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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신년진찬도병풍 - 1848년 왕실 잔치 세밀한 묘사

국립전주박물관이 145년 만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이 한창이다. 의궤를 들여다보면 글씨만 적혀있는 것이 아니라 행렬도나 행사에 쓰인 각종 기물이 그림으로 묘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조선의 왕실에서는 국가와 왕실의 큰 행사가 있을 때 이를 그림으로 그려 기록했다. 궁중에서 열리는 많은 행사들을 기록한 그림을 이른바 '궁중기록화'라 일컫는데, 크게 의궤에 수록된 그림과 실제 거행된 국가 의식 속 모습을 재현한 궁중행사도로 나뉠 수 있다. 의궤도와 궁중행사도는 모두 나라의 전례의식을 담은 그림이지만 의궤 그림은 보고를 목적으로 행사의 전반을 기록해 후대 참고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궁중행사도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념화로 출발한 그림이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궁중 행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같지만, 직접적인 제작 목적 및 경위형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개념의 그림인 것이다.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무신년진찬도병풍'은 궁중행사도로 1848년(헌종 14) 대왕대비 순원왕후(순조의 비)의 육순과 왕대비 신정왕후(익종의 비)의 망오(41)를 맞이하여 창경궁에서 거행된 잔치를 그린 8폭의 병풍이다. 이처럼 진찬은 왕왕대비대왕대비의 생신이나 왕의 등극을 기념하는 잔치로, 왕실의 행사였던 만큼 '무신진찬의궤'(서울대 규장각 소장)가 함께 전하고 있다.8폭의 병풍은 화면 왼쪽부터 행사 순서대로의 모습이 진행되는데, 12, 34, 56폭은 각각 한 화면이고 마지막 8폭에는 진찬에 참석한 명단인 좌목이 적혀 있다. 12폭은 진찬일 전날인 3월 16일 인정전에서 열린 진하례(陳賀禮), 34폭은 3월 17일 통명전(通明殿)에서 열린 진찬(進饌), 56폭은 같은 날 밤에 열린 야진찬(夜進饌), 7폭은 19일 향연을 마친 후 수고한 관원들을 위로하는 잔치인 익일회작(翌日會酌)의 모습을 담고 있다.왕실의 화려한 행사를 기록한 조선시대 궁중기록화들은 일반 회화와 달리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화사하게 그리는데, 하나하나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인원과 물량이 동원된 잔치인 만큼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그림에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왕을 직접 그리지 않고 어좌와 일월오봉도로 왕의 자리만을 그렸던 게 특징이다. 존엄하신 임금을 함부로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 열린 잔치를 그린 56폭에는 건물 곳곳에 배치한 붉은 등이나 촛대가 있어 잔치가 열린 시기를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흥겨운 자리인 만큼 각각의 화면에는 화려한 군무를 추는 무녀들이 등장하고, 화면 장막 아래에는 열심히 음악을 연주하는 무리도 보인다. 화면 구석구석에 등장하는 분주히 행사를 준비하거나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궁중행사도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이렇게 대규모의 인원과 물량을 동원하면서 크고 작은 향연을 베풀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조선은 철저한 유교 질서 안에서 생성된 '국조오례의'와 같은 엄격한 의례 하에 정치를 펼쳤다. 따라서 크고 작은 궁중행사를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펼치고 경로효친사상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꾀한 교훈적이고 감계적인 목적이 컸던 것이다. 현재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조선왕실의 위엄,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1887년(고종 24) 대왕대비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하여 열린 잔치를 그린 '정해진찬도'(丁亥進饌圖)라는 또 다른 진찬도를 감상할 수 있다. 언뜻 '무신년진찬도'와 비슷해 보이지만 8폭이 아닌 10폭의 화면에 진찬의 과정을 더 상세히 담았다. 불과 약 40년 후에 그려진 같은 성격의 그림에서 궁중행사도의 변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권혜은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12 23:02

'영시미' 지원 영화, 국내외서 '러브콜'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소장 장낙인이하 영시미)가 영화를 찍는 개인단체에 장비와 공간을 지원하는 '영시미 밖에 난 몰라'로 제작된 영화들이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소개된 '앙코르와트'를 재각색한 박상훈 감독의 '벌거숭이'는 '2012 벤쿠버 국제영화제'(9월27일~10월12일)의 용호상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벌거숭이'는 가족을 살해한 한 남성의 트라우마를 보여준 다소 도발적 주제를 다룬 작품. 감독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기 파멸적 소재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갈 길 잃었던 후반부 50%를 잘라내고 다시 촬영편집한 덕분에 외국인들이 숨죽이며 내가 의도한 바대로 영화를 읽어줄 때 다소 위안을 받았다"면서 "1년 반 동안 묵묵히 장비 지원을 해준 영시미가 큰 힘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영시미 밖에 난 몰라'를 통해 발굴된 자림학교 미디어반의 뮤직비디오'내꺼하자'와 극영화'신데렐라'는 '제1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제13회 장애인영화제','제3회 경북장애인인권영화제'에 초청상영된 바 있다. 장낙인 소장은 "앞으로도 영화영상 제작을 기획하는 개인 혹은 단체의 지원사업에 충실하면서 대안적 공공문화시설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2 23:02

