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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100년전 선조들의 삶

우리 근대사의 질곡과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대한제국 황실과 근대 조선인들'이라는 주제로 6일부터 두 달 동안 진행한다.사진전에 나온 작품은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40여점이다. 한미사진미술관은 가현문화재단(한미식품 출연)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지난 2006년 기획전 '우리 사진의 역사를 열다'를 통해 그간 수집한 근대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전주역사박물관의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황실사진 컬렉션을 비롯,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인산(因山, 장례식)을 담은 사진자료, 인산에 앞서 예행연습을 담은 7분 30초의 희귀 영상물 '순종황제 인산습의'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근대와 일제강점이라는 이중 구조가 점철된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준비됐다.1부'대한제국 황제와 황실'에서는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제1대 황제에 오른 고종의 태황제복을 입은 모습, 태황제 고종이 원로 대신들과 경운궁에서 촬영한 사진이 대한제국 황실 관련 대표적 사진이다. 박물관측은 자주독립국으로서 대한제국을 이해하고 복잡한 황실세계(世系, 가계)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진이 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인지함으로서 우리나라 근대사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기대했다.특히 1910년 강제합병을 전후하여 어진을 비롯한 황실 사진들이 일제의 식민담론을 위해 철저히 기획되고 활용됐던 만큼 당시 황실사진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촬영되었으며 그것의 표상효과는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사진의 이면에 담겨진 역사를 읽어내는 쏠쏠한 재미라고 덧붙였다.이와함께 대한제국기와 근대 조선의 이미지를 담은 2부'근대 조선인들'에서는 100여 년 전 근대 조선 사람들이 어떤 유형의 기념사진을 남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장이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초상 이미지는 사진의 대중화와 신분제도의 철폐 속에 일반 대중들도 자연스럽게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됐던 것으로 당시 기록은 전하고 있다. 전통적 유교의식이 투영된 조선 말 장옷이나 쓰개치마를 걸친 여성 사진, 환하고 당당하게 웃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 등을 통해 개화기 근대 여성의 자아를 살필 수 있다. 또 유아사망률이 높고 수명이 짧았던 시대상을 반영하듯 성대한 돌잔치 사진과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고 축복하는 회갑사진을 통해 당시의 풍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상형 학예연구사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진을 매개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국가인 대한제국의 발자취와 더불어 근대 조선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는 전시다"고 기획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원용기자kimwy@△'대한제국 황실과 근대 조선인들'(한미사진미술관 소장 근대사진전) =6일부터 5월6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3.06 23:02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본 전북의 '문화복지'(상) 생활 속 문화 향유

