 들어 기본에 충실하는 축제를 주문했다. 다른 지역·외국인 등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 행사 안내도·표지판·리플릿·통역 등 기본적인 요소에 관한 보강을 요구했고,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시장과 연계돼야 축제의 경제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옥마을 내 주민들의 불만을 줄이면서 관광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지역의 문화시설과 연계한 야간 프로그램과 틈새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공략하고, 다른 지자체 관광지를 연계한 문화상품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덧붙여 대규모 퍼포먼스 위주의 체험 보다는 비빔밥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소규모 체험을 곳곳에 배치해 승부해야 한다고도 했다.이 같은 논의는 한 때 정체성 논쟁에 휘말렸던 전주비빔밥축제가 2년 만에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 담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정성엽 전주비빔밥축제 기획연출단 단장은"전체 예산 3억8000만원(시부담 3억) 중 프로그램에 관한 예산은 1억 밖에 되지 않는 형편이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고, 김신 전주시 문화경제국장은 "내년 비빔밥축제 예산을 1억 정도 증액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간 기저에 깃든 불안과 고독, 슬픔의 뿌리가 궁금하다면, CBS 전북방송(본부장 최 인)이 51주년을 맞아 열게 된 '제1회 성경 필사본 앙코르 전시회'를 찾을 것. 3000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직접 손으로 옮긴 이들의 작품을 통해 희망을 바라보는 여유와 겸손을 배우게 한다.20년 넘게 성경 필사를 해오던 전주동신교회 권사로 활동해온 윤여선 할머니(90)는 전주 한지에 신약을 붓으로 옮겨 적은 두루마리 성경을 내놨다. 지난 20년 간 까만 손때가 묻은 성경을 들여다보면서 구약 3번, 신약 5번을 똑같이 베껴 쓰면서 권 할머니는 성서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간 군상의 고통에 공감하게 됐고, '만절(晩節·만년의 절제)'이라는 교훈도 얻었다. 폐암 선고 직전에 하루 17시간 이상 붓글씨로 필사하며 신에게 매달린 이리청복교회 장로인 이연휘(60)씨는 백과사전 크기의 필사본 여러 권과 두루마기 필사본 2점을 완필했다. 1차 전시에서 호응도가 높았던 작품 외에 익산 북일 어양 교회 성도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언을 대신하기 위해 또는 자식에게 신앙의 깨달음을 던져주기 위해 또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내놓은 필사본들이 한자리에 놓인 자리. 전시는 12월9일까지 CBS 전북방송 본관에서 계속된다.
기독교 TV 방송'CTS 전북방송'(운영위원장 이기창 목사·지사장 김영만 장로)이 7주년을 맞아 스튜디오와 선교센터 건립을 위한 희망 콘서트를 29일 오후 7시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연다. 희망 콘서트에는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50)를 비롯해 전주장로합창단, CTS전북방송 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한양솔리스트앙상블 등이 특별 출연해 자리를 빛낸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고씨는 이탈리아의 푸치니 국제 콩쿠르와 밀라노 국제 콩쿠르, 나비부인 국제 콩쿠르,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유명 극장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며, 그 공로로 난파음악상, 젊은 음악가상, 옥관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스튜디오와 선교센터 증축기금으로 쓰여질 희망 콘서트 티켓은 성도들에겐 1만원, 일반인에게는 5만원에 판매된다. 문의 063)277-0069.
