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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희 회장 “‘인화(人和)' 의 자세로 전북 수필문학 부흥 시킬 것”

“정말로 몸이 아파서 올해는 수필가 대회도 못할 뻔 했어요” 인터뷰 중 때아닌 심경 고백에 놀라자 이종희(79)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이 허허 웃었다. 올해는 다행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필가와 15개 수필단체가 참여 의지를 보여 예년보다 풍성한 수필문학 잔치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전북특별자치도수필가대회’가 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이종희 회장의 말대로 300여명의 수필가들이 참석해 전북수필문학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오전 국제회의장에서 만난 이종희 회장은 전북수필문학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젊은 수필가들의 유입이 절실하다. 이종희 회장은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회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70대”라며 “새로운 회원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수필’ 장르의 변화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사진과 수필을 결합한 포토 에세이집을 발간하거나, 지역별로 수필화전시를 진행해 대중들이 수필 장르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오로지 수필 장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는 “어떤 분들은 이러한 시도와 변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AI(인공지능)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서 배우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건 도태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필문학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15개 수필문학 단체들과 소통하고 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회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인화(人和)’의 자세를 바탕으로 수필가들이 즐길 수 있는 수필가 대회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일상을 수필로, 마음을 문학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는 총 4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수필화 감상, 2부 나의 수필쓰기 컨퍼런스, 3부 예술공연, 4부 기념식 및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제38회 전북수필문학상은 고안상, 김현준, 최정순 수필가가 받았다. 도지사 표창은 조건·최성철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수필문학 발전에 힘써온 백봉기 수필가(전북문인협회장)도 이날 공로패를 수상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12 18:21

사라진 존재들이 건넨 말들…지연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환상과 은유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지연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창비)을 출간했다. 2013년 ‘시 산맥’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가 3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담백하면서도 단정한 언어들이 돋보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생명과 존재,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깊은 사유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인간이 대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증명하듯, 유한한 존재들의 삶과 죽음에서 생명의 근원을 탐색한다. 동시에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라도 방언의 구성진 가락과 소박한 말맛으로 그려낸다. “부석작에서 콩대가 콩닥거리며 이 방을 태웠을 거라 생각하면 재와 연기가 새벽이 올 때까지 방을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콩 속에 맺힌 영혼이 텅 빈 몸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데워진다 빈 깍지같이 살다 간 영혼들이 빈 깍지 같은 나를 오래 데우다가 긴 굴뚝으로 천천히 새어나가고 또 나처럼 서툰 이가 있어 바닥을 떠돌며 마지막 온기로 나를 받든다고 생각하면 반복한 말을 잃어버린 누군가 구들장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중략)”(‘콩대를 태운 밤’ 부분) 시인에게 부석작(아궁이)에 넣은 콩대가 불에 타서 재가 되는 소리는 부재하는 이들이 말을 거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시인은 죽음 자체를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라진 존재들의 삶까지 아우르며 깊은 연민과 사랑을 순환하는 생명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 삶과 죽음이 땅 밑에서는 하나의 뿌리처럼 얽혀 있음을 흙에서 배우고 시로 이야기한다”며 “지연의 시에서 우리는 깊은 흙 속처럼 어둡고 습한 생(生)의 거처를 마주하게 된다. 생활의 감각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생의 순간들과 대면하게 해준다”라고 설명한다. 총 60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은 이전과 달리 목가적인 서정과 생명의 충만함을 느낄 수 없다. 대신 흙 위에서 풍요로워진 시인의 상상력과 생명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1971년 임실에서 출생했다. 시집으로는 <건너와 빈칸으로>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 등이 있다. 제15회 시흥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12 16:59