가을밤, 서정성 짙은 무대로의 초대

(사)마당(이사장 정웅기)이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과 서정성 짙은 음악으로 가을 편지를 띄운다. 열여섯 번 째 가을날의 뜨락 음악회는 1997년 국악과 실내악 페스티벌을 주제로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국악과 클래식, 클래식과 팝, 판소리와 인디밴드 등과의 이색적인 만남을 조우해왔다.전북원음방송 아나운서 오선진씨의 사회로 문을 여는 올해 음악회는 국악과 클래식, 어쿠스틱 기타와 현대무용까지 깊어가는 가을 밤과 어울리는 서정성 짙은 무대로 구성됐다. 무대를 주관하는 마당의 구혜경 기획팀장은 "뜨락음악회는 생활문화의 정착을 위해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을 바탕으로 마련됐다"면서 "정장 차림의 사람들만이 폐쇄된 공간에서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가족의 손을 손잡고 슬리퍼를 신었지만 편안한 옷차림으로 생활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참 의미를 되찾아 가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국악기와 양악기를 전공한 6명 전공자로 구성된 젊은 크로스오버 국악 공연단 '마실'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음악과 팝송, 민요 등을 국악으로 편곡해 새롭게 들려준다. 대금 연주자 이항윤의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청아한 소리로 마음을 두드린다. 첼리스트 김홍연이 이끄는 '필하모닉 첼리스트 앙상블'은 안정감 있는 저음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 박경호와 염승재가 올해 결성한 어쿠스틱 기타 듀오'2km'는 가수 이은미휘성양희은임재범 등이 영화뮤지컬드라마 OST 등 작편곡과 연주까지 맡았던 실력파 뮤지션. 김화숙 & 현대무용단'사포'는 1985년 현대무용의 불모지인 전북에서 현대무용단 사포를 창단, 전북 현대무용사를 새롭게 썼다. 대극장, 소극장, 야외무대 등 무대 특성에 맞는 레퍼토리를 개발해 실험을 거듭해오며 전북 현대 무용을 살찌웠다. 가을 바람이 굳이 등을 떠밀지 않더라도 국립전주박물관 뜨락으로 슬쩍 발걸음을 옮겨보자. 올 가을 낭만을 완전 정복을 책임질 뜨락 음악회가 여기 있다. 문의 063)273-4824. △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 12일 오후 7시 국립전주박물관 뜨락.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2 23:02

"글쓰기 위해 가시면류관 쓴 기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영·호남은 갈등의 골이 깊었다. 1990년 대구 울산 부산 등 영남 문인들과 전북 광주 목포 등 호남 문인들이 교류의 물꼬를 틀기 위해 만들었던 게 영호남수필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회가 올해로 열여섯 번째 이어오고 있는 영호남수필문학상에 전북 대표로 수필가 김용옥(64)씨가 선정됐다. 그러나 김씨는 수필을 위한 가시면류관을 쓰는 기분이라고 했다. 잘 쓴 글, 좋은 글, 교훈적인 글보다 사유가 녹은, 문학적인 수필을 쓰고자 노력했던 걸 가상히 여겨 주는 상 아닌가 싶다며 수상의 기쁨 보다 책임감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했다. 김씨는 "동서화합을 위해 영호남수필문학회가 발족됐으나 전북 문단에서는 유독 활동이 뜸해 아쉬웠다"면서 "자신의 수상을 기점으로 영호남수필문학회가 수필문단의 거목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5시 전남 담양군 국제수련원. 중앙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0년 '전북문학'에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를 발표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전북문학상(1996), 박태진 문학상(1998), 백양촌 문학상(2002)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 '세상엔 용서해야 할 것이 많다', 시선집 '그리운 상처', 화시집 '빛·마하·생성'등을 펴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2 23:02