전북도의 '2012 문예진흥기금'이 확정발표됐다. 전북도가 올해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소외계층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 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화적 향수권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높다. 해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북도가 예술계를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은 이같은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전북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문화단체들의 올 활동 방향을 들여다보았다.전북도의 문예진흥기금은 크게 예술창작역량강화지원, 생활문화예술활동지원, 문화예술교류활동지원, 장애인소수자문화활동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생활문화예술활동지원은 도가 강조하는 '문화 복지'와 정책적 방향과 겹친다. 그러나 올해 문예진흥기금 20억 중 생활문화예술활동지원은 2억6050만원에 불과했다. 전북도는 새로 신설한 '문화예술동호회계'가 이와 관련한 예산 4억을 배정한 뒤 사업을 따로 추진하고 있어 문예진흥기금 내에서 차지하는 사업 규모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생활문화예술활동지원 중 최고액을 받는 사업은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의 '전북도문학관 문예아카데미'(2000만원)이다. 전북무용협회(회장 김 숙)의 '제7회 전국 전주 금파 춤 페스티벌'(1100만원)과 전주한옥마을마임축제위원회의 '제9회 전주한옥마을 마임축제'(700만원)가 뒤를 이었다. '뮤직포유'(Music 4U대표 강석종)의 '토요음악회'(550만원)와 전북서가협회(회장 권영수)의 '제15회 전북 서예전람회'전북조각회(회장 김종철)의 '제6회 새 전북 인물 만들기 대회'전북서도협회의 '제8회 전북 서도대전'전북연예예술인협회(회장 김용철)의 '제13회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500만원)도 지원 대상이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특색 있는 특강공연전시와 공모전대회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올려질 계획이다. 전북문인협회는 문예아카데미를 통해 늦어도 5월 개관할 전북도문학관(전 전북도립문학관)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전북과 연고가 있는 저명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명사 초청 특강'과 일반인을 포함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자화상 시화전'이 눈에 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낭송동화 구연회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모아내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 개최로 문학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계획. 풍남문화법인(이사장 선기현)의 단오제 일환으로 '풍남춤 페스티벌'을 열어온 전북무용협회는 '전국 전주 금파 춤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고 더 많은 무용 동호인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 무용인이 아닌 무용을 즐기는 다양한 세대의 일반인들을 골고루 참여시키는 경연대회로 매년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주한옥마을마임축제위원회는 500만 관광객 시대를 맞고 있는 전주한옥마을과 문화 소외 지역인 완주와 정읍을 찾아가는 '제9회 마임축제'(4월27~29일)를 펼쳐낸다.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이도성 한국마임협의회 회장뿐만 아니라 일본 마임이스트 다이스케 등이 방문하는 수준 높은 마임을 만나게 될 듯. 특히 귀농인 교육센터인 완주의 '그린그래스타운'과 전북의 권번이 었던 정읍 영모제 등을 찾아가는 공연은 '광대'(마임이스트)가 울고 웃는 몸짓으로 문화적 장벽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10년 째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군산에서 매달 무료 음악회를 열어온 '뮤직포유'는 올해도 은파 유원지로 옮겨 '그 때 그 시절'의 곡들을 선물한다. 전북서도협회와 전북서가협회는 각각 서예 공모전'제8회 전북 서도대전'(3월)과 '제15회 서예 전람회'(11월)를, 전북조각회는 조각 전공생(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제6회 새전북 나라 인물 만들기 대회'(6월)를 연다. 전북연예예술인협회는 '제13회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4월)를 '실버 가요제'와 엮어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할 방침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6 23:02

원고지에 꾹 눌러 쓴 작가들의 분신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과 전주문화재단(이사장 라종일)이 3월을 맞아 연 전북 문학인 친필 원고전'전북 문학의 무늬'엔 손글씨로 원고지에 눌러쓴 시와 수필이 꽤 많다.원고지 칸칸을 정확하게 맞춰 넣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원고지 칸은 무시하고 큼지막하게 가로 혹은 세로로 쓴 작품도 눈에 띈다. 제각각 개성을 지닌 작가들의 친필원고는 그들의 넋이 찍힌 삶의 무늬이자 문학의 곳간을 채워온 분신. 수필가 전주웅씨는 '파란우체통'이라 명명한 편지 꾸러미를 내놓았다. 40년 전 그가 얇은 기름종이에 쓴 절절한 사랑을 나눈 아내와의 연애편지. 故 소설가 최명희 선생과 전주사범학교 병설중학교 동창인 전선자 시인은 자신의 작품 이외에도 '혼불'의 일부를 필사해 감상을 적어 보내주었다. 최명희 선생의 대학 동창인 정군수 시인은 1998년 고인의 영결식에서 낭송한 조시 '혼불로 길이 되소서'를 적어 보냈다. 이형구 시인의 친필 원고도 '혼불'을 제목으로 한 시다. 이종원·장교철 시인과 수필가 이창옥씨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원고지와 노트에 작품을 또박또박 썼고, 이진희·이효순·장화자 시인은 한지에, 이창옥 시인과 수필가 장효근씨는 색지에, 이흥철 시인은 옛날 편지지를 활용해 자신의 작품을 옮겨 담았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3월 전시는 4월1일까지 5주에 걸쳐 진행된다. 매주 10명씩 총 50명의 시인과 작가의 친필원고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문의 063)284-0570.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5 23:02