제13회 전주문학상에 허호석 아동문학가

전주문인협회(회장 김현조)가 수여하는 ‘제13회 전주문학상’ 수상자로 허호석 아동문학가, 제10회 문맥상 수상자로 김상휘 소설가와 김은유 시인이 선정됐다. 전주문학상은 최근 3년간 발표한 작품집과 전주문인협회에 기여한 공적 등을 반영해 수여하는 상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심재기 아동문학가와 이소애‧유대준 시인이 참여했다. 허호석 아동문학가는 1978년 월간아동문예 추천 완료, 198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동시집과 동시선집, 동화집, 위인전 등을 출간해 전북 아동문학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한국예총 진안지회를 창설해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PEN 자문위원, 전북문인협회 자문이사, 전북시인협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상휘 소설가는 1985년 전북대 학술문학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우리마을 풍수이야기> <대한민국 힐링터 정감록 십승지> <추사의 숨은 꽃> <서울의 달> <서울 부엉이>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전북소설가협회장, 한국소설가협회 대외협력위원장, 전북자치도 종교문화유산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은유 시인은 2004년 월간문학 11월호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화려한 탱고> <가시연꽃> 등이 있으며 국제해운문학상과 산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재기 심사위원장은 “전주문학상을 수상한 허호석 아동문학가는 성인을 위한 동시와 동화를 많이 저작하였다”며 “그의 작품은 어린이에게 감성적인 작품으로 흥을 돋우고 성인에게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시흥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경험과 성찰을 통한 직관적인 시”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상휘 소설가의 소설은 인간 군상의 심리를 조화롭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고 김은유 시인의 시는 자아성찰과 현실성 높은 시어들로 구성돼 매우 탄탄하다”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후 3시, 한국전통문화의 전당 2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11 16:35

전북작가회의, ‘불꽃문학상’ 황보윤·‘작가의 눈 작품상’ 박복영

올해 전북작가회의가 선정한 ‘불꽃문학상’에 황보윤 소설가의 장편소설 <신유년에 핀 꽃>이 선정됐다. ‘작가의 눈 작품상’은 박복영 시인의 시 <비린내의 집>이 뽑혔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유강희)는 제18회 ‘불꽃문학상’과 제16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 선정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불꽃문학상’ 수상작인 황보윤 소설가의 장편소설 <신유년에 핀 꽃>은 올 한 해 동안 출간된 전북작가회의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인간의 보편적 성정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의심과 회의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이 곧 신앙의 길’이라는 문장을 비롯해 많은 문장은 글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전언으로 해석된다”며 “작가라는 존재는 확신이 아닌 흔들림 속에서 문장을 찾고 쓰고 지우고 다시 써서 문장을 세운다. 황보윤 작가의 문장은 서늘한 고독을 오래 견뎌 마침내 올곧게 서 있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작가의 눈 작품상’으로 뽑힌 박복영 시인의 시 ‘비린내의 집’은 올해 심사대상이 된 통권 31호 ‘작가의 눈’에 실린 작품 가운데 가장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비린내의 집은 바닷가 일상에 접목된 노동행위를 ‘까다’‘출렁이다’ 등의 동사로, 시의 현재로 형상화해내는 동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며 “노모의 생이 쌓아 올린 비린내의 집에 들기까지의 찬찬한 성찰은 그의 시 미래를 밝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불꽃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시상은 다음 달 19일 열릴 정기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06 16:38

전북시인협회장 후보에 이두현·이광원 최종 등록

전북시인협회 제10대 신임 회장 선거가 이두현 시인과 이광원 시인이 겨루는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5일 전북시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대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회장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이들 후보 2명이 등록했다. 이로써 지난 2023년 이형구 회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된 이후 3년만에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두현 후보는 1956년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겸임교수와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월간 ‘문화저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현재 전북시인협회 수석부회장, 고하 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광원 후보는 1955년 김제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자유문학(自由文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눈물꽃 아름다운 날>이 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10대 전북시인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오는 27일 오후 전북보훈회관에서 대의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재적대의원 과반이 투표하고 그 결과 최다 득표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 선거권을 갖는 대의원은 약 150명으로 이들은 지난 8월 말까지 회비를 완납한 회원에 한해서 자격이 부여된다. 차기 전북시인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05 18:43

