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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전주 완주 통합 때 시장직 완주에 양보"
조지훈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는 23일 “완주와의 행정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전주와 완주의 통합이 성사되면 통합시의 시장직을 완주 쪽에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주와의 통합은 신뢰 회복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전략과 단계를 거쳐서 신뢰를 회복하고 통합을 위한 설득 작업을 하면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9기 출범하면 전북 행정통합 새판 짜여질까
전북 행정통합 논의가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동반 퇴장하면서 기존 추진 동력이 사실상 해체된 가운데, 민선9기 출범과 함께 새로운 통합 비전이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행정통합은 기존 ‘전주·완주’ 중심 논의를 넘어 보다 확장된 권역 재편 구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이재명 정부 성공 뒷받침”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는 23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합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민주당의 변함없는 핵심 가치”라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국민의힘, 양정무 전북도지사 후보 논란 속 “제가 전북 바꿀 것” 다짐
국민의힘이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로 양정무 전 전주갑 당협위원장(랭스필드 회장)을 단수 공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전북자치도지사 후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양 전 위원장이 후보로 결정되긴했지만 양 전 위원장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반대 시위와 욕설 논란 등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 참여자치 “정청래 대표, 전북지사 경선 의혹 침묵 중단해야”
전북 시민사회가 안호영 의원의 단식 농성에 침묵한 정청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23일 성명문을 통해 ”(안 의원의) 단식이 2주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정청래 대표가 해법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정치적 계산으로 낳은 비정한 방관이며 사실상의 책임 포기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뉴스와 인물] 정지영 감독 “이름 없는 ‘제주 4·3’에 제 이름 찾아줘야죠“
1988년 서울의 한 극장가에 느닷없이 뱀이 풀렸다. 미국영화 직접배급에 반대하며 한국영화의 생존권을 지키려던 영화인들의 처절한 저항, 이른바 ‘뱀 투척사건’이다. 투쟁의 선봉에는 서슬 퍼런 기개의 젊은 감독 정지영이 있었다. 당시 투쟁위원회를 이끌던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옥고를 치러냈다. 
50년 넘은 옛 진북교, 하부 훼손⋯"무너지면 어쩌나"
준공된 지 50년이 넘은 옛 진북교(보행교)의 하부에 균열과 콘크리트 탈락 등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변에는 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모두가 산책과 자전거를 타며 봄을 즐기고 있었으나, 일부 시민들은 다리 아래를 지나기 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턱 낮추고 퇴출 강화”…지주택 규제 변화, 전북 시장 ‘재편 신호’
정부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북 지역 지주택 시장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진입 장벽은 낮아지는 대신, 부실 사업에 대한 정리와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사업장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업계획 승인 요건인 토지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하고, 매도청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장] 고창 광승마을 ‘죽은 송아지 시위’...외면과 방관이 부른 참극
23일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광승마을 입구. 죽은 송아지를 트랙터에 매단 채 길목을 지키는 농민 김춘용 씨의 모습은 더 이상 시위가 아니다. 행정과 사업자의 무책임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이 내지르는 절규이자, 지역 사회가 외면해온 참혹한 현실의 민낯이다. 올해 2월 이후 광승마을과 인근 방축·월산 일대에서는 송아지 폐사와 유산,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휴게소 헷갈린다며 유도선 삭제"…오수나들목 ‘지워진 유도선’ 논란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나들목 진출부에서 운전자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오진출 방지’를 이유로 차선 유도선을 제거했지만, 현장에서는 급감속이나 차로 변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구간은 순천완주선 하행선, 전주→남원 방향 오수나들목 진출부다. 
“골프 접대·금품수수 의혹 규명”…전주대 비대위, 이사장 엄벌 촉구
전주대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교수·직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종순 이사장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촉구했다. 전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교수·직원 40여 명은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감사와 경찰 수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오피니언

전주농협 불법선거 큰 경종 울렸다

전주농협 이사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행위는 지역사회와 농업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비단 전주농협뿐 아니라 농협, 축협, 수협 등 조합 전반에 걸쳐 얼마든지 유사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은 지난 21일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B씨와 C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각각 선고하고 이들 모두를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전주농협 이사 선거 기간에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수십만∼수백만 원 상당의 육류와 과일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 지역 농협의 임원 선거는 박스선거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불법이 만연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형사 처벌을 받고 패가망신했으나 제2, 제3의 금품선거가 나타나 실망감을 주고있다. 그런데 이번 전주농협 사건의 경우 일부 피고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조합장 및 임원 선거는 ‘로컬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폐쇄적인 구조와 혈연·학연 중심의 네트워크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선은 조합장이나 임원에 나선 이들이 보다 확실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법을 운운하기 전에 불법과 탈법으로 자리를 산 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일지는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금품 제공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One-Strike Out)’을 매우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한번 적발되면 다시는 조합 근처에 얼씬 거리지 못하는 풍토가 확립돼야만 유사 범죄가 사라진다. 선관위 위탁 범위를 조합장은 물론, 이사·감사 등 임원 선거까지 넓혀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됐는데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닌 운용과정이다. 지역 사회의 특성상 ‘좁은 바닥’이라는 인식 때문에 불법을 보고도 침묵한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좀먹게 된다. 신고자의 신원이 확실히 보장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불법 선거가 적발될 경우엔 포상금을 파격적으로 높여 내부 감시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전북에서만큼은 농·축·수협 주변에서 선거와 관련해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더 가질 때다.

