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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작’보다 ‘잘못된 멈춤’이 더 무거웠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즉각 멈춰 서서 돌아오는 게 최선일 것이다. 행정도 그럴까? 개인이나 단체의 판단과는 다르다.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을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면, 행정은 공공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 문제다. 남원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가뜩이나 열악한 시 재정을 뒤흔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서다. 최근 대법원이 남원 테마파크 사업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 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400억원대의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현 시장이 취임 직후 전임 시장이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을 뒤엎고 사용‧수익 허가를 내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협약 해지에 따른 대체 시행자 선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잘못 끼운 첫 단추’라며 전임 시장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 문제삼은 것은 첫 단추가 아니라 그 단추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행정이 약속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특정 사업의 시비를 넘어,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이 무너졌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 보여준 판결이다. 법정으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전주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그렇다. 전임 시장의 행정행위를 무시하고 추진한 새 청사진이 민선 8기 들어 다시 물거품이 됐다. 그사이 행정력과 예산은 낭비됐고, 당초 계획된 사업은 늦어졌다. 또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민선 8기 새 단체장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확정돼 1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던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전용차로 조성사업을 전격 중단하고, 백지화했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평가가 엇갈리거나 그럴 여지가 있는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언제 중단되고 변경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행정을 믿을 수 없게 된다. 2026년 다시 ‘선택의 해’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어김없이 도시의 청사진도 함께 바뀌었다. 물론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남는다. 행정은 절대 리셋(Reset)되지 않는다. 누적될 뿐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계약과 합의, 그리고 법적 책임은 이어진다. 당연하다. 그렇다고 행정의 연속성이 ‘전임자가 시행한 정책이나 사업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떻게 멈출 것인가, 어떤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행정의 기술,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이 요구된다. 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통해 취임하게 될 새 단체장의 정책 결정에 이번 남원시의 사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민주당 지사 경선을 앞두고 김관영 지사를 비롯 4명이 경쟁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1강 2중 1약으로 좁혀졌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문제가 지연돼 4월초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당심과 여론을 합산해서 후보자를 결정하므로 전북에서는 당심과 민심이 따로 가지 않고 정서가 같아 여론에서 앞선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은 꽃놀이패나 다름 없다. 설령 실패해도 현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잘만 싸우면 다음 총선 때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김 지사는 추석 전만 해도 재선인 이원택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기업유치에 전념하는 등 조직정비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서 친명인 박찬대 의원을 꺾고 당 대표가 되면서 이상 기류가 형성되었다. 당 대표 선거 때 도당위원장인 이원택 의원이 정 대표를 적극 도와 당선되자 이 의원이 생각을 바꿔 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것. 이 의원은 그 전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건강이 안 좋아 김 지사의 재선을 도와주고 본인은 다음에 출마키로 했던 것. 하지만 김윤덕 장관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관계로 지사 경선에 안 나오고 3선인 안호영 의원이 출마하면 그간 송하진 전 지사 세력과 자신이 관리한 당원을 합치면 경선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출사표를 던진 것. 지금 광역단체 간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북에도 통합 쓰나미가 불어닥쳤지만 안호영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완주에서 전주와의 통합을 반대해 통합 찬성이 85%대인 전주에서 안 의원의 지지가 미미, 3위에 머물러 있다. 운동권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 이 후보측은 여론이 두자리수에서 한자리수로 좁혀졌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양측 캠프에서 김 지사가 12•3 계엄 때 즉각적으로 대응치 않고 청사 출입문을 폐쇄했다고 주장, 김 지사가 경선전에 컷오프될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사실과 다른 것으로 김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중 제일 먼저 계엄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CBS 노컷뉴스를 통해 방송했다. 청사 폐쇄도 사실과 달리 일부 기자들이 허가를 받아 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지사는 바쁜 와중에도 틈 내서 국회와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석열 사퇴촉구 및 비상시국대회에 까메오처럼 참석,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 결과로 시도지사 중 유일하게 민주헌정수호단과 한국인터넷 기자협회가 주는 12•3 민주헌정수호특별상을 받았다. 일각에서 민주당 정통이 아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있다는 주장도 김 지사를 흠집내려는 흔들기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지난 경선 때 이재명 대표가 김 지사를 1호 인재로 영입해서 지사경선을 치르도록 했기 때문에 사실과 완전히 빗나간 주장이다. 경선이 임박하자 경쟁 후보들이 지지율을 높이려고 김 지사를 컷오프 대상자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도민들이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의가 부정의한테 먹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이재명 대통령의 ‘삼겹살 인증샷’이 논란을 부른 일이 있었다. 2년 전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저녁 식사 장면을 올리면서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라고 적었는데 “삼겹살을 안 먹고 삼겹살을 먹은 척”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돼지고기도 취급하는 한우전문점에서 소고기와 삼겹살을 같이 먹었지만 하필 소고기를 굽는 사진이 SNS에 올려진 때문이었다. 논란은 차치하고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란 표현까지 쓴 걸 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삼겹살의 식감에 반했던 모양이다. 삼겹살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돼지고기는 가정(45.3%)은 물론 외식(42.8%)에서도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9.2kg으로 소고기와 닭고기의 2배 수준이었다. 