간절한 ‘꿈’을 그리다…여균동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

한때 한국 영화판을 휩쓸었던 여균동 감독이 신작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도서출판 기역)를 펴냈다. <비밀의 정원>, <초록눈호랑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이은 네 번째 그림책이다. 책은 어느 작은 시골 한켠 미용실 ‘밀라노’ 주인 그녀의 일상을 쫓는다. 그녀의 소원은 밀라노 여행이다. 주인공 그녀는 누군가와 만나고, 그 만남 가운데서 여행에 대한 ‘간절함’이 커져간다. 화자는 신발과 선글라스, 수영복과 가방, 쇼핑과 미술관, 오페라하우스를 상상하며 ‘밀라노 여행’에 대한 간절한 꿈을 펼쳐 보인다. 책 페이지마다 밀라노 여행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밀라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그녀’에게 ‘그녀로서 존재하는 가장 그녀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작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를 통해 시나리오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누구나 읽기 쉽고 편한 그림책의 형식, 그것도 배역을 나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나리오 형식이 흥미롭다. 저자 여균동 영화감독은 1994년 영화 <세상 밖으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3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저승보다 낯선> <좋은 친구들> <1724기방 난동사건> <미인> 등을 연출했다. 현재는 조그만 시골 도시에서 어린이 청소년들과 영화 만드는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05 18:43

전주문인협회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

전주문인협회(회장 김현조)에서 전주문인 자선작품집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을 출간했다. 김소월과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서정주와 국화 옆에서, 정지용과 향수 등 작가와 작품이 일치됐듯이 작가에게 자존감은 대표작품이 있는가이다.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은 162명의 전주 문인들이 스스로 손꼽은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낸 책으로, 작가의 내력과 일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작가 개인의 문학적 성향과 지향점을 나타내고, ‘나’를 대변할 수 있도록 공들여 매만져 완성하기까지의 마음이 담겨 있어 의미 있다. “휘어도 휘어도 꺾일 수 없는 활, 하루에도 몇 번씩 시위를 당깁니다. 수령에 빠져도 사는 그 억척의 물소뿔을 쑤꾸욱 쑥쑤꾹 억겁의 세월 날고 풀어 시위를 당깁니다. 진안 곰티재 아기바투 목구멍에 쏘아 박고 만수산 드렁칡을 당기어 정몽주 뒤통수에 날린 살, 단풍보다 더 붉게 다가산을 덮어 흐르던 동학의 꽃붉은 함성, 타는 보리 모가지에 또 한 대 살을 날립니다(…중략…) 시위를 당깁니다.”(진동규, ‘파랑새 울음 웁니다’ 부분) 호병탁, 진동규, 김남곤, 류희옥, 소재호 등 전북 문단의 밑거름이 버팀목인 원로 문인부터 장욱, 송희, 심옥남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문인까지 지역문학의 힘이 담긴 글을 만날 수 있다. 김현조 회장은 책 인사말에서 “작가에게 존중감은 작품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듯이 이 문집에 수록된 작품이 작가를 떠오르게 하는 답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독자에게도 공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05 17:00

교육 실종 시대에 던지는 질문, 신정일 ‘언제 어디서나 배웠다’

“누구는 언어에 능하고, 누구는 숫자에 밝다. 배움에 정답이 없다.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이 있을 뿐이다” 우리땅걷기 이사장 신정일이 신간 <언제 어디서나 배웠다>(파람북)에서 펼치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평생을 독서와 체험을 통해 배움을 익혀온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흔히 말하는 ‘지식을 채우기 위한 공부’가 실제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를 조목조목 따진다. 스펙과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시스템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제도권 교육 밖의 ‘배움’을 들여다본다. “정말 그렇다. 꽃 한 송이, 잎 하나가 단지 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땅의 언어’이며 ‘숨은 신비’이다. 아버지와 함께 산을 다니며 나도 조금씩 그 언어를 배웠나 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고수는 자연일지라도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다. 실상 자연 앞에서 인간만큼 나약하고 무지한 존재가 또 없는데도 말이다. 가장 약한 주제에 가장 위대한 존재를 파괴하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비극이다”(40p)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배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와 배움의 여정에서 길어 올린 상념들을 책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저자는 ‘올바른 교육’은 주로 교육의 본질과 참다운 배움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 활보하는 시대에서 발전과 변화를 수용하되 글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들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교육 체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냉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변화, 정치‧사회적 결단이 교육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은 1부 ‘나만의 공부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2부 ‘길에서 배우는 공부’, 3부 ‘스승을 배신하는 법’까지 배움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교육 실종 시대를 아우른다. 이후 4부 ‘옛 스승의 품격’과 5부 ‘나눔, 공부, 생명’에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과 함께 진정한 배움의 길로 안내한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추천사를 통해 “신정일은 모든 사물에 깊이 다가가야 앎에 이른다는 대학이란 고전의 격물치지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며 “감히 말한다. 신정일처럼 배우고 생각하고 익혀라”고 밝혔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쳐왔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정일의 신택리지> <해파랑길 인문기행, 서해랑길 인문기행> <천재 허균> 등 100여권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05 17:00