전주인권영화제 내일까지…화제작 풍성

# 1.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숨을 거뒀다. 불과 25시간 만에 생존권을 호소하며 망루에 올랐던 이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내려왔고, 살아남은 이들은 범법자가 되었다. 공권력의 과잉 진압이냐, 철거민의 불법 폭력 시위냐를 놓고 이어진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용산 참사를 다룬 화제작'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은 '그날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2. '미국의 바람과 불'(감독 김경만)은 대한뉴스와 국정 홍보영화를 '재편집'하는 실험으로 미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현실을 꼬집어 보여준 작품. 50년대 6·25 전쟁, 60~70년대 베트남 전쟁과 경제 개발, 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과 88 서울 올림픽으로 요약되는 영화는 장면과 겉도는 내레이션을 붙여 '무엇이 진실인가'를 뒤집어 생각해보도록 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제16회 전주인권영화제(조직위원장 송년홍 신부)가 10일 개막돼 12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송년홍 신부는 "나만 잘 살기 위해 용산 참사가 일어나고 쌍용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잘 살아가는지 둘러보고 다독여보라는 뜻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바람과 불','두 개의 문'이 영화제 시작을 알렸으며, '잼 다큐 강정'(경순 등 8명 감독)으로 문을 닫는다. 특히 '잼 다큐 강정'은 8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강정마을로 내려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100일 동안 즉흥적으로 찍어낸 영화. 11일엔 '꿈의 공장'(감독 김성균),'버스를 타라'(감독 김정근), '두 개의 선'(감독 지민·이철), 12일엔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감독 손경화),'새로운 학교 - 학생 인권 이등변 삼각형의 빗변 길이는(감독 오정훈)','용산'(감독 문정현),'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 등이 상영된다. 물론 모든 영화는 무료. 문의 063)286-0179, 010-5535-2345.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1 23:02

우석대, 국악뮤지컬 전문단체 '해라'와 산학협약…예술인 육성·채용 적극 협력

우석대학교(총장 강철규)는 10일 대학본부 22층 대회의실에서 국악뮤지컬 전문단체인 (주)해라(대표 지윤성)와 산학협약을 체결했다.이날 협약식에는 이경근 부총장, 이우금 산학협력부단장, 지윤성 주)해라 대표 등 양측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이날 체결된 협약의 주요내용에는 △공연전문 예술인 육성과 채용을 위한 협력 △ 공연기획 및 프로젝트 공동참여 △호남권 거점공연단 설치를 위한 협력 등이 포함돼 있다.(주)해라는 서울 정동 경향아트힐 등 전국 3개 전용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국악뮤지컬 전문 공연단체로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공연, F-1그랑프리 세계대회 축하공연 등 약 350회(해외공연 40회)의 공연기록을 갖고 있다.이경근 부총장은 "이날 협약으로 국악, 무용, 연극영화 등 공연관련 전공 재학생들의 취업 확대는 물론, 전라북도 뮤지컬 발전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우석대는 지역발전과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산학협력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주)해라는 산학협약 체결 기념으로 문화관 아트홀에서 'Fanta-stick'&'오리지널 드로잉쇼'를 공연했다. 공연팀은 이날 공연에서 강렬한 타악기의 리듬과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국악선율이 어우러진 라이브 국악뮤지컬과 환상적인 미술 퍼포먼스를 선보여 500여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또한 공연 후에는 지윤성 대표를 비롯한 (주)해라 관계자들이 국악과, 무용학과, 연극영화학과 등 공연 관련 전공 재학생을 대상으로 즉석 면접을 실시했다.

  • 문화일반
  • 정대섭
  • 2012.10.11 23:02

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 "가양주, 우리나라 자존심 세워줄 술 "

