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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청년당원의 일리 있는 주장

민주당이 이원택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던 정읍 고깃집 술값과 음식값 대납을 놓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청년당원 2명이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호영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홍보하기 위한 명백한 선거운동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지시에 따라 윤리감찰단이 처음부터 이 사건에 면죄부를 주려고 형식적으로 조사,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상반된 주장이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청년당원인 A씨는 이 후보가 먼저 이석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모든 식사가 끝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이 후보가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식당으로 들어와 옷 등 짐만 챙겨서 다시 나왔다면서 이 후보가 끝까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을 통해 그만해라 다친다 등의 회유와 협박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동석했던 B씨는 저녁 참석자 중 일부가 이 후보가 식사중 이석했다면서 마치 저희가 거짓말한 것처럼 보도된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면서 경찰 등에서 3자 대면을 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청년소통 정책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간담회란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원택 후보에게 묻고 싶다면서 “사실을 알고 있는 저희가 눈을 뜨고 있는데 어찌하여 계속해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진실을 외면한 채 얻는 평온함보다 비겁한 청년이 되지 않으려고 사실관계를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이 후보의 부안지역구 사무실과 김슬지 도의원 선거사무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보좌관 식비 15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김 의원이 법카로 45만원, 그리고 김 의원 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금 경찰이 청년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나선다면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김관영 지사가 전주 한 음식점에서 같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67만원을 준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원권 제명이란 극약처방을 내린 반면 청년당원들을 모아 놓고 선거운동을 한 이 후보는 혐의없음이란 면죄부를 준 것에 도민들이 공분을 느끼고 있다. 그간 이 후보는 김 지사를 컷오프시키려고 계속 김 지사가 12.3 계엄에 협조했다는 사실무근한 이야기를 갖고 김 지사를 흔들어댔지만 당 공관위에서 3인 경선을 치르도록 한 후 김 지사 대리비 지급건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안 의원이 이 후보측의 식사비 대납건 재조사를 요청하며 단식농성 중이고 특검에 김 지사가 계엄에 협조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김 지사를 비롯 고위간부 1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어서 그 결과에 따라 한쪽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민들은 이 같은 경선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간 민주당의 오만이 빚은 결과인 만큼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4.19 19:06

[사설] 선거 앞둔 민생지원금 사실상 ‘매표 공약’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지원이란 미명 하에 현금성 공약이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의 ‘매표 행위’이고 ‘매표 공약’이다. 군산시장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어느 후보는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금으로 해마다 25만원씩 4년간 총 100만원 지원 공약을 제시했다. 정읍시장 경선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 역시 임기 내 시민 1인당 민생경제활력지원금 200만원 지급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백승재 진보당 전북도지사 예비후보는 도민 1인당 긴급 고유가 피해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후보마다 민생지원금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역의 위축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인데 이젠 이같은 선심성 공약이 자치단체마다 유행이 돼버렸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공적인 예산으로 표를 구걸하는 사실상의 매표 행위로 봐야 한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도 불거졌다. 이명연 전북도의원(전주10 선거구)은 5분 자유발언에서 정읍 남원 김제 완주 진안 고창 부안 등 자치단체들이 주민 1인당 20만~50만원씩 총 1538억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했다.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고 단발적인 현금성 지원은 필수 복지나 지역개발 재원의 축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문제라는 것이다. 전북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3%다. 자체 수입으로 자치단체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10개에 이른다. 이같이 자체 재원 여력이 취약한 실정에서 대규모 현금성 지출이 이어진다면 재정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민생지원금은 침체된 상권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원 조달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 절차 강화와 재정 충당방안을 명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민생지원금이라는 포장을 씌워 유권자 환심을 사려는 사실상의 ‘매표 공약’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적어도 선거 1년 전에는 현금성 지원 공약을 제도적으로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9 18:41

[사설] 무주~대구 고속도로, 해법은 ‘초광역 협력’

전북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초광역 교통 프로젝트인 ‘새만금~포항 고속도로’는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동서 3축, 국가기간교통망으로 설계된 이 고속도로는 30년 넘게 추진됐지만 아직도 ‘완성된 길’이 아니라 ‘이어붙인 길’에 가깝다. 한반도 서해안 새만금에서 동해의 항구도시 포항을 잇는 이 고속도로는 새만금∼전주∼장수∼무주∼성주∼대구∼포항 구간으로 나뉜다. 이처럼 사업이 여러 구간으로 쪼개져 각각 추진되다 보니 정작 전체 노선의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절 구간까지 남겨놓았다. 이 고속도로는 1992년 국가간선도로망 수립 이후 전체 구간 중 대구~포항 구간은 2004년, 전주~무주 구간은 2007년, 새만금~전주 구간은 2025년 각각 개통됐다. 하지만 전주~무주 구간은 기존 고속도로를 이어 쓰는 임시 연결 상태여서 여전히 신규 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현재 우회노선인 전주~장수~무주(75km) 구간을 전주~무주(42km) 직선노선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보다 더 급한 것은 동서 3축의 유일한 단절구간인 ‘무주∼성주∼대구’(86.7km) 구간이다. 새만금~포항 고속도로 전체 구간 중 서쪽과 동쪽은 어쨌든 연결됐지만, 가운데가 끊긴 탓에 동서 직결이라는 본래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무주~대구 고속도로 사업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매번 외면받다가 지난해 10월에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1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착수하면서 전북과 경북·대구 등 해당 지역 지자체들이 예타 통과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국가 간선망이 이처럼 불완전한 상태로 방치된 것은 결코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해법은 초광역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전북과 영남권 지자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개별 지역 숙원사업에 머물렀던 이 노선을 국가적 과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과 산업권을 아우르는 초광역적 접근을 통해 수요와 효과를 재구성한다면, 기존의 경제성 논리를 넘어설 여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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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9 18:41