제11대 전주문인협회 회장에 정재영 시인 선출

전주문인협회 제11대 회장에 정재영(62) 시인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상휘)는 지난 24일 마감된 회장 입후보 등록 결과, 정재영 시인이 단독 출마함에 따라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 제5차 회의를 열어 최종 당선인을 확정했다. 순창 출신의 정재영 시인은 원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또한 국제PEN 전북위원회와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써왔다. 1993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다>,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탁란>,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와 청소년 시 창작 지침서 <청소년을 위한 시 창작법> 등을 펴내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이다. 또 청소년 인문학클래스 및 전북 청소년 시창작 강사로 활동하며 문학 저변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향후 3년 임기 동안 △문예진흥기금 확보 △예술인 창작 공간 확보 및 제공 △전주시·시의회와의 교류를 통한 문화 발전 기여 △젊은 예술인 육성 △전주시 거주 예술인 처우 개선 등 5대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협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문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이며,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전주문인협회 대동제 행사에서 당선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30 15:50

덕암 이용엽,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 출간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문신(文臣)이 있다. 바로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다. 이용엽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신아출판사)은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한국 서화사와 조선 전기 문인서예의 흐름을 탐구해온 연구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특히 신공제가 집자·간행한 것으로 알려진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名蹟)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며,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해,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적 필치와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권선문첩(勸善文帖)』의 서화에 담긴 여성의 예학적 전통과 조선 여성 교화의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설씨 부인은 신공제와 교유한 문인층뿐 아니라 후대 여성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저자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扁額)에 드러난 그녀의 서예 감각과 신덕리·임명대군·유진동 등 동시대 문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3부 ‘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申潤福)과 신경준(申景濬)으로 이어지는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특히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며, 가계(家系)와 화풍(畵風), 대표작의 출처, 묘소 등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를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는 학문적 시도다. 이용엽 위원장은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경기도 이계 선생 묘역까지 찾아가 이장 작업을 함께해주신 신방수 회장님 등 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김수예 시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 발간