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37)이 2003년 이곳에 입사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딱 맞는 일 찾았구나." 술을 곧잘 즐기긴 했어도, 맥주·소주·양주 외엔 거의 잘 몰랐던 그에게 가양주는 신세계. 그때만 해도 술과 그와의 인연이 이리도 오래갈 줄 몰랐다. '가양주 전도사'가 된 그는 술을 직접 빚고 즐기는 묘미에 푹 빠졌다. 그러나 "최근엔 뱃속의 아이 덕분에 술은 입에도 대지 못 한다"며 웃었다.올해는 삶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출산을 앞뒀고, 술박물관 외연을 넓히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랜 염원이었던 전시관은 이미 새 단장을 했고,'2012 한옥마을 술 축제'(19~20일)를 앞두고 있다. 최근 전주 한옥마을에 관람객들이 물밀듯 밀려들면서 술박물관은 평일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부어라, 마셔라, 취해라'의 잘못된 술 문화가 아닌 전통주로 건강하게 마시는 술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체험과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조선의 영조는 금주령을 어겼을 때 사형까지 내렸을 만큼 엄히 다스렸습니다. 그 때문인지 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 뿌리가 깊어요. 더욱 아쉬운 것은 술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려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술을 잘못 배우게 되는 겁니다."가양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뒤늦게 시작한 공부.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한 이해 없이는 술에 대한 이해도 얕아질 수밖에 없다. 전통주에 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전북대 대학원(사학과)에 입학해 '조선시대 금주령 법제화 과정과 시행 양상'을 주제로 논문을 쓸 때 꽤 많은 고생을 했다. "조선시대 가양주가 발달했던 이유는 유교적 국가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또 다른 음식이었던 셈이죠."문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현재 전해내려오는 전통주는 산호춘을 포함한 50여 종.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어떤 누룩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오기 때문에 그 종류가 수천 가지가 넘는다." 문제는 가양주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와인 열풍이 불 때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만 찾았던 게 아니잖아요. 가양주도 그렇게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술을 아예 못하는 분들도 가양주는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데요. 회식 자리에서 직접 빚은 청주와 술잔을 들고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웃음)"결국 가양주를 제대로 알고 즐기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 술박물관을 위탁해오고 있는 (사)수을(대표 박시도)가 지난 2월 전주 동문거리 일대에 마련한 '전주전통술교육관' 은 수준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체험교육공간이다. 맛이 획일화되는 가양주 대량 생산은 반대하나, 가양주 대중화를 위한 양조장 건립은 오랜 숙원. 그는 "수을이 내년엔 전북 최초로 양조장을 만든다"며 기뻐했다. 농민들이 주류 허가를 편리하게 받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농가들도 소득 작목을 활용하는 가양주 빚는 일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술 마시는 즐거움을 축제성과 연계시킨 '2012 만추만취 한옥마을 술 축제'(19~20일)도 술박물관의 핵심 사업이다.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와 함께 열리는 이번 축제의 꽃은 국내 최고의 술 빚기 장인을 뽑는 '2012 국(麴)선생 선발대회'. 국선생 선발대회를 통해 발굴된 자희자양의 '국화주'(2008) 출시나 상주 곶감축제와 발 맞춰 대중화 발판을 마련 중인 상주 곶감주(2011)는 의미 있는 선례. 작지만 내실 있게 한 발 한 발 성장해나가는 국선생 선발대회에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가양주를 옛날 술로만 여기는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싸게 여겨지는 가격과 다소 낯선 맛에 길들여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프랑스 정부가 와인의 기능성과 이야기를 알리면서 와인 세계화를 이룬 것처럼 우리도 전통 누룩의 우수성에 대해 정부가 학술적으로 검증을 하고,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술이 음식과 함께 식문화로 비춰져야 하구요. 이 모든 작업이 가양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때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1 23:02

4. 김창술(金昌述) 편 - 민족해방 꿈꾸었던 진보적 저항시인

창 앞에로 한 마리 비둘기가 날렀다. 마음으로 당신의 생각이 지나갔다. 비둘이 날개가 공기에 구멍을 뚫었다. 생각의 주둥이가 심장(心臟)의 피를 흘리었다. 창 앞에로 한 마리 비둘기가 날렀다. 마음으로 당신의 생각이 지나갔다. -「구鳩」전문(조선일보, 1925)'비둘기'처럼 자유를 향해 '공기에 구멍을 뚫거나' 솟구치지 못한 화자는 '심장의 피'를 흘리며 내출혈을 앓고 있다. 그 앞에 '창(窓)'이 가려 '주둥이'가 매번 '피를 흘릴'뿐이라는 좌절과 절망, 이렇게 당신과 하나가 되지 못해 분리되어 있는 화자의 심정을 '비둘기:창',' 나:당신'이라는 객관적 대칭구도를 보임으로써 김창술 시인은 1920년대 한국시사에서 새로운 이미지스트로서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1920년대가 주관적 감정의 토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임을 감안하여 볼 때, 김창술의 이러한 표현 기법은 실로 참신한 발상과 생동감 있는 이미지의 형상화가 아니었던가한다. 절대로 평등인 큰 길 위에 네 활개를 벌리고 활보한다.차별이란 한 푼어치도 없고 큰 길 위에는 乞人-貴族- 賣淫女- 貴婦人- 勞動者- 資本家- 모두가 자유로 걸어를 간다이세상어느곳에이나오즉이길만은평등주의자다염치빠진 이세상에는 길만이 거룩한 성자이다. -「大道行」에서(『개벽』 1925, 2)1902년 전주시 중앙동에서 출생하여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봄」이 당선 되고, 동년 「大道行, 「촛불」 등을 『개벽』지에 발표하면서, 김창술은 이후 일제의 침략이 심화되어 가자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맹원으로 가담하여 계급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 근로 대중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반항 정신을 반영한 수많은 프로레타리아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처럼 민족의 현실을 직시한 비판적 리얼리즘 성향으로 민족해방을 위한 문학 운동 전선에서 앞장서 활약했던 1920년대 진보적 시인이었다. 봄이 온다고 조와서 발버둥친다 멋도 모르고 사내와 개집들....../.../ 나물 소코리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 사뿐히 다니며 나물을 캐는 언년이와 언놈이/.../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고생이 보인다. 봄이 온다고 떠들지 마라 봄 쓰라림이 또한 있나니 -「푸른 하늘」부분(조선일보,1925. 4)일제침략기 한국의 문학이 병약한 식민지 종속 문학으로 굴절되어 가고 있을 때, 이처럼 민족적 각성을 촉구한 항일 민족시가 이 무렵에 발표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일제의 협박과 회유에 순치되어 가는 젊은이들에게 일제는 더 이상 우리의 동지가 아님을 경고하면서 망국민으로서의 슬픔과 자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초기 시는 개인적 서정의 감상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민족의 현실을 직시, 계급타파와 민족 해방을 꿈꾸었던 일제침략기 이 고장의 진보적 저항 시인이었다고 본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10 23:02

