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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소년등과한 박지원 최고위원

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십수 년전만해도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부를 때 흔히 ‘영감(令監)’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영감’은 아무에게나 붙이는 호칭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감(大監)’이라는 호칭은 정2품 이상의 고위관료였고, 정3품 당상관부터 종2품까지의 관료를 높여 부르는 존칭이 바로 영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감은 나이 든 남성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뜻이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 사법체계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는 국가를 대신해 법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직위로 인식됐다. 자연스럽게 판사나 검사가 과거 높은 벼슬아치인 ‘당상관’급에 비유되면서 ‘영감’이라는 호칭이 통용됐다고 한다. 불과 한세대 전만해도 20~30대의 젊은 판사나 검사를 영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법조계 정화 운동과 세대교체를 통해 ‘영감’이라는 호칭은 구시대적인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광복 이후 법조계에는 유난히 소년 등과가 많았다. 어렵고 힘든 시절, 똑똑하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최고의 출세 정규코스로 여겼다. 사시만 합격하면 그야말로 전혀다른 세상에서 영감 소리를 듣는게 당시의 풍경이었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통틀어 소위 SKY 출신 사시 합격자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게 상식이었다. 오죽하면 5공 때 민정당을 육법당(육사와 서울 법대 출신이 주축을 이룬다는 의미)이라고 불렀겠는가. 오랫동안 인재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소년등과’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더욱이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이젠 AI 분야 전문가 한명이 수백명의 법조계 수재들을 넘어서는 일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전북 지역정가에서는 박지원(39)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탁이 소년 등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화제가 되고있다. 상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최고위원은 사법연수원 41기로 전북도 감사위원, 전주시체육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일약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급기야 그는 이원택 의원의 전북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보선에 전략공천 카드로 발탁됐다. 김제가 처가라는 것 말고는 연고가 없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장을 가지고 나서기 때문에 당선이 매우 유력한것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김제와 부안을 주축으로 한 지역구에서 연고가 없는 후보가 공천받은 것은 박지원 최고위원이 첫 케이스다. 이번엔 당선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소년등과한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역에 얼마나 빨리 뿌리내릴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당장 6.3 보궐선거 보다는 2년후 총선때를 더 관심있게 전망하는 것 같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5.06 18:37

[의정단상] 민생과 지역발전이 공존하는 새로운 전북 시대

중동사태 장기화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전북은 산업 전환과 민생 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의 시점에 놓여 있다. 이제 두 과제를 함께 해결할 전략 재정립이 필요하다. 다음 달 3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이러한 전환을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수도권 중심 성장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75년 31.5%에서 최근 51%까지 확대되며, 기업·일자리·교육·의료 등 핵심 자원이 집중되고, 지역 격차도 심화되었다. 이는 단순한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경제 구조 약화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이재명 정부의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5극 3특’ 전략을 제시했다. 수도권 1극 체제를 넘어 권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고 지역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북은 이에 맞춰 전략산업과 기반 시설, 정주 여건을 결합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실효적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전북은 이미 산업 전환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국내 상용차 생산의 97%를 담당하는 모빌리티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 산업통상부 주관 「소재‧부품‧장비 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도 참여했다. 지난달 22일 마감된 이 사업에는 11개 시도, 15개 지역이 신청해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약 9조 원 규모 새만금 투자가 더해지며 전북 경제 도약이 기대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로봇 제조, 재생에너지가 결합된 이번 투자는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산업 투자만으로 지역경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포함한 민생경제가 함께 회복되어야 산업 성과가 지역으로 확산된다. 일자리·소비·지역경제의 선순환이 작동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책 설계와 집행은 현장을 반영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6.3 지방선거다. 국가데이터처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약 20% 내외로 OECD 주요국보다 높다. 전북처럼 골목상권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민생 회복이 곧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 민생경제 안정은 산업정책과 분리될 수 없으며, 산업 성과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소비 구조와 상권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환이 지역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집행 체계가 필수적이다. 국회-중앙정부-전북이 협업해 피지컬 AI 혁신캠퍼스와 K-로봇 실증 지원센터 등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 투자와 지역 산업을 연결해야 한다. 필자 역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북 산업 기반에 필요한 예산과 제도 지원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전북의 미래는 산업 유치에 머무를 것인지, 민생과 산업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구축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전북은 민생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결국 지역의 일상과 소비가 살아나는 데서 완성된다. 전북 경제는 첨단 산업과 민생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북은 국가 균형성장을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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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5.06 18:36