부안출신 석정 신석정 시문학의 詩心 전남 강진서 만난다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문학유파문학관으로 기록될 전남 강진의'시문학파기념관'에 부안 출신의 석정 신석정 선생도 기념관의 한 코너를 차지했다. 시문학파는 1930년 3월 5일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활동한 김영랑을 비롯해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 보 등 9명의 시인을 이르는 명칭으로,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분수령을 이뤘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기념관은 영랑 선생의 생가 바로 옆에 연면적 600㎡의 복층 건물에 각종 자료와 작품사진 등의 전시실과 자료실, 세미나실을 갖추고 '시문학'창간일에 맞춰 5일 개관한다.기념관은 9명 동인의 시인별 전당을 갖췄으며, 석정 선생 전당에는 유족이 기증한 석정의 생전 일기장((1964년도)과, '촛불''산의서곡''슬픈목가' 등의 시집이 비치됐다. 석정 선생은 정지용 시인과 함께 1931년 '시문학' 3호에 등단했다.김선기 학예연구실장은 "시문학파기념관은 기존 문학관들이 취해 온 박제화 된 전시연출 기법에서 탈피해 관람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소통하는 문학체험 공간을 추구한 게 특징이다"며, 특히 기념관 건립 취지의 방점이라 할 수 있는 '시인의 전당'코너는 시문학파 동인 9명의 유품과 친필, 저서, 사진물 등이 전시돼 있어 각 시인별 삶과 문학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세기 시문학도서관'에 소장된 5천여 권의 도서 중에는 국내 유일본 '신문계'(1916)를 비롯, 학술문예지'여명'(1925)과 '여시'(1928) 창간호, 최초의 번역시집인 김억의 '오뇌의 무도'(1923), '시문학'(1930), '문예월간'종간호(1932) 등의 희귀본을 자랑하고 있다. 강진군은 5일 개관식과 함께 '왜 시문학파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실에서 개관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3.05 23:02

전북도, 2012년도 문예진흥기금 612건 선정·발표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 지원 사업에 대한 사후 평가가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와 심사과정이 있지만, 900여건이 넘는 사업들을 단기간에 꼼꼼히 평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올 지원 사업의 경우도 전년도에 지원됐던 기존 사업이 대부분이며, 사실상 전년도 지원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전북도는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와 도민들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위해 2012년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 10개 장르, 12개 분야에 612건을 선정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지원 사업비는 총 18억6500만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 1월 17일까지 공모를 거쳐 접수된 956건에 대한 예비심의(2월22일~24일)와 본심의(2월28일)를 거쳐 선정됐다. 신청 건수는 지난해 954건과 비슷하며, 지원 대상은 전년도 625건보다 다소 줄었다.분야별로는 예술창작역량강화지원 사업이 전체 62%에 해당하는 382건으로 가장 많다. 생활문화예술활동 지원 95건, 문화예술활동교류지원 65건, 장애인소수자문화활동 지원 42건 신진예술가지원 11건 등의 순이다.지원액 기준으로, 최다 지원액인 2000만원을 받은 사업은 △전북문인협회의 전북문단 발간사업(66,67,68호) △한국공예문화협회의 제13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북연극협회의 소극장연극제 △전북연극협회의 중국 강소성 문화청 공연 △전북문인협회의 전북도립문학관 문예아카데미 운영 사업 등 5개다. 2000만원 이상 지원 사업중 소극장 연극제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500만원 줄었으며, 도립문학관 문예아카데미 사업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1000만원 이상 사업으로는 △전북민술협회 회원전 △한국 현대공예아트페스티벌 젊은 안무자의 창작콩쿨 △우진문화재단 판소리다섯바탕의 멋 △전북무용협회의 금파춤 페스티벌 △전북민예총 문화예술강좌 △휘목미술관의 전북현대미술조망전 사이버전시웹앱제작 △전북사진작가협회의 사진인합동연수회 △극단까치동의 영국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 참가 △사단법인 마당의 전라도춤 전라도 가락 등이 있다. 예술전용공간 지원사업으로 갤러리 사뽀와 갤러리 정이 각각 1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도는 "신청 단체나 작품의 문화예술적 수월성, 사업계획의 충실성 및 타당성, 해당분야의 발전 기여도, 신청인의 사업추진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또 올 문예진흥기금 신청자의 자부담 비율은 총사업비에서 10%로 하향 조정됐으며(기존 20%), 사업지원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달중 전문가와 도민모니터링단을 통해 현장평가를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심사위원은 41명으로 구성됐으며, 타지역 전문가 4명이 참여했다.심사위원 △문학=김동수 정군수 오현 김저운 이소애 이미란(타지역) △미술 송재명 강정진 소찬섭 유종국 막진희 김광환(타지역) △공예=서동석 이병로 노방환 △사진=조창환 조대진 김영채 △서예=이은혁 김도훈 최혜순 △음악=유수영 이명재 김재원 △무용=김숙 한유선 계현순 △연극=류경호 강남진 최균 △전통=정회천 양진성 임재심 황미연 김동현(타지역) △다원문화=김상휘 김선희 이태호 홍현철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3.05 23:02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 성황리 폐막