[전북칼럼] 늑구 탈출이 남긴 질문과 전주동물원

대전 늑구의 탈출극이 열흘 만에 막을 내렸다. 다행이 마취총을 써서 안전하게 구조했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늑구는 드론과 대규모 수색 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생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달리 4m 옹벽을 뛰어넘고 60여 명이 에워싼 포위망도 뚫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좀 더 자유를 만끽하기 바라는 시민도 많았다. 자발적으로 ‘늑구맵’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했고, 관련 기념품까지 등장했다. 늑대를 향한 응원의 정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갇힌 공간을 벗어나 스스로 자유를 찾은 존재에 대한 감정이입일 것이다. 2010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말레이곰이 사육사가 방사장을 청소하는 사이 앞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9일 만에 돌아온 적이 있다. 반면, 늑구는 관리 실수를 틈탄 것이 아니었다. 울타리 아래를 스스로 파고 나갔다. 굴을 파고 은신처를 만드는 늑대 본래의 행동이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동물의 본능과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시설 설계의 문제도 드러났다. 전주동물원 늑대사도 800평 남짓한 나무와 언덕, 굴이 있는 방사형이다. 탈출 방지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 바닥에 철망 우리에서 살았다. 늑구의 사촌쯤 되는 천잠, 황방, 건지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이 셋의 아빠는 대전 오월드 출신이다. 전주동물원은 1978년 개원 이후 철창과 콘크리트 중심의 전시형 시설로 운영돼왔다. 전북환경연합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노후화와 동물학대,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을 제기했고 이후 생태동물원 전환이 추진됐다. 총 179억 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늑대사·곰사·코끼리사·호랑이사·원숭이사 등 12개 동물사가 방사형 구조로 탈바꿈했다. 먹이를 숨기거나 다양한 놀이 도구를 활용해 탐색과 사냥 본능을 유지시키는 동물행동풍부화도 도입했다. 그러나 자연 행동을 허용하는 것이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주동물원에서도 굴을 파고 숨어있던 늑대가 생매장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 결국 굴 입구 돌 더미에 상처가 나 병사했다. 동물 폐사 기록을 살펴보니, 생태동물원 조성에도 불구하고 2020년 13건이던 폐사가 2024년에는 30건으로 늘었다. 노화가 많지만 급성 감염과 사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자연성과 안전 사이의 균형은 동물원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환경연합·시·전문가가 함께 만든 전주동물원 민관협치 모델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파충류사는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1978년 개원 당시 그대로다. 악어 한 마리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마사 등 일부 동물사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운영 예산도 2021년 약 69억 원에서 2025년 약 17억 8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수의사는 단 2명이다. 600여 마리를 넘는 동물을 관리하면서 휴일 근무까지 감당하고 있다. 사육사 역량 강화 워크숍은 중단된 상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주 생태동물원 시즌 2’다. 남은 시설 개선의 완결, 수의사와 사육사의 역량 강화 교육, 교육과 기획 사업을 추진하는 방문자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 늑구를 응원하는 마음은 우리 곁의 동물들이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묻는 관심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전주동물원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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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9 18:41

