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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소년등과한 박지원 최고위원

Second alt text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십수 년전만해도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부를 때 흔히  ‘영감(令監)’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영감’은 아무에게나 붙이는 호칭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감(大監)’이라는 호칭은 정2품 이상의 고위관료였고, 정3품 당상관부터 종2품까지의 관료를 높여 부르는 존칭이 바로 영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감은 나이 든 남성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뜻이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 사법체계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는 국가를 대신해 법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직위로 인식됐다. 자연스럽게 판사나 검사가 과거 높은 벼슬아치인 ‘당상관’급에 비유되면서  ‘영감’이라는 호칭이 통용됐다고 한다. 불과 한세대 전만해도 20~30대의 젊은 판사나 검사를 영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법조계 정화 운동과 세대교체를 통해 ‘영감’이라는 호칭은 구시대적인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광복 이후 법조계에는 유난히 소년 등과가 많았다. 어렵고 힘든 시절, 똑똑하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최고의 출세 정규코스로 여겼다. 사시만 합격하면 그야말로 전혀다른 세상에서 영감 소리를 듣는게 당시의 풍경이었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통틀어 소위 SKY 출신 사시 합격자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게 상식이었다. 오죽하면 5공 때 민정당을 육법당(육사와 서울 법대 출신이 주축을 이룬다는 의미)이라고 불렀겠는가. 오랫동안 인재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소년등과’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더욱이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이젠 AI 분야 전문가 한명이 수백명의 법조계 수재들을 넘어서는 일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전북 지역정가에서는 박지원(39)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탁이 소년 등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화제가 되고있다. 상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최고위원은 사법연수원 41기로 전북도 감사위원, 전주시체육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일약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급기야 그는 이원택 의원의 전북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보선에 전략공천 카드로 발탁됐다. 김제가 처가라는 것 말고는 연고가 없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장을 가지고 나서기 때문에 당선이 매우 유력한것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김제와 부안을 주축으로 한 지역구에서 연고가 없는 후보가 공천받은 것은 박지원 최고위원이 첫 케이스다. 이번엔 당선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소년등과한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역에 얼마나 빨리 뿌리내릴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당장 6.3 보궐선거 보다는 2년후 총선때를 더 관심있게 전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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