[타향에서] 인권협(人權協)이 있어 전북이 자랑스럽다

자신의 고향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경제 규모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수치만으로 지역의 품격을 가늠할 수는 없다. 2024년 기준 전북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50조 원으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전북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산이 있다. 바로 정의와 인권, 민주화 투쟁의 오랜 전통이다. 우리나라 ‘법조 3성’으로 불리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검찰의 양심’으로 끝까지 이승만 대통령과 맞섰던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청빈 판사’의 대명사 김홍섭 판사가 모두 전북 출신이다. 여기에 평생을 인권과 민주주의, 약자 보호에 헌신한 한승헌 변호사까지 더해 ‘법조 4성’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전북이 우리 나라 법치와 양심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지난 달 20일 고 한승헌 변호사 4주기 추모식에서 ‘제2회 산민상’을 수상한 전북인권협의회(인권협)의 활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1977년 전북지역 목사, 장로, 집사들이 만든 인권협은 군사독재 시절 고문 추방, 양심수 석방, 유신 철폐 운동을 이끌며 민주화 최전선에 섰다. 이들의 정의로운 목소리는 민주화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 기후위기 대응 등 시대적 과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시대정신을 구현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권협이 이끌어낸 실질적 성과다. 전주시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제안했던 온누리상품권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대형마트 월 2회 휴무제도 이들의 문제 의식으로로터 출발했다. 여성 성폭력 인권센터 설립, 지역 노동문제 해결 등 생활과 맞닿은 변화도 이끌어냈다. 심지어는 무주 태권도공원처럼 인권협과 관련이 멀 것 같은 문제에도 힘을 보탰으며, 산하에 ‘새만금완공 추진협의회’를 두고 있다. 현재도 전주시 해고 청소노동자 복직을 위한 목요기도회를 계속하고 있다. 57년 동안 한결 같았던 인권 정신, 정의와 인간 존엄 강조, 피어린 민주화와 반독재 투쟁의 한승헌 변호사의 유지를 기리는 산민상 수상은 반세기에 걸친 이러한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 할 수 있다. 인권협 관계자들도 “지난 50년의 가시밭길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동받았다”며 “이 상이 마중물이 되어 협회의 오늘을 더 굳게 다지고 내일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북의 큰 어른이었던 한승헌 변호사를 기리는 상은 창립 50년에 받는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단체인 인권협은 NCCK 산하에 있던 전국 8개 인권위원회 중 유일하게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인권의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헌정질서와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북은 경제 지표만 보면 ‘못사는 동네’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에서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인권협 50년의 궤적은 이를 증명한다. 인권협 활동에서 돋보이는 점은 뛰어난 공공성과 실효성이다. 지역의 진정한 자랑은 숫자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실천해왔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전북을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을 가장 가열차게 해온 지역으로 만들었으며, 당당하게 “전북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심장”이라고 말하는 인권협이 있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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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5.06 18:36

[기고]예술로 완성되는 도시, 전북 문화관광의 미래

도시는 단순한 건물들의 집합이 아니다. 거리와 광장, 골목과 공원은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축적되며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의 감각과 이야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지역이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며 한국적 미감을 전달해 왔다. 이제는 보존을 넘어 체험으로 확장할 시점이다. 전통 공간에 현대 미술을 결합하고 거리와 광장에 설치미술을 더한다면 관광객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속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군산 또한 근대 건축과 산업 유산이 밀집된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갖는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 근대 건물은 역사적 가치와 함께 현대 예술과 결합할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활용한 설치미술과 미디어 아트는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은 공간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북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도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최근 관광은 보는 것에서 머무르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짧게 스치는 방문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쌓는 체류형 관광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북은 도시 곳곳에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포토존을 넘어 자연스럽게 머물며 감각을 경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주에서는 전통 건축과 결합한 야간 미디어 연출로 낮과 다른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고, 군산에서는 근대 건축과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로 역사와 현대의 공존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도시와 농촌에서도 폐교나 빈집을 활용한 예술 공간은 지역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장이 된다. 이는 공동체 활성화와 관광 콘텐츠 확장을 동시에 이끄는 전략이다. 다만 건축과 미술의 통합 기획과 지속적인 관리, 주민 참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 지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전주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 군산은 산업유산의 재해석, 익산은 역사 자원의 시각화 등 각 도시의 정체성을 살린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관광객의 이동을 고려한 예술 동선을 설계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 증강현실과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결합하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유지와 관리, 콘텐츠 갱신까지 포함한 운영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건축물 미술작품이 지역의 역사와 삶을 담아낼 때 공간은 특별해진다. 도시는 기억으로 완성되며, 그 기억을 만드는 힘은 예술에 있다. 전북이 예술과 건축, 관광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이곳은 단순한 방문지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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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5.06 18:36