[열린광장] 가장 깊은 상처에서, 가장 위대한 정원이 피어난다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는 가장 깊은 상처에서도 희망이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 공간이다.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살리고, 그 과정을 통해 치유와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 낸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하나의 철학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익산에도 오랫동안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가장 아픈 손가락, 왕궁정착농원이 있다. 1948년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에 따라 형성된 이곳은 세상의 혐오를 피해 모여든 이들이 생존을 이어가던 삶의 터전이었다. 이후 이주 한센인들은 생계를 위해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고, 왕궁은 수십 년간 극심한 수질오염과 악취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상처는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익산시는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끈질긴 설득과 노력을 이어온 끝에, 2023년 왕궁지역의 현업 축사를 전면 매입하며 오염의 근원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치유는 그 위에 다시 생명이 자라고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처를 어떻게 ‘회복’을 넘어 ‘가치’로 바꿔낼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3월 말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를 찾았다. 그곳은 160년 넘게 고령토 채굴로 훼손된 폐광산이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생태 정원으로 거듭나 전 세계인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었고, 그 진정한 가치는 상처를 치유의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었다. 특히, 에덴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원 사례를 넘어 국가적 상징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2021년 콘월 지역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된 바 있으며, 내가 방문하기 바로 전 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에덴 프로젝트 25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한때 버려졌던 폐광산이 이제는 국가적 위상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생명 회복의 철학은 전 세계의 공감을 얻으며 두바이와 중국 칭다오, 코스타리카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한편, 지속가능한 생태 복원의 세계적 표준이자 관광자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이제 막 복원의 출발선에 선 왕궁이 지향해야 할 미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상처를 지우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세계가 찾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현장의 평가 또한 분명했다. 왕궁이 지닌 아픈 역사와 환경 문제는 오히려 세계가 공감하는 치유의 서사가 될 수 있으며, 충분히 국제적인 생태 복원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였다. 이제 왕궁은 과거를 설명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증명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콘월의 버려진 폐광산이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로 거듭났듯, 익산 왕궁 역시 가장 깊은 상처 위에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야 한다. 앞으로 왕궁정착농원 일대는 치유와 휴식이 공존하는 거대한 녹지 공간으로 조성되고, 과거 악취로 숨 막히던 땅은 사계절 꽃과 나무가 숨 쉬는 생명의 정원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에덴(Eden)은 기쁨과 생명의 공간을 의미한다. 왕궁 역시 더 이상 아픈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쁨과 생명력 넘치는 자랑스러운 생태 복원의 성지이자 세계적인 치유의 공간으로 활짝 피어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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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9 18:40

[기고] 민선 9기 전북의 리더들이 곱씹어야 할 것들

행정통합, 새만금 희망고문, 산업재편. 결단하지 않으면 소멸이다. 전북의 시계는 지금 멈춰 있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며, 산업은 경쟁에서 나약해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가속되고 생존의 릴레이에 지쳐서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향후 구성될 민선 9기는 단순한 지방정부 임기가 아니다. 전북이 살아남느냐, 역사 속으로 밀려나느냐를 결정하는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놓쳤다. 국가사업은 발표 때마다 환호했지만 성과는 더디었고, 정치권은 미래 전략보다 지역 내부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전북이 뒤처진 이유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전과 결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험대는 전주·완주(김제) 통합이다. 생활권, 경제권, 산업권이 이미 하나로 움직이는데 행정만 나뉘어 있는 구조는 시대착오적이다. 대한민국의 도시경쟁은 이제 인구 규모와 산업 집적력으로 결정되며, 단체장과 의원은 결단과 중앙정치 행정의 리듬을 읽어야 한다. 통합을 미루는 순간 기업도, 인재도 더 큰 도시로 이동한다. 역사적 책임을 감당할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는 새만금이다. 30년 국가사업이 아직도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북 정치의 성적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AI,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글로벌 투자 흐름이 새만금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기회가 아니라 속도다. 행정이 늦으면 투자는 떠난다. 규제와 절차에 갇힌 새만금은 또 하나의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될 것이다. 민선 9기 단체장은 중앙정부를 기다리는 관리자가 아니라 국가 전략을 끌어오는 협상가가 되어야 한다. 새만금을 대한민국 산업대전환의 심장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전북의 미래 산업 기반은 사실상 사라진다. 세 번째는 현대자동차와 제조업 재건이다. 전북에는 상용차 산업이라는 유일한 제조 기반이 있다. 그러나 공장 하나로 지역경제를 유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AI, 로봇, 수소,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산업 공동화는 피할 수 없다. 기업 유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생태계 구축이다. 민선 9기의 성패는 기업 숫자가 아니라 빅테크 산업 구조 변화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방의회 역시 변해야 한다. 민원 정치, 행사 정치, 보여주기 의정으로는 지방을 살릴 수 없다. 공부하지 않는 의원, 숫자를 모르는 정치, 미래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정은 결국 지역 쇠퇴를 가속한다. 지방의원은 예산 배분자가 아니라 지역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전북의 가장 큰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시군 경쟁, 정치적 분열, 책임 회피가 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전북이 살아남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민선 9기는 관리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기 정치가 아니라 결단 정치다.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미래를 선택하는 리더라야 한다. 전주, 완주, 김제 행정통합은 도시 생존 전략이고, 새만금은 전북의 마지막 성장 엔진이며, 현대차와 산업 재편은 경제 재건의 출발선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전북은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없다. 다음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 9기는 단순한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전북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 라운드다. 준비된 지도자는 역사를 만들고,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전북은 더 이상 실패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민선9기 리더들은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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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9 18:39