김수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달아실)를 펴냈다. 시집은 ‘1부, 흰 그림자를 물고’와 더불어 ‘2부, 모래 몰래’, ‘3부, 일월화수목금토’, ‘4부, 섬은 섬을 향한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존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바라본다. “잔에 김이 오른다/ 잠시 비는 멎고/ 커피가 식어가고/ 휘청거리는 대기에/ 둥둥 떠내려가는 발걸음/ 뒤꿈치는 쩍쩍 갈라져/ 야자수가 부풀었다 홀쭉해진다/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서 오아시스/ 초여름 눈빛은 휘지 않아/ 서로 물들어가는 중/ 얹혔던 속이 턱,/ 초목이 한숨을 뿜는다/ 폐부 깊숙이 더운 숨에/ 뭉근히 번져가는 흙내”(시 ‘입김’ 전문) 이처럼 김 시인은 멀리 있는 것들을 손끝과 몸의 감각으로 불러내, 촉각-기억의 시학으로 풀어내는 시인이다. 그는 대상을 만지고 감각하며, 그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첫 시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등단이 늦은 만큼, 조급했었던 것 같다”라며 “‘시다움’이라는 주소를 들고 시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고도 짜릿했다. 매 순간 절망하고, 매일매일 무릎을 꺾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시집에 다다라서는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불도저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가래로 흙을 고르기 시작한 듯, 시의 눈과 배를 맞추고자 손발은 헐렁거렸다”고 덧붙였다. 목포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란 시인은 현재 전주에서 시를 읽고 쓰며 살고 있다. 그는 문학매거진<포엠포엠>으로 등단해, 저서로는 미디어콘텐츠북 <목소리가 얼굴에게>, 시집 <피어나 블루블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역사 속 선자청 동화로 깨어나다⋯이경옥 작가,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조선 시대, 더운 여름을 식혀주던 ‘에어컨 공장’이 있었다. 바로 부채를 만들던 관청, 선자청(扇子廳)이다. 이경옥 작가가 펴낸 신작 동화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고래책빵)은 신분과 성별의 벽을 넘어 부채를 만들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승리보다 중요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달래는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라감영의 선자청에서 심부름꾼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지만, “계집애는 관청에 들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달래는 뜻을 꺾지 않고 친구 만복이와 함께 선자청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의 첫 여자 일꾼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선자청은 달래에게 녹록지 않다. 부당한 대우와 조롱 속에서도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익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당한다. 결국 달래는 살아남기 위해 경쟁과 타협의 길을 택하지만, 그 선택이 가까운 이들의 상처로 돌아오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달래는 방구부채 하나로도 다른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조선의 부채 공장을 ‘바람을 만드는 곳’으로 비유하며, 진정한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바람임을 일깨운다. 이경옥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통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하고,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의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다. 잘 짜진 구성과 절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이와 오브는 여섯 살 어린 서머를 보자마자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말할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수많은 바람개비로 가득한 그곳은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서머를 믿게 한다. “천국에 대한 아저씨의 생각을 표현한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언제라도 거기에서 천사들이 떨어져 나와 금빛으로 빛나며 유유히 트레일러 안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중략)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다른 바람개비보다 작은 날개들이 많고 모두 순백색이었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다녔던 서머. 분명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골고루 발라주며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주었을 엄마가 있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메이와 오브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가 밭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서머는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오브마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컸다. 메이를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집중하는 오브는 서머를 더 옭아맸다. 반짝이는 과자봉지부터 온갖 것을 수집하는 클리터스의 등장은 메이를 만나리라는 오브의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클리터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연은 오브를 더 간절하게 했다. 급기야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심령 목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목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서머는 절망할 오브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의외로 오브는 돌아가던 차 방향을 클리터스가 기대하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향할 때 서머는 무기력했다. 낡은 트레일러로 돌아온 오브는 메이가 생전에 가꾸던 밭에 바람개비를 모두 걸어둔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었다.” 는 해방을 상징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강한 상실의 트라우마는 서머의 감정을 일찍이 제한시켰다. 메이와 오브와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메이의 죽음은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반 토막 냈다. 서머는 마음 놓고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할 수도, 모두 내려놓고 울 수조차 없게 만든다. 또다시 겪는 결핍은 서머를 보이지 않게 억눌렀다. 심령목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하루는 어느 시간보다 길었으며 정지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발라줬을 거라 믿는 베이비 로션은 극한 고독을 상징한다. 드리웠다 금방 사라질 연기보다 가볍다. 하지만 서머의 조였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다. 메이와 영원히 함께 할 거란 믿음을 상징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간결하지만 매 순간 극적이다. 서머의 상실과 결핍, 치유의 과정은 읽는 동안 숨죽이게 한다. 작가의 절제된 서술은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백미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9 18:00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전하다…박성우 '열두 살 자기소개'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말하는 박성우 시인이 그림책 <열두 살 자기 소개>(창비)를 펴냈다. '좋은 자기소개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제일 아끼는 사진', '고치고 싶은 말 습관', '싫어하는 사람' 등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자기소개 키워드 30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은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어린이가 등장해 주제별로 저마다의 생각을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새 학년 첫날 자기소개 시간, 낯선 친구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책 속에는 운동은 싫어하지만 훌라후프 돌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교우 관계도 좋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면 남몰래 속상해하는 아이, 숫자에는 약하지만 독서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농구와 여행을 즐기는 아이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배치해 실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마음성장 교양서를 선보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따뜻함으로 잔잔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성정이 드러나는 흐름은 한 사람 안에 여러 얼굴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한 어린이책 <삼행시의 달인> <열두 살 장래희망> 등에 삽화를 그려온 홍그림 작가가 그림을 맡아 독자 눈높이에 꼭 맞는 삽화들로 책의 재미를 한층 높였다. 1971년 정읍에서 태어난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동시집 <불량 꽃게> 그림책 <소나기 놀이터> 등 다수의 책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9 17:27