음식점의 돼지고기 1인분을 평균 150g으로 계산하면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194인분의 돼지고기를 소비한 셈이다.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은 ‘국민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음식’ 삼겹살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생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축산환경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축산농장 근로자 가운데 외국인은 11.4%였지만, 돼지농장은 외국인이 46.3%를 차지했다. 최근 조사결과가 없지만 아마도 돼지농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국내산 삽겹살을 먹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국민 음식’ 삽겹살의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지난 12일 김제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3m 높이의 지붕에서 가림막 보수 작업을 하다 바닥으로 추락한 태국 근로자는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정읍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네팔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24년 12월 완주의 돼지농장에서는 분뇨처리장 배관 청소 과정에서 질식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가 숨졌다. 돼지농장의 안타까운 외국인 근로자 사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의 개선 대책은 들리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농장 내 위험 요인에 대한 외국어 표지판 비치 등 현장의 안전관리도 미비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현장에서, 소리없이 다가온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돼지농장 외국인 근로자들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전북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2월 10일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를 결성했다. 네트워크는 창립선언문에서 “전북지역에서 땀 흘리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존중하며,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존엄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대하고 지원할 것”을 선언했다. 우리가 마주하는 고소한 삼겹살은, 어쩌면 이방인들의 붉은 눈물로 구워낸 ‘정치경제적 산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식탁의 풍요로움 뒤에 숨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실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모두가 어렵던 시절, 한겨울 추위에 떠는 서민들에게 내의 한 벌은 값의 고하를 떠나 가장 요긴한 선물이었다. 요즘엔 사람이 아닌 반려견용 ‘개리야스’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BYC로 대표되는 내의산업은 정읍 출신 창업주 고 한영대 회장에서 비롯됐다. 한 회장은 일제시대 포목점 점원으로 시작해 자전거포, 미싱조립 상점 등을 운영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광복절 날 ‘한흥메리야스’를 설립했다. “국민들이 더 이상 추위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만들어낸 야심작이 바로 ‘국산 1호 메리야스 편직기’ 였다. ‘백양’ 상표 출시에 이어 종전 대·중·소로 구별했던 속옷 사이즈를 4단계(85·90·95·100㎝)로 구분한 것도 당시엔 매우 이례적이었다. 1985년 ‘BYC’ 브랜드를 선보였고 마침내 사명도 BYC로 변경했다. 현재는 오너 3세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내의산업으로만 알려졌던 BYC가 요즘 부동산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옛 사옥부지 (1만1540㎡)를 업무·근린시설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한게 기폭제가 됐다. 서울시는 BYC 부지를 기존 대림광역중심 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부지에 지하 5~지상 37층 2개 동을 올리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전북에서도 BYC 부지 2곳이 노른자위 땅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전주시 팔복동 제1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용지(6만3218㎡)와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농공단지에 있는 부지(38만8780㎡)가 바로 그것이다. BYC 측에서는 이 두곳을 매물로 내놓았다. 현실적으로 산업단지 부지라는 점에서 개발에 많은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바로 인접한 더메이호텔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정부나 자치단체가 의욕만 가지면 개발을 못할 이유도 없다. 최근들어 입질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피지컬 AI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단지나 공공시설 개발부지로 활용할 수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주택이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현 정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피지컬 AI 클러스터 조성을 낡은 산업단지 재생사업과 병행할 경우 윈윈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옛 BYC 전주공장이 폐쇄된지 10년이 다돼가면서 폐건물이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바로 인접한 더메이 호텔은 노후산단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옛 코카콜라 부지를 관광호텔로 개발하고, 공공기여분으로 행복주택을 만들어 전주시에 기부채납한 바 있다. 서울에 있는 폐공장은 개발되고, 전북에 있는 부지는 방치되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작년 연말,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귀한 연주회가 열렸다. 가야금 연주자 김일륜의 ‘작은 판’이라 이름 붙인 무대였다. 여섯 바탕 가야금 산조를 짧게 구성해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 이 연주회는 특별했다. 최옥삼류, 정남희제 황병기류, 성금연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그리고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까지. 이들 여섯 바탕 짧은 산조는 김일륜의 숙련된 해석으로 섞이지도, 겨루지도 않으면서 서로 다른 개성을 품은 기승전결의 묘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일륜은 이미 이들 여섯 산조를 모두 완주한 연주자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완주의 기록이 빛나지만, 한 무대에서 다시 해석한 짧은 산조들은 그가 걸어온 음악적 궤적을 다시 비추는 계기가 됐다. 산조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점차 빠른 장단으로 나아가는 공통의 틀을 지닌다. 그러나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로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냈으니, 여섯 바탕 산조도 그 결실이다. 이날 연주된 산조 가운데 유독 관심을 모은 것은 전북에서 태동한 신관용류 산조였다. 신관용류는 김창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영채 명인에게서 비롯됐다. 그 가락을 이은 사람이 김제 출신 신관용이다. 열여섯 살에 이영채 문하에서 산조를 익힌 그는 스승의 가락에 머무르지 않고 복잡한 기교와 강한 즉흥성을 즐기며 독창적인 산조를 완성했다. 그러나 아편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던 그에게 가야금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른 산조에 비해 전승의 맥이 탄탄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관용류 산조는 화려한 기교로 청중을 압도하는 음악이 아니다. 빠른 장단으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진양에서 중모리·중중모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호흡과 농현의 결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소리는 크지 않지만 깊고, 장식은 많지 않지만 여운이 길다. 그래서 이 산조가 품고 있는 음악 세계는 윤기 있다. 그럼에도 신관용류는 국악사 서술 속에서 다른 산조에 비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여섯 바탕 산조가 한 무대에 놓였던 김일륜의 ‘작은 판’에서 신관용류 산조는 결코 주변부의 음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산조가 태어난 땅의 숨결과 그 음악이 지켜온 태도를 가장 또렷하게 증언하는 음악이었다. 