민간주도로 올해 처음 열린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가 51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남원시는 2일 운봉읍 애향회와 운봉읍 주최로 지난 1월6일 개막된 바래봉 눈꽃축제에는 3만6천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10억원 이상의 주민소득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지리산 바래봉은 고원 분지가 잘 형성돼 봄에는 철쭉제, 여름에는 황산대첩축제, 가을에는 허브축제가 열리고 있다.올해는 눈꽃축제를 열어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 명실 공히 전국제일의 사계절 축제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축제기간 빙벽체험과 바래봉 눈꽃 등반대회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관광객 뿐만 아니라 산악인, 많은 어린이가 참가해 겨울방학 기간 어린이에게 좋은 체험과 추억을 만들어준 축제의 장이 되었다.이 기간 쉼터식당, 체험장 운영 등 입장료 수입과 지역 농특산물 판매 , 식당주유소민박 이용 등 10억 원 이상의 직간접 파급 효과로 주민 소득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조사됐다.운봉읍 애향회 안선호 회장은 "내년에는 더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방문객에게 관광 남원 이미지를 심어주고 어린이에게는 좋은 체험과 추억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love@yna.co.kr

  • 문화일반
  • 연합
  • 2012.03.02 23:02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

"세상이 나를 절망시키고 어떻게 인간을 믿고 살아야 하느냐는 마음이 솟구칠 때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정읍 출신 소설가 신경숙씨에게 책읽기는 갑갑한 세상의 탈출구였다. 책이 독자를 치유하기에 앞서 작가 자신에게도 위로가 됐다는 뜻이다. 새로 연재되는 '책과 만나는 세상'은 매주 금요일 글을 쓰는 작가들을 열혈 독자로 만든 보석같은 책들을 만나보는 자리다. <편집자 주>집 근처에 성작산이란 작은 산이 있다. 산봉우리가 다섯 개라서 봉동 사람들은 오봉산이라고도 부른다. 목숨의 필수요소처럼 골칫거리가 생길 때마다, 생머리 지끈거리게 하는 요것도 내 복인가 싶을 때마다 나는 이 산에 오른다. 그리고 정상에서 어떤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돌탑들을 늘 만난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생활의 이쪽저쪽에 이악스럽게 들어붙는 것들을 병든 고추 따내듯 뚝뚝 떼버리는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정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아무 산에나 올라가봐도 산 굽이굽이며 정상에는 이루지 못한 소망들처럼 돌탑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내 월급봉투가 얇은 것도 물론 고민해봐야 하지만 어째서 이 땅의 월급봉투는 평등하지 못한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육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소망인지 욕심인지 모를, 시도 때도 없이 꿈틀거리는 욕망이 쌓아놨을 돌탑들을 볼 때마다 이번에는, 저들의 이번 생애에는 소망이 몽당빗자루처럼 술이 죄다 빠진 채 아무데나 함부로 처박히지 않기를 나는 바랐다. 이악스럽게 꾸려낼 것보다 버릴 게 더 많아지기를 나에게도 바랐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우랴. 경제의 발전과 인간의 행복은 정비례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디지털 시대를 지나 문화산업시대의 지금 우리는 정말 그런가. 행복해지기는커녕 사람들은 더 바쁘기만 하다. 발전된 경제ㆍ문화산업에 맞춰 살아야하기 때문에, 절약이 미덕이 아니라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문화나 역사 그런 것 몰라도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그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사람들이 노동을 하는 신성한 현장을 '생활전선'이라고 했다. 전선戰線이란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를 죽이는 집단적 살육의 현장을 지칭하는 용어인데도 말이다. 