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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전북교육청의 인권 감수성
실망스러운 전북교육청의 인권 감수성
  • 전북일보
  • 승인 2019.11.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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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중학교 배정을 앞둔 전주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부모와 주소지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사유서를 제출토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장전입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전북지역 중학교 입학은 무시험 전형으로, 근거리 배정 원칙에 따라 거주지 학군 내 학교에 입학하는 방식이다. 전주교육지원청은 전주지역 중학교 배정을 앞둔 학생 중 주민등록표등본에 한 부모만 기재된 학생에 대해서 ‘전 가족 미등재 사유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추가 요구하고 있다. 해당 학생은 등본에 나와 있지 않은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같이 살지 않는 사유서를 작성하고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객관적 증명서류와 함께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위장전입 적발이라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부모 이혼 등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다른 학생들의 눈에 낙인을 찍히게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은 양 부모를 두어야 한다는 정상가족 신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편견의 희생양인 셈이다. 이혼가정, 미혼모 가정, 조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이 대부분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인지도 의문이다. 실제 위장전입을 한 학생이 사유서에 위장전입이라고 밝히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서다.

이번 ‘전 가족 미등재 사유서’ 파문은 이미 서울과 경기도, 충남 등에서 문제된 바 있는데 비슷한 시행착오를 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특히 어느 교육청보다도 학생인권이라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서는 전북교육청의 인권 감수성이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2013년에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에 학생인권교육센터를 만들어 해마다 인권실태조사를 하면 뭐 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2월에 비슷한 사례에 대해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광명교육지원청에 정책 권고를 한바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미등재 사유서를 일률적으로 요구하지 말 것과 최소한의 사례로 한정해 확인하는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안이 전북에서 또 일어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전주교육지원청이 “재검토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힌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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