신관용류를 가야금 산조의 계보 위에 온전히 올려놓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산조가 어떤 경로로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다시 묻고, 지역에서 태어난 음악이 어떻게 살아남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신관용류 산조는 지금 전북이 아닌 경남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남원 출신 가야금 연주자 강순영이 진주로 옮겨 활동하며 그 맥을 이어온 덕분이다. 이렇게라도 전승이 이어지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지역의 경계를 넘지 못한 보존과 계승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신관용류 산조의 부흥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민감하고 빠르다. 우리나라의 유행은 늘 그렇게 움직였다. 패션·음악·디저트·사람, 그리고 삶의 방식까지 일부의 주목을 받는 순간 삽시간에 전국적 열풍이 된다. 그리고 대개는 오래가지 않는다. 지금은 ‘두바이 쫀득쿠키’다. 줄여서 ‘두쫀쿠’라고 한다. 한번 들으면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생소하고 어색한 국적불명의 합성어다. 하지만 지금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품절대란, 오픈런(개장 전 줄서기)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 희소성이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유명해진 두쫀쿠는 한때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에 역시 유행간식 중 하나인 ‘쫀득쿠키’를 결합해 만들어낸 K-디저트다. 한국에서 재탄생한 두바이 맛 간식인 셈이다. 특정 기업 제품처럼 한 곳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국내 여러 베이커리·제과점과 편의점 등에서 개별적으로 생산·판매된다. 익산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관리·지원기관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도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면서 그 과정을 홍보영상에 담아냈다. 공공기관 홍보에 두쫀쿠를 활용한 것이다. 이런 두쫀쿠가 헌혈의 집에까지 등장했다. 최근 전북혈액원에서 두쫀쿠 증정 이벤트를 열어 화제가 됐다. 전국 각 혈액원에서 진행한 이번 이벤트는 놀랄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이벤트가 있던 날 전주권 헌혈의집에서도 예약 헌혈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도 헌혈 참여자에게 다양한 간식과 문화상품권 등을 줬지만 이것 때문에 팔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방학 기간 학생 단체 헌혈이 끊기고, 한파와 감염병 유행으로 혈액 보유량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 생각지도 못한 두쫀쿠가 20~30대 젊은층을 헌혈의 집 앞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생명 나눔, 헌혈까지도 유행으로 설득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성과는 컸지만 박수는 망설여진다. 누군가 단지 유행하는 디저트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헌혈에 참여했다면 이걸 미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번 이벤트를 경시하거나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어쨌든 이 쿠키 때문에 팔을 걷은 사람이 있고, 그 덕분에 오늘을 넘긴 환자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의미와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도 열풍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생소한 디저트는 맛 자체보다 사진·영상 등 인증 욕구가 소비를 끌어온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특별함이 사라지고 곧 흥미와 관심도 시들 게 뻔하다. 문제는 이 생소한 쿠키가 아니다. 유행과 자극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구조, 선의가 상시 작동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체질이 문제다. 두쫀쿠 열풍이 곧 차갑게 식어버리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내놓아야 할까? / 김종표 논설위원
새해 들어 정부가 광역단체간 통합이 이뤄지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연간 5조원씩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키로 하자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광주 전남을 비롯 대전 충남, 대구 경북, 부울경 등 전국 4개 권역이 광역단체간 통합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광역단체간 통합이 거의 성사 단계에 놓이자 그간 지지부진했던 완주 전주 통합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 60% 이상이 반대해 통합작업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알려진 완주군에서 정부가 광역단체간 통합이 이뤄지면 연간 5조원씩 지원키로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젊은층에서 통합찬성 여론이 확산돼 가고 있다. 그간 정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해 왔던 20~30대 청년층들은 완주 전주 통합이 이뤄질 경우에도 정부의 재정지원이 상당할 것 아니냐면서 내심 통합을 반기는 눈치다. 젊은층은 일자리가 없어 지역을 떠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구소멸과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하려고 통합을 지원하기 때문에 천재일우 같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면서 완주군 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완주 정치권이 4번째 통합을 반대한 이유는 군수 자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 주민들을 볼모로 잡고 결사 반대해 왔다. 특히 완주 인구가 전주의 6분의 1 정도로 적어 자칫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있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을 우려해온 게 사실이었다. 여기에 기업유치가 잘 되어 군 재정이 좋아지면서 각종 사회복지 혜택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전주와 통합하면 전주 빚을 떠안게 된다면서 결사 반대해 왔다. 사실 완주군의 공단 미분양이 해소돼 기업유치가 잘 된 것은 전북도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 같은 이유는 전주를 끼면서 고속도로 등 물류비용 절약으로 경쟁력이 높아 기업들이 문의해 오면 일단 완주 입주를 권유한 것이 성공작이었다. 그간 완주군의회가 광역단체간 통합논리를 완주 전주 기초단체 통합에 적용한 게 견강부회라고 지적, 반대의사를 폈지만 AI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속좁은 발상밖에 안 된다는 것. 지금은 정치논리보다는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청년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상황이다. 면적이 좁은 전주는 공단 조성이 한계 상황에 봉착해 완주군과 통합해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주시가 도청 소재지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주변 시•군 발전을 견인하지 못했다. 아무튼 부족함이 없는 완주군민이 통합에 찬성하려면 군민이 원하는 사항을 찬성측인 전주에서 다 들어 줘야 한다. 이미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했지만 가장 예민한 부분인 통합시장도 완주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정동영•이성윤•김윤덕 의원이 해결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어벤져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I, Robot) 등 AI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적지 않다. 흥행 영화 속 AI는 인류를 적대시하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또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적 또는 경쟁자이거나 반려자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란 문구가 있다. 영화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AI(인공지능)는 언제부터 영화 속에 등장했을까.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는 영화 속에 등장한 AI를 100년 전 영화에서 찾았다. 오스트리아 출신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든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가장 오래된 AI 영화로 지목했다. 