[사설] 정책 없는 선거판, 전북의 앞날이 걱정이다

6·3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런데 선거판에 지역의 미래 비전과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불신과 의혹, 비난의 목소리만 들린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대립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논란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과 의혹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역발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역경제와 민생은 어떻게 살릴 것인지, 지역의 앞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선거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전북에서 지역정치권과 유권자 모두 민주당 경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선이 정책 경쟁이 아닌 공정성 논란으로 채워지면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난 뒤 지역사회에 남는 것은 지역의 미래 비전이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생긴 앙금과 불협화음뿐일 것이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 곧 지역 주민이다. 전북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략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전략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이 절실하다. 그런데 공정성 논란에 매몰된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중장기 과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선거판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전북의 앞날은 불확실성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정치권에만 돌릴 수는 없다. 정책을 요구하고 검증하는 유권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선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방향을 바로잡을 시간 또한 남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정책이다. 정치권과 후보자는 물론이고, 유권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거판이 혼탁하다고 외면하기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해야 한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를 따져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6 18:11

[사설] 국립의전원법 4월 통과, 전북 정치권 명운 걸어야

전북의 오랜 숙원이자 공공의료 확충의 핵심인 ‘국립의전원법’이 또다시 덜컹거리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했으나, 정작 최종 관문인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는 깊은 우려로 바뀌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폐막이 코앞이다. 이번 회기를 놓치면 정치권은 곧장 6월 지방선거 국면으로 빨려 들 것이고, 국립의전원법은 또다시 기약 없는 표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은 과거에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전북 도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다. 이번에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도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다. 국립의전원법은 전북의 아픔에서 배태된 법안이다. 2018년 서남대 의대 폐교 이후 전북 서남권은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소멸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서남대 의대 폐교로 사라진 ‘49명’의 정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리산 자락 남원과 인근 지역민들이 최소한의 생명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켜내야 할 마지막 공적 자산이다. 우수한 인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가속화되는 지역소멸에 대응할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8년 전 정부와 여당이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던 그 약속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부채로 남아 있다. 더욱이, 작금의 의료 대란 속에서 국립의전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양적 공급’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직접 인력을 양성하고 15년간 지역에 의무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국립의전원 체계야말로, ‘농어촌 의료 공백’을 해결할 가장 실효적인 해법이다.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4월 국회 처리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논리적 검증과 여야 합의를 거친 사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담판뿐이다. 만약 절차적 핑계를 대며 또다시 미룬다면, 이는 무능을 넘어 전북 도민의 생명권을 방치하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전북 정치권은 이제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가동해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최우선으로 관철시켜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에게 표를 청하기 전에, 8년의 기다림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부터 내놓는 것이 도리다. 4월 국회 본회의 통과,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전북 정치권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지상 명령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16 18:11

[오목대] ‘젊치인’과 ‘뉴웨이즈’

국회의원이 기차를 타고 지역구에 내려오는 주말이면 지방의원이 운전기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역에서 대기하다 ‘의원님’을 모시고, ‘의원님’이 다시 서울 여의도로 올가가기 전까지 주말 내내 지방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한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지방의원의 지역구와 겹치니 지방의원 입장에서도 ‘의원님’을 모시고 돌아다니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의원님’께 신임도 얻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10년도 훨씬 넘은 시절 국회에 출입하면서 바라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완전한 수직적 상하관계였다.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다. 2년 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번갈아 치러지는 선거 일정에서 국회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자신을 도울 충복이 필요하고,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은 능력과 자질보다 충성심에 좌우됐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정치는 얼마나 변했을까.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고르는 공천관리위원회에는 국회의원의 대리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회의원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대리인을 위원으로 보냈으니 ‘의원님’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지 않을 리 없다. 입지자들의 사전 정리를 통한 단수공천, 비공개 방침 아래 진행되는 공천 과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여전하다. 선거때가 되면 각 정당들은 ‘혁신 공천’을 내세워 청년 및 신인들을 투표용지 앞자리에 배치시킨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마흔을 훌쩍 넘긴 사람도 청년이 되고, 전과가 있든 없든, 살아온 과정이 어떻든 정치신인으로 포장되면 당선이 유력해진다. 지역 국회의원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정치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꿋꿋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청년 정치인이 있고, 정치의 판을 바꿔보려는 노력도 있다. 오로지 유권자만 바라보며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고 싶어하는 청년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비영리법인이 있다.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다.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 양성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뉴웨이즈는 지난 2021년 6월 아산나눔재단 비영리 스타트업 1기로 선정된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138명과 당선자 40명을 배출하고, 2024년 총선에서는 후보자 3명을 배출했다. “지금의 정치에는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하는 뉴웨이즈는 ‘젊치인’을 키워 유권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생태계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뉴웨이즈의 캐치 프레이즈에 공감하며 6.3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전주의 한 청년 정치인은 민주당 도지사 경선 과정의 구태 정치에 휩쓸려 앞길이 막힌 청년 정치인들의 좌절을 걱정했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쫒는 우리 정치는 왜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정치의 새로운 길, 결국 유권자가 달라지지 않으면 그 길도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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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4.16 18:10