전북 문학계 '선거의 계절'…차기 회장 선거 시즌 돌입

전북 문학계가 선거의 계절을 맞았다. 지역 대표 문학단체인 전북시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먼저 전북시인협회는 올 연말 이형구 회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전북시인협회에서는 유대준 시인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후 11월 10일 시인협회 회원 300명에게 후보자 접수 인원을 공개하고 11월 27일 정기총회와 함께 대의원 간접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회장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두현 시인이다. 이두현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겸임교수와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월간 ‘문화저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현재 전북시인협회 수석부회장,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올 연말 3년간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전주문인협회 김현조 회장 후임으로는 정재영 시인이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문인협회는 800여 명의 회원에게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다음달 18일 당선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재영 시인은 순창 출신으로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전주한일고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청소년 문학 교육과 강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문단을 이끌 회장 선거가 무투표로 치러지면서 지역 문단의 자정능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 등록 마감까지 출마자가 없어 단독 입후보자가 그대로 당선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문단 안팎에서는 무투표 당선 사례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솔선수범하여 지역 문인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이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지역의 한 원로 문인은 “회장 선거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력을 보면 대개 (협회) 사무처나 임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다수이다”라며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경쟁을 해야 지역 문단이 활성화 될 수 있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7 17:24

전주 덕진공원 시비(詩碑) 어디로?…예고 없이 철거, 사라진 문학 흔적

전주시가 덕진공원 열린광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전주 대표 시인들의 시비(詩碑)를 예고 없이 철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가 반발을 사고 있는 시비들은 신석정·이철균·백양촌 시인의 시비로, 이들은 전북 문단의 초석을 이룬 이들이다. 시인들의 시비는 현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근 실내 배드민턴장 근처에 임시로 옮겨졌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와 공원의 경관 개선을 위해 공원 내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공원 입구에 잔디와 원형 광장 등을 조성했다. 전주시는 이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시비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전주시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문화의 근간인 문학을 행정의 부속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문인들과 전주문인협회는 시비 이전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주시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옮기겠다고 결정한 실내 배드민턴장 주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문학적 상징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원로 시인은 “덕진공원으로 시비를 원상복구 해야 한다”라며 “애초에 시비를 세우기로 행정과 문인들이 서로 약속한 사항을 협의도 없이 임의로 옮겨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인 덕진공원에 시비를 세워두는 것이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에도 긍정적”이라며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은 접근성 측면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논란이 커지자, 현재 시비가 옮겨진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 부지를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해 문화적 가치를 높이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주문인협회는 ‘덕진공원 시비 이전 반대’ 공문을 전주시장에게 발송하고 시비 이전 전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시비 몇 기가 공원의 풍경을 훼손하거나 시민의 발걸음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덕진공원에 있는 시비는 시민의 뜻을 모아서 만들어졌음에도 뜻을 접고 일방적으로 시비를 옮기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주문협 관계자는 “문인들과 사전에 합의도 하지 않고 갑자기 시비를 배드민턴장 인근 주차장에 옮겨 놨다”며 “시비가 방해됐다면 공원 중앙부가 아니라 외곽에 세워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성 중인 메모리얼 파크 대신 ‘시비(문학비) 공원’을 마련하고, 향후 최명희 선생의 묘소까지를 문학공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전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전주문협은 “문인들은 시비가 덕진공원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만약 이대로 사업을 지속할 때는 보이콧을 감행하겠다는 의견까지 모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주시는 10월 말 완공 예정이었던 메모리얼 파크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재 전주문인협회 요구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6 09:00