[오목대] 임안자의 뜨거운 박수

전주에는 해마다 4월과 5월을 잇는 축제가 있다. 올해로 스물일곱 해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다. 2000년, 꽃으로 세상이 환하게 피어났던 봄날 시작된 전주영화제는 상업영화 대신 디지털과 대안, 독립을 내세우며 출발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묻혀있던 전주의 영화역사를 다시 잇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바탕에는 반세기 가까이 단절됐던 전주 영화사가 있다. 1940년대 말부터 서울 충무로와 함께 영화가 제작되던 이곳에서는 한국 전쟁영화의 대표작인 ‘피아골’과 ‘아리랑’을 비롯해 당대 흥행작이 여러 편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영화로 알려진 ‘선화공주’도 전주에서 제작된 영화다. 그러니 개념도 낯설었던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를 품어 영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의 통로를 연 전주영화제의 선택은 어쩌면 이 단절을 잇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 여정을 지켜온 많은 사람이 있다. 영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주목하며 전주영화제를 응원하고 기꺼이 열정을 더했던 영화인들이다. 그 중심에 올해 여든넷, 영화평론가 임안자 선생이 있다. 지금도 기억되는 전주영화제의 특별 섹션 가운데는 그의 열정이 닿은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2004년, 특별전으로 선보인 쿠바 영화를 비롯해 알제리와 튀니지, 모로코 등지에서 만들어진 마그렙 영화, 그리고 소비에트영화와 터키 영화, 중앙아시아 영화들까지. 그가 전주영화제에 불러낸 이 보석 같은 영화들은 낯선 지역의 문화를 접한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이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진안이 고향인 선생은 유럽에서 활동해온 한국 영화 전문가다. 간호사로 미국에 건너갔던 그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생이 되어 영화를 전공했다. 그를 불러낸 것은 1989년 로카르노영화제다. ‘달마가 동쪽으로 떠난 까닭은’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배용균 감독 인터뷰가 계기였다. 이후 유럽영화제의 한국 영화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기 시작해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부산영화제 고문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2002년 ‘아시아독립영화포럼’ 심사위원으로 전주와 첫 인연을 가진 이후, 2004년부터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되어 5년 동안 해외영화 프로그래밍을 이끌었다. 2008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전주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그가 기획한 ‘중앙아시아 특별전’은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올해 선생이 다시 전주를 찾았다. 전주영화제 개막식에서 그가 보낸 뜨거운 박수. 그것은 전주영화제를 함께 만들어온 가치에 대한 증언이었다.영화제의 오늘에는 보이지 않는 선택과 이름을 앞세우지 않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다. 전주영화제는 그 위에서 성장해왔다. 지금 다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5.05 16:57

[사설] 경제·선거·세금도둑·파렴치범 가려내자

6·3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 선거 분위기가 시들해졌다. 다만 김관영 지사의 무소속 출마 여부에 따라 선거판이 출렁거릴 소지가 남아 있다. 이제 본선에서는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은 물론 전과 기록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후보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각종 경제사범, 음주운전, 폭행, 사기, 무고, 세금도둑 등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후보들이 수두룩해서 그렇다. 전과 기록이 옥석 구분의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중앙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도지사 예비후보 5명이 전원 전과자며 시장군수 후보 64명 중 37.5%인 24명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지사의 경우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는 9건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7건은 근로기준법(벌금형) 위반이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최저임금법 위반이 병합된 처분이 1건, 공무원의 강제 처분 표시를 훼손한 공무상 표시 무효 위반 전력이 1건이다. 모두 기업 경영과정과 관련된 위법 행위다. 무소속 김성수 후보는 상해·폭행·재물손괴와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2건의 전과를 신고했고 김형찬 후보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위반으로 금고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의 2건과 진보당 백승재 후보의 1건은 학생·노동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시국사범’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시장군수 후보 중에서는 무소속 정읍시장 김재선 후보가 12건으로 가장 많은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지난 선거에서 도지사 후보로 나왔다 사퇴한 김 후보는 공직선거법과 무고혐의로 각각 징역 6월과 10월을 선고받았고 무고,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로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음주운전, 상해, 협박 및 명예훼손,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지방의원의 경우 전국적으로 36.1%가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의 전과 기록은 40%에 육박한다. 범죄의 질과 직무 연관성 등을 따져 봐야 하나 일반 유권자에 비해 10%가량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들에 관한 범죄 이력 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후보 등록 때 인적 사항과 재산·병역 사항, 최근 5년간 세금 납부 실적, 전과 기록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과 기록은 선거가 끝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다. 이를 검증해야 하는 첫 관문은 정당인데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 현장으로 예결산 심사권과 조례 제정권 등을 갖는다. 그런데 전과를 가진 이들이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아닌가. 제도 개선과 함께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떴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05 16:44

[사설] 경선 탈락자들의 ‘하방 출마’, 지역정치 희화화 마라

선거는 정치적 비전과 책임감을 검증받는 엄중한 시간이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무거운 선언이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 결과에 승복하고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다. 그러나 최근 군산에서 벌어지는 일부 경선 탈락자들의 행보는 이러한 정치적 상식을 저버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영일 전 군산시의회 의장이 기초의원 선거구에 후보 등록을 마친 데 이어, 나종대·박정희 전 의원 또한 광역의회로 방향을 틀어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출마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나, 정치는 법 이전에 신뢰의 영역이다. 시정 전체를 책임지겠다던 인사들이 탈락 직후 하위 의원직을 탐내는 모습은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성보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한 과도한 욕심으로 비칠 뿐이다. 이들이 시장 경선을 체급을 올리는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름값을 올린 뒤 낙선하면 그 인지도로 하위직을 꿰차는 행태는 유권자를 기만하는 정치공학이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면 시장 경선은 ‘밑져야 본전’인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선거 때마다 자리만 바꿔 연명하는 기득권 정치인들만 득세하게 된다. 이러한 ‘체급 조정 출마’의 가장 큰 폐해는 지역 정치의 인적 쇄신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이미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춘 중진들이 하위 선거구로 밀고 들어오면 신인들의 진입 장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낡은 인물들의 ‘자리 재배치’가 반복되는 한 군산 정치의 역동성과 세대교체는 요원해진다. 정당의 책임 또한 엄중하다. 민주당은 이미 선거구별 후보자를 거의 확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경선 탈락자들이 하위 선거구로 난입하는 것은 당 스스로 세운 공천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이러한 행태를 명확한 기준 없이 방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공당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다. 민주당은 ‘정치적 돌려막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출마의 자유가 정치적 무책임까지 정당화하진 않는다. 스스로 물러나 성찰할 때를 아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 소양이다. 군산 시민은 자숙 대신 자리를 탐하는 이들의 행보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선거는 단순한 권력 쟁취의 수단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증명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05 16:43