[청춘예찬]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길어도 좋다

어느 도시의 봄이 아름답지 않겠느냐마는, 전주의 봄 또한 유난히 찬란하다. 이 계절의 전주는 자꾸만 걷고 싶게 만든다. 최근 전주를 다룬 웹 콘텐츠가 높은 관심을 얻는다. 그만큼 이 도시를 찾고 소비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이 어디를 찾는지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지만,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고 싶다.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아두는 가게들을 이 도시에 온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다. 내가 자주 걷는 길의 끝에는 제철을 담아내는 카레집이 있고, 조금 더 걸으면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집이 있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이면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책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색을 유지한 채 천천히 쌓여가는 공간들이다. 나에게 하루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출발점은 치명자산 자락의 ‘바람 쐬는 길’이다. 전주천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무릎 아래로는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머리 위로는 연둣빛 이파리와 봄꽃이 겹겹이 피어난다. 이 계절의 풍경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향교길이 나온다. 소담한 한옥 담장 너머로 퍼지는 음식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계절의 맛을 담아내는 카레 집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이주의 카레’로 계절의 흐름을 식탁 위에 올려낸다. 단정한 한 접시에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배불린다. 다시 길을 나서면 얼마 가지 않아 테라스가 있는 수제 맥주집이 나타난다. 이 도시에서 빚은 맥주들 사이에서 평소 마셨던 취향 그대로보다 오늘의 날씨와 기분에 어울리는 맥주 한 잔을 고심하여 골라본다. 봄볕을 안주 삼아 마시는 한낮의 맥주는 그 자체로 쉼표가 된다. 기분 좋은 취기가 번질 즈음, 구도심을 향해 걷다 보면 동네 가게들이 이어지고, 연이어 나타나는 책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의 책방들은 저마다의 책장을 지녔다. 책방지기의 성향이 공간과 책의 배열에 스며 있고, 그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이 도시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 공간들의 특징은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가며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계절을 담은 음식, 지역에서 빚은 술, 취향으로 고른 책들. 그래서 이곳에서의 기억은 단순한 소비로 지나치지 않고 경험으로 남는다.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소비되는 방식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지나가는 일은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그 속도 안에서는 도시가 가진 층위와 시간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전주는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겹겹이 쌓인 도시다. 그렇기에 전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속도로 머무느냐’에 더 가깝다. 더 많은 명소를 쫓기보다, 걷는 속도를 잠시 늦추어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이 봄이 다 가기 전,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러보길 권한다. 내가 만든 여유의 틈 사이로, 전주는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찬란한 봄은 짧고 우리의 산책은 조금 더 길어도 좋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도시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하여 당신만의 전주가 다시금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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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금요칼럼]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에너지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경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수송 경로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항로가 점차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가 아니다. 기존 수에즈 운하 중심 항로 대비 운송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과 자원 접근의 새로운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이미 러시아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극지 실크로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은 더 이상 개방된 공간이 아니라 경쟁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 공간으로 준비된 국가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해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해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이자 산업 기반이며, 동시에 안보의 최전선이다.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해상 루트를 활용하려면 항해 안전, 해상 통제, 구조·구난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군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은 에너지 전략과 산업 구조를 뒷받침하는 국가 역량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해양력이 없는 에너지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제조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지역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남권을 중심으로 해상풍력과 전력망 확충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은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이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한 기능 분업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산업, 인재가 함께 결합되는 구조여야 한다. 해안 지역은 해상풍력과 수소 에너지, 항만 물류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전력 다소비 첨단 제조를 함께 유치하는 복합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내륙 지역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악 지역은 재난 대응과 환경 관리,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우리와 유사한 반도형 구조와 산악 지형을 가진 국가로, 이러한 조건을 산업과 에너지 전략으로 전환해 왔다. 이탈리아는 남부 LNG 터미널을 통해 도입한 에너지를 북부 산업지대로 연결하고, 그리스는 피레우스 항을 중심으로 항만과 내륙 물류망, 도서 지역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항만과 에너지, 산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은 지형적 한계를 경쟁력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결국 균형발전은 지역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중동 전쟁이 보여준 에너지 리스크, 북극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해양력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AI 시대 산업 구조의 변화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 안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지역의 특성과 지정학적 조건을 반영한 에너지 그리고 해양 중심의 통합 전략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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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금요수필] 천리향