"나만의'바리' 쓰고 싶던 열망 빛 보게 됐어요"

9일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린 제2회 혼불문학상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혼불음악제였다. 멀리까지 나들이 온 관람객들에게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단원들은 최명희 선생의 '혼불'을 소재로 한 국악 공연을 선물했다.딸 부잣집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난 운명. 소녀는 사람들이 왜 혀를 끌끌 차는지 몰랐다. 그토록 아들을 기다리던 할머니는 유독 참을성 많은 손녀를 데리고 종종 굿판을 나갔다. 이제는 작가가 된 손녀는 "이런 나를 보고 아이들이'바리'라고 놀렸던 게 정말 싫었다"면서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굿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이 도리어 고마울 때가 있다. 전주 MBC(대표 전성진)의 장편소설 공모전'제2회 혼불문학상'(상금 5000만원)을 받은 '프린세스 바리'(다산책방)를 쓴 소설가 박정윤(41)씨가 바로 그런 경우. 9일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막 출간된 책을 받았을 때 정말 겁이 많이 났다"면서 "특히나 이번 글은 단숨에 쓰는 바람에 퇴고 시간이 짧아 걱정이 됐다"고 했다. 당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로 제목을 내놨다가 작가의 제안으로 '프린세스 바리'로 제목이 바뀌어졌다. '프린세스 바리'는 버려진 딸이 결국 아버지(왕)을 구한다는 제주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인천 변두리 지역에 사는 소외된 자들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 작품. 그는 "'바리데기 설화'에서는 바리가 죽은 영혼을 잘 달래서 하늘로 올려보냈다면, 내 바리는 세상에 무참히 짓밟혀 죽고 싶은 이들을 죽음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생명권이 먼저냐 품위있게 죽을 권리가 먼저냐는 주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안팎의 화젯거리.지난해 혼불문학상에도 무속 할머니를 소재로 한 '꿈해몽 사전'으로 도전했다고 고배를 마신 경험 때문에 작가에겐 올해 수상 소식이 더욱 반가울 터. 그는 "나만의 바리를 쓰고 싶었던 열망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 같다"면서 기쁨을 전했다.작고한 최명희 선생의 '혼불'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혼불음악제와 혼불문학기행이 함께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김완주 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전성진 전주MBC 대표, 조지훈 전주시의장, 최명희 선생의 유족 등이 다수 참석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0 23:02

제1회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 개막…40여개국 350명 참여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제1회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가 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완주군청, 국제 벽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소리문화전당에서 열린 이날 개막식은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 대회장인 임정엽 완주군수와 류일선 조직위위원장 등 기관단체장과 외국 작가 80여명과 국내작가 300여명 등이 참석해 비엔날레의 성공을 기원했다.완주군이 만든 이 비엔날레는 'Eco-life(친환경 삶), Eco-world(친환경 세계)'를 주제로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살아온 터전을 중시하는 콘셉트로 잡았다. 특히 작가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재능나눔 행사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특징. 여기에 주민 속으로 들어가는 여러 행사들을 곁들여 지역과 어우러지는 축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이날 개막식에서는 기접놀이, 퍼포먼스 등 식전행사에 이어, 개막공연으로 퓨전음악이 진행된 후 류일선 조직위원장의 선언으로 개막을 알렸다. 개막식 참석자들은 소리전당에 전시된 작품 관람에 이어 완주군청 야외작품 현판식, 야외 설치미술을 관람한 후 완주군 비봉면 소재 국제벽암미술관에서 특별공연 등의 행사를 가졌다.비엔날레에는 중국의 회화 거장인 동기창(董其昌)·제백석(薺白石)· 이가염(李可染)·서비홍(徐悲鴻)·천원링(조각)을 비롯, 아르헨티나의 한국계 김윤신과 박남재·이남찬·이광수·황순례·박대성·임옥상·박대성·진시영·이매리 등 300여명의 작가 400여점이 전시된다(소리문화의 전당 18일까지, 완주군청·국제벽암미술관2013년 5월13일까지).단순히 전시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 작가들과 지역민간 교류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외국 작가들이 완주 관내 예술고 미술부 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완주군청 야외 이동미술관과 설치미술 전시장에서 스케치 활동을 지도하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었다.참여 작가들은 와일드푸드 축제에서 주민들의 음식 만드는 모습에서 부터 마을의 한지 제조공정, 대둔산 가을 풍경과 완주감이 익어가는 모습, 새만금과 부안 마실길 등의 현장스케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완주군은 스케치 캔버스 재료로 대승한지마을에 생산되는 토종한지를 제공할 계획이며, 작가들이 그린 스케치 작품들은 다양하게 지역에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회장인 임정엽 완주군수는 "전북방문의 해를 맞이해 국내외 작가들이 머무는 동안 정적인 전시행사 뿐 아니라 지역의 풍성한 먹을거리 축제(와일드푸드축제)와 다양한 명승지 스케치 활동, 세미나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어우러져 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10 23:02