[위병기의 화룡점정] 전북민심과 정청래 당심 누가 강할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때는 2009년 4월 초 고심을 거듭하던 정동영은 마침내 비장한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을 배제하자 그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선거 결과 전주 완산갑은 무소속 신건, 덕진 역시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압승이었다. 민주당 대표와 집권여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을 지도부가 배제해버리자 그는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당시 정세균 당대표 등은 공천한 후보를 돕기 위해 전주에서 최고위를 개최하는 등 지원사격을 했으나 당심은 민심을 이기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특히 “설혹 당선된다 해도 복당은 없다”며 정동영 후보를 도운 이들을 해당행위로 처벌까지 했으나 당선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란듯이 민주당에 복당하게 된다. 지금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홍준표 전 대표 또한 지난 2020년 컷오프 됐으나 대구 수성을로 지역구를 옮겨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게 된다. 마을 이장에서 시작한 김두관은 군수, 국회의원을 거쳐 2010년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지사에 당선되며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호남과 영남의 극단적인 양강구도 하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뚫는 것보다 어려웠으나 극적으로 성공한 몇가지 사례다. 이들은 부당한 공천에 대해 반발하면서 “민심의 판단을 직접 받겠다”는 명분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전북정가는 지금 김관영 지사의 무소속 출마가 뜨거운 감자다.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소위 ‘대리기사비 지급 논란’으로 제명된 이후 고심을 거듭해오다 중대결심을 했다. 현직 프리미엄과 제명전까지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저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27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 유치와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 추진 등 도정 성과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를 직접 받겠다는 거다. 무엇보다도 ‘식비 대납 의혹’이 있던 이원택 후보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반면, 김 지사만 당일 제명된 것을 두고 당의 공천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지역 내 비판 여론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보고있는 듯 하다. 어차피 사법리스크는 후보 모두가 안고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지극히 험난한 길에 들어섰다. 무소속 시장, 군수가 당선된 경우는 많았지만 전북에서는 무소속 지사가 출마하거나 당선된 전례가 전무하다. 그래서 실험이다. 요즘처럼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 지사가 이번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가장 크게 고심했던 것이 바로 2020년 제21대 총선 군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의 아픈 경험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선거 내내 민주당 신영대 후보와 여론조사 결과는 엇비슷했으나 개표 결과 크게 패한 바 있다. 결론은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심이냐, 저변의 지역민심이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당선땐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될 수 있으나 낙선하면 사실상 정계은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북지사 선거 결과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일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정청래 대표의 판단을 도민들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김관영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현 지도부를 심판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장 하나면 모든 것이 결정되던 관행이 지속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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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5.05 16:42

[새벽메아리] 시민연극제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공연이 끝나고 객석의 조명이 켜진다. 잠시 후 심사위원의 평가가 이어지고 결과가 발표된다. 대상, 우수상, 연기상. 익숙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 순간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잘했다’고 말하고 있는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국 단위 시민연극제는 ‘대한민국 시민연극제’다. 이 외에도 광역과 기초 단위에서 수많은 시민연극제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연기력, 연출력, 무대미술과 같은 결과 중심의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연극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평가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시민연극은 과정 중심의 예술이지만, 우리의 평가는 여전히 결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두 구조가 만나는 순간 시민연극은 자연스럽게 경쟁의 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참여자들은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잘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는다. 즐거움에서 시작된 활동이 점차 성과를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대한민국 시민연극제’에 참석하며 시상식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떠올리면,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모습도 분명 존재한다. 상을 받은 시민 배우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을 이야기하며, 다음에는 더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상을 받지 못한 이들 역시 아쉬움 속에서 다음에는 꼭 본인도 받고 싶다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또 하나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비교가 가능하다. 생활체육은 지역 대회와 전국 대회를 통해 실력이 뛰어난 참여자를 선발하고, 일부는 전문 선수로 성장하기도 한다. 생활체육의 본질은 참여와 건강에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엘리트 체육과 연결되는 구조를 일부 가지고 있다. 시민예술의 평가와 경쟁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시민연극에서 더 큰 가치는 함께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갔는가에 있다. 누군가는 처음으로 무대에 서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말해본다. 어떤 팀은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하며 관계를 쌓고, 또 어떤 팀은 지역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린다. 이러한 경험은 점수로 환산되기 어렵지만, 시민연극의 본질에 더 가까운 가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가치를 바라볼 수 있을까. 시민연극제의 평가는 결과의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그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참여의 방식까지 함께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참여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창작 과정에 참여했는지, 공동 창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안에서 어떤 경험과 변화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자체뿐 아니라 연습 과정과 기록, 참여자들의 이야기 역시 평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순위를 가리기 위한 점수 중심 평가를 넘어, 각 팀이 만들어 낸 경험과 과정의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도 필요하다. 기존의 대상, 연기상과 같은 결과 중심 시상은 유지하되 그 비중을 줄이고, 협업상, 이야기상, 변화상과 같이 시민예술의 가치를 반영하는 평가 방식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시민연극제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시민연극의 가치는 누가 더 잘했는가가 아니라, 함께 무엇을 경험했는가에 있다. 그 답을 찾는 일은 결국, 우리가 시민연극의 본질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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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5 16:41