아파트 정원에 천리향 한 그루를 심었다. 세 번이나 실패한 나무를 버리면서 다시는 사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또 사온 것이다. 늦은 봄 대추나무 묘목을 사러 갔다 없어 엉뚱하게도 생각지도 않은 나무 몇 그루를 사왔다. 그랬더니 주인은 뿌리 없는 대추나무 2그루를 덤으로 주면서 잘하면 살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서 일단 받아들고 ‘천리향’은 없느? 물었더니 키는 좀 크지만, 앞이 한쪽만 나와 있는 것을 반값에 주겠다 해서 가져온 것이다. 천리향은 중국 원산지로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원래 이름은 수향(水鄕)나무였는데 옛날 어느 스님이 잠결에 발견한 향기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수향(睡鄕)’이라고 불렀다. 이후 풍기는 향이 ‘상서로운 향기’라는 ‘서향(瑞香)’으로 바뀌었단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 나무가 잘 자라서 내년 3월이면 집안을 온통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워줄 거라고 기대하며 사랑과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3주 정도 지나자 잎이 마르고 점점 생기가 없어 보였다. 잘못했다가는 또 죽일 것 같아서 화원에 들러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물었더니 천리향 뿌리는 습기에 약해 너무 습하면 살 수 없다는 것다. 그 말을 듣고 곰곰 생각해보니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를 망치듯, 나의 지나친 관심으로 물을 많이 줘서 역효과가 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화분을 뒤집어보았더니 아닌 게 아니라 흙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얼른 마른 흙으로 바꿔주었다. 하지만 좋아지기는커녕 날마다 잎이 누렇게 변해가더니 이윽고 까맣게 말라붙었다. 이제 더는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뽑아버리지 못하고 화분을 아파트 화단 철쭉꽃 사이에 끼워놓았다. 그리고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수시로 들여다보며 이제는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던 어느 날, 아니 이게 웬일인가? 새까맣던 나뭇가지 마디마다 볼록볼록 파릇한 생명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어제까지만 해도 죽은 줄 알았더니 이렇게 기사회생(起死回生)하다니, 화단에 내다놓은 지 한 달쯤 되었을까? 홀로 더위와 장마를 견디면서 사투를 벌이더니 가지 끝에서부터 이렇게 싹을 틔우며 푸른 잎이 하나둘 돋아나 바람에 나풀거린다. 그 모습이 하도 신통하고 기묘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하마터면 한 생명을 버릴 뻔했는데, 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 벅찬 일인가? 순간 나는 생명이란 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향나무에 정말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다고 포기했던 천리향이 자연의 품에서 삶을 회생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며 오랫동안 잘 참고 견뎌준 천리향의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고개가 숙어진다.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다.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깝게 느껴져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천리향은 향기로 대신한다고 어느 시인이 예찬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있지만 어느 꽃보다 향기로움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하루에 햇빛이 2~3시간 정도만 들어오면 자라고 꽃피는 데 문제 없다고 하니 나는 앞으로도 천리향을 지키며, 천리향도 나를 지키며 동반자로 살아가련다. Δ한일신 수필가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수필에 입문해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내 삶의 여정에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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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세무 상담] 부모님께 증여받은 아파트 함부로 팔면 안되는 이유

최근 자산 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증여세를 정당하게 납부했으니 이제 내 마음대로 처분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증여받은 집을 성급히 매도하려다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을 뻔한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아파트는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 파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세무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는 증여를 이용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는 행위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바로 ‘이월과세’ 제도입니다. 양도소득세는 기본적으로 판 가격에서 산 가격을 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데, 만약 증여받은 지 10년이 지나지 않아 아파트를 팔게 되면 세무당국은 자녀가 증여받은 시점의 가액이 아니라, 부모님이 아주 오래전 처음 그 집을 샀던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0년 전 2억 원에 산 아파트를 시세 6억 원이 되었을 때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녀는 6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납부했으므로, 조만간 이 아파트를 6억 5천만 원에 팔더라도 차익이 5천만 원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10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법적으로는 아버지가 처음 샀던 2억 원을 취득가액으로 간주합니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5천만 원이 아닌 4억 5천만 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5년이었으나, 현재는 법이 강화되어 10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즉, 부모님이 취득했을 때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증여를 받았다면, 최소한 10년은 보유해야만 증여 당시의 시세를 온전히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아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증여는 단순히 명의를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매도 계획까지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 긴 호흡의 과정입니다. 정성껏 일궈온 가족의 자산이 세금으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증여받은 아파트를 처분하기 전에는 반드시 ‘10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지 확인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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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6 18:10

[사설] 청소년 일상 속 약물 오남용 방치해선 안 된다

전북도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이 더 이상 일부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조사에서 도내 청소년 5명 중 1명꼴인 20.9%가 최근 1년 사이 의사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약물 오용은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 인지 기능 저하와 의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신호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위험을 알면서도 사용하는 현실이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전문의약품의 임의 복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학업 스트레스와 피로를 이기기 위해 감기약과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약 복용 경험은 79.1%, 진통제는 59.7%에 달했다. 이는 과도한 경쟁과 만성적 수면 부족 속에서 청소년들이 약물을 ‘버티기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가정 내 의약품 관리 부실이 문제다. 과거 처방받고 남은 약을 임의로 꺼내 복용하는 행태는 약물 변질과 부작용 위험을 키운다. 여기에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제품이 또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자극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방치된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그동안 마약 중심 단속과 공포 위주의 교육은 실제 생활 속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청소년 스스로 약물의 영향과 위험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통합적 약물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촘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업과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보장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책은 단속이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 약물 문제는 단기간의 캠페인이나 훈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과 청소년의 삶을 반영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일상 속 약물 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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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5 19:04