제미나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 작품’으로, 챗GPT는 ‘AI/로봇을 다룬 초기 영화’로 소개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1927년 1월 20일 독일에서 처음 개봉했다. AI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지금보다 거의 100년 전 AI 로봇이 영화에 등장한 것이다. 지배계층과 노동계층으로 분열된 미래 도시에서 지배자가 만든 AI 로봇은 인간을 파멸시키려 하지만, 계층 갈등은 지배자 아들과 연인의 사랑과 화해 중재로 끝난다. 영화는 “머리와 손 사이의 중재자는 반드시 심장이어야 한다”는 마지막 자막을 남긴다. 기술·자본(머리)과 노동(손)의 대립을 사랑·인간성(마음)이 중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2026년, 생성형 AI와 피지컬 AI 등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산업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속에서 인간이 만든 지식을 섭렵해 인간을 놀라게 하던 AI는 영화 속 로봇처럼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들어오고 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머리와 손의 ‘즐겁거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2026년 1월 22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다.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경쟁력 강화 등이 이 법의 목적이다. AI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견제하고,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이다. AI 기본법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 등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해 놓고 있다. 법 시행으로 딥페이크와 같은 AI의 부작용을 차단할 장치가 마련됐지만 각종 규제가 AI 혁신을 지체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관련업계의 우려도 있다.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언론계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공개 의무화 등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방안을 AI 기본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이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마지막 자막처럼 ‘머리와 손 사이의 진정한 중재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이사/디지털미디어국장
겨울 스포츠는 크게 보면 빙상 종목과 설상 종목으로 나뉜다. 빙상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쇼트트랙 등 말 그대로 얼음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박진감 넘치고 선수들의 표정조차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반면 눈 위에서 열리는 스키나 바이애슬론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실외에서 치러지는 까닭에 한파나 폭설 등 날씨 영향을 받기 쉽고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그런데 공식 명칭이 매우 특이하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처음으로 하나의 도시가 아닌 두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두 곳 명칭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금융·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와 알프스 산악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분산 개최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무려 400㎞ 가량 떨어져 있다. 전주와 서울의 거리가 대략 200km인 점을 감안하면 2036 하계올림픽때 분산개최를 할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작금의 국제질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소치다.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은 IOC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통해 강조하는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을 실천하기 위한 첫 실험의 무대다.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환경 파괴도 줄이고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도가 실현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전북은 동계올림픽과 관련,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전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제전인 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1991년 일본의 삿뽀로 동계U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대규모 국제 동계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게 돼 도민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첫 유치의 걸작이자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본격적인 국제대회 유치에 성공한 기억은 생생하다. 물론 무주리조트를 운영했던 ㈜쌍방울 개발측의 사업적 동기가 작동한 측면이 많았으나, 어쨋든 동계U대회에 이어 내친김에 동계올림픽까지 도전하고 나섰던 전북의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모기업인 쌍방울의 몰락,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의 인프라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전북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 하나는 지역사회에서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좌고우면하면서 중앙정계 실세로 부각했던 강원 정치권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백년, 수천년 역사는 유사한 과정을 밟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지금 꼽씹어 볼 문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연구해온 문화비평가 장 미셸 지앙의 저서 <문화는 정치다>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미테랑 정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정치의 중요한 기틀이 된 문화정책의 흐름을 짚어낸다. 이 책은 프랑스 역사에서 문화정치가 부수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핵심이었고,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문화강국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기반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출발점은 프랑수아 1세다. 그가 문화정치를 실험하며 기초를 다졌다면, 이를 본격적인 통치의 수단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불린 루이 14세였다. 이후로도 프랑스에서 문화는 줄곧 정치의 중심에 놓였다. 군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드골 대통령은 문화부처를 신설해 작가 앙드레 말로를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의 문화정치는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제도화되었다. 뒤를 이은 미테랑 대통령도 문화개발국을 국가기구로 만들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창작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문화정치의 흐름을 강화했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기반이 얼마나 공고했는지는 1789년 프랑스혁명의 결과로도 확인된다. 프랑스혁명은 왕실과 귀족의 소장품을 국민의 재산으로 만들고, 궁정예술을 공공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 상징적인 결실이 세계 최초로 국가가 국민에게 개방한 박물관, <루브르박물관>이다. 루브르는 프랑스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켜온 문화정치의 핵심이 ‘접근권의 확대’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제로 루브르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문화정치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프랑스 문화정치는 이 오랜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루브르박물관이 유럽인들과 비유럽인에게 서로 다른 입장료를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루브르박물관 입장료는 22유로(한화 약 3만 8천 원). 