'우리 모두 사랑하는 동화 잡지' 동화마중 2025년 하반기 통권 7호 발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전문잡지 <동화마중> 2025년 하반기 통권 7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는 ‘동화를 쓰는 마음, 읽히고 싶은 마음’을 주제로, 창작의 뿌리와 상상력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특집 ‘2025 전국국제그림책도서전’에서는 윤형주, 정유진 등 작가들이 그림책의 마법 같은 세계를 탐색하며, 일상 속에서 발견한 예술적 시선을 전한다. 또한 ‘마중 초대 작가’ 코너에는 심후섭, 이성자 작가가 참여해 새로운 동화적 상상을 펼친다. 제4회 ‘동화마중’ 신인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작 이희숙의 <아리와 몽이의 노래>와 심사평, 그리고 신선한 시각의 단편 동화들이 지면을 풍성하게 채운다. ‘동화마당’에는 공윤경, 김경숙, 김하영, 양인숙 등 현역 작가들이 쓴 따뜻한 이야기들이 실려,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울림을 전한다. 끝으로 평론·서평, 추천 도서 코너에서는 독자와 작가, 비평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자연 동화마중 편집자는 “’동화마중‘은 동화를 쓰고 발표의 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며 “장르 구분 없이 동화를 쓴 분에게 발표의 기회를 드리고 아동문학 발전에도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도 동화마중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40

김헌수 시인, 첫 동시집'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펴내

“흰긴수염고래 귀지를 봤어/ 텔레비전에서 본 귀지는/ 고래 덩치만큼 엄청 컸어/ 그거 알아?/ 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 있대/ 나이가 몇 살인지/ 새끼는 얼마나 낳았는지/ 플랑크톤을 몇 접시나 삼켰는지/ 친구와 알래스카에 놀러 간 날도 들어 있대/ 하루하루 써 놓은 일기가 들어 있대/ 덩어리째 굴러 나온 내 귀지를 봤어/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굴러 나온 것만 같아서/ 돌돌 말아 버렸지/ 내 귓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날이었지.”(시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전문) 김헌수 시인이 첫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브로콜리숲)을 펴냈다. 이번 동시집은 동물과 사물, 자연의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포착해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빛으로부터 출발해, 사소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길어 올린다. 실제 시집 속에는 고래의 귀지, 비 오는 날의 우산, 빗방울이 전하는 편지 등 평범한 사물과 순간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작고 여린 존재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일깨워준다. 작품을 읽다 보면 미소가 번지거나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어린이에게는 공감과 상상의 기쁨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와 따뜻한 감각을 선물한다. 김 시인은 “동시를 쓴다는 것은 유년시절의 마음을 오래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며 “수업종이 울려도 물웅덩이에 빠진 땅강아지를 바라보다 지각하던 기억처럼, 남들에겐 스쳐 가는 장면 속 감정의 물방울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큰곰자리를 좋아하는 친구, 달팽이가 남긴 반짝이 길 등 유쾌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동시를 읽는 동안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기억 하나가 독자에게 닿는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동시집을 통해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 하나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와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8

"시적 상상력 가득"…김태익 에세이집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

정제된 문장과 깊은 감각으로 시대를 응시하는 김태익 수필가가 시적 상상력으로 쓴 에세이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움직이는 책)를 출간했다. 어릴 적 시골집에 대한 정취, 성장 과정의 추억, 회사 생활에서도 잃지 않았던 마음의 여유가 차분한 문장으로 녹아 있다. 1960년생 저자는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이후는 대도시라는 경쟁 사회에서 각박한 삶을 살았다. 이번 에세이는 성장 일변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산업역군으로 살아온 저자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펴낸 책이다. ‘김태익의 인생을 응축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에세이집은 내용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자식을 키우던 마음과 겹쳐본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자신에게 베풀어준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다.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문장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나무는 늙어도 제목으로 쓰이지만, 사람은 늙으면 쓸모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지만, 세월이 지나며 문득 그 말 속에 숨은 씁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 든다는 건, 단순히 나이만 먹는 일이 아니다. 고집은 세지고, 마음은 닫히고 변화엔 둔감해지고 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 날 ‘꼰대’라는 말 앞에 자신이 서 있다”(P.133) 총 55편의 에세이가 실린 책은 긴 세월을 힘껏 사랑함으로써 세상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수필가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지나가 버린 세월의 야속함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진지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 부분에서는 박장대소를, 어떤 부분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맑아진 마음을 마주하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길상호 시인은 책 서평을 통해 “이 책에는 사라진 것을 환생시키는 마술이 감춰져 있다. 도시 불빛에 가렸던 별들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고 쫓겨났던 개구리가 돌아와 합창한다”며 “작가는 앞서 간 발자국을 잊지 않는다. 그것을 자신의 궤적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길을 낸다”고 밝혔다. 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북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다.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