언제부터 이 끔찍한 말이 거리낌 없이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 속에는 열악한 노동 조건을 뚫고 땀방울을 흘리는 고귀한 노동력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료가 동료를 경쟁자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더 깊숙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알다시피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해서 성장한 게 자본주의 아닌가. 문화산업이란 게 끝도 없이 만들어대는 신제품들을 우리는 개가 제 좆 물듯 또 사줘야 하지 않은가. 벌은 만큼 쓰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직 안 벌은 것조차 카드빚 내어 쓰라고 종용하고 있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료가 경쟁자가 되어야 하는, 이미 모든 게 물화된 이따위 너절한 것을 '삶'이라고 해야 하는 엄연한 현실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각본을 미리 짜놓고 대다수의 사람들을 물질적 수단으로 핍박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이런 문제들을 신중하게 물고 있는 책이 있다. 사회가 필시 막되어가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신념이며 소망을 돌탑 쌓듯이 정성스레 쌓아올리는 진지한 자세가, 근본도 모르고 자본으로만 쏠리는 사회에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책. 신영복 선생의'나무야 나무야'(돌베개1996년)가 그것이다. 기행문 형식을 빌려 동서양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함이, 유명 관광지에서 이만큼 비껴 서서 역사와 현실을 가려보고 제대로 펴놓으려고 애쓴 흔적이 삶의 진정성과 맞물려 글을 읽는 자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저자는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라는 한 줄을 본문이 시작되기 전 쪽에 통째로 들여 적어놓고 있다. 지금까지 꾸어왔던 꿈 말고 이제부터는 다른 꿈을 꾸고 살아야 한다는 듯이. /이병초(시인웅지세무대 교수) △ 이병초 시인은 1998년'詩眼'으로 등단. 시집'밤비''살구꽃 피고'를 펴냈으며, 제2회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2 23:02

안도현 '일기'문인들이 꼽은 2011 최고의 詩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시인수첩'(2011년 가을호)"지난해 소출이 형편 없었어요. 시인으로 한 30년 살면서 그렇게 게으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게을러질 대로 게을러진 사람한테 현역 시인과 평론가들이 아프게 꿀밤 한 대 먹여준 것 같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네요."도서출판'작가'가 지난해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문인들의 추천을 받아 '2011 오늘의 시'에 안도현 시인(52우석대 교수)의 '일기'를 꼽았다. 박성우 시인(41우석대 조교수)은 지난달 무주의 깊은 골짜기에서 은거(隱居)했던 안 시인의 소감을 대신 들려주었다. '일기'에 나오는 문장들은 오래 전 시인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것들. 일필휘지를 싫어하던 시인이 지난해 우석대 문창과 제자들과 하루에 한 편씩 시쓰기 제안을 했다가 숙제하듯 부랴부랴 썼던 작품이다. "이렇게 짧은 시를 쓴 건 처음이었다"는 시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묘사로 그의 '글마당집' 고요한 풍광을 스냅 사진처럼 잡아냈다. 과장된 감정분출이 없이 작고 소박한 삶의 한 정경을 그대로 그려 보였다. 삶의 적막을 제 집으로 삼고 다스리는 태도에서 '호젓함의 서정'이 읽힌다. 문단 안팎으로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가곤 하는 시인은 정작 "느리게, 한가하게, 작게 사는 것"을 참 간절히 원했다. "시 쓰는 일을 뒤로 밀쳐두고 시의 바깥을 기웃거리는 일이 많았다"는 시인은 지난달 '산토끼가 나란히 발맞춰 걸을' 법한 이곳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유배시켰다. '시인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라는 질문에 '시만 읽고, 시만 생각하고, 시만 쓴' 지난 열흘 간의 은거는 답변이 됐다. 현재 시인은 4년 만에 열 번째 시집 원고를 마감 중이다. "(이곳에서) 잠자다 깨어 폭설 때문에 소나무 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즐겼다"는 시인은 원래 지녔던 서정의 감각으로 귀환한 듯 했다. 비록 도시 아파트에 살아도 자연에서 깨우침을 얻고 삶을 에워싸는 심원한 지평을 들여다보려는 시적 공력이 느껴졌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2 23:02