[기고]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는 진짜 선택, 왜 지방선거인가?

흔히 민주주의를 ‘꽃’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 꽃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인‘지방자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안타깝게도 가뭄 수준이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만큼 지방선거에는 열의를 보이지 않을까. 최근 투표율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79.4%,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67.0%에 비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50.9%에 그쳤다. 대통령 선거와 28.5%P 차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우리 동네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앙정치의 거대 담론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내 집 앞 쓰레기 처리 방식과 우리 아이의 급식 질을 결정하는 투표에는 침묵하고 있는 셈이다. 무관심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결 구도에 종속되며 지역 의제가 묻히는 현실, 단체장·의원·교육감을 동시에 뽑는 복잡한 구조와 정보 부족, 성과가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지방정치의 특성, 그리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가 그것이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이야말로 기득권이 가장 반기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결정한다. 지자체장은 주민이 낸 세금으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며 이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 결정한다. 도로를 확충할지, 청년 지원에 집중할지, 복지 인프라를 확대할지는 전적으로 이들의 공약과 정치 철학에 달려있기 때문에 후보마다 공약을 검토하는 것은 필수이다. 국회에 법이 있다면 우리 지역에는‘조례’가 있다. 지방의회는 주차 문제, 층간소음 방지, 지역 상권 활성화, 돌봄 지원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만든다. 유능한 지방의원 한 명은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교육감은 한 지역의 교육 예산과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어떤 가치를 배우며 성장할지는 교육감의 교육 행정 철학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이렇듯 지방정치는 이는 추상적 정치가 아니라, 주민들의 4년간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정치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높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선거는 조직표와 고정 지지층 중심으로 굳어진다. 반대로 주민들이 꼼꼼하게 공약을 비교하고 투표장으로 향할 때 후보들은 긴장한다. 학연이나 지연, 막연한 정당 지지세만으로는 당선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던지는 한 표는 단순히 인물을 선택하는 행위를 넘어, 당선자에게 임기 내내 당신을 지켜보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거대 정치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을 얼마나 더 안전하고, 투명하고, 살기 좋게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지,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의지가 있는지,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는 묻고 판단해야 한다. 나의 한 표가 우리 동네의 보도블록을 바꾸고, 내 아이의 급식 질을 바꾸고, 돌봄의 수준을 바꾼다. 2026년 6월 3일, 나와 내 가족의 4년을 위해 투표소로 향하자. 이한선 변호사(전주시 덕진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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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5 16:41

[사설] 현대차 새만금 투자,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투자계획이 발표된 이후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잇따라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에서는 현대차 투자 전담 지원 조직까지 신설해 본격 가동하고 있다. 지금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관련한 이슈는 투자 실행의 핵심 시설인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수전해 플랜트와 AI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새만금 농생명용지 3공구에 자체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곳을 산업용지로 전환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안건은 범정부협의체인 ‘새만금·전북 대혁신 TF’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지기금을 활용해 조성한 농생명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처간 이견 조율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사실 새만금 농생명용지 3공구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군산시의회에서 산업용지로의 전환을 강력 요구해왔다. 또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도 지난 3월 ‘새만금 농생명용지 3공구 산업용지 전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에 관련 계획 반영을 요구했다. 해당 부지는 새만금 국가산단과 인접해 전력·용수·폐수 등 유틸리티 연계가 용이하고 공항·항만, 인입철도 등 교통시설과도 인접해 기업 투자 유치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었던 새만금은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계획 발표로,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 투자계획 실행의 첫 단추나 다름없는 용도변경 문제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 계통 연계를 포함한 향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새만금이 전북도민에게 다시 실망을 안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첨단산업은 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인허가 지연 등 행정 절차에 병목이 발생하면 투자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전북 대전환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협력해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대차그룹 새만금 투자 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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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5