바뀐 입장료가 적용되면 비유럽인은 이보다 45%나 비싼 32유로(약 5만 5천 원)를 내야 한다. 게다가 인종차별적인 이 정책은 샹보르성이나 생트샤펠 등 프랑스의 다른 주요 문화유산에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얻는 추가 수익을 문화유산 관리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문화유산을 시민권 일부로 삼는 ‘접근권’의 가치를 내세워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배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인문적 보편성을 국가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아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변화는, 문화정치를 국가 운영의 핵심으로 삼아온 나라다운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문화유산을 공공의 가치로 유지해온 국가적 기준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다시 ‘선택의 날’이 다가온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초반 판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고정된 선거판은 없다. 이슈 하나로도 쉽게 흔들린다. 선거 구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는 역시 ‘후보 단일화’다. 단일화 논란의 단골 무대는 교육감 선거다. 사실상의 단일화 역할을 하는 정당 공천이 없어 후보가 난립하고, 진보·보수진영의 경쟁구도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도 주요 화두는 매번 단일화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전북교육감 범민주후보 추대위원회’가 자체 검증절차를 거쳐 김승환 당시 전북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후보간 합의와 공개 경쟁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통상적 의미의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진영의 선택지를 하나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단일화였다. 그리고 이 시도는 진보진영의 성공사례로 기억됐다. 이렇게 출마한 김승환 후보는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대와 결합은 2022년 선거에서 극에 달했다. 첫 단추는 2010년과 비슷했다. 당시의 성공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전북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에서 이항근·차상철·천호성 등 3명을 대상으로 도민 여론조사와 선출위원 투표를 실시해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 후보 등록 마감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천호성·황호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여론조사를 통해 천 후보가 2차 단일화에도 성공했다. 이후 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김윤태·천호성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그리고 지금, 지난 2010년과 2022년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예전처럼 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먼저 움직였다. 전북교육개혁위원회를 결성하고,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 계획을 밝혔다. 오는 25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아 자체 검증과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선거판을 뒤흔드는 대형 변수다. 평가가 엇갈린다. 자칫 ‘깜깜이 선거’로 흐를 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대표성을 강화해 정책 중심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단체의 단일화 절차가 ‘진영에 승리를 가져올 후보를 고르는 과정인가, 전북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2022년의 사례처럼 추후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거에 이념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이 ‘비민주, 보수’ 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되풀이되는 그들의 단일화 전략이 ‘선거판을 관리하기 위한 관행’으로 굳어질까 우려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지역구 국회의원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은 선출직 공직자라서 지역발전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누구나 첨예하게 대립된 갈등상황에서는 다수쪽으로 서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가 항상 옳은 게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모름지기 현재의 상황속에서 미래가치가 뭔인가를 판단해서 때로 옳다면 직을 걸고서라도 소수쪽으로 서서 다수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4번째 추진한 완주 전주 통합의 키맨인 안호영 의원이 신명을 다바쳐야 한다. 2013년 세번째 추진하다 무산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AI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5극 3특체제를 시도간 광역통합을 통해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6.3 선거를 통해 대전 충남과 광주 전남을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특별시로 통합해서 광역경제권을 구축해 가기로 했다. 급기야 정부는 2월 특별법 통과를 목표로 최근 통합특별시에 향후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파격행보에 나섰다. 그런데도 군수자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서 완주 전주 통합을 반대한다. 오늘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북대에서 K 국정설명회를 통해 완주 전주 통합시 구체적으로 인센티브액수 등을 밝힐 것이다. 대전과 광주 특별시 지원규모로 볼 때 완주 전주가 통합하면 인구가 75만으로 5배 가량 적지만 최소 연간 1조원대의 지원은 이뤄질 전망이다. 2026년 전북의 국가예산 규모가 겨우 10조를 넘겼는데 완주 전주통합특례시에 1조 지원은 의미가 크다. 통합으로 생긴 특례시 지원금은 완주가 희생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완주쪽에다가 전액 지원토록 해야 한다. 문제는 지사경선에 나선 3선의 안호영국회의원이 좌고우면하는 게 큰 걸림돌이다. 지난 3번째 통합 추진당시 최규성 전국회의원이 완주 전주가 통합되면 자신의 김제 완주의 지역구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 지방의원 공천권을 무기삼아 반대토록 반 강제적으로 여론몰이해서 통합을 무산시켰다. 군수출마후보자 6명과 군의회가 적극 반대해 주민60%정도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이서 용진 상관 봉동 삼봉지구의 젊은층들이 찬성으로 돌아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안 의원이 용인의 반도체를 새만금으로 이전을 촉구하는 것 못지 않게 완주 전주 통합문제가 더 절박하다. 그간 찬반양측이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합의했고 통합시장도 완주군이 맡도록 전주쪽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문제를 전주 3명의 국회의원이 풀지 않고는 통합은 절대로 안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어렵게 확보한 1조 규모의 피지컬 AI테스트 배드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완주 이서쪽으로 가야 한다. 안 의원이 정저지와(井底之蛙)의 우(愚)를 범치 말고 군의원을 설득해서 역사에 남는 통합을 이룩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조선왕조실록은 전주와 전북의 자랑이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본향이고 임진왜란 때 실록을 지켜낸 곳도 전주와 전북이기 때문이다. 실록은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총 1893권 888책이다. 조선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교통, 통신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망라한 최고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일본의 삼대실록(三代實錄)이나 중국의 황명실록(皇明實錄),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의 대청역조실록(大淸歷朝實錄)을 분량과 내용 면에서 압도한다. 이처럼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실록은 사관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집필되고 보존되었다. 