때로는 영화속 주인공처럼…그 안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 전주정보영상진흥원 CT사업팀장 베니 김,'영화처럼 살아보기 365'펴내

영화'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뉴욕 맨해튼의 새벽거리를 거니는 오드리 햅번이 착용한 커다란 선글라스에 우아한 블랙 이브닝이, 영화 '애수'의 열정적 키스 장면에서 비비안 리가 입었던 트렌치 코트는 영화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빨간 부츠의 여자'에서 까뜨린느 드뇌브는 관능에 넘치는 다리를 빨간 부츠로 덮어 상상력 넘치는 로맨티 이미지를 연출했고, '로즈 앤 그레고리'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울코트의 옷맵시를 뽐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베니 김씨(본명 김형석·전주정보영상진흥원 CT사업팀장)가 명작영화를 테마별로 분류했다. '영화속 주인공의 라이프 스타일 따라잡기'라는 부제를 단'영화처럼 살아보기 365'(MJ 미디어)를 통해서다."파란만장한 세상만사, 일생에 한번쯤은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영화 속의 명장면일수록 드라마틱하면서도 그만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명장면이나 주인공들의 스타일 하나하나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가 하면, 유행을 낳거나 명품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하루에 한 편씩 1년에 365편의 영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거나 행복을 만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서 정리했단다.'영화 속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는 궁금증에서 출발, 그들이 마신 술과 와인은 무엇이고, 왜 커피를 마시는지, 호텔이나 해변 같은 데이트 장소는 어디인지, 그들이 애용한 선글라스·가방·구두·꽃·애완동물·자동차 패션은 어떤 것인지 테마별 45가제 주제에 걸쳐 365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저자의 영화에 대한 내공이 영화 평과 함께 묻어난다.저자는 순창 출신으로, '영상산업신문'와 편집국장, 영화주간지 'CINEBUS'편집장, 영상물등급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일본영화길라잡이' '흥행영화엔 뭔가 특별한 코드가 있다'등 영화 관련 여러 저서가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3.02 23:02

일곱 빛깔 청년작가'비빔밥의 어울림'으로 두레공간 콩, 14일까지 기획전 'ㅂㅂㅂ'

우리 음식을 대표하는, 전주 음식의 상징이기도 한 비빔밥은 밥에 고기, 나물, 고명, 양념 등을 넣어 참기름과 양념으로 비빈 밥이다. 이러한 음식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된 까닭이 과연 무엇일까.두레공간 콩이'비빔밥'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전으로 올해를 시작했다. 비빔밥의 초성을 따서 'ㅂㅂㅂ'이라는 이름을 기획전에 붙였다.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진영씨는 "나물과 양념 등 비빔밥의 내용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빛깔을 통해 어우러지듯이, 작가 마다 자신의 고유한 작품관을 바탕으로 생산한 작품들을 이번 기획 전시를 통해 다시금 빛을 발하게 하는 취지다"고 설명했다.즉 비빔밥이 서로 섞여서 그 맛을 배가 시키는 것 처럼 개개인의 작품이 돋보이는 것이 아닌, 서로 어우러졌을 때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비빔밥을 음미하는 사람을 통해 비빔밥의 진가를 발휘하듯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이번 전시의 진정한 의미를 함께 느끼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일상에서 우리 시대가 과연 어떤 아이콘들을 생산하는지 그 물음에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다. 혼성문화·잡종 문화·은어 문화 등으로 어딘가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사회적 환경에 순응하려 애쓰는 문화적 난국 상황에서 청년 작가 7명이 각자 자신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새로운 이상적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들을 반복한 결과 이번 전시가 탄생되었기에 어떤 전시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큐레이터의 설명이다.강무성, 김민정, 박보영, 송현주, 이하나, 장재민, 전은미씨가 참여했다. 김원용기자△두레공간 콩 기획전=14일까지 전주시 경원동 동문사거리 두레공간 콩.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3.02 23:02