사설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에 불편 없도록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우리 농어촌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올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순창과 장수군을 포함한 전국 인구감소지역 10곳의 주민들은 2년간 1인당 매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는다. 일찍부터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사업에 선정된 지역은 다른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편사항을 지적하며, 사용자 편의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본소득 첫 지급 후 사업지역을 방문해 주민 애로사항을 청취한 결과 농어촌 면 지역의 사용처 부족과 실거주 확인 절차의 불편, 그리고 사용 후 카드 잔액 알림 기능 부재 등이 불편사항으로 꼽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농어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신호, 농어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실제 주민들이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제도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제도는 시행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사용처를 제한하고 있지만, 지나친 제한은 오히려 주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불편을 초래해 결국 정책의 취지와 효과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병원과 약국, 생필품 구매처, 농자재 상점 등 일상과 직결된 영역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편의성은 돈의 액수보다 그것을 필요한 곳에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의 목적이 지역을 살리는 데 있다면, 주민이 실제로 자주 이용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을 위해 농협이나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공급하는 ‘이동형 점포’를 운영하고,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자체의 세심한 설계와 적극적인 실행이 중요하다.

사설

민주당 공천과 ‘내란 전북’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6.3 지방선거에 출마할 전북도지사와 13개 시·군의 시장·군수 후보가 확정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가운데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7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학수 정읍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최훈식 장수군수, 심덕섭 고창군수,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와 3선 단체장의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심민 임실군수도 내란 동조 혐의로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처음 지목한 것은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지난 2월 12일 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2·3 내란 당시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폐쇄한 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8명을 내란 동조 및 직무 유기 혐의로 2차 종합특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이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공공기관의 문을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은 그동안 전북도청 간부들을 불러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12.3 비상계엄 당시 도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다.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나부터 먼저 불러 조사해달라”고 요구한 김관영 지사도 다음주쯤 피고발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때는 합당까지 논의했던 조국혁신당의 도지사와 시장·군수 내란 동조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내란 동조 혐의자로 지목한 7명의 시장 군수를 공천했다.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부적격자를 공천한 ‘대참사’가 발생할 만한 일이다. 조국혁신당과는 별도로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원택 의원도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도의 내란 동조를 주장했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 의원은 앞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조국혁신당으로 부터 내란 동조자로 낙인 찍힌 민주당 시장 군수 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여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차 종합특검이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스스로 규정한 ‘내란 전북’은 이미 전국에 전북의 명예와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특검의 조사결과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내란 동조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새로운 전북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특검의 조사를 통해 내란 동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전국에 낙인 찍고 오명을 씌운 정치인들의 처절한 반성과 참회가 뒤따라야 한다. ‘내란 전북’은 선거를 핑계 삼은 아니면 말고 식 마타도어로 치부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 2차 종합특검에 대한민국과 전북의 미래가 함께 달려있다.