예술 시민 양성하는 로자메어 부자 "소득 적으면 수강료 저렴…배움의 문턱 크게 낮췄죠"

지난달 18일 오후 5시에 찾은 파리 몽갈레 활동센터. 우리나라로 말하면 문화의집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활동센터는 파리 시청의 문화정책을 바탕으로 예술가가 아닌 예술을 즐기는 시민들을 양성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비교적 저소득 계층이 많은 파리 외곽에 위치한 이곳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시민들로 수강 등록을 할 때면 아침부터 줄을 길게 선다. 한창 수강 등록변경을 받는 기간이라 그런지 센터 안은 분주해 보였다. 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활동센터를 운영하는 길버트 로자메어(63)와 다미엔 로자메어(29) 부자(父子)는 "시민들이 활동센터를 많이 찾는 데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수강료를 달리 주는 정책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각 가정의 소득 수준을 파악하는 조사를 진행해 파리에 50여 개 활동센터를 만들어 문화예술 향수권을 확대시키려고 노력해왔다는 것. 길버트는 "1시간 단체 활동 수업의 경우 연간 수강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10여 만원(69.60 유로)에서 40여 만원(277.80 유로)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지역문화회관, 만인의 집, 청소년문화회관, 여가문화센터 등 각기 이름을 달리한 지역의 활동센터는 민간 위탁으로 5년 단위 재계약이 이뤄진다. 수강료를 차등 지급해 시민들의 문턱을 낮춘 정책 덕분에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매주 6800여 명이 넘는다. 다미엔은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을 받기 때문에 아쉽게도 등록을 못한 시민들은 다른 센터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면서 "여기에도 값비싼 수강료를 요구하는 센터 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총 45개 수업 중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수업은 춤운동악기 연주다. 공예사진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수업은 예술가가 아닌 예술 감각은 갖되 국가의 다양한 기관의 교육을 거치고 인증을 받은 자들만 진행한다. 길버트는 "그러나 유명 예술가는 아니고 예술품을 생산해 낼 만한 소질이 있는 지를 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면서 " 아쉽게도 이들 역시 생활비를 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업료는 아니기 때문에 대개 교직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고 했다. 프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0 23:02