희망의 봄마중...전주시립국악단·전주시립합창단 합동 공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전주시립국악단(단장 신용문)과 전주시립합창단(부지휘자 이영수)이 만나 희망의 봄소식을 전한다. 시립국악단과 시립합창단의 합동 공연'봄날, 선율 그리고 동행'은 올해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주 시민들이 고품격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전주시립극단 상임 연출가 류경호씨가 연출을 맡아 무대 완성도를 높였다. 전주 국악방송 아나운서 정확히씨가 사회를 맡은 이번 무대는 합창으로 봄을 손짓하는 '강 건너 봄이 오듯', '불어라 봄바람', '남촌' 등으로 문을 연다. 국악 관현악단은 작곡가 원 일의 '새', 작곡가 조원행의 '한벽루'를 연주하고, 시립합창단은 민요 '경복궁타령', '신고산타령', '자진방아타령'을 부르면서 주거니 받거니 무대를 펼쳐낸다. 마지막 무대는 편곡된 대중가요를 색다른 합창으로 들어본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에 가수 송창식이 곡을 쓴 노래 '푸르른 날에'와 히트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동률은 가수 인순이가 불러 더 유명해진 '거위의 꿈'을 들려준다. 전주시립예술단은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합동 공연을 자주 기획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2012 전북 방문의 해 기념 전주시립예술단 합동 공연'봄날, 선율 그리고 동행' = 3월 7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63)281-2766(시립합창단). 063) 253-5250(시립국악단)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2 23:02

전통과 현대 어울림에 녹아든 한국 춤의 색깔

전주전통문화관(관장 안상철)이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토요 상설 공연의 첫 무대에 뿌리예술단(단장 이영희)을 초청했다. 이영희 경상대 교수와 특별 출연한 김광숙 전 전북도립국악원 교수, 경남 무형문화재 한량무 예능보유자인 박계현씨가 무대 중심에 놓인다. 여기에 젊은 안무가 김안윤 신지혜 서한나 조정선 오정은 박희연씨가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 속에 녹아든 한국 춤의 다양한 색깔을 버무려낸다.공연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1부)과 '그리움'(2부)으로 구성된다. 전통 무용과 창작 무용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1부 무대는 '시집가는 날','예기무','판-축제의 장','한량무','진도북춤'으로 짜여졌다. 특히 전남 진도의 북놀이를 재구성한 진도북춤은 마치 장구를 치듯 즉흥적인 잔가락으로 내재된 신명을 이끌어낸다. 강렬한 북소리는 남성적인 힘, 섬세한 장구가락은 여성적인 힘으로 어우러져 조화로운 춤사위가 일품이다. 퓨전 창작무용이 뮤지컬처럼 보여지는 2부는 이순신 장군이 주된 소재.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순신 장군과 아들인 이순신 장군의 안위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를 담대하게 보내는 그의 어머니가 오버랩되면서 그리움의 정서가 완성된다. 아리랑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쳐낸 무대로 출연진과 관람객이 한데 어울려 완성한다. 전주 전통문화관은 다채로운 국악 선율을 선보였던 토요 상설 공연을 가무악(歌舞樂)으로 바꿔 전통 예술의 멋에 빠져들도록 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적은 관람료(1000원 이상)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관람료로 모아진 수익금은 '사랑의 김장 나누기'에 쓰여진다.'사랑의 객석 나누기'로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나눔도 이끌어낸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었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단체 혹은 개인의 신청을 받아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 신청은 전통문화관 홈페이지(www.jt.or.kr) 참고.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토요 상설 공연'뿌리예술단 - 2012 전통과 현대의 만남' = 3일 오후 4시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 문의 063)280-7006.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2 23:02