오목대

샤갈!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사 지원서’를 작성해 팔복예술공장에서 전시 보조로 4개월간 기간제 근로를 하게 됐다. 사원증도 착용해 보고, 9시에 맞게 출근해 지문을 찍고, 정해진 시간을 지켜 점심도 먹어보며, 프리랜서에게는 생경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연차도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부터 ‘마르크 샤갈 展’ 이 진행 중이며, 주로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업무를 맡고 있다. 전시장에 있는 작업들이 왜 이런 형상을 띄고 있는지, 이 작가는 왜 이런 작업들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등, 작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일이다. 샤갈의 작업들에는 다양한 사랑과 서정 등이 깊게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작업은 작가의 삶과 기억, 감각이 뒤얽혀 만들어낸 복합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샤갈의 화면 속에서 부유하는 연인들, 기이한 마을, 비현실적인 색채들은 분명 사랑을 품고 있지만, 그 감각을 ‘사랑’ 이라는 일상적 언어로 직역하는 순간 품고 있는 여러 겹의 미묘한 레이어가 무뎌져 버린다. 해설을 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작품의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순간보다, 그 이해를 통해 작가와 연결되는 순간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작품 뒤에 있는 한 사람의 시간과 고민, 감정과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감상은 경험이 된다. 그 순간, 미술관은 더 이상 낯선 공간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알아가는 장소가 된다. 퇴근 후에는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 프로젝트들의 기획 회의 등을 진행한다. 가끔, 도슨트와 기획자의 일이 유사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작가들 또한 종종 자신이 만든 그 복합적인 대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들에게 ‘그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는 어떤 감각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전시를 통해 타인과 공유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이건 왜 이렇게 되었나요?” 혹은 “이 감각은 어디서 근원한 걸까요?” 때로는 작가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맥락을 함께 더듬어 가며,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은 작가와 작업을 심화시키는 것을 넘어 심화된 작업을 문맥화하는 곳에도 있는 것 같다. 이 매개는 번역에 가까워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무심코 지나친 감각을 붙잡아 언어로 풀어내고, 관람객이 놓칠 수 있는 맥락을 다시 건넬 수 있다. 매개하며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 그 언어를 나의 언어로 바꾸어보는 일, 한 사람의 세계를 다시 건네는 일.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불완전한 시도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려는 방식’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깊게 들여다보게 될 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흔히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전시를 매개하며 나는 매일 지고 있다. 해설이나 기획이 끝나고 나면 왠지 정이 든다.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은, 알아가는 일이자 내어주는 일, 지(知)는 일이자, 지는(負) 일이었다!

청춘예찬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 심고, 나누고, 떠나 보내다

넬슨 핸더스의 조언이 오래도록 마음에 소리를 건넨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자신이 그 그늘 아래 앉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나무를 심는 것이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는 그저 새겨 놓기에 좋은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강릉 왕산 산자락에 올라 20여 년 전 내 손으로 심은 과수들이 흐드러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장관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그 조언을 몸으로 체험했다. 삽질 한 번에 허리도 한 번씩 뻐근하던 그 많은 나날들. 솔직히 그 나무들이 이렇게까지 자라 커다란 그늘을 만들 줄은 몰랐다. 그저 심고 싶었을 뿐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바쁘게 달리던 시절이었지만, 그 바쁜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흙을 파고 뿌리를 내려주었다. 무심하게 20여 년이 흘렀다. 한 손으로 나를 수 있던 묘목들이 이제 내 키를 훌쩍 넘는다. 지난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나는 그 그늘에 앉아 땀을 식혔다. 20여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건넨 쉼표였다. 몇 년 전에는 형님들과 친구의 손까지 빌려 엄나무 300그루와 배·살구·복숭아나무를 왕산 산자락에 심었다. 엄나무는 느리다. 가시도 많고 자라는 것도 더디다. 그 더딘 성장 속에 묵직함이 쌓인다. 올 3월 초, 함께 땅을 일구었던 친구, 형님, 제자들과 나무 밑동에 계분 퇴비를 아낌없이 부어 주었다. 이른 봄, 아직 다른 대지가 덜 깨어난 어느 날 두릅순이 끄트머리를 힘차게 밀어내며 올라오는 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나에게만 먼저 봄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올봄 처음으로 제대로 수확한 엄나무순과 두릅을 무쳐 먹었을 때 그 맛이 어찌나 진하던지. 6년이라는 시간이 그 한 접시에 모두 담긴 것 같았다. 혼자 먹었다면 그 기쁨조차 절반이 채 안 됐을 것이다. 왕산의 과일과 봄나물을 함께 땅을 일구었던 친구들, 제자들, 이웃과 나눈다. 그들과 나눌 때 땅이 선사한 선물의 가치는 몇 곱절이 된다. 택배 상자 하나에 담겨 떠나보낸 봄소식 한 봉지가 카톡 한 줄로 되돌아온다. “맛있어서 눈물 날 뻔했어.” “어디서도 못 살 맛이야.” 로켓배송이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6년의 기다림과 50명의 인연이 빚어낸 맛이니 어떤 시장에도 없다. 이 나무들이 주는 기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부터 엄나무순 수확이 본격화되면 그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전국대학생가치투자대회 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이 기업을 분석하며 투자 철학을 스스로 확립할 기회의 장을 일군 지 벌써 10년이 훌쩍이다. 6년 전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엄나무가 자라서 내년 봄 첫 수익을 내고, 그 돈이 이름 모를 청년의 상금이 되리라. 그 청년이 훗날 우리 자본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들 투자자가 된다면, 한 그루의 나무가 얼마나 더 멀리까지 그 흐드러진 가지와 넓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나무를 심는 일의 가장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꼭 땅을 파야만 나무를 심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한마디, 친구에게 보내는 과일 한 상자, 후배에게 나눠주는 경험과 지혜. 그것이 모두 나무다. “성인은 공을 이루어도 자신의 것이라 자처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노자 『도덕경』의 말씀처럼, 심고 나누고 조용히 떠나보내는 것. 그것이 봄을 사는 법이다. 강릉 왕산에 봄이 오면 나는 또 한 그루를 심을 생각이다. 내가 그 그늘 아래 앉을 수 없더라도.

