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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김치의 딜레마
한국 김치의 딜레마
  • 권순택
  • 승인 2021.03.03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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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달 중순 할리우드 톱스타 기네스 펠트로(49)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한국 김치’를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구프’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감염됐던 사실을 공개하며 “계속되는 피로와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한 느낌이 이어지면서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 등이 나타나는 ‘브레인 포그’ 현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keto(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와 식물 기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며 “훌륭한 무설탕 김치를 발견했다. 매우 놀랍다”고 전했다. 사실 펠트로는 한식 애호가로 과거에도 김치전을 SNS에 소개하고 비빔밥 먹방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시대를 맞아 ‘한국 김치’가 글로벌 면역푸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고추 마늘 생강 등 양념류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장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비만 및 지질 저해, 대장암 예방 기능, 아토피 알러지 저하 등 김치의 효능이 다양하다.

세계인들이 한국 김치를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 김치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1억4451만 달러로 전년보다 37.6%나 증가했다. 수출 국가도 일본과 미국 홍콩 대만 호주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 섬나라인 북마리아나 군도 등 80여 곳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수출되는 김치에 ‘한국 김치’라고 표기를 못하고 있다. 정부에선 중국과 일본에서 주장하는 김치 종주국 논란과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의 외국산 김치가 한국 김치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을 지난해 8월 도입했다.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은 ‘한국(고려) 인삼’ 이후 김치가 두 번째다.

하지만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이 도입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김치업체 중 등록 신청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배추 무 고춧가루 등 주원료 3개 이내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주원료는 기상여건이나 작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고춧가루는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대부분 수입 고춧가루를 쓰는 국내 김치업체들이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 표기를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김치협회에선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김치만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달 중 공청회를 통해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한국 김치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김치 종주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하게 지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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