문학관, 문화가치의 집대성

요즈음. 무슨 무슨 문학상, 문학(시)비에 이어 '문학관' 도 전국적으로 70여 개가 소개되고 있다. 모두가 나름의 명분을 띠고 있겠지만, 특히 문학관의 경우 적어도 100여 년 후까지를 내다보는 문학사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우리 근대문학사가 작품보다 차라리 작가를 더 중시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이는 난세에 한 시인 작가가 당대 대중들과 어떻게 호흡해왔고, 어떤 희망을 주었던가 하는 정신주의 극점, 나아가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적 영원성과는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도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명제들은 추상적이 아닌 문학관 내부에서 유작, 유품, 연구성과 등이 가시화 돼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다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다. 문학관은 박물관과는 달리 당해 시인. 자가의 지고한 업적을 어떻게 재조명하고 그 동력을 어떻게 전형화(典型化)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바 이가 곧 기획력이다. 그동안 비교적 넉넉지 않은 자료와 비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 특히 젊은층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최명희 문학관의 저력이 바로 이 탁월한 기획력의 소산이 아닌가 한다.이런 면에서 문학관 운영 주체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어떤 문학관은 개관식이 끝남과 동시에 후속 예산도 소홀해져 개점 휴업, 즉 일과성 성과주의에 머물러 버린 곳도 있다. 문학관은 생태학적으로 연구하고 채우는 지속 발전형이어야 한다.요즈음 야구장을 보면 그 옛날엔 보이지 않던 여성 팬들로 가득하다. 그처럼, 전문 문인, 혹은 문학 애호가들이나 즐겨찾던 문학관도 이제는 누구랄 것 없이 줄을 잇는 문화적 보편화, 교양화로 확산된 이 때 문화가치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문학관의 존재의의가 더욱 명료해진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2 23:02

'기대되네' 베일 벗은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4월26일~5월4일)가 국내외 영화 지형도를 가늠하는 특별전을 신설했다.벌써부터 화제의 중심에 놓인 '특별전 : 알베르트 세라'와 '특별전 : 영상시대와 이장호'. '특별전 : 알베르트 세라'에서는 스페인의 신성(神聖)으로 떠오른 알베르트 세라 감독의 영화 6편(장편 4편다큐 1편단편 1편)이 소개된다. 롱테이크, 즉흥 연출,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방식 등을 통해 영화의 고전적인 형식에 저항하는 작품들을 선보인 감독은 두번째 장편'기사에게 경배를', 세번째 장편'새들의 노래', 최신작'그리스도의 이름들'을 내놓는다. 특히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길을 떠난 동방박사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담은 '새들의 노래'는 그를 전세계 평단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하는 감독으로 올려놨다.메이킹 다큐'산초를 기다리며'와 그의 친구 아르헨티나의 리산드로 알론조 감독과 영상 편지 프로젝트로 제작한 '주께서 내게 기적을 행하셨도다'와 '무제'(세라에게 보내는 편지)도 상영될 계획. '특별전 : 영상시대와 이장호'에서는 6편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영상시대'는 한국영화의 암흑기라 불리는 1970년대 젊은 영화인들이 선배 세대와 단절을 선언한 뒤 세계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에 주목해 혁신을 주창한 동인 운동. '영상시대'의 지향점을 보여준 '화분'(감독 하길종),'몸 전체로 사랑을'(감독 홍파),'영자의 전성시대'(감독 김호선)와 '영상시대'에서 출발했으나 한국영화 미학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해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어우동'이 준비 중이다.맹수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상시대'를 이야기할 때마다 시대의 엄혹함이 배제된 채 끝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게 아쉬워 마련한 자리"라면서 "여기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풍성하게 생산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3.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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