[사설] 선거 불·탈법 및 의혹, 신속 엄정 수사를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허위사실 유포, 현금 살포, 문자 메시지 무차별 발송 등 지방선거 관련 불·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 관련 고소고발 행위는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드러나 있고, 고소고발 내용도 구체성을 띠고 있어 신속하게 진행시킬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대리운전비를 지급한 김관영 도지사와 제3자 식비 대납 의혹을 받는 이원택 도지사 후보, 이와 관련된 여러명의 고발 건도 마찬가지다. 특검에 고발된 김관영 도지사 내란동조 의혹 사건은 큰 파장을 불렀고 정치 갈등의 핵심이다. 이 역시 특검이 신속하게 수사결과를 발표, 갈등에 종지부를 찍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결과에 따라 당사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선관위에 접수된 불·탈법 사례 중에는 특정 예비후보자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허위사실이 포함된 내용물을 만들어 SNS에 올리거나, 선거구민에게 100만 건이 넘는 지지 호소 문자메시지를 무차별 발송한 예비후보자도 있었다. 또 단체장 여론조사와 관련, 대포폰 대거 투입 의혹이 담긴 진정서가 제출되기도 했고, 군수 후보자 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조작의혹을 감찰해 달라고 중앙당에 요구한 일도 있다. 하지만 조치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불·탈법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4년 전 지방선거 선거사범은 177건(349명)에 달했다. 흑색선전(57건), 금품 향응 제공(39건), 현수막· 벽보 훼손(16건), 사전 선거운동(8건), 기타 57건이었다. 선거사범 수사는 신속·엄정성이 핵심이다. 신속·엄정성이 해태되면 공천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불·탈법 세력에 놀아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는 정의와 공정을 훼손하고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혹여 일각의 주장처럼 수사 및 조사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돼서도 안된다. 경찰과 선관위, 정당 등은 선거사범 및 문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신속 엄정하게 처리하고 그 결과를 밝혀야 옳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의 책임자급 관리자들의 인식 태도가 중요하다. 사안을 지휘하는 관리자들이 무겁게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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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5.03 18:45

[전북광장] 씨 없는 수박, 전북 농업의 미래를 열다

초여름의 문턱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과일은 단연 수박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그 한 조각이 계절의 정취를 완성한다. 최근 수박 시장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일고 있다. 수박씨를 뱉는 번거로움을 덜어 준 씨 없는 수박으로 소비자의 선택 방식에 맞춰 품종과 상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 변화를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곳,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고창 수박시험장이 있다. 전북이 수박의 주산지로 자리 잡은 데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의 황토 땅, 정읍의 비옥한 분지, 익산·완주의 온화한 기후는 수박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전북은 전국 수박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수박의 본고장으로, 각 지역이 서로 다른 출하 시기와 특성으로 상호 보완하며 전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채워 왔다. 그러나 자연의 혜택만으로는 변화하는 소비 시장을 이끌 수 없다. 농촌진흥청은 씨 없는 수박과 중·소과종 프리미엄화를 지역특화작목 육성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1995년 설립된 고창 수박시험장을 중심으로 30년에 걸친 연구와 현장 실증을 이어 왔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북 수박 생산액은 2020년 1,180억 원에서 최근 1,346억 원까지 늘었다. 2020년 대비 농가 소득도 10a당 1.4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창·정읍·익산의 명품 수박은 이제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소비자도 확실한 품질 보증서로 통하고 있다. 성과의 이면에는 기술 혁신이 있었다. 시험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씨 없는 수박용 불임꽃가루를 국산화했고, 허리를 굽히지 않고 재배하는 수직유인 수경재배 기술과 노동력을 97% 절감하는 소형터널 스마트도 제어 시스템을 개발·보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익산·완주의 봄 출하부터 고창·부안의 여름 성수기, 고창·정읍의 가을·겨울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북 전역이 계절을 나눠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수박을 공급하는 연중 생산 체계를 갖췄다.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수박을,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다. 그러나 기술만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전북 수박의 성공에는 사람이 있었다. 고창 수박시험장을 중심으로 매월 열리는 명품 수박 아카데미는 농업인의 현장 목소리가 곧바로 연구 과제로 이어지는 소통의 장이 되어 왔다. 이만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북수박연구회 회원과 이석변 명인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밭을 시험포장으로 내놓으며 혁신에 앞장섰다. 초기에는 기계 선별·박스 포장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12brix 이상 고당도 보장이라는 신뢰가 쌓이면서 시장의 반응이 달라졌고, 농가 소득 증대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기술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다. 전북 수박은 이제 AI 기반 지능형 농장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생산비 상승이라는 도전 앞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을 고도화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올여름, 고창의 황토와 전북 농업인들의 정성이 빚어낸 수박 한 통으로 청량한 계절을 즐겨 보시길 권한다. 전북 수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름 과일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날을 기대하며, 농촌진흥청은 그 길에 변함없이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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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4