[사설] 김관영·이원택 고발 사건, 신속하게 수사해야

6·3 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오면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 유권자의 최종 심판을 받을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각 후보의 지역발전 정책은 보이지 않고, 불신과 의혹, 비난의 목소리만 들린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대립이 아직까지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공천은 단순한 정당의 내부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선거판의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의 한복판에는 역시 전북지사 공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김관영 현 지사와 이원택 의원이 비슷한 시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되면서 전북 지역 선거판이 요동쳤다. 하지만 윤리감찰을 실시한 민주당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김 지사는 초스피드로 제명됐고, 이 의원은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패배한 안호영 의원이 당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전북지사 공천은 마무리됐다. 그런데 논란과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과 의혹이 아직껏 해소되지 못한 채 이어지면서 지역정치권 전반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오히려 지역사회에 새로운 분열의 불씨가 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역발전 정책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전북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경제와 민생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에 남는 것은 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깊어진 불신과 분열, 그리고 앙금일 것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 곧 도민이다. 지역사회 혼란을 줄이기 위해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을 둘러싼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요구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련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불필요한 추측과 해석이 확산되며 지역사회 갈등과 분열을 키울 수 있다.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지역사회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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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15 19:04

[오목대] 친명-친청 갈등 뇌관 안호영 단식장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이 요즘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지 만 10년, 3선 국회의원에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지냈으나 그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 안호영은 정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안호영 단식장은 소위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대립 구도의 최일선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법 위반 시비에 대해 중앙당에서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재심과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까지 단행하자 “도대체 전북에서는 왜?”라며 정치권이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평소같으면 “경선도 끝났는데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지저분하게 구느냐”는 따가운 여론에 직면할 법 한데 이번엔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응원하는 분위기다. 꼭 친명이 아니더라도 반 정청래계 인사들도 울력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경선 후유증에 그치지 않고 친명계와 친청계 간 전면적인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인 시각에서 볼때는 '단순히 전북지사 경선과정에서 터져나온 잡음’ 정도로 가볍게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이번 사안은 8월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가도에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이 될거라는 얘기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지 않고 확실하게 특정 후보를 민 정황이 다분하기에 이번 전북지사 공천 파동은 결국 친명과 친청간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실 안호영 의원은 4년전 가장 유력한 도지사 후보였으나 당시만 해도 당내 기반이 전무했던 김관영 현 지사에 분루를 삼키면서 무대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더욱이 최근 2~3년 동안 전북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 막판까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면서 민심은 그를 외면했던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관영 지사 제명이후 그는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도내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이원택 의원측에 가담하는 현실속에서 득표율 1%차이로 모두를 경악하게했다. 물론 그가 획득한 49.5%의 표심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얻어냈다기 보다는 김관영 지사 제명에 따른 분노한 표심,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의 행태에 실망한 표가 반사이익 형태로 쏠렸기에 가능했지만 어쨋든 놀라운 득표임엔 틀림없다. 안 의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재심과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단식에 돌입했다. 중량감 있는 친명계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격려하면서 안호영 단식장은 친청과 친명이 맞대결하는 최전방이 됐다. 친명과 친청의 갈등은 없다고 하지만 이래저래 안호영 단식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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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4.15 19:03

[의정단상] 대한민국의 새만금입니다

지난 7일 민주당 ‘글로벌 서해안 시대 특별위원회’(이하 서해안특위)가 출범했습니다. 제주, 전남광주특별시, 전북, 충남 등 국회의원들과 각계 정책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민주당 공식 기구로 출발했습니다. 서해안특위는 새만금을 포함한 서해안 일대에 피지컬AI, RE100 에너지, 금융·정책 인프라를 결합해 국가 전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당과 국회의원,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 것입니다. 전북도민들께 전북발전을 위해 최우선 정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새만금 중심 서해안 정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50%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전북인들의 새만금과 서해안을 중요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제 “전북의 새만금”에서 “대한민국의 새만금, 서해안”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처음 열린 서해안특위에 참여한 분들도 새만금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전주 지역구인 저는 새만금을 “비어 있는 대한민국 미래의 땅”이라고 했습니다. 새만금을 더이상 전북만의 과제나 희망으로 두지 않고, 대한민국 서해안 시대를 여는 국가 전략 거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당대표는 새만금을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지, AI·에너지·첨단제조가 결합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키워야 한다고 명쾌하게 새만금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전북 익산 지역구인 한병도 원내대표도 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서해안 발전전략을 지속적이고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해안은 1,500km 반경에 세계 인구의 약 22%, 전 세계 GDP의 25%가 집중된 매우 성장 가능성이 큰 경제 권역입니다. 그간 전북 홀로 감당했던 새만금을,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충남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서해안 지역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AI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통령님은 새만금에서 “전북 새만금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됩니다”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약 9조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1GW급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이후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를 가동했고, 4월 6일에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금융지원·협력 업무협약도 체결했습니다. 말뿐인 새만금 발전전략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정책지원까지 함께 착착 진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허나, 시작입니다. 서해안특위를 중심으로 이번 현대차 9조원 투자를 마중물 삼아 투자가 성공적으로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나 관련 예산을 뒷받침하겠습니다. 피지컬AI, RE100 등 에너지와 함께 금융도 중요합니다. 새만금과 함께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전주에 사무소를 열었고,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전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16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전주에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님도 SNS를 통해 이를 직접 언급하셨듯이, 전주가 금융에서도 오랜 침체를 깨고 글로벌 금융 중심으로 비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만금의 AI, RE100과 전주의 문화, 금융 인프라를 연결하면 새만금을 포함한 서해안은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 윤석열 내란으로부터 대한민국을 회복시켜 주었듯이,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전북도 이번에는 회복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 서해안특위에서는 이재명 정부, 전북특자도, 전북도민과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새만금, 서해안시대를 위해 뛰겠습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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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3