실록의 편찬은 다음 국왕 즉위한 후 실록청을 개설하고 관계관을 배치하여 편찬했으며 사초(史草)는 군주라 해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국가유산포털). 이 실록은 화재나 도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분산 보존되었다. 건국 초기에는 한양의 춘추관에 보관하였으나, 1445년 충주, 성주, 전주사고(史庫) 등 4곳에 설치했다. 그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일본군에 의해 모두 소실되고 전주사고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유일본(唯一本)이 된 것이다. 당시 전주사고를 보존한 것은 전라감사 이광과 경기전 참봉 오희길 등 전라감영의 관원, 태인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 등 지역민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전주사고는 1592년 6월부터 1603년 5월까지 11년 동안 전주 → 내장산 → 아산 → 강화도 → 해주 → 강화도→ 묘향산 → 강화도의 고난의 행군을 거쳤다. 실록은 이렇게 지켜낸 전주사고본을 저본(底本)으로 다시 간행해 좀 더 안전한 산중에서 보관했다. 강화도와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이며 여기에 춘추관을 포함해 5곳이다. 그러다 북방 정세가 불안해지자 묘향산사고를 전북 무주의 적상산(1634년)으로, 강화사고를 정족산(1660년)으로 옮겼다. 이후 정족산, 태백산사고는 일제가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해 오늘날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오대산사고는 일본으로 반출해 갔다 관동대지진으로 대부분 소실되었다. 적상산사고는 구황궁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김일성 특명으로 평양으로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수난을 겪은 실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북한이 가져간 적상산사고본은 등재에서 빠져 있다. 그래서 이를 남북이 공동으로 확장 등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8년 이후 8년째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묘향산과 적상산을 연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전주는 김일성의 시조묘가 있는 곳인지라 이러한 제안이 꽉 막힌 남북관계 해빙의 단초가 됐으면 싶다.
농구팬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농구영신’이라는 말이 있다. 매년 12월 31일 밤 늦은 시간에 경기를 열고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 하는 이벤트인데 송구영신과 농구를 합쳐 소위 ‘농구영신’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구랍 3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농구영신에는 총 7066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대박을 쳤다. 놓친 물고기가 가장 커 보이듯 전주시민들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당연히 전주에서 열려야 할 농구영신이 부산에서 개최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전주 KCC프로농구단을 부산에 빼앗긴 결과다. 프로농구단 부산 이전을 두고 전주시의 미숙한 행정을 지적하는 이도 있고, 뒤통수를 친 농구단의 얄팍한 상술을 말하는 이도 있으나 어쨋든 전주시장 선거전의 핵심 쟁점임엔 틀림이 없다. 조지훈 후보는 전주시의 재정 문제와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 등을 정면 겨냥하고 있고, 우범기 시장측은 반박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전주 KCC가 연고지를 부산으로 바꾼 것과 관련, 지역정가에서는 "책임소재는 별개로 하고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 집토끼를 잘 관리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묵묵히 전북에서 가동중인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비단 전주시장 선거전뿐 아니라 올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마케팅이다. 김관영 지사는 재임중 최대 치적중 하나로 서울시를 제압하면서 일궈낸 2036 올림픽 유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경쟁자인 안호영, 이원택 의원측은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향후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올림픽 유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도내 체육인들은 지사 선거과정에서 올림픽 의제가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각 후보들이 지역 체육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면서 한단계 더 도약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지사 선거에 나선 정헌율 익산시장은 전북 1호 공약으로 ‘100만 광역야구 시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전주·익산·군산·완주가 함께하는 전주권 100만 광역 프로야구단 유치 구상인데 소위 11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거다. 스포츠 마케팅은 사실 선거에서 매우 강한 휘발성이 있는 소재다. 10여년 전 김완주 전 지사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당시 LH 본사 유치 실패와 겹치면서 3선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전북현대모터스 프로축구단은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마케팅의 하나로 꼽힌다. 전북이라는 단어를 사용중인 것중에 가장 지명도가 높고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전북’현대모터스 아니던가. 체육인들의 이목이 온통 정치 쟁점화 하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쏠리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된 것은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면서부터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인류 최초의 우주 탐사선은 스푸트니크가 아니다. 1958년 미국 NASA가 발사한 <파이오니어>가 그 주인공이다. 스푸트니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면, 파이오니어는 ‘가서 바라본다’는 것을 증명한 첫 탐사선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인류의 우주를 향한 질문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존재가 된 우주선이 있다. 1970년대 쏘아 올린 미국 NASA의 <보이저호>다. 보이저호가 항해를 시작한 것은 1977년이다. 그해 8월 보이저 2호가, 9월에는 보이저 1호가 각각 지구를 떠났다. 그때 보이저호에 실린 특별한 물건이 있었다.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라 이름 붙인 기록이자,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외계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이쯤 되면 ‘골든 레코드’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궁금해진다. 뜻밖에도 여기에 실린 것은 바람, 파도, 천둥, 새소리, 심장 박동 같은 지구의 소리와 한국어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지구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 그리고 스물일곱 곡의 음악이었다. 보이저호의 이름은 잊혀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골든 레코드’를 기억하는 것은 이 스물일곱 곡의 음악 때문이 아닐까. 음악 선정위원이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과 그의 동료들이 고른 음악은 다섯 곡의 서양 클래식을 비롯해 인간의 뿌리가 된 세계의 민속음악, 말 이전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리듬, 자유와 상처를 담은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록앤롤 등이었다. 이들 음악을 들여다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이 기술의 성취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힘의 과시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인간성에 더 주목하며 음악을 선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레코드의 마지막에 베토벤이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쓴 현악 사중주곡 <카바티나>를 놓은 선택은 이러한 추측을 더 짙게 만든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져 우주로 떠났던 보이저는 이미 오래전 자신의 임무를 끝냈지만, 아직 항해 중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그 항해는 할 일을 다 한 존재가 맞이하는 침묵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들여다보니 우주 탐사선이라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앞선 기술에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 보이저의 존재가 더 명료해진다. 기술과 과학의 시대, 오늘의 기술은 얼마나 빠른가를 묻지만, 보이저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놀라운 기술이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김은정 선임기자