[오목대] 글 도둑은 안돼

승리의 여신은 한 달 후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이남호 대 천호성 양강대결로 좁혀졌다. 천 후보는 현장전문가와 3번 출마한 관계로 인지도가 높은 점이 강점이고 이 후보는 직선제 전북대총장을 지내면서 대학의 위상을 높였고 중앙 관계요로에 인적네트워크가 잘 짜여져 있는 게 장점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 없이 치러져 다른 지방선거에 비해 관심이 저조,지금도 유권자 40% 가량이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고령층이나 자녀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젊은층의 관심 저조로 교육감 선거가 관심이 덜하지만 그래도 전북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2세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나 하고 상관 없는 오불관언 선거라고 인식하는 게 문제다. 지금 전북의 현주소가 너무나 암울하고 불투명하므로 이를 극복하려면 교육감을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간 여러명의 교육감을 선출했지만 전문성 결여와 불법 비위를 저질러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긍지를 가졌던 전북교육이 붕괴되었다. 누구나 교육을 백년지 대계란 말로 그 중요성을 말한다. 하지만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가 태반인 상황에서는 무너진 전북교육을 바로 잡을 수가 없다. 자신의 한표가 미래 전북교육을 살려 놓는다는 생각으로 최상의 후보가 아니면 차상이라도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에 전북교육의 문제가 뭣이고 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커 나갈 때 사랑과 관심이 절대 필요하듯 교육도 관심이 중요하다. 교육을 평가할 때 항상 학력관계를 우선시 한다. 학생인권을 강조하면 교권비중이 낮아지지만 학교의 주 임무가 가르치는 기관이라서 누가 더 학력신장에 관심을 갖는지를 살펴야 한다. AI시대에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고 수월성교육은 꼭 필요하다. 과학문명의 급진적인 발달로 인간성이 곳곳에서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인간성 회복교육을 중시 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법의 좁은 영역에서 해석되거나 기계론적 사고로 재단하면 안된다. 훈습(薰習)이 교육이므로 도덕적 영역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닫지만 누가 더 도덕적 후보인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남의 글을 마구 베껴다가 자기 글인양 칼럼으로 게재한 것은 글 도둑이므로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한번도 문제지만 그 횟수가 많다면 교육감으로서 자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교사들과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고 커 가므로 표절문제를 그냥 간과하면 안된다. 한마디로 표절은 남의 생각을 훔쳐다 쓴 지적재산권 침해라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표절한 사람이 교육감 되려는 것은 꿈도 꿔선 안된다. 전북교육이 살아 나려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덜한 후보를 뽑는 게 상책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5.03 18:42

[열린광장] 초남이성지의 뜻밖 선물, 완주 국가유산 정책 전환의 출발점

역사는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난 2021년 3월, 이서면 남계리(초남이성지) 바우배기에서 발견된 ‘백자사발 지석’과 순교자들의 유해는 완주를 넘어 한국 천주교회사와 근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230여 년간 어둠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며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바로 완주가 한국 신앙공동체의 기원이자, 인간 존엄의 가치를 실천한 근대 사상의 발상지라는 사실이다. 남계리 유적은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그리고 윤지헌(프란치스코)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이들은 신해·신유박해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평등과 사랑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졌다. 특히 유해와 함께 발견된 ‘백자사발 지석’은 이들의 신원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결정적 근거로, 완주 유산이 지닌 고고학적·역사적 신뢰도를 국가적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특정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 조선 후기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증명하는 ‘시대 변화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호남의 사도 유항검은 자신의 재력과 지위를 내려놓고 초남이 신앙공동체를 일구었다. 서슬 퍼런 박해 속에서도 순교자들의 유해를 이곳에 안치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의 공포를 넘어선 강력한 연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유교적 신분 질서가 공고하던 시대에 완주를 중심으로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보편적 인류애가 실천되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이다. 현재 완주 남계리 유적은 국가 사적 지정의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아울러 신앙공동체의 확산을 보여주는 수청공소 또한 도 등록유산 지정을 준비 중이다. 이는 완주가 축적해 온 역사적 가치가 이제 공적인 정책 관리 체계로 편입되는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완주군의 정책 초점은 개별 유산의 보존을 넘어, 이를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연결하는 ‘점-선-면’의 확장에 두어야 한다. 개별 유적을 점 단위로 인식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적 서사가 흐르는 권역 단위의 관리 체계로 나아가는 위함이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 마련은 물론, 정부의 국가유산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다가오는 2027년은 완주 역사에 기록될 전환기가 될 것이다.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연계하여 개최되는 지역대회에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우리 완주를 찾을 예정이며, 남계리 유적은 그 중심에서 보편적 가치를 전파하는 세계적 성지로 거듭날 것이다. 다만 이를 단기적 행사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존 정책과 연계하여 유산 활용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과 콘텐츠 개발, 주민 참여 기반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유산 정책에서 지정은 출발점이다. 앞으로는 보존을 기반으로 하되, 활용과 연계를 통해 유산의 가치를 확장해 가야 하며, 과거 완주군의 초기 신앙공동체가 보여준 연대와 헌신의 가치를 오늘날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통합의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완주군은 축적된 정책 경험을 토대로, 지역 내 불교·기독교·원불교 등 각 종교에 속하는 개별 역사 자원을 상호 연계된 역사 문화 자산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완주군 전체가 지닌 다층적 종교문화의 가치를 지역 정체성과 결합된 대표 역사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산 간 균형 있는 보존과 활용을 도모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정책을 구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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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2