[타향에서] 고향의 너른 품 안에 문화의 숨결이 느껴지길

작년 11월 정읍시 수성동에는 ‘우리동네 MG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주민 누구나 무료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지난 13일부터는 부안 출신 이부안 작가의 개인전 ‘물결의 주름’이 열흘간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예술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본점 건물 4층의 공간을 내어준 정읍새마을금고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다. 오늘날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일자리가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퇴근 후 영감을 채워줄 전시, 주말을 풍요롭게 할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 양식이 충분하지 않다. 대형 뮤지컬이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유물이다. 혹자는 지방의 문화 수요가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갇힌 시각이다. 문화 예술 콘텐츠는 초기 제작과 인프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태생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없기에, 이를 민간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 둔다면 지역의 문화적 빈곤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바로 여기에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지방의 문화 향유권 확충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지방 소멸 방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간의 정책이 문화회관이나 도서관 등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예산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순회공연을 정례화하고 지역 맞춤형 콘텐츠 창작에 파격적인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고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쌍끌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풀뿌리 기관들의 역할도 대안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새마을금고다.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새마을금고는 최근 지방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도원새마을금고는 2020년부터 7년째 지역의 작은 영화관 2곳(삼척가람·도계)을 삼척시에서 위탁받아 지역 출신 직원 10명 남짓을 고용해 직접 운영해오고 있다. 인구소멸지역인 삼척에서 유일하게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간 삼척, 동해 등 지역 주민 12만 명이 다녀간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자리한 한밭새마을금고는 본점 건물 9층에 한밭문화예술교육원을 설립하여 지역 주민에게 전통예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의 예산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일상 속 문화의 모세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힘든 지방 문화 생태계에 민관 협력의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로부터 내 고향 전북은 소리와 맛, 멋을 아는 예향(藝鄕)이었다. 전북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품고 있다. 수십 년 전 공직의 첫발을 떼며 가슴에 품었던 ‘전국 어디서나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향한 꿈은 애석하게도 아직 미완성이다. 진정한 균형 발전은 고속철로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삶의 질을 동등하게 맞추는 데서 비로소 완성된다. 수지타산을 뛰어넘는 정부의 과감한 협업 정책과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뒷받침이 어우러져, 지방의 너른 토양 위로 문화적 풍요라는 단비가 촉촉이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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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기고] 도시를 감각으로 읽다, 건축물 미술작품의 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단순히 건물들이 모여 있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 감정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며 하나의 살아 있는 환경을 이룬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누구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도시 환경 속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공간을 해석하고 감각적으로 읽어내게 하는 중요한 매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건축이 기능과 구조 중심의 영역이었다면, 오늘날 건축은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제 건물은 단순히 ‘짓는 대상’이 아니라 ‘머무르고 느끼는 장소’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술작품은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건물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외벽을 따라 펼쳐진 대형 설치미술, 빛과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는 공간을 단순한 구조물에서 체험 중심의 장소로 변화시킨다. 특히 건축물 미술작품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처럼 특정 목적을 가지고 방문해야 하는 공간과 달리, 도시 속 예술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출근길에 스치는 조형물, 공원 한켠의 설치 작품, 광장에서 만나는 미디어 아트는 시민들에게 별도의 준비 없이도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예술을 특별한 영역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작은 작품 하나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순간, 도시는 비로소 감각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모든 건축물 미술작품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 배치된 작품은 오히려 공간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때로는 예산 집행을 위한 형식적 설치에 그치면서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건축과 예술이 분리된 채 개별적으로 접근될 때 발생한다. 따라서 건축가와 예술가 간의 긴밀한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간의 목적과 이용자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이뤄질 때, 미술작품은 비로소 공간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이때 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 경험을 설계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사람의 동선을 유도하고, 시선을 머물게 하며, 공간에 기억을 남기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 미술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증강현실, 데이터 기반 시각화 등은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공간 경험을 더욱 확장시킨다.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반응하고 체험하는 예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젊은 세대와 도시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건축물 미술작품의 본질은 사람과의 연결에 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형태를 갖추더라도 사람의 감각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박한 작품이라도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충분한 존재 이유를 가진다. 도시를 걷다 우연히 마주한 하나의 작품이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평범한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기억과 감정이 축적된 장소로 변화한다. 결국 건축물 미술작품은 도시를 읽는 또 하나의 언어이며,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도시 설계는 기능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의 감각과 경험, 그리고 이야기를 함께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도시는 비로소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완성될 것이다. 조각가 김동훈(제프아레아 조형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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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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