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힘든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하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의 화재참사로 어린 자식을 가슴에 묻고 이 나라가 싫다고 이민을 간 부모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 때문에 인천 호프집 화재로 수많은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소모적인 정쟁으로 정치를 실종시켜 버렸고, 옷로비 사건과 언론대책 문건 파동은 온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디 그뿐이던가. 세계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때는 재계 2위의 자리를 차지했던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이라는 모진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IMF의 어두운 터널을 슬기롭게 빠져 나왔다고는 하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월급봉투는 종전보다 가벼워졌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은 오히려 깊어만 가고 있다. 경제회복의 이면에는 빈부격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은 20세기의 해넘이가 감싸 안고 갔다. 이제는 꿈과 희망을 담은 21세기와 새천년의 해돋이가 시작되었다. 마침 새해 벽두인 2일 오후에는 영동고속도로 위로 찬란한 무지개가 솟았다는 보도이다. 새해에는 우리사회가 무지개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