⑮ 프랑스-파리市 주민 친화적 문화정책 - 파리지앵에게 문화 불평등은 없다

프랑스 정부나 지자체가 문화예술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최우선 목표는 '문화와 예술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다. 문화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치는 프랑스 사회가 겉으로는 다양한 문화가 비교적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 저소득층을 차지하고 있는 건 흑인아랍계로 사회 통합의 과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시의 정책적인 방향은 문화 불평등을 해소시켜 사회 통합의 간극을 해소하는 데 있다. 파리 시청이 추진하는 주민 친화적 문화정책을 알아보았다.△ 10월엔 조명으로 물들이는 '백야 축제'파리의 백야(白夜Nuit Blanche) 축제는 고요한 파리의 밤을 즐기던 파리지앵들을 잠 못들게 한다. 2001년 취임한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2002년 10월 첫 번째 토요일에 백야 축제를 기획했다. 토요일 일몰과 함께 시작 돼 다음날 일요일 정오에 끝나는 축제는 파리의 밤을 형형색색 조명으로 화려하게 물들여 밤만 되면 깜깜해졌던 파리의 또 다른 면모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아랍세계연구소자만스키 타워프랑스와 미테랑 도서관 등 파리 명소에는 각종 조명이 설치되면서 밤 늦게까지 박물관은 무료 개방된다. 축제는 2005년부터 콘서트, 비디오설치미술, 퍼포먼스 등이 추가되면서 훨씬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됐다. 특히 국내외 유명한 예술가와 작품을 직접 만나도록 주선해 축제 기간 파리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현대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또한, 시는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장소들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제시하기도 했다.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 '새로운 물결', '축제의 밤', '웃기는 장소', '천국의 길' 등으로 운영해왔으나 최근엔 파리 중심부동부서부외곽세느강 일대 등으로 나누어 분포됐다. 시는 자전거 2000대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밤새도록 버스와 유람선이 운행되도록 하는 등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백야축제의 성공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2003년부터 로마와 브뤼셀이 가담, 2004년부터 몬트리올에서도 백야축제가 열리고 있다.△ 7~8월엔 세느강변에서 바캉스를파리는 7월 중반부터 8월 중반까지 세느강 일대(3.8km)를 해변처럼 꾸미고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전개해왔다.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행사는 파라솔야자수 등을 동원시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 혹은 인근 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세느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파리 시민 40% 이상이 승용차가 없는 데다, 승용차 비율을 점차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의 정책적 방향과도 일치했다. 그 결과 세느강을 따라 비치가 설치되고, 강쪽으로 난 2차선 길은 자전거인라인 스케이트보행자 산책로 등으로 이용됐다. 행사 기간 내내 70여 개의 공연이벤트는 물론 암벽 타기골프낚시 등 각종 스포츠 강습실, 7~12세 아동들을 위한 미니 클럽까지 다양한 계층을 껴앉는 결과 매년 200만 여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결국 이는 들라노에 시장의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 성공에 힘입어 파리 플라주는 연중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세느강 일대 교통 통제는 우파와 좌파의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긴 하나, 상업성을 배제한 문화행사로 이끌어9가겠다는 시장의 확고한 의사로 인해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8월 3일간 4300원으로 영화 관람을"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극장을 찾았는데 저렴한 요금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지난 18일 벨기에 출신 올리비에 드부아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18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UGC 조르주생크극장의 매표소 앞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약 1만5000원(10.5 유로)이던 관람료가 4300원(3유로)로 낮아져서다. 시가 2002년부터 프랑스국립영화협회(FNCF)와 새로운 영화 시즌을 여는 의미에서 매년 8월 3일간 4300원(3유로)로 모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주선한다. 이는 감독에겐 작품 제작의 기회를, 제작자에겐 안정적인 투자를, 영화 기술인들에겐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파리에 있는 400여 곳 모든 영화관들 또한 다양한 할인 행사와 제도를 통해 관객들의 영화 사랑을 부추긴다. 영화광들에게는 한화로 월 3만원에 해당 극장 체인에서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회원제 카드(고몽 & 파테 극장의 르 파스, UGC & MK2의 일리미테)가 있다.아이들이 조르는 바람에 이곳을 찾았다는 크리스토프 장 밥티스트는"2만5000원(17.5 유로)에 온 가족이 영화를 볼 수 있다. 평소라면 둘이 볼 가격으로 다섯 식구가 보는 셈"이라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외에도 영화 비수기에 해당하는 369월도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0 23:02

세계문자올림픽서 한글 '금메달'

역대 최고 문자를 뽑는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금메달을 받았다.9일 세계문자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1위에 올랐다.2위는 인도의 텔루그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다.대회에는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인도 등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쓰거나 타국 문자를 차용개조해 쓰는 나라 27개국이 참가했다.참가한 각국 학자들은 30여분씩 자국 고유문자의 우수성을 발표했으며, 심사는 미국, 인도, 수단, 스리랑카, 태국, 포르투갈 등 6개국 심사위원이 맡았다.평가 항목은 문자의 기원과 구조유형, 글자 수, 글자의 결합능력, 독립성 등이었으며 응용 및 개발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였다.대회는 '글자로도 올림픽이 가능할까'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지난 2009년 10월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가진 나라 16개국이 모여 문자의 우수성을 겨뤘고, 문자의 우열을 가리는 세계 첫 공식대회의 시작이었다. 이 대회에서도 한글이 1위를 차지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문자가 뒤를 이었다.이번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양하 전 주 레바논 대사는 "국가가 개입하면 대회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학자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대회를 열었다"며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아프리카의 몇몇 국립대 교수가 문자가 없는 자국의 현실을 소개하며 한글을 보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이 전 대사는 "영어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300여개에 불과하지만 한글 24자로는 이론상 1만1천여개, 실제로 8천700여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며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정보전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한글 발표자로 나섰던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국의 뛰어난 학자들이 모여 발표자와 심사위원으로 나섰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 결과 한글이 최고라는 게 검증됐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참가한 각국의 학자들은 대회 마지막 날 '방콕 선언문'을 발표, 자국 대학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 등을 설치하는 등 한글 보급에 힘쓰기로 했다.이 전 대사는 "문자는 언어와 달리 쉽게 변하지 않는 데다 이번 대회에 창조, 개조 문자까지 참가한 만큼 사실상 문자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2.10.09 23:02

음악이 들릴까?