[기고] 수성(守成)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창업(創業)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 즉 사업을 일으키는 기업(起業)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질서나 가치 제도 등 사업을 창조하고 개척하는 과정으로, 도전과 창의 결단과 추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성과물이다. 반면 수성(守成)은 글자 그대로 지킬 수(守) 이룰 성(成)으로, 이미 세워진 성과와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지혜와 인내 그리고 덕성으로 완성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창업과 수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관계로, 일직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내 중소기업 창업은 113만 여 개였으나, 페업은 10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수성의 성공률이 미미하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수성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창업 후 수성에 실패하며 폐업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각계의 찬사를 받으며 최근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모범 사례로 재조명된 한 재일교포 중견기업인의 성공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재일교포 2세로 1944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히로시마 거인’이라 불리고 있는 하쿠와(白和)그룹의 권양백 회장이다, 권 회장이 겨우 두 살이었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며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다. 참혹한 폐허 속에서 가난과 차별을 견디며 성장한 그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분뇨 수거차 단 1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권 회장은 일본인보다 더 ‘철저한 의리와 정당당당함’을 경영 철칙으로 내세워 회사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환경과 서비스업 등 6개 자회사에 1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기업의 수장으로서, 재일교포의 위상을 드높이며 안팎으로 추앙받는 경영자가 되었다. ’정정당당’은 태도나 수단이 공정하고 떳떳하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기업경영에 있어 꼼수나 편법이 아닌 정도(正道)로 경영하는 것이 권 회장의 기업 수성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권 회장이 창업 당시 재일교포가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은 토목 노동이나 분뇨 수거, 쓰레기 소각과 같은 거칠고 고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는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정정당당’이라는 경영 철학을 고수하며 기업을 일구었고, 그 결과 히로시마 내 고액 납세자 1위에 오르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그는 재일교포 2세 52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는 한편,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도 앞장섰다. 특히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희생된 2만여 명의 동포들을 기리기 위해, 50여 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하는 특별한 공적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재일교포 권양백 회장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정당당’이라는 경영 철칙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편법이나 요행에 기대지 않고 오직 정도만을 걷는 정직한 경영을 통해 기업의 수성에 성공했으며, 오늘날까지 모범적인 기업으로서 유지·발전시켜 왔다. 권 회장의 숭고한 기업가 정신을 본받고 계승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제2, 제3의 성공적인 기업가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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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2

[새 아침을 여는 시] 장항선-백연숙

수원역에서 아이와 기차 타고 보령 가는 날 저기, 저것 좀 볼래? 학교와 학원밖에 모르는 아이에게 나는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보여 주었다 학교 밖의 교실을, 교실보다 더 광활한 교과서를! 내가 아직 작은 아이였을 때, 지금의 전주시청 자리에 있던 옛 전주역에서 군산행 비둘기호 열차를 탔다.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끝도 없이 펼쳐진 만경들을 지나, 기적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던 만경강 철교를 건너면 구이리역이 나온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만나는 곳, 사투리가 싱싱하게 쏟아졌다. 군산행 기차에는 생선을 팔고 돌아가는 아줌마들의 고무 다라이(함지)에서 풍겨오는 비린내도 함께 타고 있었다. 장항은 처음 가보는 길이라 우리는 자주 길을 물었고, 누구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때로는 한참 말동무가 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하게 지는 노을을 보았다. 장항으로 가는 길은 그 자체로 광활한 한 권의 교과서였다. 어느새 다시 5월이다. 오월은 여전히 푸르구나! “학교와 학원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과 지평선을 보여주고 싶다. 내게 살아갈 힘이 되어 주던 그 싱싱한 비린내의 기억을 나누어 주고 싶다./ 박태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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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3 18:41

[사설] 법적·도덕적 흠결 후보, 눈 부릅뜨고 걸러내야

6·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윤곽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선거철이면 정책 경쟁 못지않게 후보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가 매번 도마 위에 오른다. 법적·도덕적 흠결을 가진 후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종 위법행위를 일삼아 다수의 전과 이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심판에 맡기겠다’며 출마를 강행하는 후보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후보 자질 문제를 놓고 곳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에는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이 6·3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전과기록을 일일이 드러내 우려를 표하며, 시민 눈높이에 맞는 철저한 검증을 정당에 촉구했다. 또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려는 지방의원을 강력 비판하면서 출마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제시에서도 동료 의원과의 불륜 스캔들과 여성 폭행 혐의로 시의회에서 두 번이나 제명된 전 시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 또다시 예비후보로 등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이미 법적 책임을 다했다’거나 ‘과거의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공직에 나서겠다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그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후보들이 반복적으로 정당 공천을 받고, 심지어 당선까지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정당의 부실한 검증 시스템과 안이한 공천 관행을 드러낸다. 승리 가능성만을 우선시한 결과, 자질 논란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정당 공천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최종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고, 이런 후보들이 정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나 당선 가능성에 기대어 흠결을 눈감아주는 유권자들의 행태가 반복된다면, 법적·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후보들이 선거판에서 활개치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책임은 정당과 후보, 유권자 모두에게 있다. 정당은 도덕성과 공직 적합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하고, 후보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 기준에 미달하는 후보를 과감히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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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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