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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상춘(賞春)의 고장, 정읍 칠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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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상춘(賞春)’의 계절이다. 바람 끝에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햇볕은 분명 달라졌다. 남녘에서 꽃소식이 올라온다. 매화가 먼저 문을 열었고, 조만간 산수유와 벚꽃도 꽃망울을 활짝 터트릴 것이다. 꽃소식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다. 시린 겨울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자연의 위로다. 얼어붙었던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우리 마음에도 새로운 기운이 움튼다. 그래서 봄꽃, 봄 소식은 늘 희망의 상징이 됐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집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옛사람들은 이런 봄맞이를 ‘상춘(賞春)’이라고 했다. 봄 경치를 감상하고, 즐긴다는 뜻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고 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옛사람들은 특별한 감정으로 봄을 노래했고, 그 노래는 문학작품으로 남았다. 자연 속에서 맞이하는 봄을 노래한 문학작품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조선시대 유학자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이 꼽힌다. 조선 전기 가사문학의 대표작으로 봄날의 정취와 자연 속에서 봄을 즐기며 살아가는 선비의 풍류를 노래했다. 불우헌 정극인이 낙향해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낸 곳, 상춘곡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정읍시 칠보면(당시 태인현)이다.

‘상춘곡’의 고장, 정읍 칠보면 일대는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유교문화, 선비문화의 중심지로, 학문을 숭상하고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숨결이 이어져 온 전통문화의 고장이다. 이곳 군수로 재임했던 신라말 유학자 최치원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칠보면 무성리 소재 ‘무성서원’은 지난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등재되기도 했다.

동진강 상류, 칠보수력발전소를 지나 호남평야로 향하는 물길이 그 폭을 넓히기 시작하는 정읍 칠보면 일대의 산과 들, 하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선비들이 노래했던 봄의 정취, 상춘의 정서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봄의 고장, 선비의 고장 정읍 칠보면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조선의 제6대 임금 단종을 소환하면서 그의 아내 정순왕후의 눈물겨운 삶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종비 정순왕후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단 한 명뿐인 호남 출신의 왕비다. 영화에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산 송씨인 정순왕후의 출생지가 바로 정읍 칠보면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매년 9월 정순왕후의 애달픈 삶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올봄에는 ‘상춘곡’의 고장, 유서 깊은 전통문화의 고장에서 옛 선비들이 즐겼던 봄의 풍류를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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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곡 #정읍 칠보면 #선비문화 #봄꽃 #풍류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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