사라지고 잊혀져 간다. 국가 정책에 의해 조성된 한센인 정착농원이 속속 철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소록도 수용시설을 기반으로, 20세기 중반 전국 곳곳에 조성된 한센인 정착농원은 자활·정착, 그리고 복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활·정착이라는 이름의 분리·격리 정책이었다. 주민들은 복지 대상자가 아니라 관리 대상이었다. 국가가 침묵하고, 법이 멀어지면서 특수지역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이런 정착농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강요된 선택’으로 공동체를 이뤄 대규모 축사를 운영해온 주민들이 세월에 밀려 떠나가고, 그 자리에 외부 업자들이 들어와 이 격리된 공간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피해야 할 곳’으로 인식되던 정착농원이 21세기 들어 수질오염과 악취 등 환경문제로 인해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다시 정책적으로 이 공간이 지워지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 논란이 많았다. 섬 전체가 한센인 수용시설이었던 소록도를 제외하면, 전국 80여 곳의 정착농원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익산 왕궁이었고, 그 다음으로 김제 용지정착농원이 꼽혔다. 지역사회에서 철저히 배척당했던 익산과 김제의 정착농원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확산되면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과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익산 왕궁, 그리고 2021년 김제 용지정착농원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국비로 축사를 모두 매입·철거해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감정가 상승에 따른 예산 문제 등으로 사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2010년대 초반에 시작된 왕궁정착농원 축사 매입 사업은 2023년 말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또 2022년부터 추진해온 용지정착농원 축사 매입 사업도 예정했던 완료 시점(2025년)을 넘긴 가운데 전체 53개 축사 중 26개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새해 용지정착농원 축사 정리를 핵심 환경과제로 꼽아 관심을 모은다. 오는 2029년까지 잔여 축사를 모두 매입·철거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익산 왕궁과 김제 용지를 비롯해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은 머지않아 지도에서 모두 지워질 것이다. 지자체의 의지는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한센인 정착농원은 일방적인 국가 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사회·환경 문제다. 축사 매입·철거는 물론, 이후 생태 복원까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나서야 할 사안이다. 기억도 남겨야 한다. 소록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진상규명과 기록이 이뤄졌을 뿐, 내륙 정착농원에 대한 국가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령의 주민들과 함께 아픈 기억도 곧 소멸될 것이다. 사라지는 정착농원, 이곳이 어떻게 조성됐고,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역사와 기억을 남기는 일도 국가의 책임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도민들이 완주 전주 통합문제를 그 쪽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이유는 협의(狹義)로 봤을 때 그렇고 다른 지역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라서 그렇다. 인구 2만명인 농촌군의 통합도 급하지만 우선순위상 완주 전주통합이 더 급하다. 전북에는 광역도시가 없어 먼저 완주 전주를 통합해서 앵커도시로 키워 그 혜택을 인접 도시로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 그간에는 전주시 인구가 인접시군에서 유입되어 줄지 않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빠져 나가 66만을 정점 찍고 계속내리막길을 걸어 63만 붕괴도 코 앞에 닥쳤다. 잘 아는바와 같이 4번째로 시도하는 완주 전주 통합이 안되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권력욕 때문이다. 군수 자리를 노리는 6명의 후보가 군민을 볼모로 통합을 반대하기 때문에 한발짝도 못 떼고 있다. 지난 3번째로 통합을 시도했을 당시에도 최규성 당시 국회의원이 군의원 공천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서 통합을 무산시켰다. 그 이유는 김제 완주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완주 전주로 통합되면 없어질 것을 염려해서 반대를 했던 것.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현 안호영 국회의원이 최규성 전국회의원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주민들과 군의원을 설득해서 통합에 찬성토록 해야 한다. 완주 진안 무주 선거구는 다음 총선 때 인구감소로 어떤 형태로든 선거구가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3선 중진인 안 의원이 정치적으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바로 윈윈전략을 마련해야 한다.완주를 전주로 통합해서 현재 3석인 전주 국회의석수를 4석으로 늘려서 자신이 갖도록 하면 된다. 도지사 민주당 경선에 나온 안의원이 지난번 경선 때는 김관영 현 지사와 대적했지만 재선인 이원택 의원 한테도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은 완주 전주 통합에 반대해 전주시민들이 등 돌려 3위로 쳐진 것이다. 통합찬반 투표도 완주군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아 물건너 갔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은 완주군의회의 과반 찬성을 이끌어 내면 주민투표 없이도 통합이 가능해질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방법론에 완주군의회가 더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급기야 전주 상공인 신년인사회에서 안호영의원을 겨냥해 안의원을 연호하면서 통합에 적극 앞장서라고 강제하고 나섰던 것이다. 특히 국회과방위 소속인 정의원이 피지컬 AI관련 예산 1조원을 확보해 놓고 테스트베드로 완주 이서로 생각했다가 전주쪽으로 방향을 틀려는 생각을 좌시하면 안된다. 아무튼 다른 지역이 광역단체간 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완주 전주를 통합하지 못하는 것은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분명 완주군 의회가 정동영장관의 통합논리를 견강부회식 논리라고 반박하지만 전북 전체를 생각하면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다. 통합하면 2036년 하계올림픽도 14개국과 최종 경쟁해서 성공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지회사 25년 경력의 ‘펄프맨’ 만수(이병헌)는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통보를 받는다. 모가지가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에 괴로워하던 만수는 “나는 가장이다. 나는 가족들 입에 밥을 넣어주기 위해 석달 안에 재취업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다른 제지회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하지만 쫓겨난다. 그러자 만수는 결심한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 만수는 제지회사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3명을 차례로 살해한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초청작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내용이다. 살인하는 내용이 끔찍하지만 재취업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실제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재취업을 한다 해도 일자리의 질이 낮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두 달 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7.3%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6%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에 의하면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의 근로연령은 73.4세며 고령층 가운데 69.4%가 계속 일하고자 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61.2%가 비정규직이고 절반가량(49.4%)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했다. 70세 이상의 경우는 60.5%가 청소, 경비, 주차, 주방, 요양보호사 등 단순노무직이었다. 