나는 감나무를 좋아 한다. 낯선 길을 가다가 감나무를 보면 정답고 반갑다. 감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마을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곶감이 집안에서 큰 소득원이 되어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강을 따라 내려가면 천담 마을이 있는데, 순창 장날이 되면 수 십 명의 장정들이 곶감을 짊어지고 장으로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새잎이 피는 봄이 되면 나는 모양이 아름다운 감나무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전주에서 시골집까지 가는 길 어디쯤에 모양이 좋은 감나무가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 길가에 있는 모든 감나무를 나는 다 외우고 있다. 어디 쯤 가면 이만큼 큰 이런 감나무가 있고, 또 어는 밭가에는 저런 모양의 오래된 감나무가 있고, 또 어느 마을 어느 산길에는 이렇게 생긴 감나무가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 그 감나무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봄여름가을겨울을 생각한다. 까만 감나무 가지에 아기들의 젖니 같은 새잎이 돋아나는 감나무는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 젖니 같은 잎이 점점 커져 강에 사는 임실납자루 만하게 잎이 커지면, 아! 그 잎에 아침 햇빛이 찾아들면, 감나무는 찬란하고 황홀하다. 봄꽃은 지는 햇살로 보아야 서늘하고 가을꽃들은 아침 햇살로 보아야 영롱하다. 지는 햇살 뜨는 햇살은 모든 사물들을 입체적으로 뚜렷하게 보여준다. 산그늘이 내린 봄날의 풀밭을 보라. 얼마나 가슴이 서늘한가. 가을 아침 산길 강 길을 걸어보라. 작은 풀꽃들에 맺힌 이슬방울들은 그 얼마나 영롱한가. 감잎이 이제 떡잎 만하게 커지면 그 아름답고 찬란하던 연두색에서 진녹색으로 건너간다. 초록이 동색이 되어 갈 때 감나무는 그 보습이 가장 성숙해 보인다. 마치 첫 아기를 낳은 여인처럼 평화로워 보이고, 득도한 스님 같은 깊은 얼굴이 되어 있다. 그러면 감잎은 더 두꺼워지고 감꽃이 핀다. 감꽃은 또 얼마나 수수하고 그 색이 우아 한가. 감꽃이 필 때 감나무아래에 가보면 녹두 색보다 옅은 감꽃들이 많이도 떨어져 있다. 그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니기도 했다. 감꽃이 그렇게 지고 나면 감이 열린다. 서양 아이들이 잠잘 때 쓴 모자 같은 꽃받침에 싸인 작은 감은 짙은 녹색을 띈다. 감이 조금씩 커지며 감은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그 새파랗게 탱탱한 감을 땡감이라고 부른다. 느닷없이 젊은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은 땡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고 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떨어지는 감에 비유하기도 한다. 넓고 두터운 감잎에 청개구리들이 앉아 울기도 하고, 느닷없이 내리는 소낙비를 후두두둑 맞으며 땡감을 떨어뜨리며 여름이 서서히 끝나 가면 감의 얼굴이 하나 둘 붉게 드러난다. 감꼭지에 감을 파먹는 벌레가 생기면 붉은 감빛이 드러난다. 병들어 익은 감이 붉게 익기 시작하면 가을이 시작 된다. 하나 둘 그렇게 서서히 감들이 붉은 얼굴을 내 밀면 감 잎 속의 붉은 감색은 감잎 색이 어울려 아름답다. 아직 단풍물이 들기 전 기름 끼 자르르한 감잎은 그야말로 약이 오를 대로 올라 그 색깔이 겁이 날 정도로 짙푸르러진다. 많은 나무들 중에서 일찍 단풍물이 드는 나무는 벚나무와 감나무다. 활엽수들 중에서 잎이 가장 두꺼운 것이 아마 감나무 일 것이다. 그 두꺼운 감잎에 단풍이 들면 붉다 못해 선지 피 같아서 떨어진 감잎을 주어 들면 섬뜩할 정도다. 독 오른 사랑 같은 감잎이 땅에 떨어져 붉은 색깔이 다 사그라질 무렵이면 감나무에 달린 모든 잎들은 다 떨어진다. 감잎이 다 떨어져 버린 감나무는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을 곳곳에 시정 넘치는 모습들을 뽐내고 서 있다. 붉은 감은 오래 된 우리나라 파란 가을 하늘을 완성하는 낙관이다. /본보 편집위원
익산 출신의 김문덕 시인(69)이 계간 '문예춘추'에서 수여하는 제1회 오우가(五友歌)문학상을 받았다. 수상작품은 '부엉이 바위'.오우가문학상은 '21세기 문학세계화 추진위원'가 고산 윤선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 심사위원들은 김 시인의 수상작이 신선미와 독특한 주제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렸다.3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김 시인은 1985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익산 문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자유시인협회 전라북도지부장·한국문인협회 전국지회지부 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0회 전북불교문학상에 신해식 시인
[리뷰] 팔복동 여공들의 청춘 그린 창작극 ‘J에게’
‘새벽강에는 은자가 산다’⋯30년 전주 문화의 삶 건져 올리는 ‘은자전’
전북소설문학상 ‘최영두’ 작가 선정
제10회 전북신문학상, 박미혜 시인 선정
[안성덕 시인의 ‘풍경’] 밤 기차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plan C 종료전 ‘모두가 아는 도둑질'
“신분의 경계를 넘어 피어난 시심”…촌은·매창 문학 재조명
김영 시인, 제62회 한국문학상 수상자 선정
김태연·국악 명연주자 총출동⋯부안이 물드는 국악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