소희야 가을이다. 우리 학교에 가을이 오면 좋지. 학교 뒤 밭 감은 해와 바람을 따라다니며 얼마나 붉게 익니? 그래, 덕치초등학교는 영원한 '우리 학교'지. 너희들을 떠난 후 어느 날 학교에 가 보았더니, 살구나무가 없어졌더구나. 다 산 거지. 서운했지만, 어쩌겠니. 내가 평생 보고 산 나무였다. 살구꽃이 피면 나는 늘 살구꽃잎이 내리는 꽃 잎 속에 앉아 글을 썼지. 살구나무는 내 지붕이었고, 내 책상이었고, 내 연필, 내 공책이었단다. 소희야 할머니는, 언니는 어떻게 지내시느냐. 궁금하구나. 현아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잘 계시느냐. 네가 처음 전학 온 날을 난 기억한다. 다리가 아픈 너를 업고 점심을 먹으러 다녔지. 네 얼굴에서 네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놀랐단다. 네가 처음 쓴 글'바스락 소리/ 뭘까?' 는 내 삶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았단다. 세상을 향해 처음 귀를 번쩍 뜨던 사랑의 소리를 너는 잡아냈지. 승진아,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지 모르겠구나. 도화지에 코를 박고 그림을 그리던 기억이 새롭다. 어머니는 언니는 잘 있고, 아버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러 다니시느냐. 승진아 네 옆에 앉아 네가 그려내는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했단다. 두환아, 새로 얻은 세 번째 동생은 잘 크느냐. 큰 형인 네가 동생들을 잘 돌보는 너른 마음을 나는 좋아했지. 형다움을 키워가는 너는 착했지. 잘 울었잖아. 잘 운 사람은 착한 사람이란다. 동생의 쉬아 소리를 비오는 소리로 생각한 네 글을 보며 우리 웃었지. 강산아, 지금은 어느 공사장에 있는지? 네 머리통을 보며 나는 강호동을 생각하며 웃곤 했다. 어쩌면 그렇게 강호동을 닮았는지, 성민아 할머니, 아버지는 잘 계시지. 어느 날 할머니를 만났더니, 성민이가 요즘은 집에 와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 자연을 보고 네가 하는 일에 대해, 마을과 산과 들과 곡식을 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너희들을 돕고 싶었단다. 날아가는 새를 보면, 내리는 눈을 보면 어찌 생각이 일어나지 않겠니? 생각은 세상을 바꾸고 가꾸는 힘이지. 머리통이 돌 같던 체환아, 어느 날 머리로 유리창을 받아 깼지. 참 내, 유리창이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 머리로 받아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그게 너였다. 잘생긴 민성아, 어느 날 너의 집 앞을 지나는데, 네가 나를 보고 달려와 나를 크게 껴안았지. 그 때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던 네 모습과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네 어머니기 생각나는구나. 연희야, 아버지는 지금도 포클레인을 가지고 일 다니시느냐. 언젠가 밥집에서 보았다. 순하고 예쁜 연희야, 나는 네 아버지와 고모들과 작은 아버지들을 가르쳤지. 얼굴들이 다 동그란 모양인데, 너만 갸름한 얼굴이었지. 희진아, 머리를 깎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학원 선생님과 엄마가 다 다르게 너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글을 쓴 일이 생각나니? 내가 학교를 그만 두었을 때 너는 이런 글을 썼다. '김용택 선생님, 저 희진이예요. 항상 같이 지냈는데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 그렇구나. 희진아 보고 싶구나. 재영아, 나는 너에게 많은 잘못을 했다. 내가 어른인데 왜 내가 너를 더 이해해주지 못했는지 모르겠구나. 재영아, 네가 커서 우리가 어디에서 만난다면 나는 너에게 용서를 빌겠다. 나의 잘못은 어쩌면 너와 나만 아는 일인지도 모른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늘 이렇게 속으로 말한단다. 재영아 나를 용서해다오. 너는 어느 날 이런 시를 썼다.'거미줄에/이슬이/동글동글/바람에 흔들린다.//가만히/들어보면/음악이 들릴까?'샛노란 가을 들녘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희들이 보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썼다. 모두 건강하게 잘 있거라. 방황이 있을 것이고, 슬픔이 있을 것이고, 고통이 있을 것이니, 그 걸 알 나이에 이르면 아이들아 그 것이 삶이니, 네 마음이 시키는 말을 따라가며 잘 다스리고 가다듬는 법을 터득하길 바란다./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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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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