금요칼럼

돌의 울음

입춘이 되었다. 명색이 입춘인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제주도와 서해안 일대는 대설주의보까지 겹쳤다. 요즘 며칠 밤 추위 때문에 산책도 접었다. 아침에 원각사나 다녀오려 길을 나섰다. 묵방산에서 웅크리고 있던 바람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 허기진 들짐승처럼 맹렬하게 덤벼든다. 머리끝이 띵해지며 피가 맺는 것 같았다. 마스크 틈을 뚫고 나온 입김이 안경알에 달라붙었다. 사방이 온통 안개로 자욱하더니 곧 어둑어둑했다. 그때 무엇인가 ‘핑’하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발밑을 잽싸게 빠져나갔다. 얼마 후 언덕 아래 콩밭에서 또 ‘핑’하는 소리가 났다. 다름 아닌 돌멩이었다. 날아간 거리와 소리를 가늠해 보니 엄지손 두 배쯤 될듯 싶었다. 최근 피터 싱어가 쓴 ‘동물해방’이란 책을 읽었다. 동물도 우리 신경계와 비슷하게 반응하고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자극을 받으면 혈압이 오른다. 눈이 팽창하며, 땀을 흘리고, 맥박이 빨리 뛴다고 한다. 이 말을 떠올리며 돌이 느낄 고통을 가늠해봤다. 등산화에 짓밟힌 돌은 발톱에 피멍이 시퍼렇게 들었거나, 정강이뼈에 금이 갔을지 모른다. 이가 몇 개 부러졌거나 정수리가 터져 피범벅이 됐을지도 모른다. 인간 같으면 “사람 살려!”라고 외치거나, 응급차에 실려 갔을 것이다. 가슴까지 꽁꽁 언 콩밭으로 날아 떨어진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징징대는 사람이 있다.세상 아픔을 마치 저 혼자 감당한 것처럼 칭얼대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이런 사람들 이웃에 살고 있다. 이번에 발간할 ‘수필집’ 교정을 마무리하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내용을 다시 보니 대부분 집안 이야기, 학교 이야기. 삶 이야기로 시시콜콜했다. 나는 그동안 운명처럼 달라붙은 아픔을 탓하며 애창곡 부르듯이 꽤 징징대며 살아왔다. 사물들은 두뇌가 없어 생각할 줄 모르고, 입이 없어 아프다 말하지도 못할까? 고통을 자극하는 신경이 없어 아픔을 느낄 수 없을까? 사물들은 언어를 부릴 줄 몰라 아픔을 표현하지 못할까? 귀를 활짝 열고 우주의 음성을 경청해보자. 그러면 이런 걱정들은 한낱 기우(杞憂)다. 슬픈 사물들이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터놓고 내보낼 수 없는 아픔을 꼭꼭 누르는 울음소리였다. “왜 힘없는 자신을 매정하게 밟느냐?“며 항변하는 소리였다. 누군가 내디딘 발에 밟혀 고통으로 우는 사람들이 많다. 암울한 역사의 뒤안길에서 군홧발에 짓밟혀 심장이 찢어지고 숨통 막힌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는 거대한 발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 발바닥에 짓눌려 우는 사람이 많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울음을 외면하는 난청 사회다. 비민주적 정권에서 더욱 그렇다. 힘 있고 가진 것 많은 사람은, 약하고 허기진 사람을 한낱 돌멩이처럼 여길지 모른다. 이들이 울음을 꾹 삼키며 견디고 있으니 아픔의 깊이와 넓이를 계량할 줄 모른다. 스스로 신은 신발에 밟혀 콩밭으로 떨어진 돌멩이들의 아픔을 생각한다. 이 돌멩이처럼 행여 누군가를 밟은 적은 없었던가? 때로는 혼자 생각에 뾰족한 글이나 험담으로 짓밟은 일이 없었던가? 몇 이름이 떠올라 얼굴을 감추려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용서 바라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 겨울잠 빠진 묵방산이 움칫 깨어났다. 발에 짓밟힌 돌멩이들이 콩밭에 픽 쓰러진다. 발톱, 정강이는 시퍼렇게 피멍이 들고, 갈비뼈는 금이 갔거나, 이빨 몇 개가 나갔을 터인데 아침 거른 들고양이처럼 힘 꺼내 울고, 통증 알아차린 새 떼 닮은 울음으로 날자. Δ최재선 수필가는 월간 창조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한일장신대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6번째 수필집 <경전-수필과 비평사>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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