사실 좋은 일자리로 꼽는 관리·사무직 자리는 거의 없다. 있다면 공무원·공기업의 고위 퇴직자들, 아니면 정치인이나 단체장 선거캠프 출신들이 독차지한다. 전관예우나 기업의 로비에 필요해서다. 노인들이 일하는 이유는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고령층의 54,4%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일한다는 답변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빈곤율이 높고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0.4%(2020년)로 OECD 평균 14.2%의 3배에 가깝다. 또 2025년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68만원으로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 143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노후에 일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경제적 도움뿐 아니라 고독이 자라나지 못하게 하고 소외와 우울감을 극복하게 해준다. 부부 사이에도 공간을 확보해줘 금실을 좋게 한다. 이제 퇴직 후에도 그 기간만큼 살아야 하는 시대다. 일본에서는 평생현역을 지향하고 우리나라도 노파이어족(영원히 은퇴하지 않는 사람) 시대다. 퇴직 전 미리 재취업에 대비해 전문성과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해두면 도움이 된다.(조상진 논설고문)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전북에서 민선 시장을 역임했던 A씨는 언젠가 이런 말을 넋두리처럼 했다. “말이 좋아서 보좌관, 비서관이지 사실 몸종이나 마찬가지죠” A씨는 모시던 국회의원으로부터 차량을 선물 받을만큼 나름대로 사람대접을 받았음에도 이렇게 회고할 정도면 다른 이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오래전 얘기고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졌으리라. 하지만 요즘 정국의 핫이슈인 김병기, 이혜훈 사건을 보면 우월적 입장에 있는 이의 갑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집권여당 첫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의원은 당직 사퇴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제명이나 탈당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발단은 그와 호흡을 함께했던 전직 보좌진과의 갈등이었다. 의원과 보좌관의 관계가 막 가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휘발성 강한 의혹은 연이어 터져나와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급기야 공천 관련 금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결단의 시간이 임박해졌다. 이쯤 되면 전북에서도 과거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때 장사 좀 했던 국회의원 중에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는 이들이 없지 않을 거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쏟아진 논란의 시작은 역시 ‘갑질’이었다. 의원 시절 인턴 보좌진에게 폭언하는 통화 녹취가 공개되는가 하면, 임신 중인 구의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됐다. 남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면 훗날 자신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결과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 재산으로 약 175억 원을 신고했는데 과거 매입한 인천 영종도 토지가 공항 개발과 맞물리며 큰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투기 의혹도 일고 있다. 정치적으로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처리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잣대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줄거다. 1983년 제5공화국 시절 정래혁씨는 국회의장에서 물러난 뒤 민정당 대표로 재임 당시, 담양·곡성·화순 지역구 라이벌 문모씨의 이른바 ‘투서 사건’으로 부정 축재자로 몰려 무려 178억원의 재산을 빼앗기고 정계를 은퇴해야만 했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의 변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음을 보듬지 못한 이의 끝이 좋지 못할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1582년 일본 교토에 있는 혼노지에서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인 아케치 미츠히데가 반란을 일으켜 결국 주군이 사망한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다. 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노부나가가 휘하 가신의 반란으로 허무하게 사망하면서 결국 대권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넘어간다. 김병기, 이혜훈 사건은 지역정가에도 던지는 화두가 없지않다. “약자에게 힘을 과시하는 정치인, 가까이 혼노지에 있는 적이 무섭지 않은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곧 졸업식이 시작된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그래서 졸업식에는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진다. 그중에는 한 시대를 넘어 오래 기억되는 연설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이 대표적인 예다. 이 연설이 특정한 시기나 대학의 이름에 갇히지 않고 오늘까지도 인류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연설이 이제 막 사회로 나서는 졸업생들에게 ‘성공의 비결’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의 연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견뎌온 의지, 그리고 죽음을 마주하는 철학을 통해 우리에게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 기억되는 문장이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늘 갈망하라, 늘 어리석을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이다. 기술이 넘치고 효율이 미덕이 된 시대에, 인간이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에 대한 이 조언은 진지하고 깊은 울림을 준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문장을 스티브 잡스의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깊은 영향을 받았던 한 권의 책에서 가져왔다는 점이다. 그 책은 1960년대 후반에 나온 《지구백과(Whole Earth Catalog)》다. ‘온갖 잡다한 정보’를 카탈로그 형태로 묶어낸 이 책을 잡스는 ‘위대한 의지와 아주 간단한 도구만으로 만들어진 역작’, ‘35년 전의 구글’이라고 소개했다. 책을 만든 사람은 잡스보다 앞선 시대를 산 스튜어트 브랜드다. 그는 정보를 가르치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다루고 질문하도록 이끄는 안내자였다. 특이한 점은 《지구백과》가 완성된 답을 정리해 제시한 책이 아니라, 열린 상태로 남겨두고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여러 차례 개정판을 낸 책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책으로 묶지 못해 여정을 마쳐야 했을 때, 스튜어트 브랜드는 최종판의 뒤표지에 이른 아침의 시골길 풍경 사진과 한 문장을 남겼다. 그 문장이 바로 “Stay hungry. Stay foolish.”이다. 스티브 잡스가 감동한 것은 단순히 문장 그 자체의 의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문장에는 ‘한 시대를 건너온 사람이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삶의 태도’와, 그 태도를 끝까지 지켜낸 진정성이 담겨 있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고, 완성을 말하기보다 삶을 끝까지 열어두라는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기술 과잉의 시대, 우리가 다시 이 오래된 문장 앞에 멈춰 서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새해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갈 것인가. 김은정 선임기자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
입학사정관제, 보완책 마련 절실하다
김성주 이사장 구호 아닌 성과로 말해라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